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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

“변덕스런 고객 니즈,
쫓기보다 이끌어야 브랜딩 차별화”

이한규 | 371호 (2023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삼성전자, 네이버, 29CM 등에서 20년간 브랜딩 업무를 수행한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는 전통적인 브랜딩 이론을 따르지 않는다.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단 소비자도 모르는 새로운 니즈를 가정한 후 이를 충족시킬 브랜드 차별점을 기획한다. 브랜딩 초반에는 고객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모도 보인다. 브랜드 차별점에 공감하지 않는 고객들이 있더라도 우선 차별점을 뾰족하게 구체화시키는 데 힘을 쏟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또한 비용 부담 때문에 브랜딩을 주저하는 브랜드들에는 “원래 브랜딩이란 많은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소소한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그 역시 브랜딩을 기획할 때 광고 캠페인 또는 팝업스토어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닌 앱 푸시 알림처럼 브랜드의 사소한 부분부터 구상한다.



편집자주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의 인터뷰는 한 분야에 천착해 전문가가 된 ‘덕후’들의 브랜드 이야기를 전하는 사이트 ‘브랜더쿠(https://www.brdq.co.kr/)’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흔히 브랜딩의 출발은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는 데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 및 브랜딩 이론서들이 설문 조사, 집단 심층 면접, 인터뷰 등을 통한 고객 니즈 도출을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전자, 네이버, 29CM 등에서 20년간 내공을 쌓아온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고객 니즈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기존의 고객 관점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기획하고 알리는 ‘고집스러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브랜딩이란 우리 브랜드를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며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어야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경쟁사들이 충족시킨 고객 니즈를 깊이 분석하기보다는 새로운 니즈를 제시하고 이에 맞춰 브랜드의 차별점을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겉으로 표현하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기보다는 소비자는 잘 모르는 소비자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unmet needs)를 브랜드가 앞서 제시하고 이를 적극 알리는 것이 요즘 시대 브랜딩이라는 것이다. “브랜딩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전우성 디렉터에게 ‘성공하는 브랜딩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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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과 브랜딩 간의 차이점이 있을까?
두 표현이 혼용될 때가 많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지향점부터 다르다. 마케팅은 데이터 기반의 그로스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하는 SNS 마케팅 등 여러 분야로 나뉘지만 결국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반면에 브랜딩의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팬덤을 쌓는 데 있다.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가 멋지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그 관심을 유지시키며 팬을 늘려가는 활동인 셈이다. 브랜딩을 ‘우리 브랜드에 관심 없던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로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딩을 전개하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증가할 수는 있지만 말 그대로 일시적인 결과일 뿐 브랜딩 활동이 빠르게 매출을 늘리는 데 연연해선 안 된다. 물론 한 가지 활동이 마케팅과 브랜딩에 모두 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이 완전히 불가분의 관계라고는 할 수 없다. 친환경 로션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로션의 기능과 제품에 담긴 환경적 가치를 소개하는 카드 뉴스를 SNS에 발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카드 뉴스는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이지만 이런 콘텐츠가 쌓이며 브랜드의 친환경적 면모에 공감하는 팬이 늘면 브랜딩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핵심은 브랜딩을 할 때는 이렇게 꾸준히 카드 뉴스를 발행하는 것처럼 단기간의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여전히 많은 브랜드가 빠른 시일 내에 팬덤 또는 매출이 늘지 않는다는 이유로 브랜딩을 중단한다. 아무리 브랜드의 차별점이 뛰어나도 브랜딩 초반부터 엄청난 성과가 나타나긴 어렵다. 하지만 꾸준히 브랜딩을 이어가다 보면 일정 수준의 팬덤이 모이고, 그 후엔 브랜딩 활동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팬이 모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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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목표를 단기간 내 매출 상승으로 설정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급하게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쿠폰 지급 이벤트처럼 혜택을 제공해서 소비자를 확보하는 활동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유입된 소비자의 대부분은 브랜드 매력보다는 할인 혜택에 이끌렸기 때문에 브랜드 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

온라인 셀렉트숍 29CM의 브랜딩 디렉터였을 당시에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2014년 신규 가입자 중 일부 당첨자에게 경품을 지급하는 앱 설치 프로모션을 기획하던 때였다. 뻔한 방식으로 진행할 바엔 29CM 팬들이 환호할 만한 경품 이벤트, 즉 팬덤을 강화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모션이 ‘GET 29CM, GET MINI’다. 오직 한 명의 당첨자에게만 29CM가 커스텀한 미니쿠퍼 차량을 선물하는 이벤트였다. 미니쿠퍼를 경품으로 선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미니쿠퍼는 29CM의 주 사용층인 젊은 여성 고객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차량이고, 두 번째, 당시 미니쿠퍼의 ‘Not Normal’이란 슬로건 역시 온라인 매거진 형식의 이색 쇼핑몰을 표방하는 29CM의 방향성과도 일맥상통했다. 이벤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9CM 페이스북 계정에 발행한 이벤트 게시글엔 좋아요 수 약 1만 개, 댓글 2000여 개가 쌓였고 이벤트 참가자 수는 약 10만 명에 달했다. 당첨자 발표 후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29CM 버전의 미니쿠퍼 제작 과정이 담긴 비하인드 영상을 게시했다. 29CM 앱의 메인 컬러인 블랙 앤드 화이트로 칠해지고 안전벨트에도 29CM의 ‘Good Hearty Wacky(멋지고 착하고 엉뚱하게)’ 슬로건이 각인된 해당 차량은 SNS에서 화제가 됐다. 또한 ‘29CM스러운 경품’ ‘감성 이벤트 맛집 29CM’란 호평을 자아냈다. GET 29CM, GET MINI 이벤트의 총비용은 약 1억 원으로 앱 다운로드 1건을 유도하는 데 투입된 비용을 뜻하는 CPI(Cost Per Installation)로 환산하면 고객 1명을 1000원으로 유입시킨 셈이다. 다른 이벤트의 CPI 대비 월등히 저렴하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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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만족했다면 좋았을 텐데 욕심을 부렸다. 더 저렴한 CPI로 신규 이용자 수를 확보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다. GET 29CM, GET MINI 때와는 달리 ‘29CM스러운’ 경품을 고민하지 않은 채, 신규 가입자 모두에게 800원짜리 비타 음료 쿠폰을 지급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매출을 늘리는 데만 목적을 둔 결과였다. CPI가 1000원에서 800원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전체 참가자 수는 현저히 적었고 그마저도 대부분 체리피커인 탓에 경품이 지급된 후엔 앱을 삭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계기로 브랜딩을 기획할 땐 일시적인 매출 상승보다는 조금은 더디더라도 팬덤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함을 깨달았고, 이 덕분에 이후 29CM의 팬덤을 공고히 쌓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브랜딩하려면 ‘업태’가 아닌 ‘업’을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차이인가?

업의 모양새를 일컫는 ‘업태’란 소비자들이 우리 서비스에서 기대할 법한 특징들의 총합이다. 프랜차이즈 서점에 가면 수많은 책을 구경하고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듯 말이다.

반면에 ‘업’이란 우리가 이 업태 안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의미한다. 이미 정해진 업태가 아닌 우리 브랜드만의 업을 명확히 정의하면 브랜드 차별점을 기획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브랜딩 총괄 이사로 재직 중인 ‘라운즈’는 안경 쇼핑몰이지만 이는 업태일 뿐 ‘안경을 구매하는 일이 편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라운즈의 업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셀프 영상을 찍듯 여러 안경을 착용해 볼 수 있는 가상 피팅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 결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아이웨어를 추천받을 수 있는 앱으로 라운즈를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추가 상담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라운즈와 파트너십 관계인 600개 이상의 안경원 중 집 주변 안경원으로 안경테를 배송받은 후 해당 안경원에서 렌즈 맞춤 및 무료 피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안경원으로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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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 앞서 고객 니즈를 꼼꼼히 분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니즈 분석은 브랜딩의 필수 과정 아닌가?

실무를 경험하며 고객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 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데 질문 대부분이 객관식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고객 니즈를 도출하는 것이다. 객관식 설문이 아닌 FGI1 등 정성적인 방식으로 분석한다 해도 기업 측의 진행자가 주도하는 데다 고객 입장에선 참가비를 받고 임하는 조사이다 보니 본심을 털어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고객이 자신의 니즈를 정확히 모를 수도 있고, 개인에 따라 세분화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정확한 니즈 분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소비 취향이 갈수록 개인화되는 시대에 우리 타깃층이 서로 동일한 니즈를 공유할 거란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가령, MZ세대는 자기표현에 스스럼없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제품 커스텀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식이다. MZ세대의 연령대가 광범위한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접근법은 효과적이지 않다. ‘20대 후반 여성 직장인’처럼 특정 연령대와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기준을 좁혀서 타기팅한다 해도 그 고객들이 원하는 바 역시 제각각일 터. 자칫 경쟁사들이 공략 중인 니즈를 전체 타깃의 니즈로 일반화시키면 특색 없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 니즈를 찾기 위해 분석하기보단 차라리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비자가 공감할 만한 니즈를 가정한 후, 이를 충족시키는 브랜딩을 전개해 고객 반응을 살피는 수순이다. 29CM 론칭을 준비할 때도 활용했던 방식이다. 당시 온라인 패션 쇼핑몰들의 홈페이지 구성은 흡사했다. 한 페이지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노출하고 할인가의 폰트 크기를 키우거나 다른 색으로 강조하는 형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땐 많은 상품을 편리하게 확인하고 저렴하게 구매하길 원했다.

29CM 기획 과정에선 ‘이용자들이 할인 여부 외에도 스타일링 팁과 해당 브랜드의 간략한 스토리 등 더 깊이 있는 정보까지 원할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이에 따라 29CM에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탐색할 수 있다는 뜻에서 ‘Guide to Better Choice(더 나은 선택으로 안내하다)’라는 슬로건을 정했다. 타 쇼핑몰들과 달리 페이지마다 하나의 제품을 집중 조명하고 각 브랜드의 특징을 감각적인 카피 한 줄로 소개하는 ‘온라인 매거진’ 콘셉트를 차용한 이유다. 마트 진열대처럼 상품들로 빽빽한 온라인 쇼핑몰들 사이에서 29CM는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온라인 매거진처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쇼핑몰’로 입소문 났고 해당 콘셉트는 지금까지도 29CM의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고객 니즈를 새롭게 정의하지 않았다면 여느 쇼핑몰과 다를 바 없는 홈페이지가 완성됐을 것이다.


‘브랜딩할 땐 소비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집스러운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고객 니즈는 수시로 달라질 텐데 이에 맞추려다가 계획했던 브랜딩이 흔들리면 우리 브랜드다움이 퇴색되고 만다. 고객을 따라가기보단 브랜드의 차별점을 뾰족하게 구체화시켜서 소비자가 따라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그 차별점에 공감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브랜드가 될 수밖에 없다. 고집스럽고 뾰족한 브랜딩을 통해 성공한 사례로는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젠틀몬스터는 2023년 5월 기준 국내 안경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30여 개국에도 진출, 국내외 매장 수를 약 400개까지 늘렸다. 국내 매장만 봐도 젠틀몬스터가 얼마나 고집스러운 브랜드인지 알 수 있다. 요즘엔 판매보다 체험에 방점을 찍은 매장이 흔해졌지만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특히 더 파격적이다. 이를테면 홍대 쇼룸 1층엔 안경은 온데간데없고 아티스트들과 공동 기획한 대형 오브제들만 자리한다. 심지어 약 한 달 주기로 매장 테마와 오브제들을 교체하며 2년간 약 40번의 리뉴얼된 모습을 선보였다. 모두 젠틀몬스터 특유의 안경에 대한 실험 정신과 예술혼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안경 디자인뿐 아니라 매장의 오브제를 통해서도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구하는 것이다. 안경점에서 전시회 같은 인테리어와 예술 작품을 기대하는 고객이 드물겠지만 젠틀몬스터 팬들 사이에선 매장이 곧 젠틀몬스터를 가장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채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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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페르소나와 고객 페르소나가 달라도 무방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브랜딩할 땐 고객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내용과 같은 맥락인지?

두 용어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브랜드 페르소나는 고객들에게 비칠 우리 브랜드의 모습을 의인화한 거다. 쉽게 말해, 우리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어떤 성별, 취향, 성격일지를 규정한 결과다. 한편 고객 페르소나란 우리 브랜드를 실제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다. 통상적으로 고객 페르소나에 맞춰 어떤 채널에서 브랜딩을 전개할지 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브랜딩 담당자는 브랜드 페르소나와 고객 페르소나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가령, 10대 여성 소비자(고객 페르소나)를 타기팅한 가방 브랜드라고 해서 브랜드 페르소나도 10대 여성처럼 보이게끔 브랜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브랜딩 담당자는 이 두 인물을 일치시키려고 하는데 10대 여성 소비자가 동경할 정도로 트렌디한 20대 여성을 브랜드 페르소나로 설정해도 된다. 오히려 고객 페르소나와 브랜드 페르소나를 달리 설정하면 타깃층에게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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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을 작게 시작하는 방법은 없을까?
비용 부담 때문에 브랜딩하길 주저하는 브랜드도 많다.

사실 브랜딩할 땐 브랜드의 소소한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 흔히 브랜딩을 계획할 때 TV 광고를 집행한다거나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누구나 감탄할 만한 스케일로 전개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다. 하지만 무턱대고 대규모 브랜딩부터 단행하면 기대치보다 효과가 미비할 확률이 높고, 그 결과 브랜딩에 대한 회의감만 높아질 수 있다.

평소 브랜딩을 기획할 때도 소규모 활동부터 고민한다. 29CM가 론칭한 앱 푸시 서비스 ‘루시’도 그렇게 탄생했다. 쇼핑몰들이 하루에도 3건 이상의 홍보성 푸시 알림을 보내는 마당에 29CM마저 유사한 푸시 알림을 보내면 이용자들의 반감만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쇼핑몰들의 푸시 알림 내용은 주로 신규 상품 또는 할인 이벤트 소식이었는데 루시에선 이런 주제들을 아예 제외했다. 오히려 하루에 틈날 때마다 생각나는 쇼핑몰이 되기 위해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들을 노출했다. 저녁 퇴근 시간대에 맞춰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를 추천하거나 소나기가 그칠 때쯤 “날씨가 맑아질 것 같아요, 푸른 하늘이 됐으면 좋겠네요”라는 알림으로 공감을 유도하는 식이다. 감성적인 내용에 어울리도록 여러 에세이와 소설의 문체를 분석해 루시만의 톤 앤드 매너를 확립했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여성의 차분한 목소리를 푸시 알림 내레이션 사운드로 채택했다. 구매 페이지로 유입시키는 알림은 아니다 보니 매출에 기여하진 않았지만 앞서 말했듯 브랜딩의 목표인 팬덤을 쌓는 데 의미를 뒀다. 실제 2016년 7월 루시가 첫 알림을 보낸 후 일주일 만에 인스타그램에선 루시를 캡처한 화면과 함께 메시지에 감동받았다는 고객 후기가 잇따랐고 신규 회원 수도 늘었다. 이처럼 소규모 활동을 반복하며 우리 브랜드에 관심 갖는 소비자를 꾸준히 확보한다면 향후 대규모 브랜딩을 집행할 때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노력하는 브랜드에 조언한다면?

브랜딩을 시작할 땐 단기간에 대단한 성과가 나기 어렵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묵묵히 팬덤을 모으는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브랜딩에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 브랜드 쪽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리 없으니 말이다. 기억하자, 중요한 건 ‘브랜딩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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