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4명의 직장인이 주말마다 틈틈이 회의를 하며 부업 삼아 만든 앱이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들까지 뛰어든 카메라 앱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구닥 카메라.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닮은 작은 뷰파인더에,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사진수도 제한되고,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면 무려 7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한 앱이 왜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것일까. 구닥은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차별화했고,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팬덤을 확보했다. 또 섬세한 감각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감정을 터치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석영(연세대 불어불문학,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청명한 가을 하늘이 카메라를 찾게 만드는 요즘이다. 오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대신 ‘구닥 카메라(이하 구닥)’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다. 어렸을 때 고궁이나 동물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갈 때면 부모님은 꼭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하루를 기록했었다. 구닥 앱을 클릭하니 그때 부모님 손에 들려 있던 일회용 코닥 카메라와 꼭 닮은 화면이 펼쳐진다. 노란 화면에 딱 엄지손가락 손톱만 한 뷰파인더. 시원하게 피사체가 보이지도 않고, 뷰파인더로 보이는 화면은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선명하지도 않다. 아웃 포커싱이나 줌 기능이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명쾌하다. 단지 할 수 있는 건 구도를 잘 잡고 노란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는 일뿐이다. 찍을 수 있는 사진은 24장. 24장을 다 찍으면 한 시간 동안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자연스레 오늘의 스케줄을 생각하며 24장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한다. 한 장, 한 장이 소중하고 허투루 써버릴 수 없기에 더 공들여 셔터를 누른다. ‘찰칵’ 소리와 함께 ‘끼이익’ 필름이 감기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오른쪽 하단에 표시된 숫자가 24에서 23으로 줄어든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는 인화를 기다려야 한다. 미리 보기도 없이,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지 상상하고 설레며 오롯이 72시간을 버텨야 결과물이 주어진다. 예전에 동네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며칠 뒤 달려가서 사진을 받아오던 그때 그 시절처럼. 오랜만의 기다림이 낯설기만 하다. 아직 72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앱을 들어가 몇 시간이 남아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기다림이 살짝 지루해질 때 즈음 드디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상된 사진을 비닐봉지에서 꺼낼 때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필름을 클릭해 사진을 확인한다. 결과물은 과거 일회용 카메라가 그랬듯이 ‘랜덤’이다. 제대로 초점이 안 맞은 사진도 있지만 그 시간의 밀도까지 제대로 담긴, 집안 어딘가 파묻혀 있을 앨범 속 사진과 닮은 아날로그 냄새 물씬 나는 컷도 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