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카카오 조직문화
Article at a Glance
지인에게 자신이 다니는, 혹은 다녔던 회사를 추천하는 비율인 ‘지인 이직 추천율’이 90%에 달하는 카카오는 ‘수평적이고 논쟁적인, 그러나 몰입이 이뤄지는 조직문화’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과 변화에 적합한 조직문화로 ‘퇴사열풍’의 시대에 인재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업의 본질에 맞는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2) 사회적 맥락에 맞는 문화를 형성했다.
3) ‘공유’와 ‘신충헌’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그라운드 룰을 만들었다.
4) 직원 경험을 중시했다.
5) 경영진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확실한 역할을 수행했다.
DBR mini box 합병 후 핵심 가치와 원칙 창출을 위해 만들 ‘길 TF’ 다음과의 합병 후에는 의외로 진통이 컸다. 다들 IT회사라는 공통점에 ‘수평적 조직문화’로 유명했던 두 기업이었기에 아주 쉽게 조직문화의 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거의 비슷한 듯 미묘하게 다른 사람들의 취향과 문화적인 차이는 묘한 마찰음을 내고 있었다. 차라리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진 기업과 합병했다면 애초에 그 차이를 인정하고 충돌을 각오하면서 통합 전략을 짰을 테지만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너무나 비슷했기에,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미묘한 차이가 문제를 일으켰기에 해결이 어려웠다. ‘길 TF’가 꾸려졌다.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길을 논의해보자는 취지였다. 이 TF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고 다음 10개의 ‘일하는 원칙’이 합의가 돼 공표됐다. 이게 현 카카오 조직문화와 핵심 가치, 원칙의 토대가 됐다. 1. 공개하고 공유합니다. 2. 영어 호칭을 사용합니다. 3. 권한과 책임을 알고 있습니다. 4. 팀원과 다른 팀 팀장이 업무를 협의합니다. 5. 신뢰하고, 충돌하며, 헌신합니다. 6. 회의를 잘합니다. 7. 다른 부서의 일도 우리의 일입니다. 8. 빠르게 실행해봅니다. 9. 회고합니다. 10.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
잡플래닛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직원들이 말하는 장점은 2∼3가지로 모아진다. 첫 번째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구체적으로는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고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점과 직급이 없기에 승진 스트레스 없이 몰입만 할 수 있다는 점, 불필요한 문서작업도 없고 자유로운 업무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제시된다. 두 번째는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회사 자체의 성장성도 높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기회를 줌으로써 개인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걸 장점으로 꼽고 있다.
단점은 아주 다양하게 나온다. 수평적 조직이기에 의사결정이 느릴 때가 많고, 때로는 의사결정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권한과 책임이 확실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 단점은 다양하게 나오고 장점은 쉽게 압축된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하게 강하고 좋은 조직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방증하는 측면도 있다.
어쨌든 카카오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2∼3년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임지훈 대표가 2년6개월간 재직하면서 주로 했던 일이 바로 부문장들, 즉 다른 기업으로 말하면 임원급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권한도 더 부여했지만 더 중요하게는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이전 카카오에서는 내부적으로도 ‘만장일치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합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직 카카오 직원들에 따르면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거의 모든 것이 TF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결정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빠르게 결정해야 할 부분은 격하게 논쟁한 뒤 부문장급에서 책임지고 의사결정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신충헌’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면 카카오아지트나 T500 등 온오프라인상의 채널에서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할 수는 없는 구조다.
황성현 부사장은 “지미(임지훈 대표의 영어 이름)가 그런 쪽으로 내부 정비를 하는 데 힘을 많이 기울였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며 “HR 담당인 나 역시 구글처럼 수평적이면서도 단계적으로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고 지원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부사장은 그러나 “이 모든 변화, 유연하게 계속 조직을 바꿔보고 제도를 도입해보는 모든 행위는 결국 우리의 핵심 가치 ‘공유’와 ‘신충헌’이라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어’를 지키기 위해서 주변적인 요소들은 오히려 유연하게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황 부사장은 “이미 카카오 공동체 전체로 치면 5000명, 카카오만 놓고 보면 약 3000명의 직원이 있는데 수십 명, 수백 명 일하던 시절에 맞는 HR 운영방식과 원칙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며 “HR은 원래 직원이 3000명 있을 때 이미 1만 명 이상이 들어왔을 때를 상정해 선제적으로 HR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직문화’와 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 요인 분석과 시사점
위계질서와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 관행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창의적 조직문화 조성을 통해 불확실한 환경과 급변하는 시장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매니저, 프로, 님 같은 수평적 호칭의 도입, 유연/자율근무제 확산, 직급과 업무 보고라인의 단순화, 업무환경 개선과 공간 변화를 통한 업무효율성 향상 및 소통 강화 등이 그 예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와 비교해서 카카오의 조직문화 사례는 직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특별하거나 남다르게 차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CEO-부문장-파트장-셀장으로 이뤄지는 조직체계를 이미 도입한 기업도 많고, 수평적 호칭 도입이나 T500 같은 전 구성원이 회사 방향을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장을 갖는 것도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제도의 적용 여부나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만 논해서는 카카오의 차별적인 조직문화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실행을 통한 조직문화에 있어서의 ‘Knowing-Doing Gap’을 최소화했다는 데서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조직문화 인식의 간극은 경영진과 구성원 간, 그리고 구성원들 간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향점과 실제 실행 간에, 구성원 간의 상대적 인지가 얼마만큼 수렴하는지가 결국은 핵심이다. 전현직 직원들의 입사추천율이 90%에 이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일관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어느덧 매출 2조 원(2017년 기준)에 육박하고 약 3000명의 구성원 규모로 성장한 카카오가 여전히 초기 스타트업과 같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리콘밸리 벤치마킹이나 이벤트성 조직문화 활동만으로는 효과적인 문화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카카오 사례를 통해 조직문화 혁신과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프레임워크를 생각해보자.
1. 업의 본질에 맞는 조직문화 구축
조직문화는 한 조직의 암묵적인 사회질서로서 폭넓고 일관된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성공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정 기업이 속한 업의 특성, 지역, 맥락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며 이를 기반으로 전략과 리더십에 결합시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9
카카오의 일하는 방식은 ‘자기주도성’ ‘공개 공유’ ‘수평 커뮤니케이션’으로 요약된다.10
자기주도적 수평 조직문화의 성공은 일단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업의 특성과 사업 전략의 요구, 창업 초기에 형성된 자연스러운 스타트업 문화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기인했던 측면이 강하다. 적어도 조직문화의 방향성만큼은 산업 특성, 경쟁 환경, 기업 전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Connect Everything, 새로운 연결, 더 나은 세상’이라는 기업 비전처럼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와의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혁신 성공에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조직문화가 사업 특성, 전략과 잘 어울어져 모바일 메신저와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캐릭터, 게임, 금융/핀테크,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에 원동력이 됐다. 또한 소수의 뛰어난 인재가 기업에 막대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산업 특성상 자기주도적 수평 문화가 때로는 비효율성을 가져오고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를 늦추는 잠재적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실보다 득이 컸기에 이러한 문화들을 발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카카오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지역에 내포돼 있는 문화적 맥락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잘 간파해서 성공한 사례다. ‘호칭’이라는 프레임은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의사소통의 형식과 내용에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다양한 존대어와 평어가 존재하는 우리말에는 위계적 질서와 권력 거리가 내포돼 있다. 이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때로는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에서 매니저, 프로, 님 같은 호칭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활용가치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직책명을 통일해도 결국 매니저와 매니저‘님’으로 나뉜다. 또 모두를 그냥 ‘님’으로 호칭해도 어조와 목소리 톤으로 얼마든지 상명하복식의 업무관계와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 모호함과 불확실성에 호의적이지 못한 문화 특성상 호칭에 기반해 상대와의 관계 설정에 익숙했던 관행과 습관이 없어지기란 쉽지 않다. 카카오가 ‘님’조차 떼어버리고 영어 이름으로 호칭을 사용하게 된 것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된다. 평균 연령이 34세인 젊은 조직이고 최고경영진까지 스스럼없이 이러한 호칭문화에 기꺼이 동참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중에는 영어 ‘퍼스트 네임’으로 호칭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것만이 카카오만의 강점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어렵다. 또한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현실상 활용하기 어렵고, 구성원의 업무 정형화나 역할 명확도가 높은 조직에서는 단점이 오히려 돋보일 수 있으며, 일반적인 국내 기업에서의 대중적인 수용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떠한 호칭을 사용하기보다는 특정 호칭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카카오의 경우 자기주도성과 공개 공유) 연관돼 얼마나 건설적인 상호작용 및 강화효과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집중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 사회적 맥락에 맞는 문화를 형성
카카오의 조직문화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라는 사회맥락과도 시기적으로 잘 맞는다. 욜로(You Only Live Once·YOLO)나 소확행 같은 신조어가 말해주듯이 젊은 세대의 일과 직장에 대한 의미와 가치, 라이프 스타일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승진이나 더 높은 보상을 위해 과도한 업무나 힘든 수직적 인간관계를 감내했던 산업화 세대와는 다르게 심리적 성취감에 더 무게를 두고 일을 통한 즐거움 또는 ‘워라밸’을 추구하고자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경제 초양극화도 이러한 가치관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경제활동 기간 계속 저축해도 본인의 힘만으로는 마련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주택가격에 좌절한 젊은 세대의 경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기보다는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 가족과의 시간 등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대기업 선호가 강하기는 하나 좀 더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업무의 전체 프로세스를 조망해 본인의 의사결정이 시장에서 어떻게 역동적으로 실행되고 결과물로 연결되는지에 가치를 두는 젊은 세대도 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해진 가치관의 변화가 조직 내 구성원들이 기업이나 관리자에게 기대하는 여러 심리적 계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구성원들이 주를 이루는 조직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의 의미와 가치의 변화가 업의 특성이나 사업모델, 그리고 고용여건이 잘 부합돼 인재 확보, 유지뿐 아니라 조직문화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 같은 조직문화가 이를 선호하는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고 이들이 또한 그러한 문화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 유리한 환경이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카카오처럼 우호적으로만 작용할 수 없는 기업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우리 조직이 처한 현실과 제약하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이들의 니즈, 요구와 조직 경쟁력 강화 사이에서의 균형점을 찾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3. 단순하고 명확한 그라운드 룰: 공유와 신충헌
너무 많은 것을 강조하다 보면 어느 하나도 강조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의 공유와 신충헌이라는 공유된 핵심 전제와 조직규범은 단순하면서도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구성원들에게 명쾌하게 보여준다. 사업혁신과 조직민첩성은 조직 전체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어떠한 유형의 조직문화든 구성원 간에 공유된 신뢰와 믿음만큼 중요한 건 없다.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며 자신의 관점과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는 공유된 신뢰와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바람직하지만 불가피하게 비효율도 발생하기에 이를 비용이라 여기지 않는 공유된 가치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조직과 다른 구성원들이 신뢰를 보여주면 문제가 있는 직원이라도 자기 수정(self-righting)을 통해 주도와 몰입을 보여줄 경향이 높아질 것이다. 최고경영진과 상사에 대한 신뢰가 가치창출 활동에 대한 몰입을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구성원 간 조직시민행동을 확대시키고11
궁극적으로 재무적 지표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12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도 중요하다. 많은 조직에서 갈등은 비효율을 초래하거나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추는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카카오에서는 주요 안건마다 다양한 의견 간의 건설적 충돌을 장려하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같이 조직장 역할의 선명도가 낮으며 사업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에서는 특히나 토론할 때와 결정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 발달 단계에 따르면 Forming(팀 목표에 동의하고 일의 범위에 초점을 맞추는 시작하는 단계) → Storming(사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 의견이나 구성원 간 성격 등의 차이로 인해 충돌을 빚는 단계) → Nornig(공통된 목표에 필요한 규범을 만들어가는 단계) → Performing(실행 단계)으로 나뉠 수 있다.13
특히 스토밍 단계가 고성과 창출 팀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른 관점과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긴장과 갈등에 대한 관용과 인내가 없다면 팀은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 갈등(task conflict)이 자칫 관계 갈등(relation conflict)에 전이되는 경우도 많기에 이에 유의해야 한다.14
따라서 카카오 미니 개발 과정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더 나은 사업 아이디어를 위해 다양한 의견 창출로 업무상에 서로 갈등하지만 방향이 한번 정해지면 목표에 헌신할 수 있는 ‘신충헌’ 문화는 고성과 창출에 가장 중요한 스토밍 단계를 좀 더 건설적으로, 그리고 노밍단계를 휠씬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4. 직원 경험 중시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15
이란 구성원들이 회사, 그리고 회사에서의 본인들의 역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말한다. 마케팅에서 경쟁사보다 우수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참여시키고 기존 우수 고객을 유지하려는 일련의 활동과 같은 개념을 인사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의미 있는 업무, 경영진의 지원, 긍정적 업무 환경, 성장 기회,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긍정적인 구성원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5가지 요인이다.16
구성원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에 필요한 몰입과 참여는 개인의 경험과 특성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에 이를 위해 직원 중심으로 사고하고 이들 입장에서 효과적인 일하는 방식, 업무 환경, 성과 관리 프로세스 등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개선해야 긍정적 경험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접근과 방안이 필요하다.
카카오 같은 기업에서는 우수 개발자 확보와 유지가 중요하다. 개발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산업 및 비즈니스 성격인데다 요구 수준에 걸맞은 인력 공급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조직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물에 있어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높은 개발자들에게 우수한 기술 활용 여건,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 등 여러 긍정적 경험들을 다양한 경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전현직 직원들이 얘기하는 카카오에서 일하며 느끼는 큰 두 가지 장점들, 즉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높은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 직원 경험의 핵심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조직구조, 업무체계 및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성과 관리, 육성 기회 등을 다양한 경로들을 통해 형성되며 이렇게 형성된 경험은 조직문화를 강화하고 조직 전체에 다시 내재화되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특히 링크트인, 글라스도어, 우리나라의 경우 블라인드 등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다른 많은 기업에서의 직업 경험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기에 긍정적 직원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은 힘들여 고용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5. 확고한 경영진의 의지와 확실한 역할
조직문화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적 모색이 없다면 위에 언급된 모든 내용이 다 물거품이 된다. 조직문화는 인사부서에 담당하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노사 관계를 담당하는 부서의 부드러운 표현 정도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경영진이 조직문화의 최전선에서 기업가치나 목표를 위해 방향을 제시하며 솔선수범해 문화를 형성하고 인사부서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세상에서 직원들은 리더의 여러 모습과 작은 행동들에서 변화의 절박함과 진정성을 인지할 수 있다. 또한 ICT 발달로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이 용이해져 지시, 전달하는 중간관리자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핵심적인 소수 리더가 모든 것을 관리하기 힘들기에 리더의 올바른 방향 제시는 구성원의 계획과 실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와 관련한 경영진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모순된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다. 카카오의 조직문화에도 여러 문제와 부작용들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수평조직에서 비롯되는 단점인 느린 의사결정과 책임 소재 불분명, 권한과 책임의 불명확 등이다.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제도나 시스템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규제가 생기다 보면 관행으로 고착화되고 스스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경우도 이러한 문제점에 봉착해 임지훈 대표 재직 동안 의사결정에 있어 임원의 책임을 강화해 유연함과 자율성, 일사불란함 사이의 균형점을 찾았다.
조직문화가 기업의 차별적 경쟁우위 요소로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에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로의 변화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관행은 뿌리 깊고 경로의존성이 높기에 급격한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경제의 핵심인 자기주도성, 창의성, 열정 같은 개인적 역량은 규제와 통제보다는 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판단과 실행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역동적인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이행이 시급하다. 카카오 케이스가 현시점에 우리 기업에 가장 적합한 혹은 필요한 조직문화 변화의 방향과 청사진을 그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하영(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경영학부 4학년) 씨와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kimk@korea.ac.kr
김광현 교수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인사/노사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 A&M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매년 ‘우수 연구상’을 받으며 주로 글로벌 인사와 조직관리, 인재 확보와 리더십 개발, 기업문화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