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도 잘 모르는 잠재니즈가 있다. 생활을 관찰하고 ’Why’라고 묻자

208호 (2016년 9월 l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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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김철수

Article at a Glance

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쓰는 글이나 고객이 해주는 말로는 부족하다. 좌담회 같은 자리에서도 서로 간의 동조현상이 일어나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고객 마음속의비밀의 경계선을 넘어가기 위해선 고객의 생활환경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또한 표현-동기-관점이라는 세 가지 렌즈를 통해 고객을 관찰하고?’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은 결국 연구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한다 

 

 

“발견이란 다른 사람들이 이미 보았던 것을 보면서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신선한 눈으로 사물을 관찰한다는 것은 이노베이션 과정의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당신의 경험이나 고정관념을 모두 옆으로 젖혀둬야 하는 것이다. 회의적인 생각을 내버리고 어린애 같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을 갖춰야 한다. 이런 경이와 발견의 느낌이 없다면 당신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볼 기회는 있어도 투시하지는 못한다.” - 톰 켈리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 속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 고객 스스로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언메트 니즈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감디자인이 추구하는사용자 통찰의 의미다. 공감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러한 사용자 통찰을 발견하고, 그것을 비즈니스적으로 의미 있게 해석해 시장에 차별화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 통찰의 발견은 기업의 기획자나 의사결정자, 스타트업 등 혁신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활동이다. 사용자 통찰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은 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시간과 리소스 낭비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경영방식이 된다. 물론 혁신은 사용자 통찰에서 시작하더라도 기술적 가능성과 비즈니스 실행력이 함께할 때 현실화될 수 있다.

 

사용자 통찰은 해당 영역의 문제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유도한다. 또한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핵심 인사이트는 기획-생산-유통-판매 등 비즈니스 실행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기획자나 혁신가들이 사용자 통찰을 발견하고자 할 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과 마음가짐에 대해 소개한다.

 

비밀의 경계선을 넘어가라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잠재 니즈나 시장에서 차별화된 사용자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사물과의 상호작용(interaction) 등을 관찰하고 그것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보다는 말, 말보다는 행동과 그 증거물로부터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을 발견하고 새로움을 통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해석의 관점에서 보면 행동보다 말, 말보다는 글이 훨씬 명확하고 논리적이다. 남들에게 설명하거나 설득하기에도 훨씬 수월하다. 사람들의 행동이나 그 증거의 관찰은 주관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데, 그만큼 논리적 충돌의 대상이 되기도 쉽다. 주변에서 언어에 기초한 정량적 조사 결과만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고, 관찰보다 인터뷰나 좌담회와 같은 사람들의 말에 의존한 정성조사 방법이 활발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말 속에는 무의식적인 거짓말이나 기억의 왜곡과 같은 변수들이 많이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언어에 기초한 질문을 받으면 논리와 이성의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진짜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일상의 환경에서 사람의 행동이나 증거물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어적 방법에 기초한 고객 조사의 가치가 낮다는 것은 아니다. 관찰을 통해 사람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습관적인 행동이나 관련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지만 대화(인터뷰)를 통해 그러한 행동의 이유나 인식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관찰과 인터뷰는 상호 보완적인 통찰 발견의 도구들이다.

 

관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상을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 속에서 하나라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호기심과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의도적 관찰이라 부른다. 현업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업무를 수행하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관찰자가 고객이 암묵적으로 그어 놓은 비밀의 경계선(invisible secret line)을 확실히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계선을 넘어서지 않으면 관찰자는 상대방이 보여주고 싶은 면만을 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진짜 속마음이 담긴 증거물은 과감하게 경계를 넘어설 때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당뇨환자의 냉장고에서 나온 술과 과메기 (재연 사진)

 

과거 만성질환자들을 도와주는 솔루션을 제안하는 헬스케어 프로젝트에서 한 당뇨환자의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1시간 동안 운동과 식이요법, 약물치료 등 당뇨관리와 관련한 자신만의 노하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 듯했다. 필자는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집안을 구경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예상 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소주, 맥주, 막걸리가 냉장고 한 공간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이 파고 들었다. 냉장고 가장 아래 칸에서 신문으로 겹겹이 쌓인 음식 꾸러미를 열었을 때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 이건 구룡포 과메기예요. 제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제일 좋아하던 음식이거든요…”라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얼마 후 다시 시작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까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 조절도 잘한다고 했는데, 사실 먹는 것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좋아하는 걸 안 먹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좋아하던 음식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은 당뇨나 혈압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조차도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이었다. 우리가 만난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냉장고 안에는 술이나 박카스같이 자신의 말과는 상반되는 증거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당뇨환자들에게 냉장고는 자신의 욕망과 근심이 동시에 존재하는 비밀의 공간인 셈이다.

 

실례를 무릅쓰고 냉장고 깊숙한 곳을 훑어야 당뇨환자의 무의식적 거짓말과 그 숨겨진 욕구가 보인다. 가로막힌 가게의 칸막이를 열고 안으로 들어서야 주인이 손님에게 그토록 숨기고 싶어 하는 모습들을 목격할 수 있다. 칸막이 밖에서 아무리 심도 깊은 인터뷰를 해도 주인은 그것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서 기획자나 혁신가는 적극적으로 고객이 그어놓은 비밀의 경계선을 넘어서야만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거절이 두려워 선뜻 경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방에게 예의 바른 자세와 열정만 보여주면 대부분 닫힌 경계의 문을 열어준다.

 

 

사용자의 삶의 맥락 속에서 소통한다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채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공식적인 자리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타깃 고객층을 한자리에 모아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게 하는 좌담회(focus group discussion)는 시간 대비 효과가 높지만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 충돌을 피하려는 동조화 현상도 많이 나타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획자에게 익숙한 사무실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익숙한 환경과 사용자 맥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타깃 고객집단과 함께 생활하거나 일하면서 스스로 고객이 되는 것이 좋다. 그 속에서 대상과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이런 심도 깊은 동화기법(emerging)이 아니더라도 기획자는 짧은 시간 사용자의 공간에서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객의 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상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가정 방문 인터뷰(home-visit interview)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필자가 특히 가정 방문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는 집안 곳곳을 구경하는 홈투어나 평소의 사용 장면 시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자신의 습관적 행동이나 그 증거물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환경에서는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이 자신의 소유물을 보거나 그것의 이용 과정에서 되살아 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영상 헤비 사용자의 가정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2시간 동안 비디오 시청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견을 청취했지만 특별히 인상적인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필자는 사용자에게 PC를 켜고 평소에 비디오를 시청하는 전체 과정을 재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터넷에서 비디오를 다운 받고 시청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던 그녀는 갑자기, 맞다. 이제 생각났는데 가끔 영화보고 난 후에 블로그에 글을 남겨요라며 자신의 블로그를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보여준 블로그 글에서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 어디선가 복사해온 멋진 리뷰였다. “정말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좋았던 느낌을 남기고 싶은데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감동적이거나 재미있는 영화 시청을 마치고 나면 고조된 감정적 여운을 한동안 이어가고 싶은 욕구가 발생한다. 일반인들이 주로 하는 행동은 영화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어 페북에 올리거나 친구에게 카톡을 보낸다. 포스터를 챙겨오기도 한다. 그녀처럼 헤비 사용자조차도 좋았던 느낌과 감동의 여운을 이어가고 싶지만 특별한 솔루션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글 잘 쓰는 파워블로거의 글을 복사해오는 대안적 솔루션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렇게 사용자에게 익숙한 환경 속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평소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할 수 있어 고객의 숨은 욕구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용자 통찰 발견을 위한 5가지 질문

그렇다면 특정 대상의 행동이나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거나 상대방과의 소통의 과정에서 사용자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한 유용한 생각의 툴킷은 없을까? 필자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 통찰의 3가지 렌즈와 5가지 질문을 정리했다. 첫째,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표현에 관한 것이다. 특이한 자구책이나 행동패턴, 익숙해진 불편함 등을 찾는다. 둘째, 동기의 렌즈로는 근본적인 원인이나 미충족 잠재 니즈를 깊이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관점 렌즈는 표현과 동기 탐구를 통해 대상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 표현-동기-관점의 렌즈와 5가지 질문으로 사용자 통찰을 발견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5가지 질문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것은 현장에서 관찰이나 소통의 과정을 통해 얻은 팩트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구조화하는 단계에서 체크 포인트나 프레임워크로도 활용할 수 있다.

 

① 독특한 자구책이나 원래 용도와 다른 사용은 없는가?workaround:특정 주제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나 도구를 발견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문제해결의 자구책을 찾는 것인데 일반인보다는 특히 헤비 사용자나 극단적 사용자에게서 발견하기 쉽다. 보통 사람들은 힘들고 귀찮아서 쉽게 포기하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대안적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구책에 대해 너무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해 무심코 지나치거나 그 의미를 부정하기 쉬운데,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익숙해진 불편함이나 숨겨진 욕구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 혁신의 관점에서 극단적 사용자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② 반복적이거나 공통적인 행동 패턴은 무엇인가?behavioral patterns:관찰이나 소통의 과정에서 개인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여러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있는지 파악한다. 이러한 행동 패턴으로부터 겉으로 드러난 기능적 불편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불편함은 이미 여러 가지 솔루션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공통적 행동 패턴에서 해당 고객 집단의 사회·문화적 코드나 감성적 의미를 담은 고객 통찰을 뽑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대 여학생들의 가방 속 립스틱, 주부들의 지갑 속에서 발견되는 종이쿠폰이나 적립용 스탬프, 중진국 가정의 거실에서 발견되는 여행용 가방 등 세대나 지역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행태적 특성은 기능적 필요를 넘어 감성적, 문화적 코드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즈니스 기회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

 

③ 익숙해진 불편함은 없는가? pain-point:관찰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익숙해진 불편함을 찾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해오던 행동들은 그것의 불편함마저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이것은 관찰자가 날카로운 혁신의 눈으로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모바일 영상 시청자들을 관찰하다 보면, 가로 보기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로화면으로 시청하는 경우를 쉽게 목격하게 된다. 모바일을 사용하는 물리적, 인지적 행동 패턴 자체가 이미 세로 보기에 길들여져 있는 사용자들은 영상 콘텐츠를 가로 보기로 돌리는 것 자체에 대해 무의식적인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거의 모든 영상 콘텐츠는 기존의 가로 본능 TV 시청을 기준으로 제작돼 있다. 모바일 영상 시청자들은 스스로 이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유튜브나 트위터 모바일 생중계 서비스 등 일부 앞선 플랫폼이나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미 모바일 사용자 관점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세로 보기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④ 행동 유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root-cause:관찰 대상이 특이하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한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간단한 인터뷰를 시도할 수 있는데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관찰자의 주관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데, 하나의 팩트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다양한 팩트들을 수집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행동까지 파악해 종합적으로 그 원인이나 사용자 욕구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⑤ 기존의 것과 다른 관점은 없는가?new perspec-tive:관찰이나 소통의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특정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식과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사용자 통찰 활동의 가장 큰 수확이다. 요즘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람들의 취향과 모바일 특수성을 감안하면 기존 성공모델이나 사용자 가치와 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것은 경쟁자와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이노베이터에게 사용자 공감 능력과 더불어 관점 전환적 사고 능력은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함께 끊임없이 토론하고 분석하는 협업의 조직문화도 필수적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생각의 충돌과정에서 통찰의 객관화와 새로운 관점이 돌출되는 경우가 많다. 관점 전환적 통찰을 발견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Why 질문으로 욕구의 근원을 탐침한다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3 Why 5 Why 질문을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상대방의 답변에 대해 계속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왜 그런 행동을 하셨나요?”와 같이 상대방의 답변에 계속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라는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은 당황할 때가 많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한번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논리적이고 똑똑한 사람으로 비쳐지고 싶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의 욕구(human needs)를 찾는 과정에서 한 사람의 논리적 답변만을 신뢰하는 것은 자칫 그릇된 방향으로 결론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상대방의 진짜 속마음인지, 논리적으로 만들어진 가공된 생각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상자의 이야기 전반을 토대로 판단해야 하며, 여러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만 ‘Why 질문의 논리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라는 질문뿐만 아니라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와 같은 질문을 함께 던지면서 상대방의 진짜 속마음을 제대로 탐침(探針)해야 근본적인 원인(root cause)에 접근할 수 있다. 고객에게 문제해결의 직접적인 답을 구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고객은 통찰의 단서를 남길 뿐 해석하고 답을 찾는 것은 기획자나 혁신가의 몫이다.

 

많은 고객과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필자가 얻은 결론이 있다. ‘Why Question’은 상대방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라 관찰자나 질문자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호기심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기획자나 혁신가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질문의 기술이다. “저 고객은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이것은 사용자 통찰의 발견과 상품 기획의 과정에서 매우 강력한 생각의 도구가 될 것이다.

 

 

 

 

세밀하게 기록하고 현장에서 인사이트를 뽑는다

고객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현장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할 때 혼자보다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같은 말이나 행동에 대해 관찰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서로 놓치는 부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해석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의 말과 행동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자신이 발견한 인사이트나 생각은 별도로 표시하는 것이 좋다. 현장에서 의미 있는 장면들은 모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중요한 정보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의망각곡선에 따르면 학습한 정보의 66%가 하루 만에 잊힌다. 추후 분석의 과정에서 다른 동료들과 심도 깊은 토론을 하거나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과의 토론 과정에서 생동감 있는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도 노트필기와 사진 촬영은 필수적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추후 분석과 결과물 전달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관찰과 기록의 방법으로 필자는 PEOA(People, Environment, Object, Activity)렌즈를 활용한다. , 현장에서 사람들의 특성, 환경(공간), 사물(상품), 사람들의 활동과 상호작용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미리 관찰노트 양식을 준비해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록만큼 중요한 것은 조사한 내용을 참여자들이 서로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현장 디브리핑 (debriefing)이다. 밥이 솥에서 막 퍼냈을 때 가장 맛있듯 인사이트도 현장에서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 법이다. 참여자들의 발견의 흥분과 여운이 식기 전에 되도록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동료들과 공감적 싱크 맞추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혼자 진행한 경우라도 반드시 정리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30분 정도 현장이나 카페에서 함께했던 동료들과 각자 중요하다고 느꼈던 점들을 즉시 공유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쇼핑하는 모습을 관찰했다면그 고객이 쇼핑몰에 들어서기 전 혜택을 모조리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내 생각에는…” “나는 할인마트에서 장을 볼 때 사람들이 모바일을 많이 활용할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어요…” 등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깊이 있는 사용자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는 독창적인 초기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이것이 현장 디브리핑이 가진 힘이다. 여러 건의 관찰이나 인터뷰를 진행한다면 현장 디브리핑은 더욱더 중요하다. 추후 심도 깊은 분석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현장에서 곧바로 진행한 디브리핑의 결과물은 사용자 통찰 발견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용자 통찰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진행하는 관찰과 소통의 중요성과 진행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새로운 영감과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감렌즈의 조리개를 활짝 열고 고객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특히 기획자나 혁신가의 호기심과 열정은 당연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강한 에너지가 된다. 이것이 없다면 사용자의 비밀의 경계선을 넘을 수도 없고, 눈앞에 펼쳐진 사업의 기회를 투시하지도 못한다. 다음 호에서는 현장에서 얻은 다양한 팩트를 분석하고 구조화하는 방법, 그리고 공급자 중심의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사용자 중심의 새로운 관점을 얻는 관점공식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Tips for Practitioners

 

 

통찰 발견을 위한 Communication 노하우

 

 

 

● 누구인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대상자와 질문을 마스터 한다.

● 단답형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끌어내는 오픈형 질문을 한다.(open ended question)

● 전체 경험여정을 묻고 세부 단계별 디테일한 질문을 한다.(general to specific)

● 내가 원하는 답을 확인하거나 유도질문 하지 않는다.

 

김철수 SK플래닛 매니저 myconceptone@gmail.com

필자는 시카고 IIT디자인대학원(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혁신디자인 방법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HCI)으로 사용자 통찰 기반의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왔다. 저서로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 <인사이트, 통찰의 힘>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7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교육 2017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