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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제약·바이오 글로벌 전쟁에 ‘도약대’ 절실

현종수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2023년 한 해 동안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핫’했던 키워드는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약물접합체)다. ADC는 최근 신약 개발 방식 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로 독성이 강한 약물을 항체에 붙여 질병 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고 정상 세포로 가지 못하게 하는 표적 지향형 치료제의 특성을 갖고 있다. 원하는 부위를 정밀 타격해 ‘유도탄 신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ADC가 차세대 항암제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들어서만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수십조 원을 들여 기술을 사들이는 중이다. 일례로 화이자는 지난 3월 ADC 전문 개발사인 시젠(Seagen)을 43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했다. 이 밖에도 독일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업 바이오엔텍은 중국 듀얼리티 바이오로직스로부터 ADC 후보물질 2종을 1억70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도입했고 미국 암젠 역시 네덜란드 기업 시나픽스와 최대 20억 달러(약 2조5000억 원) 규모로 ADC 치료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세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공동 연구 및 개발 협력에 나서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레고켐바이오가 2022년 말 암젠에 1조6000억 원대 ADC 기술 수출 계약을 맺는 등 나름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ADC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항체, 페이로드(약물), 링커 등 ADC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만들어 ADC 개발을 돕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ADC 시장 규모가 2026년에 130억 달러(약 16조 9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ADC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ADC에 대한 황금빛 전망 이면에 우리가 눈여겨볼 점이 있다. ADC 이론은 1913년 독일의 과학자 파울 에를리히에 의해 정립됐다. 다시 말해 이미 100년도 더 된 이론이란 뜻이다. 하지만 1세대 약물이 개발된 것은 1990년대 이르러서다. 초기 약물은 다양한 기술적 한계로 인해 중도에 개발이 중지됐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ADC 약물은 다양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엄청난 재원이 투입된 결과물들이다. 이는 정부 주도가 아닌 업계의 꾸준한 R&D 투자로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행보는 우려스럽다. 과거에도 정부와 바이오 업계는 최신 유행만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한정된 자원으로 유행을 따라가는 사이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 연구들은 등한시됐다. 현재에도 업계는 ADC 외에 면역항암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비만치료제 등 최신 유행을 좇아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의 핵심 미래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신 유행하는 신약 개발 물질이나 방법을 따라가려는 방식이 아닌 산업 내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분야는 오히려 여기에 있다. 정부는 업계와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what)가 아닌 어떻게(how)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 현종수 현종수 | SCBio 제품개발실 본부장(전무)

    필자는 노바티스, 에피멕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해외 제약사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의약품 개발에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화케미칼, 삼성바이오로직스, 종근당, 차바이오텍 등 국내 제약사에서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을 담당했다. 최근 항암 신약 개발 벤처인 SCbio에 합류해 신약 개발 및 해외 진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퍼듀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 MBA, 고려대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js.hyun@sc-bi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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