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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본 자율과 통제

즉흥연주 같지만 규칙 있는 재즈처럼
‘차이’에 기반한 통제가 창의성 극대화

박영욱 | 268호 (2019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재즈만큼 각 연주자의 개성과 곡에 대한 해석이 자유로운 장르도 없다. 실제로 연주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수십 분이 넘는 곡을 연주하는 동안 악보도 거의 보지 않는다. 이는 재즈가 정말 규칙이나 약속 없이 연주하는 곡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재즈 연주에 내포된 엄격한 규율에 따라 연주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기본적인 규칙을 더 잘 이해하고 숙지할수록 그 틀 내에서 자유롭게 응용하고 변주를 할 수 있다. 이렇듯 통제와 자율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통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한다면 오히려 사람의 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재즈 연주는 ‘즉흥적’이지 않다
2015년 서울재즈페스티벌.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레전드인 허비 행콕(Herbie Hancock, 1940∼ )과 칙 코리아(Chick Corea, 1941∼ )가 한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 마주한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에 앉은 대가들은 자신들이 작곡한 대표적인 곡 외에도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1926∼1991)의 ‘솔라(solar)’를 합주했다. 이 곡은 잘 알려진 재즈 스탠더드 곡 중 하나이지만 청중들은 연주가 한참 지난 후 그 멜로디를 알아차렸다. 그제야 청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두 명장의 연주를 즐겼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추상화 같은 이들의 난해한 연주는 마치 제멋대로 건반을 누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연주시간은 수십 분이 넘지만 악보는 찾아 볼 수 없다. 이들은 정말 자신들이 치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보통의 관중들은 알아차릴 수 없는 철저한 규칙을 따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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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욱 박영욱 | - (현)숙명여대 교양학부 교수
    - <보고 듣고 만지는 현대사상> 저서
    - <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 저서
    imago10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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