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HBM이 아닐까 합니다. 2022년 오픈 AI가 챗GPT라는 생성형 AI를 내놓으면서 서버용 HBM 시장이 급성장하게 됐고 그 수혜를 국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SK하이닉스는 HBM을 무기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 부동의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누르고 시장 선도 기업이 됐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언더독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죠.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성공은 돌파형 혁신 전략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전략은 최고급 시장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해 산업을 흔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미국 AMD의 요청에 따라 고성능과 고용량을 동시에 제공하는 차세대 메모리칩을 최초 개발합니다. 이게 HBM입니다. HBM은 4개의 얇은 D램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후 1024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데이터 출입 통로를 만들고 각 층을 TSV로 연결해 만드는데 이 HBM 덕분에 기존 GDDR5 대비 4배가량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 메모리 기술과 비교했을 때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수요가 없었는데요.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 역시 HBM 시장에 눈독을 들입니다. 오히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2세대 HBM 시장을 선점했고 3세대 HBM 양산에도 앞선 것처럼 보였죠. 그런데 당장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삼성전자는 돌연 2019년 HBM 전담 연구개발팀을 해체합니다. 이후 그래픽칩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자사의 H100 텐서코어 GPU용 4세대 HBM 제작을 의뢰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개발팀을 해체했기 때문에 그럴 여력이 부족했습니다. 이와 달리 SK 하이닉스는 HBM 사업의 하방 리스크보다는 상방 잠재력에 주목해 이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능을 향상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른바 대박이 터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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