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가치’를 선언했다. 10년 머뭇대던 곳에 ‘맛의 신세계’가 열렸다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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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정지영

Article at a Glance

이마트 프리미엄 PL브랜드 피코크는 출시 2년 만에 주부와 맛집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식품 브랜드가 됐다.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이라는 업의 본원적 속성에 충실

가격이 아닌 가치를 지향

③ 식품이 아닌 문화를 창출

소비자와 사회 트렌드를 잘 읽다

⑤ 적극적인 협업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윤창민(단국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와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직장인 김선영 씨(30)는 맛있는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외식할 때 가끔 난감한 경우가 있다. 1시간 줄 서서 기다린 후 맛집에 자리를 잡았는데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할 때다. “ 1인분은 안 되느냐고 따지고 싶지만 주변을 의식해 결국 1인분 주문이 가능한 메뉴를 고른다. 그는최근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혼자서 밥을 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는데다 일부 음식은 최소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 줄 서서, 눈치 보며 먹곤 했던 김 씨의 고민이 최근 해소됐다. 바로 피코크(PEACOCK) 덕분이다.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이 브랜드 제품 덕분에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또 여럿이든, 혼자서든 음식들을 쉽고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어 편리성도 더욱 높아졌다.

 

피코크는 간편가정식을 중심으로 한 이마트의 자체 식품 브랜드(PL)1 .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를 비롯한 우수 중소협력업체와 함께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만들었다. 보통 PL이나 PB라고 하면 싼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 쉽지만 피코크는 아니다. 프리미엄 PL 브랜드라는 영역을 만들었다. 가격 경쟁 대신 유명 호텔 출신 셰프와 전문 요리사들을 대폭 투입해 맛을 강조했다.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연구해 내놓지만 국내 유명 맛집과도 제휴한다. 가격이 비싸다는 약점을 맛으로 극복했다. 피코크는 출시 2년 만에 주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며 대세 브랜드로 떠올랐다. 2013년 처음 선보인 피코크의 매출액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1∼10월 피코크 매출은 6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이상 증가했다. 간편가정식 매출 중에서 피코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 4.7%에서 올해 13%대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3분기까지만 놓고 봐도 피코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이마트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섰다. 이전에는 싼 상품을 찾아 여러 마트를 전전하던 주부들도 이제는 피코크를 사기 위해 이마트로 간다.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철저히 노력한다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노력이 통한 것이다. 브랜드가 출시된 지 3년이 안 됐지만 피코크는 ‘2015 브랜드 고객 만족도간편가정식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피코크의 성공전략을 DBR이 분석했다.

 

한국에는 왜홀푸드마켓이 없나

 

2000년대 중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원들을 불러 회의를 했다. 정 부회장은한국에서도 미국의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같은 것을 만들어 보자라고 주문했다. 미국에는 홀푸드마켓, 트레이더조 등 유명 마켓에서 자체 브랜드들을 내놓고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데 국내에는 그런 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식품 브랜드와 메뉴의 다양성이 떨어진 탓에 소비자들은 몇 개의 맛밖에 경험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정 부회장은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브랜드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이후 이마트는 자체적으로 PL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자체 제품 종류를 늘리고, 프로모션도 하고, 식품 진열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이것저것 열심히 시도했다. 그런데도 10년 동안 매출이 고만고만했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PL 브랜드 비즈니스의 변곡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브랜드, 기존 제품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아예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2009, 김일환 피코크 담당(당시 HMR 팀장)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마트는 기존에 자사가 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지우고 완전히 새롭게 하기로 했다. 시장조사부터 다시 했다. 김 담당과 팀원들은 벤치마킹을 위해 세계 방방곡곡의 PL 업체들을 방문했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안 가본 PL 업체들이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니 서서히 국내와 외국 PL 브랜드의 차이점이 보였다.

 

당시만 해도 PL 브랜드의 가장 큰 포인트는 가격이었다. “가격이 싸야 한다는 것이 PL 브랜드의 확립된 성공 방정식처럼 여겨졌다. 이 외의 추가적인 가치들은 모두 가장 싼 가격 위에 더해지는 부가적인 것들로 인식됐다. 그런데 김 담당이 막상 전 세계를 돌아다녀보니 이게 아니었다. 가격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본원적 가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의류의 가치는 트렌드나 소재에서 나온다. IT의 가치는 기술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식품은? 맛에서 가치가 나온다. 많은 PL 업체들은 가격이 아니라 본연의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김 담당은당연한 사실이지만 직접 경험하면서 맛의 가치와 중요성을 뼛속 깊이 각인시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일환 피코크 담당은피코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강조하고피코크를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곳은 영국의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였다. 그곳의 간편가정식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예술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맛이 좋았던 것은 물론이고 디자인부터 상품체계까지, 모든 과정이 국내에서 미처 보지 못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품 디자인이었다. 상품의 맛을 보기 전에 디자인으로 이미 고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 식품의 맛은 무엇이고, 이 식품은 어떻게 조리하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디자인이었다. 국내 다른 식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디자인이 완전한 하나의 전략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었다. 훌륭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엄청나게 많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간편가정식은 막스앤스펜서 매장의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소비자들은 쉴 새 없이 이를 쇼핑 바구니에 담았다.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이 엄청났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곳은 파리에 있는 피카드라는 냉동식품 전문 유통업체였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냉동식품은 굉장히 차갑고 건조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피카드는 이 단순한 개념의 냉동식품을 가지고 유럽 전역에 500여 개의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품질이 떨어지는 싼 가격의 단순 식품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한 메뉴들이 많았다. 냉동식품을 요리하거나 조리했을 때 복원력도 상당했다. 가격도 싸지 않았다. 원화로 따지면 대부분 1만 원이 넘었다. 실제로 먹어봤더니 맛도 있었다. 거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는 냉동식품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여기서 또 한번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피카드에 대해 알아보고 더 놀랐던 것은 자체 공장이 없다는 점이었다. 피카드 측에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상품개발을 할 수 있는 상품개발자, 기획할 수 있는 기획자, 훌륭한 디자이너, 상품의 안정성을 증명하는 전문가들로부터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나옵니다라는 답을 들었다. 공장 운영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장을 갖고 있으면 제품을 생산하고 재고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변해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로 좇아가기 벅차고 공장 운영에만 매달리게 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담당자는 이에 더해피카드는 전 세계에 공장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생산능력이 검증된 세계 어느 식품 공장과도 협업할 수 있단 의미다. 전문화된 강소기업들에 생산을 의뢰하고, 거기서 만든 제품을 피카드에서 검증해 내놓는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란 설명이었다.

 

업체들을 방문하는 것 외에 세계 5대 식품박람회 등 세계에서 열리는 식품 관련 전시회와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석했다. 2∼3년 동안 오로지 벤치마킹을 위한 시장조사만 했다. 어떻게 보면 직접적인 수익이 나지 않는 투자의 시간이었지만 헛되지 않았다. 국내에 안주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도 힘들었고 하루에도 수십 가지를 먹다보니 음식이 물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약 80여 가지의 음식을 먹기도 했다. 김 담당은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계속해서 외국 음식을 먹는 게 마냥 좋지는 않았다. 어떤 때는 라면밖에 생각이 안 났다. 그때가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었을 때인데, 현지 협력 업체에 한국 식품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세계 유수의 매장에서 수천 가지 음식을 먹었는데 볼로냐에서 먹었던 라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또 다양한 음식을 맛보면서 김 담당이 확실하게 느꼈던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음식은 단순히 음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음식은 문화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외국의 유명 음식을 국내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선보일 수 있을까를 더욱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최고로 훌륭한 피자가 한국 사람에게는 느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그 제품을 그대로 만들어 한국에 파는 것은 안 된다. 협력 업체 담당자와 이야기를 할 때도 이 점을 강조했다. 외국에서 협력 업체 담당자가 오면 무조건 한국의 맛집에 같이 갔다. 그리고는이게 한국의 맛이다라고 강조하면서 그들이 한국인에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가져오게끔 만들었다. 이런 작업을 3년 정도 하니까 그들도 점차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파악해 나갈 수 있었다. 해외 파트너들도 처음에는 단순히 외국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 위주로 제품을 가져왔다. 그런데 점차 한국의 문화와 맛을 이해하면서 한국인들이 딱 좋아할 만한 음식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피코크의 탄생

 

음식은 문화라는 점을 익히고 배우면서, 또 여러 업체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이마트는 새 PL 브랜드 개발 전략에 착수했다.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전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그 음식을 꼭 신세계푸드에서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외부와도 협업하기로 했다.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만큼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는 대신 새 PL 브랜드를 내놓기로 했다. 지난 10여 년간 이마트에서 해왔던 기존 PL 브랜드이플러스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새 브랜드의 포지션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가격은 국내 최고 식품 브랜드의 상품과 같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설정했다.

 

그 다음 남은 것은 브랜드 이름이었다. 사내와 외부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받았는데 마음에 안 들었다. 디자인은 완성돼가고, 제품 출시일은 다가오는데 큰일이었다. 그때 어디선가피코크라는 얘기가 나왔다. 공작새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의 어감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 피코크는 1970∼1980년대 나온 신세계의 의류 PL 브랜드 이름이다. 신세계그룹의 정통성을 담고 있으면서 위엄과 유연함, 그리고 번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김 담당은당시 선배들이 앞장서서 만든 PL 브랜드를 다시 살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피코크라는 이름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의류 브랜드 피코크가 나왔을 때가 패션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식품의 시대다. 이마트 직원들에게 피코크를 다시 살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브랜드 슬로건은맛의 신세계로 정했다. 이렇게 피코크가 탄생했다.

 

새로운 도전

 

피코크 출시 후 이마트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식품의 분류 체계를 바꾸는 일이었다. 기존 식품 분류 체계는 고객이 아니라 식품회사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조미료, 냉동식품, 냉장식품, 대용식 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피코크는 이를 한식, 중식, 웨스턴, 라이스프타일, 디저트 등 고객이 봤을 때 익숙한 방향으로 바꿨다. 고객들이 식사를 고를 때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는지를 고려해 반영한 것이었다. 고객들은한식을 먹을까? 중식을 먹을까? 이탈리안 음식을 먹을까?”를 먼저 고민한 다음 메뉴를 고른다. 그래서 피코크는 한식코너, 중식코너 등으로 분류해서 고객들이 원하는 코너에 바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업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새로 한 것이다.

 

사실 식품 분류 체계를 바꾼다는 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마트가 갖고 있는 기존 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산 시스템도 바꿔야 하고, 이마트 홈페이지, 매뉴얼 등 모든 것에 변화가 필요한 아주 복잡한 작업이었다. 일부에서는왜 굳이 이걸 바꿔야 하느냐라는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피코크 브랜드 출시와 함께 많은 것이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김 담당을 비롯한 피코크팀은 식품 분류 체계 개선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새로운 일이다 보니 일하는 과정에서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김 담당은큰 작업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견을 고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에 있는 피코크 키친

 

두 번째는 디자인이었다. 여러 PL 업체들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맛보다 앞서 디자인으로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진부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으로 소비자에게 피코크를 어필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했다. 신세계그룹의브랜드 전략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세계그룹 브랜드 전략팀에는 디자인과 관련한 국내 톱 인재들이 모여 있다. 회사의 모든 브랜드를 관할하는 곳인데 필요할 때마다 이곳에서 조언을 구하곤 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우쳤기 때문에 전략이나 기획, 혹은 영업부서만인 아니라 디자이너들도 피코크의 전략과 비전에 대해서 잘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요 제품 디자인은 모두 브랜드 전략팀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디자인을 외부에 맡길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각 식품별로, 메뉴별로 디자인이 통일되지 못할 수 있고, 이마트의 비전이나 전략을 제대로 공유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피코크팀 회의 때는 디자이너도 꼭 참석하도록 했다. 디자인이 피코크 전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피코크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상품 디자인을 했다. 그 결과 피코크의 비전과 의미를 담으면서도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수백 가지의 음식이 피코크 브랜드로 팔린다. 모든 디자인은 피코크 브랜드의 동일성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각각의 음식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협업이었다. 맛있는 상품을 만들자는 것은 식품 업체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맛없는 것은 절대로 판매하지 말자는 것이 피코크팀의 다짐이었다. 피코크는 그 위에 스토리를 더 얹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마트, 신세계 외부와도 협업이 필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맛집을 발굴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요리 대가들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들기로 했다. 피코크 팀원들은 경상도, 전라도, 경기도,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맛집을 탐방했다. 블로그나 SNS, 지인 추천 등의 경로를 통해 정보를 획득했다. 시골 산지, 바닷가, 섬 등 오지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남원추어탕, 초마짬뽕 등의 인기 메뉴가 모두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일단 맛이 검증되면 기획자들이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는다. 그 다음 여기에 어떤 스토리를 얹힐 것인지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마트가 여러 맛집을 찾아다니고 외부와 협업을 한 이유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 중 하나였지만 동시에 식품업()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컸다. 또 식품 제조업체들은 유통망이 따로 없다. 하지만 이마트는 소비자들에게 식품을 선보이는 마트라는 채널이 있다. 피코크는 자사가 가진 유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초마짬뽕부터 남원추어탕까지

 

‘맛있는 음식을 고객에게 선보인다는 기치 아래 외부 식당과의 협업을 시도했지만 모든 게 쉬웠던 건 아니다. 콧대 높은 맛집 사장들을 설득하는 일은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웠다. 대기업과 협업한다고 해서 모든 사장들이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한 맛집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사장은 굉장히 소탈하고 좋았다. 요리와 관련해서 평생 한 우물만 팠다. 이렇다보니 일가친척들이 모두 그 사장에게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사장은 피코크와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는데 친척들이 계속해서 추가 조건을 내걸어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피코크팀에서 사장을 찾아가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했다. 아예 공동 프로젝트를 거부하는 곳도 많았다. 대량으로 식품을 만들다 보면 자신들이 요리하는 것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찾아가서 삼고초려, 사고초려, 오고초려까지 했다. 고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맛은 우리가 똑같이 낼 테니, 많은 사람들이 이 맛있는 음식을 먹어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라고 수없이 반복해 말했다.

 

 

피코크 조리 사진(연출컷)

 

협업의 대표 사례 중 하나가 초마짬뽕이다. 동네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식에는 조미료를 많이 사용했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런 생각이 안 들게끔 짬뽕, 짜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마트에서 호텔 출신 셰프들을 기용해 짬뽕을 만들어 봤다. 만들어서 판매했는데 기대만큼 매출이 안 나왔다. 더 맛있는 짬뽕이 필요했다. 홍대의 유명 맛집초마가 눈에 들어왔다. 초마의 사장은 피코크의 취지를 알고 적극 동조했다. 다만 맛에 대해 걱정했다. 초마의 짬뽕은 불맛이 핵심인데 피코크에서 이 맛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우려였다. 맛을 낼 수만 있으면 같이 일을 하겠다고 했다.

 

피코크 팀원은 당장 조사를 시작했다. 불맛을 내기 위해서는 초대형 웍(wok)이 필수라는 점에 착안해 피코크 초마짬뽕 생산업체는 직접 초대형 웍을 주문 제작해서 불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중식 요리사들을 초빙해 다시 짬뽕을 만들었다. 열 번도 넘게 내부에서 맛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다. 진짜 초마짬뽕에서 나는 불맛이 나는지, 안 나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짬뽕을 만들어서 가져갔고 초마 사장은어떻게 이 맛을 냈냐고 놀라며 제품화를 허락했다. 제품화가 결정되자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중식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도록 붉은 색을 활용했다. 이렇게 해서 피코크의 인기 상품 초마짬뽕이 탄생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홍대 초마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지 않고도 초마짬뽕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인기 제품인 남원추어탕을 성사시키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원시의 추어탕 가게들과 협의를 했는데 이마트는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국산 미꾸라지만 쓴다는 보장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기업과 일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와 협업하다보니 일의 프로세스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남원시에서 국산 미꾸라지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일이 술술 풀렸다. 남원추어탕이 인기를 모은 것은 물론 유명 산지의 우수한 원재료를 사용해 지역 특산물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피코크와의 성공적인 협업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지자체에서 먼저 제안이 오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한정식 전문점 삼원가든과도 협업했다. 삼원가든의 인기메뉴인 맑은 육개장과 육개장 갈비탕을 피코크로 출시했다. 상품개발 과정에서 삼원가든 육수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육수 엑기스를 만들어 대량 생산하기보다는 가정식 조리공법을 적용했다. 직접 사골 육수를 우려내 깊은 맛을 냈다. 특히 사골육수 개발에 적용한 4단계 열수추출 기술은 신세계푸드 R&D 센터에서 개발한 것으로 현재 공정기술에 대해 특허출원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지역 맛집으로 유명한 송추가마골과 제휴한송추가마골 돼지고추장 불고기’, 광장시장의 대표 맛집순희네 빈대떡같은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자체 상품 개발

 

피코크의 상품 전략은 기본적으로 투 트랙(two-track)이다. 외부 맛집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내놓는 것이 하나, 나머지 하나는 자신들이 기획해서 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피코크가 자체 개발한 식품 중 인기메뉴는 어묵이다. 김 담당은어디 가서 봐도 어묵은 다 부산어묵이다. 그래서 살펴봤더니 정작 부산에 공장이 있는 어묵 브랜드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명 식품 제조회사에서 만드는 부산어묵은 모두 수원이나 충청도 지역에 공장이 있었다. 이에 피코크는 우리가진짜 부산어묵을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다. 협력업체 리스트를 살펴보니 부산에 있는 어묵 공장이 하나 있었다. 그곳 사장을 만나다른 곳에서는 부산에서 만들지도 않는데 부산어묵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번 제대로 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피코크 부산어묵이다. 자체적으로 음식을 개발할 때는 품질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다. 특히 생선을 갈아 만드는 어묵 같은 음식은 더하다. 그래서 일부러 워킹맘에게 제품 평가를 부탁했다.

 

단무지를 선보일 때였다. 마침 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단무지 제조공정을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보도 영상에는 썩은 재료부터 위생 관리까지 엉망이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때 피코크팀은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깨끗한 단무지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때 동부이촌동에 있는 50년 된 초밥집을 알게 됐다. 이 초밥집 사장님은 50년 동안 단무지를 직접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보통 초밥집에서는 초밥 같은 주 메뉴는 직접 만들지만 단무지 같은 음식은 외부에서 사는 게 일반적인데 이와 달랐다. 직접 찾아가서 먹어보니 맛이 아주 뛰어났다. 반찬 하나도 쉽게 생각하지 않는 사장의 마음도 느껴졌다. 초밥집 사장은단무지를 직접 만든 것은 내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 대한 예의고 요리에 대한 나의 열정이라고 말했다. 단무지를 같이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협업이 무산돼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피코크팀에서 직접 단무지를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맛있는 단무지를 이 가게를 아는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피코크팀은 이 단무지의 건강하고 감칠맛 나는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로 했다. 맛뿐만 아니라 건강도 신경 썼다. 아삭하고 단맛을 내는 단무지를 만들되 노란색을 내는 데 쓰는 색소나 빙초산은 안 넣기로 했다. 그래서 친환경 무, 무농약 무를 재배하는 곳을 찾고 수소문했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철학을 재료 선정부터 상품화까지 모든 공정에 적용했다. 단무지 포장지에는 자연스러운 무 이미지를 넣었다. 시중에 나온 단무지보다 덜 노란 빛깔, 그리고 더 아삭한 단무지가 나왔다. 그럼에도 자극적인 식품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기보다는 피코크 본연의 철학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서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했다. 김 담당은무엇을 개발하고 선보일 때 늘 기본, 우리의 철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

 

피코크 준비 당시 이마트 직원들이 외국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의 다양성이었다. 피자 하나, 스테이크 소스 하나만 봐도 종류가 수십 개가 넘는다. 그런데 한국은 아니었다. 일부 브랜드가 한 식품 카테고리를 점령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레라고 하면 특정 카레 제품이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이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수입 맥주가 많이 들어오면서 지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하이트와 OB맥주 등이 한국 맥주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이마트는 피코크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이를 위해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택했다. 소품종 다량 생산이면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에서 승부를 볼 수 있지만 소비자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면 원가에 부담이 있지만 피코크는 대신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주력했다. 김 담당은지금은 식품의 시대라며맛있는 음식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명품 가방을 사려고 식사를 굶곤 했지만 지금은 SPA 브랜드 옷을 입더라도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했던 것은 피코크팀의 빠른 기동력 덕분이었다. 피코크는 대중의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재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시장에 제품을 선보였다. 일단 아이디어가 확정되면 강하게 밀어붙였다. 초마짬뽕은 기획하고 만드는 데 5개월이 채 안 걸렸다. 보통 식품 제조회사에서 한 제품을 선보이는 데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속도다. 한 유명 식품 회사의 경우 1년에 내놓는 제품이 평균 100개 정도 된다. 그런데 피코크는 2년 사이에 500개가 넘는 식품을 선보였다. 일의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과정이 과감하고 빨랐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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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크에서 제품을 내놓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식품의 가치인 맛이다. 이 때문에 상품을 출시하기 전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를 거친다. 말단 직원부터 최고경영진까지 모두 컨펌을 받아야 제품이 나갈 수 있다. 일단 식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기획단계가 있다. 이때는 개발팀, 운영팀, 마케팅팀(디자이너), 피코크 키친팀, 브랜드 담당자 등이 참석한다. 아이디어가 좀 더 구체화되면 샘플작업을 한다. 결과가 나오면 피코크 셰프와 바이어, 업체, 개발자 등이 와서 1차 시식을 한다. 그 다음 주부평가단이 와서 맛을 본다. 그 후에는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좀 더 전문적인 검사를 한다. 관능검사라고 해서 색깔, , 맛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때는 식품 분야의 국내 최고 교수들도 여럿 참여한다. 그렇게 해서 모든 단계에서 통과가 되면 이제 김 담당을 비롯한 피코크팀에서 다시 테스트를 한다. 여기까지 통과가 되면 마지막으로 본부장 이상급의 최고경영진에게 간다. 이 모두를 전부 통과하지 못하면 제품을 절대로 출시할 수 없다. 다양한 집단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아야만 하는 까다로운 절차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도 출시가 안 된 제품도 수두룩하다. 일주일에 두 번씩 테이스트 키친을 열어 신상품 품평회도 한다. 주기적으로 맛을 검사하고 개선할 부분을 찾는다. 정 부회장이 주도해서 품평회를 진행한다. 미식가로 소문난 정 부회장의 높은 기준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복잡한 맛 검증 절차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게 바로 떡볶이다. 국내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만큼 국민 대부분이 떡볶이 전문가다.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가 아주 어렵다. 떡볶이 개발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출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떡볶이도 충분히 맛있지만 좀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계속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을 출시한다고 다가 아니다. 기존 제품 중 소비자 평가가 안 좋거나 매출이 저조한 제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맛 보완 작업을 펼친다. 소비자 반응을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매출이다. 매출이 부진한 제품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무엇이 문제인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등을 살핀다.

 

여러 가지 음식을 선보이고 또 연구를 하다보니 맛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피코크팀이 가장 정성을 쏟는 단계가 바로 재료 선정이다.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방울토마토로 토마토소스를 만든 예가 없다. 방울토마토로 소스를 만들면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소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토마토의 종류가 한정돼 있다 보니 국내에 나와 있는 토마토소스의 맛이 다 비슷비슷하다. 소비자들이 자기 취향대로 토마토소스를 먹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피코크는 이탈리아에 가서 방울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생산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식품을 만들어 한국에 가져오는 일인데 쉽지 않았다. 엄청난 투자비가 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소스를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으로 계속 일을 추진했다.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재료로 소스를 만든 다음 국내 셰프들이 맛 보정 작업을 했고 결국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피코크 인기 메뉴

 

 

식품이 아닌 요리를 판다

 

피코크는 단순한 식품 브랜드가 아니다. 그 자체가 요리다. 이런 철학에서 피코크는 올해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에 피코크 키친을 만들었다. 김 담당은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소통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접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객이 피코크의 상품을 체험하는 게 중요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해외의 많은 곳을 벤치마킹했다.

 

그때 미국의 웨그먼스 푸드마켓(Wegmans Food Market)이 눈에 들어왔다. 웨그먼스 푸드마켓은 뉴욕 로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올해 미국 내 기업평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마존을 제쳤다. 웨그먼스 푸드마켓에서 어떻게 하는지 조사해 봤다. 가격이 높았지만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호텔에서 일하는 셰프들이 모두 이 마켓의 일반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셰프들은 단지 요리를 보여주고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 고객들이 요리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알려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웨그먼스 제품을 갖고 할 수 있는 요리에 대해 소개하는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이런 식이다. 이를 벤치마킹했다. 손님들이 요리를 체험하고 맛볼 수 있도록 레스토랑을 꾸몄다.

 

국내에는 이런 시도들이 거의 없었다. 대형마트 사업이 국내에 정착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푸드코트만은 늘 예전 그대로다. 그래서 올 6월 세계 여러 먹거리들을 한데 모아놓고 요리도 가르치는 피코크 키친을 연 것이다. 이곳에서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요리와 음식문화를 전파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에 가장 신경을 썼다. 손님들이 언제든 와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셰프들이 직접 피코크 제품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 주부들은 요리사들이 피코크 식재료를 통해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단순히 셰프들이 요리만 시연하는 게 아니다. 주부들은 이곳에서 요리에 대해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 피코크 브랜드를 체험하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그러다 보니 킨텍스점에서는 이미 스타 셰프가 탄생했다. 지역 내 유명 인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팬클럽까지 생겼다.

 

피코크 키친 안에는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도 여럿 있다. 팟타이, 차오멘 등 아시아 각국의 누들을 판매하는 ‘ASIAN MARKET’, 인도 커리 전문점 ‘CURRY&BREAD’, 한식을 파는백자소반’, 미국 수제 버거 전문점인자니 로켓’, 레모네이드와 포테이토를 즐길 수 있는 ‘LEMONADE&POTATE’ 16개의 가게가 있다. 피코크 측은브랜드의 진정성,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피코크 키친을 만들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Life Delicious’의 문화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측은 내년에 6군데 더 피코크 키친을 오픈할 예정이다.

 

도전은 계속된다

 

피코크는 계속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숙명여대 한영실 교수 및 식품 영양 전문가들과 개발한엄마기준이다. 이는 피코크의 서브 브랜드로 피망 소고기 볶음밥, 딸기잼 등 어린이들을 위한 식품을 만든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맞는 옷과 신발을 골라주면서 정작 몸을 자라게 하는 음식은 어른들과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브랜드인만큼 안전과 영양에 각별히 신경 썼다. 보존제나 향미제, 착색료, 산화방지제 같은 첨가제를 넣지 않았다. 볶음밥 용기도 환경호르몬 문제가 없도록 전자레인지로 고온에서 가열해도 안전하도록 실리콘 코팅을 했다.

 

피코크는 이처럼간편가정식이라는 한계를 넘어소비자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사서 먹지만 집에서 정성들여 만드는 것처럼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1인 가구, 노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HMR(Home Meal Replacement) 같은 편이식의 소비는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 피코크 측은사용하는 식재료부터 레서피, 패키지 성분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 문화의 확산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피코크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업의 본원적 속성에 충실하다

식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이다.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과 서비스로 무장했더라도 맛이 없으면 고객은 발을 돌리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고객의 시선을 잠깐 빼앗아올 수 있겠지만 맛이 없으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식품업의 본원적 속성인 맛에 집중했던 피코크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외형적 화려함을 동반한 일시적 대기업 효과라는 편향된 해석을 불식시키는 것도 바로맛의 우수함이다.

 

 

‘업의 기본에 충실이라는 이 명제가 왜 그리 지키기 어려울까? 사업을 하다보면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업의 본원적 속성은 도외시한 채 의미 없는 외형 경쟁에 함몰되기 쉽기 때문이다. 상대가 새로운 속성으로 불을 지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대응하게 된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속성을 지속적으로 부가하다보면 어느새 업의 본연은 가려진 채 도토리 키 재기식의 소소한 외형 경쟁만 남게 된다. 복잡하게 꼬여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업의 본원적 속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단순한 시도가 때로는 큰 영감을 주고 무의미한 차별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차별을 찾아내게 한다.

 

가격이 아닌 가치를 지향하다

경영자 혹은 마케터들은 흔히 가격이 차별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진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황, 저성장 시대에는 무조건 싸게 내놔야 한다는 저가격 강박증에 시달린다. 무의미한 가격 경쟁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기업 스스로도 부실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정작 소비자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원하는데도 기업은 가격만 부각시키는 때가 많다. 가격은 가치창출에 한 부분일 뿐이지 결코 전부가 될 수 없다. 비즈니스의 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피코크는 여느 기업과 다른 발상 전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경쟁적으로 싼 가격에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가격지향이 대세인 상황에서 가격이 좀 높더라도 그만한 값어치, 즉 혜택을 제공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은 걸림돌이 아니라는 사고를 한 것이다. 이런 시도는 애플에 비유될 수 있다. 아이폰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비록 비싼 가격이 책정되더라도 그 이상의 혜택을 누린다면 소비자는 마음을 연다. 그동안 우리가 지향해온 것이 단지 낮은 가격을 통해 고객에게 무작정 다가가려고 한 것이 아닌지 되묻을 필요가 있다.

 

가치를 함수로 표현하면 편익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 값이다. 편익은 물건, 또는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얻는 혜택이다. 비용은 편익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희생이다. 많은 기업들은 편익은 고정시킨 채 단순히 비용에 해당되는 가격을 낮추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가격이 높게 고정돼 있더라도 그 이상의 편익을 창출한다면 훌륭한 가치가 나올 수 있다. 기업의 흔한 실수 중 하나가 마케팅을 단순히파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요즘엔 ‘OO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많이 만들어내다 보니 마케팅이 부정적 개념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마케팅이기만적으로(상술로) 판다라는 개념으로 등식화되는 것 같다. 사실 마케팅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치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매우 바람직한 의미를 지닌다. 어느 누군가가 어떤 대상에 대해 가치를 느낀다면 그 사람에게는 행복이라는 것이 발생하게 된다. 피코크의 가치지향 마케팅은 고객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제품이 아닌 문화를 창출하다

피코크가 단순히 식품에 머물지 않고 피코크 키친 등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요리문화를 창출해가는 것은 많은 기업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서구에 비해 지나치게 제품 중심, 판매 중심에 초점을 맞춰왔다. 앞으로 문화 중심, 체험 중심으로 비즈니스 개념이 확장돼야 한다. 이 대목에서 스타벅스가 떠오른다. 스타벅스가 단순히 커피를 판 것이 아니라 새로운 커피문화를 체험시킨 것처럼 피코크는 단순히 식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음식, 요리문화를 체험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창출의 첫 출발은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눈으로 제품을 바라보는 것이다. 피코크는 에피타이저/메인/디저트의 구분이 아니라, 조미료/냉장/냉동의 구분이 아니라, 한식/중식/웨스턴식의 식품 구분을 만들었다. 이는 생산자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 관점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문화 창출은 소비자 눈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신사업을 할 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필요가 있다. 나무만 보게 되면 현재 눈앞의 제품에만 급급하게 된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제품과 함께 소비될 수 있는 분위기, 기운, 감정 창출에 초점을 두게 되면 문화라는 다양한, 각양각색의 또 다른 가치물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떤 한 제품을 만들거나 브랜드를 출시할 때 새로운 문화 창출이라는 좀 더 거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피코크 제품

 

소비자와 사회 트렌드를 잘 읽다

피코크는 현대사회의 변화와 함께 소비자의 심리 패턴을 잘 읽어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갈수록 음식에 고관여화된다는 것을 잘 파악해냈다. 패스트패션 옷을 입더라도 먹는 것은 고급스러운 것을 원한다. 이런 기조가 브런치뿐만 아니라 딘치(런치와 디너 사이)를 만들어내고, 커피 전문점과 디저트카페의 활황, 백화점 식당가의 대형화, 전문화 등을 이끌고 있다. 식문화의 고급화는 심적회계(mental accounting)이론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기업 회계에 각각의 계정이 있듯이 사람의 머릿속에도 각 아이템별 계정이 있다. 그런데 이 계정들은 통합 운영되지 않고 분리돼 운영되며, 갈수록 이런 추세는 강해진다. 불황이라고 모든 계정을 다 아끼는 것이 아니다. 일부 계정은 아끼는 반면 또 다른 계정은 아낀 계정에서 남긴 여유분을 넘겨 사용한다. 아껴 모은 돈으로 심리적 위안을 찾는 데 올인(all-in)하는작은 사치라는 말도 그 기제를 보면 심적계정의 분리운영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소소한 일상에서 대리적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먹는 것이다. 요즘 먹방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인기 셰프가 여럿 등장하는 것, 고급 외식문화가 발전하는 것도 보상적 소비의 프리미엄화, 상징화 추세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식문화의 발전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을 경험한 일본에서 서구사회의 다양하고 고급화된 먹거리문화가 발달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트렌드를 읽고 대응하는 것은 성공 기업의 기본 요건이다. 생물체가 주변 환경변화에 적응 못해 사라지는 것처럼 기업 또한 소비자와 그를 둘러싼 사회 환경, 트렌드 변화를 읽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협업하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의 이면에는 늘 협업(Collaboration)이 함께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남의 장점을 적극 받아들이고 이식해 보다 강인한 존재로 진화해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 협업에 나선 피코크의 전략이 돋보인다. 그룹 내 계열사와의 협업은 물론이고 전국 맛집, 셰프와의 협업은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나보다 더 잘해 배울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파트너십을 만들고 서로 윈윈하면서 생활 속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간다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오랜 역사와 함께해온 종()은 외래종으로부터이식(transplantation)’을 잘해온 종이다. 기업 또한 성공방정식에 이식이라는 키워드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나중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식을 전제로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추진할수록 좋다. 이런 면에서 피코크가 막스앤스펜서, 피카드, 웨그먼스의 문화와 시스템을 초기 단계부터 이식시키고자 노력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외부로 나가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벤치마킹 여행을 떠난 점은 많은 기업에 시사점을 준다.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 서핑으로 간접 경험을 통해 가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나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체험하고 적용할 아이템을 찾은 생()경험이 중요하다.

 

뛰어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다

첫출발이 훌륭한 아이템이라도 브랜드 관리가 따라주지 못하면 단명하고 만다. ‘한때 잠깐 주목받다 사라지는 제품이 될 것인가아니면고유한 기운이 다양한 제품군에 스며들어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존재가 될 것인가는 바로 브랜드 관리 노력에 달려 있다. 성공한 제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면 반드시 장기적 안목에서 브랜드 관리전략이 따라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피코크는 시작 단계부터 브랜드 관리를 중요하게 바라보고 일관되고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수많은 제품들의 각 특성을 살리되 피코크 브랜드 이미지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원화된 조직을 운영한 점이 눈에 띈다. 모든 단계에 디자이너를 투입해 디자인 작업까지 꼼꼼히 고려했다. 이렇다보니 개별 제품의 특성은 살리되 브랜드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엄마기준이라는 어린이용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 운용한 점이 돋보인다. 다양한 제품군으로의 브랜드 확장을 통해 피코크의 브랜드 노출 기회를 늘리는 장점과 함께 피코크가 장기적으로 모브랜드(parent brand)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브랜드가 비약적으로 크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순차적으로 다양한 제품군으로의 서브 브랜딩 확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체험 관리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제품 경험으로 끝날 수 있는 피코크 브랜드 경험이 피코크 키친을 통해 경험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피코크 키친을 통해 소비자는 제품뿐만 아니라 셰프를 직접 만나고 그들로부터 다양한 요리를 체험할 수 있다. 이는 제품 터치포인트의 질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DBR Mini Box

 

 

노브랜드(NO BRAND)

이마트는 프리미엄 PL 브랜드 피코크와 정반대의 초저가 PL 브랜드도 내놓고 있다. 바로노브랜드전략이다. 노브랜드라고 해서 브랜드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품의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포장 등 기타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춰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4월 노브랜드더 경제적인 1겹 화장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10여 개의 제품이 출시됐다. 식품 40여 개, 비식품 품목 70여 개 등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물티슈가 있다.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물티슈의 가격이 정상가 기준 1매당 16.7원이다. 노브랜드 물티슈 가격은 1매당 8원으로 가장 저렴한 제품보다도 50% 이상 싸다. 기존 제품 대비 두께를 낮춰 재료비를 줄였다. 싸기만 하고 품질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가격 대비 사용감이 좋아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무용이나 청소용으로 물티슈를 쓸 때는 제품의 기본적인 기능만 있어도 된다는 판단에 따라 제품이 기획됐다. 최근 반려 동물의 수요가 늘면서 반려견의 용변을 처리할 때 쓰는 싼 물티슈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노브랜드 물티슈는 718일 출시돼 119일까지 200만 개가 팔렸다.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티슈 60여 개 가운데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물티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에 달한다.

 

감자칩도 인기다. 629일 출시 이후 현재까지 16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판매한 프링글스(150g) 37만 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제품이 나온 지 4개월 만에 프링글스 한 해 전체 판매량의 4배 이상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7월 출시된 팬티형 기저귀는 로열티를 없애는 방식으로 값을 낮췄다. 현재 팔리는 대다수 기저귀에는 유명 캐릭터들이 새겨져 있다. 캐릭터를 쓰려면 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영아들이 기저귀에 그려진 캐릭터를 알 리 없다. 캐릭터를 없애 원가를 낮추면 실용성을 중시하는 부모가 많이 찾을 것이라는 게 이마트의 생각이었다. 노브랜드 기저귀는 현재 이마트가 파는 70여 개 기저귀 상품 중 매출 5위다. 매출 상위 10개 상품 중 하기스 제품이 아닌 것은 노브랜드가 유일하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품을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으로까지 확대했다. 독일에서 최저가 전자레인지를 소싱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가 해외 소싱을 통해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는 ‘MON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데우는 기본 기능인 온도와 시간조절 기능만 갖고 있다. 보통 전자레인지의 일반 용량이 20∼23L인데 이를 17L로 줄였다. 출력도 800W에서 600W로 낮춰 제품 가격을 52000원까지 떨어뜨렸다.

 

포장비용을 줄이는 것은 노브랜드 상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노브랜드의 모든 상품은 노란색 단색 포장지를 쓴다. 포장지 겉면에 그림이나 사진이 없다. 물티슈의 경우 플라스틱 캡도 없다. 포장비용을 줄일수록 가격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페이스북에서 노브랜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물건을 구입할 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브랜드지만 노브랜드는 좋은 품질을 더 좋은 가격에 드리기 위한 이마트의 노력이라고 평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품목을 대거 확대하기로 했다. 뚜껑 없는 변기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현재 150여 개까지 품목 수를 늘렸다. 가격 상승 요인인 브랜딩을 배제하면서 상품의 최우선 가치인 품질, 가격 등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9호 2017 Business Cases 2017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