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00개씩 슈팅 연습… 과연 뛰어난 농구선수가 될까

238호 (2017년 12월 Issue 1)

PDF 다운로드 횟수 10회중 1회차 차감됩니다.
다운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아티클 다운로드(PDF)
4,000원
김유겸

스포츠와 노력

“진정한 슈터는 연습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끝없는 반복 연습만이 슛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신준섭은 하루 500개의 슈팅연습을 거른 적이 없다.”

농구팬 가운데서 이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다. 현재 30대 후반 40대 남성들이라면 안 본 사람이 없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다. 방탕한 천재 정대만과 연습벌레 신준섭 중에 누가 더 뛰어난 슈터인지를 놓고 도내 최강 해남고교 남진모 감독이 내린 평가다. 혹시 시간이 나면 운동 삼아 중거리 슛 50개만 연속으로 해보시라. 다음 날 오랜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것처럼 팔다리가 뻐근함을 느낄 것이다. 기초체력이 있는 20대 아마추어 선수들도 100개 정도 하면 다음 날 팔다리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그런데 슈팅 500개를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일 500개씩 고등학생이 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만화에나 나오는,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힘든 일이다. 즉 정말 죽지는 않을 정도까지 열심히 해야만 ‘진정한’ 슈터가 될 수 있고 그런 노력을 한 자기 팀 선수가 최고 슈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238_42_1
 

‘슬램덩크’ 해남고교 슈터 신준섭

사실 만화 속 고교 최강팀을 이끄는 남진모 감독의 이런 견해는 실제 스포츠 분야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노력과 성과에 대한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스포츠 분야만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야도 많이 없는 것 같다.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예외 없이 자신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재능의 중요성에 대해서 부정하진 않지만 비슷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결국 자신이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원인이라고 믿는다. 재능 등의 다른 조건이 같다면 노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스포츠 분야에서 굳게 믿고 따라야 할 불변의 진리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운동선수와 감독은 “성공하려면 죽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성공하지 못하면 노력이 부족한 자신 탓이다”라고 끊임없이 서로를 몰아붙이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처럼 노력과 성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노력의 가치를 일깨워주며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성취동기를 높이는 등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 노력과 성과의 관계에 대한 신념은 노력의 절대량만 강조하고 노력의 질과 분배에 대한 이해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좋은 시설과 운동프로그램을 사용해 질을 높이고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노력을 하는데 그 많은 노력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성과가 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구 슈팅연습을 예로 들어보자.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슈터인 정대만과 신준섭이 둘 다 비슷한 수준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두 선수 모두 전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최대노력을 투입할 것이다. 둘의 최대노력량은 같다. 즉, 졸업할 때까지 같은 개수의 슛을 연습할 것이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나 감독들의 고정관념에 의하면 이런 경우, 두 선수가 비슷한 성과를 거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재능이나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변수인 노력량(즉, 슈팅 개수)이 같기 때문이다.

노력의 좋고 나쁨을 양으로만 따지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총노력의 효율적인 분배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5만 개 슈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슈팅횟수를 분배하는 방법은 매일 똑같이 하루에 500개씩 던지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는 200개 던지고 그다음 날 800개 던지는 패턴을 반복할 수도 있고, 5일 연속으로 400개씩 던지다가 6일째에 1000개를 던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하든 두 선수 모두 어마어마한 양의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이러한 노력 투자량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일까? 실제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NBA 일급 슈터들도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하다. NBA 역사상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는 시즌 중에는 경기가 없는 날 250개, 비시즌 중에는 매일 500개 목표 숫자를 정해놓고 던진다고 한다. 대부분의 베스트 NBA 슈터들도 총횟수의 차이는 있지만 일일 목표 횟수를 채우는 연습 방법을 택하고 있다.


 




뉴욕 택시기사의 운행시간 분배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 교수가 뉴욕 택시기사들의 운행시간과 수입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있다. 얼마나 어떻게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뉴욕 택시 기사에게는 운행시간당 수입이 높은 날들과 그렇지 않은 날들이 있으며, 아침에 두어 시간만 운행을 해보면 그날이 시간당 수입이 높을 날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뉴욕 택시기사들은 시간당 수입이 높은 날 운행시간을 늘리고 시간당 수입이 낮은 날 운행 시간을 줄이는 것이 총운행시간 대비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뉴욕 택시기사들은 이렇게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 합리적 선택과는 정반대로, 시간당 수입이 낮은 날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시간당 수입이 높은 날 더 적은 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세일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택시기사들의 범위한정성향(narrow framing) 때문이다. 매일 얼마나 일하는 것이 좋을지 장기적 안목으로 한 달 또는 일 년 수입이 최대가 되도록 결정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수입만 고려해서 운행시간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일일 목표수입을 정해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퇴근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당 수입이 높을 때는 적게 일하고, 시간당 수입이 낮을 때는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루하루 결과만 고려하지 않고 보다 포괄적으로 월간 수입 또는 연간 수입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시간당 수입이 많은 날 더 일하고 시간당 수입이 적은 날 덜 일함으로써 같은 시간을 일하고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택시기사들이 많았던 것이다.

뉴욕 택시기사들의 사례는 농구 슈팅연습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습을 하루 하고 말 것도 아닌데 하루하루 단기성과만 고려해 노력의 투입량을 결정하다 보면 택시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전체 노력 투입량 대비 최대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슈팅 연습의 효율이 높은 날 더 많은 슈팅을 하고 효율이 낮은 날 더 적은 슈팅을 함으로써 슈팅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슈팅 컨디션이 좋은 날 더 많은 슈팅을 하면 좋은 리듬을 반복해서 몸에 익힐 수 있으니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반면에 슈팅 컨디션이 나쁜 날 억지로 목표 개수를 채우느라 나쁜 습관이 몸에 밸 수도 있고 스트레스가 크다 보니 몸에 피로도 더 커서 다음 날 연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의욕은 있지만 아직 어린 선수가 매일 녹초가 되도록 500개씩 맹목적으로 슈팅 연습을 하는 것을 두고 열심히 한다고 해남고교 남진모 감독처럼 마냥 대견해 할 일이 아니다. 그날그날 선수의 컨디션을 살펴보고 효과가 좋은 날은 더 많은 슛을 던질 수 있게 격려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잘 다독여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해서 선수를 보호해 연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꼭 연습 방법 때문이라고 결론 내릴 순 없지만 ‘슬램덩크’에서도 최고의 슈터는 하루 500개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고통을 감내한 신준섭이 아니다. 농구가 정말 좋아서 방황 끝에 농구부로 돌아온 정대만이다.

뉴욕 택시 운전기사나 운동선수만이 아니라 기업도 범위한정성향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나 면밀히 검토하고 장기적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인적자원 투입량을 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휴일 근로일수가 월평균 3.8일, 휴일 근로시간은 주당 평균 7.0시간으로 OECD 최고 수준이다.1  세일러 교수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보면 이처럼 휴일 근무시간이 긴 것은 이상적인 노동투입량 배분이 아니다. 총근로시간 대비 최대 성과를 거두려면 생산성이 낮은 날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이 높은 날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인데, 휴일 근무가 평일 근무보다 생산성이 높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무작정 휴일 근무를 없애고 전체 근로시간을 줄여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에 따라 일정시간 이상 노동력을 투입하고 총노력량을 유지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고 노력을 좀 덜 하는 것을 권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범위한정성향을 극복하고 총투입량 대비 장기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노동의 전략적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욕 택시기사와 농구 슈팅연습의 사례는 노력의 총량만큼이나 노력의 합리적 분배가 ‘최선의 노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9호 2017 Business Cases 2017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