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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글로벌 강자로 우뚝

245호 (2018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영기업으로 오랫동안 안정적 경영을 해온 KT&G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 각 지역에서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1. 외국인 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이 낮고 경쟁사 대비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 진입장벽 최소화
2. 로컬 기업과의 ‘관계자본’ 형성을 통해 우호적 파트너십 구축 및 이를 통한 효율적인 유통망 진입
3.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현지화’와 세계적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을 출시하는 ‘글로벌화’를 적절히 병행

사무실이나 식당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무렇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흡연이 개인의 기호이자 취미의 하나로 존중받던 때였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금연이 장려되며, 담배에 대한 각종 규제가 심해지면서 국내 담배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KT&G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져야 맞다. 기본적인 시장 규모를 결정하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흡연을 죄악시하는 사회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담뱃값 인상과 경고 그림 표기 등으로 담배에 대한 규제 정책이 쉼 없이 등장해 판매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554억 개비. 2017년 KT&G가 해외 시장에서 판매한 담배 숫자다. 1988년 처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 KT&G는 30년 만에 첫해(1억4645만 개비) 대비 370배 증가한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015년 해외 판매량이 국내를 앞지른 후3년 연속 해외 판매량이 더 많았다. 이에 힘입어 2017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KT&G의 담배가 판매되는 나라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 이른다. 담배라는 제품의 특성을 명확히 알고 지역에 맞게 차별적 전략을 편 덕분이다. DBR이 KT&G의 해외 시장 개척 과정을 집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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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담배시장 전면 개방이 발단이 됐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담배는 쌀이나 소금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관할하는 생활필수품으로 취급돼 왔다. 우리나라 역시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을 설립한 이래 전매청과 한국전매공사,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을 통해 잎담배와 그 가공품의 수급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했다. 정부는 오랜 기간 해외산 담배를 판매 금지 대상으로 묶었다. 한때 ‘양담배 흡연·매매·소지 시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엄벌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자유무역 바람이 국경을 무너뜨렸다. 거센 통상 압력에 시달린 정부는 1988년 국내 담배시장 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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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담배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을 비롯해 BAT(British American Tobacco), JTI(Japan Tobacco International) 등 담배업계의 글로벌 강자들이 줄줄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수성을 잘한다고 해도 100% 시장 점유는 더 이상 불가능한 구조였다. KT&G는 국내 시장을 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나가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공략할 만한 국가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해외 시장으로 나간 국산 담배가 있기는 했다. 예컨대 로컬마켓 운영자들이 디스(THIS)나 88 같은 국내용 담배를 소량 구비해두고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들에게 판매하는 식이었다. 수량은 많지 않았고 물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KT&G는 전사적 차원에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로 하고 어느 곳을 공략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처음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결정한 곳은 중동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상대적으로 정보를 얻기 쉽고 교민 진출이 많은 지역은 이미 글로벌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 파고드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에서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우는 국가인 중국1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담배 수입을 철저히 제한했다.

KT&G는 글로벌 강자들의 진입이 어려우면서 동시에 담배 수요가 풍부한 곳을 찾아야 승산이 있다고 봤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중동은 서구 기업에 대한 반감이 심하고 통상이나 유통 등 제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필립모리스나 BAT 등 미국과 유럽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진출을 꺼려 온 지역이었다. 한동원 해외마케팅실 부장은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구두 신고 가는 시장 말고 구두에 흙 묻는 시장을 찾아간다’고 한다”며 “영어가 통하지 않는데다 물류나 유통 등이 잘 갖춰져 있지는 않았지만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강자들이 진출하지 않은 곳을 택하는 데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이 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 체계 구축 통해 유통망 진입

담배는 식음료와 성격이 유사하다. 개개인의 기호와 습관을 사로잡아야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담배는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가 다르고 규제가 천차만별이다. 우수한 성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TV나 핸드폰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덩치 큰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국영에서 민영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매물로 나온 현지 담배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해외 곳곳에 영역을 넓히곤 한다. 직접 진출해 바닥부터 다져나가기보다는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편이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필립모리스가 인도네시아의 담배업체 삼포에르나를 인수한 것이나 BAT가 터키의 국영 담배업체 TEKEL 및 스칸디나비아의 담배공사를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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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가 아닌 방법으로 해외 진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KT&G가 선택한 방식은 현지 수입업체와 손을 잡는 것이었다. 현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직접 공격적으로 나섰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봤다. 특히 담배는 일종의 기호품이기는 하지만 확고 불변한 취향의 결과물이 아니라 쉽게 브랜드를 갈아타는 소비의 대상이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라도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을수록 친숙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매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지의 유통망을 잘 알고 파고들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협력업체를 찾기로 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였다.

KT&G는 함께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현지 수입업체를 찾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우선 기본 조건으로, 담배를 수입해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지 확인했다. 다음은 창고, 차량, 인력 등을 갖추고 KT&G 물량을 잘 관리하고 실어 나를 수 있는지 현지 실사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아예 방문 자체가 금지된 국가들의 경우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유통 및 판매를 일임해도 괜찮을지 확실히 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본 것은 조직을 운영하는 대표의 비즈니스 마인드였다. 한두 번 맡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계를 갖고 가야 했기 때문에 단기적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 윈윈하는 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얼마나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폈다. 한동원 부장은 “이 부분은 정량적으로 채점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번 만나 자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KT&G라는 회사나 우리 제품이 낯설 텐데 왜 굳이 우리와 함께하고자 하는지,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어떤지, 우리 제품을 갖다 판다면 어떤 식으로 확장해 나갈 것인지 등 심층 인터뷰를 다각도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KT&G는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다국적 수입업체보다는 현지에 뿌리를 두고 있는 토종업체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다국적 업체보다 전문성이나 노하우가 떨어질 수는 있어도, 토종업체라야 현지 문화와 정서에 익숙하고 유통망 관리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이렇게 중동에 KT&G 담배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관계자본’ 토대로 리스크 늘려 물량 확대

2002년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매각이 완료되면서 KT&G는 민영화 작업을 끝냈다. 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였던 사명을 KT&G로 변경한 것도 이때다. 민영기업으로 거듭나면서 KT&G가 본격적으로 무게를 싣기 시작한 사업이 바로 해외 판매다. 공기업으로 여러 면에서 제약을 받았던 해외마케팅에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

국내 담배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점도 영향이 컸다. 국내 점유율 1위를 계속 유지하기는 했지만 인구 감소와 흡연율 하락,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전체적인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추세였다. 1980년대 한때 80%에 육박했던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2000년대 들어 50%대로 떨어졌다.2 건물 내 금연이 추진되는 등 정부 규제도 강해졌다.3 또 다른 수익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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