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생각하는 디자인

귀여운 탈 쓴 ‘악마 디자인’을 어찌할까

윤재영 | 372호 (2023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캐릭터가 나오는 어린이용 앱들은 귀여움을 무기 삼아 아이들이 강제로 광고를 보거나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광고에 활용해 부모의 소비를 유도하는 ‘호스트셀링’ 기법은 TV에는 법으로 제한됐지만 인터넷 게임과 앱에는 별도의 규제가 없다. 가상의 캐릭터가 “배가 고프다” “병에 걸렸다”고 아이들에게 호소하면 이들 캐릭터와 준사회적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은 죄책감을 느낀다. 앱이 아이들을 현혹하는 일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는 관련 규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구글 플레이 등 앱 플랫폼에서도 각 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제공한다. 역으로 캐릭터의 힘을 활용해 아이들의 올바른 핸드폰 사용 습관을 길러주는 서비스도 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앱에 대한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다섯 살 난 딸아이가 깔깔거리며 모바일 게임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동그랗고 귀여운 눈을 가진 말하는 고양이가 나오는 게임이다. 화면 속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고양이는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행복해 하고, 음식을 주면 귀여운 표정과 몸짓으로 좋고 싫음을 표현한다. 딸아이는 정성스럽게 고양이를 목욕시켜주고 재워도 준다. 귀여운 고양이 덕분에 아이가 신나 하니 나 역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다 문득 ‘이거 괜찮은 게임인가’ 싶은 부분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귀여움을 앞세운 디자인

많은 이가 귀여운 캐릭터에 열광한다. 몸에 비해 큰 머리, 동그랗고 큰 눈, 통통한 몸과 짧은 팔다리1 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이런 신체적 특징을 가리켜 ‘아기스키마(Kindchenschema)’라 명명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진행했던 ‘귀여움의 힘(Power of Kawaii)’이란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보여줬더니 보여주지 않았던 그룹보다 44% 더 향상된 업무 수행이 나타났다고 했다.2 귀여운 것을 보면 심박수와 호흡수가 증가해 각성 효과가 생기고3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로 인해 행동 의욕과 동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4

경우에 따라서는 귀여움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공격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내가 딸아이를 보고 있으면 귀여움에 이성을 잃고 아이의 팔다리를 깨물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상 행동은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이라 불리며 감정 과부하 상태에서 통제 불능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이형적인 표현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5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지배할 수 있는 귀여움은 사람들의 주의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하며,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TV 프로그램, 홍보, 광고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7

‘귀여움’이란 매력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귀여움으로 어필하는 것이 자기 보호와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진화론적 견해도 있고8 호감을 얻기 위해 타인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 속 모습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귀여움이 활용되는 방식에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말이다. 어린 사용자들이 주로 하는 게임에는 동화 같은 배경에서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귀여운 말투와 몸짓을 나타낸다. 얼핏 보면 별문제 없는 것 같지만 이 안에 몇 가지 숨은 원리가 있다.

가입하면 무료

  • 윤재영 |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용자를 유인하고 현혹하는 UX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이 있다.
    ryun@hongik.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