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하 행동경제학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은 합리적일 때보다 비합리적일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실제 ‘도마뱀을 설득하라(제임스 크리민스著, 한빛비즈 2017)’라는 책에 소개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리처드 니스벳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슈퍼마켓 앞에서 스타킹 네 결레에 각각 A부터 D까지 라벨을 붙여놓고 가장 좋은 제품을 골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왜 그 제품을 선택했는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투명도, 신축성, 디자인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특정 제품을 고른 이유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네 가지 스타킹은 모두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딱 하나, 제품이 놓인 위치만 달랐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스타킹이 놓인 위치는 선호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맨 왼쪽에 놓인 A제품이 가장 좋다는 선택을 받은 비율은 12%, 그 옆에 놓인 B는 17%, C는 31%였고 맨 오른쪽 D는 40%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의식적, 직관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1이 숙고와 사유를 하는 시스템2를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인간은 오감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의 대부분을 시스템1이 처리한다고 합니다. 가끔 필요할 때에만 시스템2가 개입합니다. 스타킹의 사례처럼 놓인 위치나 경험한 순서 등에 영향을 받은 시스템1이 선호도ㅠ를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자 시스템2가 개입해서 스타킹하면 떠오르는 몇몇 특징을 근거로 선호도를 정당화시켜줄 그럴듯한 근거를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