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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자주 여는 리더, 불안감의 상징!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적용하는 것이 기업의 최고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관료주의와 위계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경직되고 복잡한 조직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리더의 근원적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이들의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심리적 불안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외부의 평가와 시선이 중요하다 보니 결과보다는 열심히 하는 과정을, 단순하기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프로세스를 선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이런 리더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복잡성의 함정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미 중앙정보국 CIA의 전신 OSS는 적국에 침투한 스파이들에게 비밀 소책자를 배포했다. 이른바 ‘사보타주(태업) 현장 매뉴얼’로서 어떻게 하면 적국에 침투한 스파이가 적국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연합군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본래 기밀문서였던 이 책자는 2008년 비밀 기간이 해제되면서 CIA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그런데 이 지침에는 한 가지 독특한 전략이 포함돼 있었다. 바로 복잡성이다. 다시 말해, 적국 조직 내에 복잡성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롭다. ‘모든 일을 정해진 경로나 창구를 통해 진행하자고 고집할 것, 의사결정을 단축하기 위한 어떤 방법도 용인하지 말 것, 지시를 내리는 절차나 방식을 늘릴 것, 한 사람이 충분히 승인할 수 있는 사안도 세 사람이 결재하게 만들 것.’

CIA는 이런 행동이 ‘적발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조직을 망칠 수 있는 간단한 행동’이라고 묘사하면서 실제로 “미묘하지만 매우 파괴적”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사보타주 현장 매뉴얼의 항목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왠지 낯설지 않다. 마치 이 매뉴얼을 숙지한 적국의 스파이가 우리 조직에서 암약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의 조직에서도 이러한 복잡성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한 자주 회의를 열어라, 모든 명령은 서면으로 요구하라”와 같은 몇 가지 항목은 OSS의 직접 지령을 받은 스파이의 존재를 의심하리만큼 매일의 작업 현장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들이다.

이렇게 복잡성은 매우 은밀하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더욱이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nd ambiguity)의 시대, 또는 전면적인 복잡계(Complex system)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경영 환경에서 복잡하지 않게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14년 발표한 자료에서 미국 및 유럽에서 100여 개의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복잡성 현황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밝혔다. ‘업무 절차, 조직 계층, 업무 조율 기구, 보고 승인 단계, 성과 측정 방법’ 등을 기반으로 개발한 ‘복잡성 지수’ 기준으로, 기업의 복잡성은 해마다 평균 6.7%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5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35배 수준으로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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