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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rior

여성 창업 주저하게 하는 ‘기회비용의 덫’

이용훈 | 392호 (2024년 5월 Issue 1)
Based on “Gender gap in STEM entrepreneurship: Effects of the Affordable Care Act reform” by Jiayi Bao (2024)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Articles in Adv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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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여성의 창업 비율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에 비해 낮은 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전체 벤처기업 중 여성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7%에 그쳤다. 14년째 증가하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매우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창업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남녀 성역할에 관련된 편견이나 남녀 간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의 차이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회경제적으로 남녀가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의 차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경력 단절 후 재고용되기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여성은 직장을 떠나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남성보다 더 큰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기회비용의 차이는 소위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더 클 수 있다.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STEM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 분야 기업의 임금이 다른 분야보다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STEM 분야에서의 창업률은 현저히 낮다. 최근 여성의 STEM 분야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STEM 분야에서 남녀 창업률의 차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문제다. 본 연구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여성의 창업을 늘리고, 이를 통해 남녀 간의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미국 남녀 간 기회비용의 차이를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건강보험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보편적으로 적용되며 고용인의 가족이라면 쉽게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유무가 직장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데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고비용에 제도적으로도 복잡해서 미국 여성이 직장을 포기하고 창업을 선택하는 데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는 2014년 미국 오바마 정부 당시 연방정부에서 시행한 전방위적인 보험 개혁인 Affordable Care Act(ACA)를 외부 충격으로 간주하고, 이분차분법을 통해 보험 비용이 여성 STEM 창업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했다. 2014년의 보험 개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 개혁의 결과로 보험회사는 기존의 건강 의료 상태를 근거로 보험 판매를 거부할 수 없고 인종, 성별 등을 기반으로 한 차별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일반적으로 임신, 육아 등으로 인해 여성의 의료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개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 이 개혁은 여성이 직장을 떠나 창업을 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개인 보험의 비용을 줄여줬다.

이 개혁은 두 가지 이유에서 특히 STEM 분야의 여성들에게 더 큰 효과를 냈다. 첫째, 교육 수준이 낮아 수익성 높은 창업을 하기 어려운 여성들에게 개인 보험은 그 비용이 다소 줄었음에도 여전히 비싼 상품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에게 보험 개혁 자체가 창업에 뛰어들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미국의 개인 보험 시장은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주로 고학력자인 STEM 여성 창업자들은 개인 보험을 이해하고 구매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복잡한 보험 상품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학력 여성 창업자들에게 개인 보험 구매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연구 결과, 2014년 미국의 보험 개혁이 STEM 분야 안에서의 여성 창업률을 약 2.7%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혼한 여성과 등기되지 않은 개인 사업 형태의 창업에서 이 같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결혼한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보험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규모가 작아 직장 보험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개인 회사의 경우 개인 보험을 드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STEM 관련 산업은 한국의 장기적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한국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분야에서의 여성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하다. STEM 분야에서 여성 창업을 장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건강보험이 보편화돼 있는 한국에서 건강보험의 유무는 창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여성이 창업을 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기회비용의 차이가 크며 특히 적절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여성의 창업 기회비용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의 창업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기회비용은 무엇일까?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성의 창업, 특히 고소득 STEM 분야의 여성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산업 전반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 이용훈 |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를 받고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 박사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경영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 A&M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yg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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