243호 (2018년 2월 Issue 2)
2012년 국회법 개정(소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의견대립이 첨예한 주요 안건에 대해 의결 정족수의 60% 찬성이 있어야 법률안이 통과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법률상 우리나라 국회의원 재적총수는 300명이고 이들 모두가 의결에 참석한다면 180명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그림 2]의 수직선은 하나의 사안에 대해 300명 국회의원을 의견의 강도를 바탕으로 1번부터 300번까지 정렬해 놓은 선이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cryptocurrency)에 대한 규제가 사안이라고 한다면 가장 왼쪽(1번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소 전면 폐지와 같은 가장 강력한 규제를 선호하며, 가장 오른쪽(300번 의원)은 암호화폐 발행 및 거래 무제한 허용과 같은 자유방임의 입장을 선호한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Q, 그러니까 196번째 강한 규제(자유방임에 더 가까운)를 선호하는 의원의 입장과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만일 정부 여당이 P 위치에 해당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자. P는 165번째로 강한 규제를 선호하는 의원의 입장에 부합하는 법안이다. 호텔링 해변 모형과 같이 각각의 국회의원이 자신의 입장과 가까운 법안을 선호한다고 하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180번째 의원 A(법안 통과에 180명의 찬성이 필요하므로)는 법안 P를 현 상황 Q보다 선호할 것이다. 그 이유는 180번째 의원 A 입장에서 안건 P는 14칸이 떨어져 있지만 현 상황 Q는 15칸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180번째 의원 A보다 왼쪽에 있는 의원들은 모두 현 상황 Q보다 법안 P를 선호할 것이고, A보다 오른쪽에 있는 의원들은 반대로 현 상황 Q를 선호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180명의 찬성표를 얻어 법안 P는 통과되고, 암호화폐에 대해 P=165 위치에 대응하는, 현 상황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규제가 시행될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