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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혁신 시대의 실패 관리

어긋난 결과보다 오류의 신호에 주목
‘오답 노트’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라

장은미 | 393호 (202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실패가 제공하는 의미 있는 정보와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 치명적인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업무 진행 과정에서 실패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공유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학습 목표를 활용해 구성원의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고 업무에서 발생하는 실패와 오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서 상사는 팀원들이 실패로 인해 자기효능감이 감소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실패를 은폐하지 않고 그로부터 집단적으로 학습하기 위한 지원적인 분위기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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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실패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대량 생산과 효율성의 시대에는 사전에 계량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이를 ‘실패 없이’ 달성하는 것이 조직 관리의 핵심 과제였다. 이런 관리 방식은 현재 또는 미래의 환경이 과거의 환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21세기, 불확실한 환경과 변화의 시대에 사전에 세워진 목표에 몰입하는 것은 오히려 탄력적인 대응과 창의적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때 실패는 오히려 성공이 주지 못하는 의미 있는 정보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조직과 구성원들은 어떻게든 다양한 유형의 실패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기업은 실패가 제공하는 소중한 자원을 놓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제 조직이 어떻게 실패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는지가 역동적인 경영 환경에서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

조직이건 개인이건 실패는 결코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조직의 실패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며, 구성원 개인의 실패는 본인의 평가 저하 및 고용 불안정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에게 악영향을 끼치거나 조직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아무리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피하고 싶은 것이 실패이다. 20세기의 대표적인 동기 이론인 사회적 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은 실패를 부정적으로 간주했다.1 구성원들의 성공적 업무 수행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자기효능감(self-efficacy), 곧 업무에 임하는 자신감이다. 자기효능감은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개념인데 구성원들이 성공을 경험하면 자기효능감이 증가하고, 실패를 경험하면 자기효능감이 감소한다. 실패로 인해 자기효능감이 감소하면 다음 업무에 임할 때,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회피적인 모습을 보이게 돼 다시 실패할 확률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결과, 실패가 쌓이면서 구성원들의 좌절감이 축적되고 학습된 무기력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실패는 두려움, 죄책감, 수치심을 포함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해 이후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실패에 대한 이런 단면적인 예측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날 환경 변화는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탄력적으로 변모해갈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사전에 세운 목표의 달성에만 사로잡히면 변화와 혁신의 모습에서는 뒤처질 위험이 크다. 실패를 잘 관리하려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패 관리의 핵심 사항들을 분석하고 이해해 실패를 성공의 씨앗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구성원 개인마다 실패에 대한 견해나 실패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정도는 제각각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 관리를 개개인의 성격이나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조직과 리더가 개입하는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효과적인 실패 관리를 위한 몇 가지 조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결과적인 실패보다 과정에서의 작은 신호에 주목

모든 직장인은 업무상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한다. 기업에는 손실 발생, 주가 하락, 파산 등과 같이 실패가 가져다주는 시장 효과가 명확하지만 직장인 개개인에게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개념이나 의미는 상이할 수 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거나, 고객사에서 좋지 못한 피드백을 받았다거나, 인사 평가 결과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등등 개인이 정의하는 실패의 뜻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런데 실패 관리에서 중요한 점은 결과적인 실패보다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신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패의 징후들을 피하거나 간과하지 않고 적시에 파악해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즉, 불행한 상황 또는 최종 결과가 발생했을 때 비로소 실패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 과정에서 도처에 매복한 실패 및 오류의 자잘한 신호들을 항상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에서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에서는 실패 또는 오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간호사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는데 상명하복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의 집단에서 소통이 원활한 집단에 비해 실수가 더 적게 나타나는 의외의 결과가 발견됐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을 진행한 결과, 경직된 분위기의 집단에서 간호사들이 오류를 덜 범했던 것이 아니었다. 질책이 두려워서 숨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반대로 소통이 원활하고 지원적인 분위기의 집단에서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오류를 초기부터 빈번하게 소통했기에 오히려 더 큰 실패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2 이 연구 결과는 업무를 수행해 가면서 발생하는 작은 오류들을 인지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2. ‘익숙함의 덫’에서 벗어나기

실패 및 오류의 작은 시그널을 놓치지 않으려면 익숙함의 덫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불확실성하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가능한 옵션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판단하기보다 이미 익숙한 과거의 경험과 견줘 판단하고 의사결정 방향을 정하는 성향이 있다.3 이런 성향으로 업무 처리에서 루틴이 축적되는데 업무의 루틴은 수행자가 인지하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신감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루틴은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루틴은 과거에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던 경험에 기반하기 때문에 경험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를 저해할 뿐 아니라 환경이 변했음에도 과거의 방식에 매몰되게 함으로써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습관적 루틴(Habitual Routine)4 이란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해왔던 방식대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적 루틴이 끔찍한 비행기 사고로 이어진 유명한 사건이 있다. 비행기 조종사들은 이륙 전에 조종석에서 이륙 준비를 위해 매뉴얼에 따라 비행기 상태를 점검하는 표준화되고 일상적인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매우 반복적이어서 신속하게 진행되지만 외부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982년 1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온화한 날씨에 익숙했던 조종사들은 평소처럼 ‘Anti-ice off(제빙 스위치 끄기)’라는 루틴에 따른 업무 행동을 했다. 그런데 당시 워싱턴에는 보기 드문 폭설이 내린 상태였다. 그렇게 눈보라 속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바로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습관적 루틴에 따른 업무 처리가 초래한 비극이었다. 이렇게 습관적 루틴은 현실 상황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대안적 또는 창의적 사고를 방해할 뿐 아니라 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내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습관적 루틴에 의존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가시적인 조직 변화나 외부의 충격이 기존의 루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적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리더와 구성원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들을 세심하게 체크하고 분석하고 소통함으로써 습관적 루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일상적인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 것이다. 또한 익숙한 일이더라도 습관적으로 경험에 기반하기보다는 당면 과제를 제3자적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다시 분석하고 창의적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당면한 문제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는 의미 있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 관리 방식도 필요하다.5 조직과 리더는 이러한 분위기를 팀 내 정착시키기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익숙함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3. 학습과 성장 목표를 통한 동기 관리

모든 직장인의 행동은 동기가 있으며 동기는 행동 및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당장의 보상과 처벌의 관리를 넘어서서 구성원의 동기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훨씬 효과적이다. 동기와 관련된 매우 많은 논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실패로부터 학습하기 위해 성과 목표와 학습 목표에 대한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6

성과 목표(performance goal)를 갖는 사람 및 팀은 철저하게 결과 위주의 태도를 가진다. 즉, 주어진 목표를 달성했는지, 그 결과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등 결과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을 일들만 선별적으로 하려고 하며 도전적이고 새로운 시도는 기피한다. 반면 학습 목표(learning goal)를 갖는 구성원과 팀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의미에도 신경을 쓴다. 따라서 어려워 보이지만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하고, 어려운 일에서 실패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해 다음에 다시 시도할 계획을 세운다. 또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불확실하더라도 조직에 도움이 되는 업무들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위험성을 내포하더라도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자 노력한다. 조직은 성과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성과 목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단기적인 시각이다. 조직이 치열한 경쟁과 변화하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해가면서 생존하려면 학습 목표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목표 관리가 개인의 성격이 아닌 ‘관리’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즉, 구성원들이 성과 목표와 더불어 학습 목표를 함양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7 은 결과를 간과하지는 않지만 과정을 동시에 중시하며, 결과가 미진하더라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습 목표를 강조한다. 조직 내에 성장 마인드셋을 구축한다는 것은 업무의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고, 항상 경청하고 배우는 자세가 두드러지는 문화가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과적인 성장 마인드셋 관리로 사티아 나델라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예가 많이 회자된다. 스택랭킹이라는 상대평가로 인해 불필요한 사내 경쟁과 갈등이 만연하던 상황에서 나델라는 단순히 평가제도를 변화시킨 데 머무르지 않고 성장 마인드셋을 구축하는 관리를 시도했다. 조직이 갖는 사회적 미션을 강조하고 항상 경청하고 배우려는 자세의 리더의 모습을 보였고 조직 내에 성장하고 학습하는 분위기를 고취했다. 그 결과, 중간관리자들이 나델라의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조직문화가 변화했다.8 조직 내에 이런 성장 마인드셋에 기반한 관리가 이뤄질 때,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업무 태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우선적으로 성장 마인드셋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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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실패 공유를 위한 시스템 마련

구성원 개인들이 실패로부터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도 조직 안에 적절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학습이 확산되기 어렵다. 실패로부터의 학습과 관련해 학자들은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을 때 발생하는 학습보다는 일상적인 업무 수행에서 발생하는 실패와 오류를 통한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9 이를 위해서는 일상적인 업무 처리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경험을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실패의 공유는 두 가지 효과가 있는데 첫째는 모델링, 즉 간접 학습의 효과이다. 관찰을 통한 학습은 반드시 본인이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관찰함으로써 학습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간접 학습은 직접 경험과 달리 한 번에 다수의 학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관리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구성원들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팀 내 또는 조직 내에 학습 효과가 집단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 실패에 대한 각자의 건설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개인적으로 학습해나가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폭넓은 학습이 가능해질 수 있다.10

두 번째 효과는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의 증대 및 유대감 효과이다. 실패 공유 시스템은 구성원들이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관련 지식을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참여 활동을 의미한다. 서로의 업무에 대해 소통함으로써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실패가 모두에게서 다양한 모양새로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실패에 임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게 되고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공군의 자율정보공유시스템 사례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11 공군에서는 보통 4인이 한 편대를 이뤄 비행하는데 매 비행은 3차원적인 작전 공간으로 신체/정신적 한계, 기상, 관제, 항공기 특성 등 예측하기 어려운 매우 복합적이면서 불확실한 상황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 편대 동료들과의 상호의존성이 극대화되며 자칫 잘못된 판단은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매우 역동적인 환경에서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의 오류적 결정이 사고나 재해로 이어지면 인명 피해뿐 아니라 국가적인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공군은 안전한 비행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종사들이 평상시 동료들과 오류를 공유하고 이로부터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자율정보공유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매 비행 시 자신이 경험했던 예측치 못했던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어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자율정보공유는 구성원들 간에 업무 관련 피드백을 활성화시키고 조직 전체의 안전 관련한 문화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오류로부터의 폭넓은 학습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이런 소통의 장을 일반 조직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5. 지원적 팀 분위기 구축

제도를 구축했다고 해서 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제도를 구축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허상에 머무는 경우를 워라밸이나 육아 휴직 등의 사례에서 많이 봐왔다.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위한 정보 공유 시스템 또한 제도의 구축뿐 아니라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토양을 점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토양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원적인 팀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는 조직과 구성원 간에 사회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관계가 ‘당근과 채찍’을 기반으로 관리되는 반면 사회적 관계는 조직과 구성원 간에 신뢰와 미래의 공유에 기반해 형성된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사회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구성원들의 웰빙에 관심을 가지면 구성원들은 단순히 당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들을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 결국 조직에 기여하는 구성원들의 좋은 행동들은 구성원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는 조직이 구성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자신이 어려움에 처할 때 회사나 상사, 동료가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갖게 된다. 이런 믿음이 있을 때 구성원들은 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물론 조직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 혁신적 생각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특히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작동한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는 실패로부터의 학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앞서 설명했듯 실패하면 즉각적으로 자기효능감이 감소한다. 이때 상사는 이전에 다른 구성원들이 경험했던 유사한 실패의 극복 사례들을 공유하면서 실패로부터 학습을 유도한다거나 구성원이 지나친 자책에 빠지지 않고 합리적 분석을 통해 개선 방향을 모색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실패한 구성원의 자기효능감이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상사가 지원적인 모습을 보이면 구성원들도 상사에게 신뢰를 갖게 돼 업무 담당자만이 알 수 있는 초기의 작은 실패 및 오류들도 은폐하지 않고 공유하는 자세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실패로부터의 학습이라는 나무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12

상사의 지원적인 리더십뿐 아니라 팀 내 분위기도 매우 중요하다. 지원적인 상사, 동료들은 심리적으로 안전감이 높은 분위기를 만든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의도치 않은 위험과 실패로 인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리더를 포함해 구성원들이 비판받거나 자신의 위치가 흔들림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의미한다. 같은 제도와 조직문화 속에서도 이런 팀의 분위기는 매우 중요해서 성과가 높은 팀과 낮은 팀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된다.13 조직 및 리더가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위해 상사의 지원이나 심리적 안전감과 같은 요소들을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실패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실패할 수 있지.” “실패해도 괜찮아, 힘을 내!”라는 위안감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실패는 이제 전략적인 관리의 대상이 돼야 한다. 치명적인 실패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아주 작은 실패의 신호들을 간과하지 않고 조기에 발견해 서로 공유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 태도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패 공유를 통해 항상 학습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 실패 자체는 결코 성공 자체보다 우월하지 않다. 하지만 한 번의 성공이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기에 성공뿐 아니라 실패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21세기 고성과 조직의 핵심 요소로 효과적인 실패 관리의 중요성이 부상하는 이유다.
  • 장은미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동기부여 및 인적자원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mc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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