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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긱 이코노미와 관성의 법칙

곽승욱 | 391호 (2024년 4월 Issue 2)
Based on “The Impact of Behavioral and Economic Drivers on Gig Economy Workers,” (2023) by G. Allon, M. Cohen, and W. Sinchaisri in Manufacturing & Service Operations Management, http://doi.org/10.1287/msom.2023.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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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긱 이코노미(Gig Economy)란 전통적인 직장 대신 단기 계약이나 프리랜스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노동 공유 시장을 지칭한다. 긱 노동자는 자신의 근무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 간의 원활한 전환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유연성과 팬데믹 현상이 맞물려 긱 이코노미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미국 내에서만 약 5900만 명이 긱 직종에 종사했는데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36%에 해당한다. 우버, 리프트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부터 도어대시, 그럽허브와 같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워크, 파이버 등 웹 개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그 활동 영역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2014년 이후 긱 노동자 수는 미국 전체 노동인구 성장률의 세 배에 달하는 속도로 증가했으며 2025년까지 노동인구 대다수가 긱 이코노미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긱 이코노미 성장률도 연간 16%를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긱 이코노미에 대한 이해와 대비 없이 경제 성장을 논할 수 없는 시대다.

표준 소득 효과(Standard Income Effect)에 따르면 높은 임금은 노동자가 더 많은 노동을 제공하게 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한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이와 반대로 예측한다. 예컨대, 뉴욕시 택시 운전사들은 소득이 높은 날에 일찍 일을 마치는 경향이 있다. 즉, 준거점(Reference)인 목표 소득에 도달하면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1

펜실베이니아대, 맥길대, 버클리대 연합 연구진은 이러한 준거 의존적(Reference-Dependent) 행동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긱 노동자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경제적 요인의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글로벌 온디맨드(On-Demand) 택시 호출 플랫폼과 협력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358일 동안 뉴욕시에서의 운전 활동과 금전적 인센티브에 대한 대규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자료는 수백만 건의 운전자 교대 정보와 수천 명의 운전자 정보, 운전자의 차량 유형, 플랫폼에서의 경험, 운전한 시간 수, 금전적 인센티브(보상) 등을 포함했다. 운전자는 완료된 승차 횟수와 관계없이 보장된 시간당 급여를 받았다. 보장된 시간당 급여는 기본요금과 프로모션 요금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기본요금은 운전자가 처음으로 플랫폼에 참여할 때 결정되고, 프로모션 요금은 최근의 근무 이력과 차량 유형을 기반으로 결정됐다.

금전적 인센티브, 누적 소득, 누적 노동시간이 택시 운행 여부와 실제 운전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시간당 급여가 늘어날수록 택시 운행 확률은 높아지고 일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이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노동 결정을 독려하고 근무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전형적인 표준 소득 효과를 보여준다.

택시 운전을 시작한 이후부터 쌓인 누적 소득이 커질수록 운행할 확률은 낮아지고 운행 시간은 짧아지는 행동경제학적 증거도 관찰됐다. 이는 노동자 자신이 세운 목표 소득에 가까이 갈수록 근무하려는 의지는 약해지고 일을 하더라도 근무시간은 예전보다 줄어드는 목표 소득 설정 행동이다.

누적 노동시간과 관련해선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누적된 운행 시간이 많은 운전자가 적은 운전자보다 일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운행 시간도 더 길었다. 긱 노동의 독특한 유연성 때문에 발생하는 관성(Inertia)이다. 자율적인 작업 스케줄로 인한 피로 감소와 불규칙하게 빈번히 발생하는 보상 등으로 인해 생기는 노동 중독도 관성의 일종이다.

목표 소득 설정 및 관성과 같은 행동경제학적 특성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익도 분명했다. 이런 특성을 간과했을 때는 약 수요 대비 16.7%의 과소 인원 배치가 발생했지만 긱 노동자의 행동 특성을 고려해 인센티브 정책을 설계했을 때는 추가 비용 없이 생산성을 22%p 늘릴 수 있었다. 또한 동일한 서비스를 30%p 더 낮은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긱 이코노미는 더 이상 특별한 형태의 노동시장이 아니라 미래 노동시장의 전형적인 형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시는 2017년 비전 제로(Vision Zero) 계획의 일환으로 과로 운전 방지 규칙을 도입해 긱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도로 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일일 및 주간 근무시간을 제한했다. 2019년 유럽의회는 긱 노동자를 위한 최소 권리와 더 나은 직업 투명성 및 보상을 강화하는 새로운 규칙을 승인했다.

긱 이코노미 체제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효과적으로 매칭하려면 노동자의 외재적 동기뿐만 아니라 개인적 목표나 관성과 같은 행동경제학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물리학에서 관성은 물체가 현재 운동 상태(속도와 방향)를 유지하려는 특성을 의미한다. 현재 상태를 바꾸려면 외부의 힘이 필수 요건이다. 전통 노동시장(현재 상태)에서 긱 이코노미로 연착륙하려면 노동 공급자와 수요자의 인식과 노동 정책이 모두, 그리고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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