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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플랫폼 연결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사회적-경제적 가치 아우른 생태계 확장

김윤진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플라스틱 ‘수거→원료 생산→가공→제품 출시’의 무한 순환 고리가 완성되려면 폐플라스틱의 회수부터 완제품 시판까지 전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야 한다. 이런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기업 차원의 노력을 넘어 플라스틱 생태계 내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는 플라스틱 회수와 선별, 재활용 원료 가공과 생산, 친환경 제품의 생산 등 각 영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나아가 지자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런 시도의 배경에는 플라스틱 순환 문화를 정착시켜야 재활용 소재를 생산했을 때 충분한 수요가 발생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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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롯데그룹의 화학BU(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 화학 계열 비즈니스 유닛)는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그린 프로미스(Green Promise) 2030’을 선언했다. 2007년부터 지속가능 보고서를 통해 경영진 내부에서 공유하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을 사내외 구성원에게까지 공표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화학BU ESG 경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를 ‘자원 선순환 확대’로 정하고 소비자가 버린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PCR(Post Consumer Recycled) 소재의 생산 및 판매를 100만 t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청사진에 따라 화학BU는 지난해부터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플라스틱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페트(PET)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회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플라스틱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성 있는 친환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2024년까지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버려진 PET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C-rPET(Chemical-recycle PET) 공장을 울산에 신설하고 연간 약 11만 t 규모로 생산하기로 한 것도 이런 대응의 일환이다.

그런데 회사가 당면한 현실적인 난관은 자원 선순환이 소재를 생산하는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플라스틱의 ‘수거→원료 생산→가공→제품 출시’의 고리가 완성되려면 폐PET의 회수부터 완제품 시판까지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이런 순환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은 기업 차원의 노력을 넘어 플라스틱 생태계 내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하는 새로운 실험을 기획했다. ESG를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접근해보기로 한 것이다. 폐플라스틱 자원화를 위해 현재 여러 기술 기반 벤처 및 중소•중견기업들이 산발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기업 자본 없이는 단계별 병목을 해소하고 여러 구슬을 하나로 꿰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었다.

이렇게 롯데케미칼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나아가 기업과 지자체 및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자처하면서 출범시킨 프로젝트가 바로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다. 사회적 가치 투자사 ‘임팩트스퀘어’ 등 8개 업체와 손잡고 롯데케미칼이 주관한 이 프로젝트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AI 자원 회수 로봇을 개발하는 ‘수퍼빈’이 폐PET를 수거하면 ‘금호섬유공업’에서 이를 잘게 부숴 플라스틱 플레이크 1 등 원료로 가공하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원사와 원단을 만들어 ‘LAR’ ‘비욘드’ ‘리벨롭’ 등 업체들과 함께 가방이나 운동화, 파우치 등의 제품으로 완성한다. 자원이 버려지지 않고 계속 순환하는 ‘닫힌 고리(closed loop)’를 완성하는 게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다.

이처럼 롯데케미칼이 유망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폐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에 뛰어든 배경에는 롯데그룹 화학 계열의 ESG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교현 사장(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및 롯데그룹 화학BU장)의 리더십이 있다. DBR가 1984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약 36년간 롯데그룹 석유화학 분야에 몸담아온 김 사장을 만나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과 플라스틱 순환을 회사의 주력 목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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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롯데케미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가치 창출(CSV)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과제다. 사실 석유화학 기업은 주력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환경문제에 어느 기업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PET의 경우 플라스틱 폐기물 중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내 최대 PET 생산자로서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대한 문제의식은 늘 가지고 있었다. 다만 PET는 안전하고 저렴해 식품포장재나 섬유로 일상생활에서 쓰임새가 많고 이를 유리, 병, 나무 등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환경비용이 약 3.8배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플라스틱의 사용을 무조건 퇴출하는 것보다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폐PET를 원료로 가공하는 신기술을 상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하고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답이라고 봤다.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겠지만 플라스틱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선형경제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순환경제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기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대기업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일단은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 규모가 확대돼야 결국엔 공급 가격도 하락하고 경제성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같은 양의 플라스틱 원료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플라스틱 경량화, 바이오 플라스틱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그리고 플라스틱의 수거와 재사용 문화 정착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 루프를 핵심 과제로 삼고, 이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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