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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디지털 노마드의 주거 양식

호텔을 집처럼, 집을 호텔처럼
원격 근무가 빚은 숙박 트렌드

정희선 | 332호 (2021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텔레워크와 워케이션(Worcation) 등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특급 호텔에서 한 달간 살아볼 수 있는 장기 숙박 플랜, 전국에 위치한 호텔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 다거점 숙박 플랜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호텔을 집처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집을 호텔처럼 사용하는 모델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리렌트레지던스 시부야’란 이름의 맨션은 ‘외박하면 월세가 줄어든다’는 점을 앞세워 새로운 주거 세그먼트를 선보였다. 매달 같은 액수를 꼬박꼬박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 월세를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변동비로 전환한 것이다. 이처럼 집과 호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호텔은 여행지에서 단기로 머무는 곳’ 혹은 ‘집은 한 군데이고 장기적으로 머무는 곳’이라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근무 형태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나고 있다. 휴가지에서 머물며 일하는 ‘워케이션(Worcation)’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쓰이고 어디서든 내가 일하는 곳이 오피스가 됨에 따라 주거에 대한 새로운 니즈가 탄생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고객들의 달라진 생활양식에 맞춰 주거 형태를 제안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전멸한 호텔 업계에서 원격 근무자들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은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추세다. 특급 호텔에서 한 달간 살아볼 수 있는 장기 숙박 플랜은 물론, 전국에 위치한 호텔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 다거점 숙박 플랜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집과 호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호텔은 여행지에서 단기로 머무는 곳’ 혹은 ‘집은 한 군데이고 장기적으로 머무는 곳’이라는 상식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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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호텔이 나의 집

2년이 다 돼 가도록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장기화되자 일본 호텔들은 낮은 객실 가동률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관광객이 전멸한 상황에서 국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재택근무자들을 타깃으로 한 장기 숙박 서비스를 경쟁하듯 선보이기 시작했다.1

개업 130년을 맞는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 호텔 ‘제국호텔(帝国ホテル, 데이코쿠호텔)’은 2021년 2월 신사업으로 ‘서비스 아파트먼트’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 아파트먼트는 이용객이 30박 36만 엔(약 375만 원)을 지불하면 제국호텔에 사실상 거주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제국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931개 객실 가운데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해외 방문객의 발길이 끊기자 객실을 가동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이 같은 파격적 시도를 감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개 층을 개조해 99개 객실을 서비스 아파트먼트로 내놓자마자 예약 첫날 오전 중 완판됐다.

서비스 아파트먼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수요는 예상보다 다양했다. 호텔을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빌리는 개인사업자,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원하는 기업 임원도 있었고 일반 부부 중에서도 ‘한 달 살기’ 체험처럼 ‘잠시 도쿄 긴자에 살아볼까’라는 마음으로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공용 공간에는 전자레인지, 세탁•건조기, 다리미 등이 비치됐으며 식사와 세탁 서비스도 유료 옵션으로 제공됐다.

이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열띤 반응에 힘입어 제국호텔은 지난 5월 객실을 추가해 총 200개 실로 서비스 아파트먼트를 확대했다. 그 결과 10월 현재 가동률은 60∼70% 수준이다. 그동안 해외의 일류 호텔 중에는 장기 체류자를 위한 스위트룸이나 서비스 아파트를 운영하는 호텔이 꽤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장기 수요에 대응하는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원격 근무로 인해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실현되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런 변화에 발맞춰 신사업을 선보인 제국호텔은 집과 호텔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주거 형태를 제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국호텔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도쿄의 또 다른 호텔 뉴오타니는 아침•점심•저녁 3식에 청소와 세탁이 포함된 1달 75만 엔의 장기 체재 플랜을 ‘신 슈퍼 도쿄케이션(TOKYOCATION)’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인터콘티넨털호텔(30박, 39만 엔부터), 게이오 플라자호텔(30박, 16만 엔부터) 등 일본의 유명 호텔들도 연달아 장기 숙박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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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선 |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hsjung3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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