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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메타버스로 떠나는 새로운 여행길

정보, 소통, 경험 확대의 신무대
어떤 메타버스 플랫폼을 택할 것인가

이임복 | 332호 (2021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는 여행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여행 산업에 메타버스를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먼저 여행지 홍보, 행사 광고, 수익 창출 등 메타버스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두루 사용하면서 목표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은 여행 갈증을 해소해주는 메타버스 여행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주는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올 초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될 정도로 메타버스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을 대표하다시피 하는 로블록스에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리메이크한 게임이 300개 넘게 등장했다. LS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채용설명회나 창립기념일과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 정부 역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업, 스타트업과 함께 메타버스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왜일까?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30년 전인 1992년 처음 알려진 용어다. 2003년 ‘세컨드라이프’ 같은 게임이 등장해 이미 메타버스의 세계를 엿보게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왜 10년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새삼 관심이 집중되는 걸까? 산업계, 특히 여행업계에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는 과연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우리 앞에 놓인 세 번째 거대한 변화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인가, 아니면 거품에 불과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기회다. 메타버스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유비쿼터스, 사물인터넷(IoT), 4차 산업혁명의 뒤를 잇는 그저 또 하나의 트렌드 용어로 여길 수 있다. 심지어 ‘보고서용 용어’라는 핀잔도 듣는다. 새로운 사업으로 간주돼 예산을 받으려면 메타버스란 단어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이는 메타버스에 대한 오해다. 메타버스는 지금부터 새롭게 정의되는 세상을 의미하는 단어다. 메타버스란 뭘까? 누구는 가상현실이라고, 또 누구는 줌이나 유튜브 같은 영상도 메타버스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실체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모든 것이다(Metaverse is everything). 메타버스는 어디에나 있고, 어느 것이든 될 수 있다.

필자는 메타버스를 우리에게 온 세 번째 거대한 변화라고 본다. 인터넷, 모바일에 이어 인류의 삶에 큰 충격적 변화를 안겨줄 수 있는 계기라 여기기 때문이다. 첫 번째 변화였던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은 쉽게 여행지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어디서든 쉽게 여행지 관련 정보를 남기고 각종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지구촌 구석구석의 여행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더 많은 사람이 여행에 나섰다. 인터넷이 사람들을 잇고 모바일이 연결된 사람들을 이동시킨다면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연결을 가져온다.

더 이상 가상과 사이버가 낯설지 않아

그런데 지금에서야 메타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② 디지털 경험 ③ 기술 발전이다.

팬데믹은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재택근무와 재택 수업이 일상이 됐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답답함이 커졌다. 만날 수 없다고 해서 일과 생활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디지털 기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시 연결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을 통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는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은 빠르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줌(Zoom)이 대표적 사례다. 초등학교에서 회사, 여행에 이르기까지 줌을 통한 실시간 영상 소통은 일상적 행위가 됐다.

어느 장소를 가건 QR코드를 통해 체크인하는 것 역시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식당에서의 메뉴 주문도, 생필품 주문도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 소외 계층이라 불리던 60대 이상도 어느덧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해졌다.

그렇다 보니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올 9월 신한라이프는 ‘로지’라는 22살의 여대생을 광고 모델로 택했다. 발랄하게 춤을 추는 로지의 쾌활한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영상이 아니다. 로지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 사이버 휴먼이다. 물론 로지가 첫 번째 사이먼 휴먼은 아니다.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다.

그 시절과 달라진 건 진짜 사람 같은 표정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고도로 발전된 제작 기술이다. 일반 대중과의 소통도 크게 달라졌다. 로지 같은 사이버 휴먼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대중과 소통한다. 이동이 멈춘 코로나 시대, 어차피 진짜 사람과도 SNS로 만나기 때문에 사이버 휴먼이 ‘사이버’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소식을 매일 같이 볼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사이버 휴먼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나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자 페친(페이스북 친구)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9월부터 ‘루시’라는 사이버 휴먼을 육성하고 있다. 2차원적인 사진을 활용한 인스타그램 활동만 하던 루시는 올 하반기부터 영상으로 업그레이드됐고 목소리도 얻어 앞으로 홈쇼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사이버 휴먼이 여행 캐스터가 되는 건 불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구석구석의 명소에서 이들이 등장하면 그 자체로 흥미로운 광고가 될 수 있다. 27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와 3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릴 미켈라(Lil Miquela)는 2019년부터 인간 뮤지션들과 자연스럽게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 1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19살 브라질계 미국인으로 설정된 미켈라는 샤넬, 프라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 모델을 하면서 지난해 1170만 달러(약 140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휴먼 인플루언서는 충분히 영향력이 큰 여행 캐스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줌을 통한 소통에 익숙해져 영상으로 대화하는 것이 자유로워진 사람들은 오큘러스 퀘스트2와 같은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앉은 자리에서 아바타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360도 영상으로 촬영된 여행지를 접하는 데도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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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주, 경주, 안동과 같은 관광 명소들은 VR 여행을 제공하고 있다. 2 오큘러스 홈페이지에는 VR로 떠나는 다양한 여행 콘텐츠가 준비돼 있어 언제, 어디서든 가상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3 아직은 혼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여행 큐레이터가 엄선한 장소를 10명 이상이 단체로 체험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4가지 유형

메타버스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며 이제 막 시작된 기회다. 하지만 어렵다. 여행업계 회사나 복합 전시 사업(MICE) 분야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메타버스를 하려면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지요? 그런데 투자만큼의 성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으니 시도는 못하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메타버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글을 쓰고 가상현실로 들어가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모습이다. 집에서 VR를 통해 파리의 에펠탑이나 괌의 해변을 진짜로 걷는 것 같은 체험. 상상만으로도 좋다. 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일이다. 이 수준으로 구현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여행업계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VR나 증강현실(AR)만이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도 훌륭한 메타버스다. 언젠가 인류가 도달할 진짜 같은 가상현실의 시대가 오기를 기다리며 메타버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는 4가지로 구분된다. (그림 1) ①VR/A형 ②SNS형 ③게임형 ④회의, 업무 및 교육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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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형 메타버스

“목포의 향기를 찾아라”… 참여형 여행 상품 개발 활발

VR 및 AR 기반으로 성장하는 메타버스를 말한다. VR는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하는 고글을 쓰고 가상현실을 경험하게 한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도, 그 안에 있는 사물도 모두 가상이다. AR는 현실 세계 위에 다양한 가상의 사물을 입혀 보이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VR를 경험하려면 고가의 기기가 필요하다. 고가의 기기가 있더라도 체험할 만한 콘텐츠가 극히 적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당초 기대와 다르게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구글과 삼성전자는 각각 VR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상현실을 통해 어디든 갈 수 있는, 해방감을 주는 VR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VR로 제주도 명소를 보여주는 비짓제주(visitjeju.net)가 이에 해당하는 국내 사례다. 비짓제주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공식 관광 정보 포털 사이트로 쇠소깍, 정방폭포 등 주요 관광지 24곳을 VR로 구현했다. 경주 역시 ‘영상으로 보는 경주’라는 이름으로 불국사, 첨성대, 황리단길 등 다양한 장소를 VR로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VR 기기가 있다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고, 없더라도 360도 회전하는 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마우스로 다양한 각도에서 해당 장소를 감상할 수 있다. 360도 카메라와 드론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단점은 VR 기기가 있어야만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면 AR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이미 애플과 구글은 각각 ‘애플 AR 키트(kit)’와 ‘구글 AR 코어(core)’를 공개해 누구나 쉽게 A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홍콩관광위원회는 ‘시티 인 타임(City in Time)’을 통해 특정 장소에서 특정 마크를 스캔하면 그 장소의 오래된 사진과 홍콩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했다. 4 현재 시티 인 타임 홈페이지 혹은 해당 앱을 다운로드받으면 센트럴의 에든버러 플레이스, 페더 스트리트, 침사추이의 구룡공원, 시계탑 등 13개 장소를 AR로 체험해볼 수 있다.

국내 사례로는 유니크굿컴퍼니의 ‘리얼월드’를 들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은 쏘카와 함께 목포의 다양한 장소를 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는 ‘퍼퓸 오브 더 시티: 목포’를 출시했다. 사용자는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가 돼 목포의 향기를 담은 향수를 만들어야 한다. 목포역에서 쏘카 차를 빌린 후 유달산 노적봉, 목포근대역사문화 관광 공간, 서산동 시화골목 등 목포의 명소를 다니며 단서를 찾아 미션을 해결하면 된다. 단서는 리얼월드 앱을 실행해 GPS와 증강현실 기능을 활용해야 얻을 수 있다. 모든 미션을 완수하면 쏘카 이용료를 60% 할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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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행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AR를 통해 다채로워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 이동이 또 멈출 수도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다.

VR/AR를 제작하지 않고도 VR/AR 기반의 메타버스에서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답은 콘텐츠에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콘텐츠가 시원찮으면 재미도, 의미도 없게 된다. 해당 지역 사람만이 아는 콘텐츠를 발굴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엮은 상품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AR/VR 제작은 협업과 투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SNS형 메타버스

제페토에 여행지 구현하고 굿즈 만들어 수익화

SNS형 메타버스는 말 그대로 SNS를 메타버스로 확장한 것을 가리킨다. 우리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 무얼 하는지 생각해보자.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는다. 댓글을 달아 소통하고 가끔씩 톡방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런 기능에 더해 자신만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요즘 장안의 화제 제페토다. 이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Z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다. 제페토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게 해 이미지로 남길 수 있다. 친구들과 만나 대화도 하고 다양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물론 아바타끼리 만난다.

제페토의 또 하나의 장점은 ‘월드맵’이다. 지난해 말 한국관광공사는 제페토와 함께 ‘한강공원’ 월드맵을 만들어 오픈했는데 출시 하루 만에 25만 명 이상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울 어린이대공원도 제페토에 들어왔다. 군산은 시간 여행 축제를, 제주는 세계유산축전 이벤트를 제페토에서 진행했다. 제페토 내에서 구현된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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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에서는 가상의 장소를 실제처럼 구현할 수 있다. 제페토에서 친구들과 한강공원이나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돌아다니면 예전에 실제 가봤던 기억이 나면서 재미도 있고 어느 정도 몰입감도 느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에 의미는 더 크다. 국내 유저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여행을 오고 싶어 하는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제페토 빌드업 프로그램으로 가상세계를 제작하는 데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누구나 무료로 맵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단점은 제페토 유저들이 아직 10대가 대부분이고, 90%가 해외 유저라는 점이다. 구매력이 있는 연령층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월드맵에 관광지를 만들어 놓아도 실제 방문율을 높이긴 힘들다. 제페토라는 단일 세계에 단 하나의 건물을 올리는 개념이 아닌 것도 아쉽다. 한 월드맵에는 최대 16명의 인원만 접속할 수 있다. 나머지 인원은 같은 한강공원이더라도 다른 맵에 접속된다. 따라서 접속한 모든 이를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긴 힘들다.

따라서 제페토는 SNS형 메타버스, 즉 친구들과 다양한 소통을 목적으로 한 메타버스로 이해하는 게 좋다. 아바타 꾸미기, 포즈 취하기, 월드맵에서 만나기는 소통을 돕기 위한 도구다.

여행업계로서는 제페토에서 여러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주요 여행지를 제페토화해 홍보한다. 다만 맵 안에서 실제 수익을 올릴 방법이 아직 없다는 점에는 주의하자. 둘째, 굿즈 상품 개발이다. 제페토스튜디오를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 제주, 경주 등 다양한 장소와 관련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한다면 수익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제페토 측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게임형 메타버스

‘에펠탑에서 번지점프’, 로블록스에선 가능

게임형 메타버스는 게임에 보다 초점을 두는 메타버스다. 제페토에서도 게임할 수 있지만 소통 중심이기 때문에 게임형 메타버스로 분류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대표적인 게임형 메타버스로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를 꼽을 수 있다. 국내 기업 펄어비스가 공개한 게임 트레일러 ‘도깨비’ 역시 게임형 메타버스에 해당한다.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는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마인크래프트는 네모난 블록만 사용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건축물이나 사물이 모두 레고처럼 각진 형태지만 로블록스는 원형, 삼각형 등 다양한 사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둘의 차이다.

2020년 5월 청와대는 마인크래프트로 청와대를 구현해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어 인천시는 ‘인천 크래프트’라는 이름으로 송도, 인천국제공항, 인천시청 등 다양한 명소를 마인크래프트로 만들었고 누구나 맵을 다운받아 실행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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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로블록스에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를 만들었다.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미래 도시를 구현함과 동시에 수소차 넥쏘, 전기차 아이오닉5, 자율주행 셔틀버스 등 다양한 모빌리티를 마련해 참가자들이 직접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대한민국 농업박람회가 택한 곳도 로블록스다. 메타버스 체험관을 만들어 스마트팜, 승마, 밀밭 수확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게임형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참여자들이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경쟁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한 번 맵을 돌아보고 끝내지 않고, 반복적으로 참여하기 마련이다. 다만 게임 기반이기에 게임의 재미가 가미되지 않으면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제페토 유저보다 더 어린 초등학생이 주 사용자층이어서 추가적인 매출 연계를 기대하긴 힘들다.

여행업계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국내외 유명 장소를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에 만들고 게임 기능을 추가해 홍보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에펠탑에서 번지점프를 하거나 스핑크스 머리 위에서 티타임을 즐기도록 하는 건 어떨까? 현실에선 불가능한 체험이기에 오히려 더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회의, 업무 및 교육형 메타버스

게더타운에서 일대일 여행 상담,
이프랜드에서 ‘트래블버블’ 설명회를

업무와 세미나, 교육에 특화된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는 게더타운과 SKT의 이프랜드(ifland)를 들 수 있다.

게더타운은 고전 8비트 RPG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맵 메이커를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사무실이나 행사장을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접속하는 것은 다른 메타버스와 동일하다. 차이점은 아바타끼리 특정 거리 범위에 있게 되면 플레이어들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켜지고 영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줌(zoom) 영상 회의의 확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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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과의 차이는 한 번 만든 공간은 홈페이지처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여러 대기업이 게더타운에서 채용설명회나 입사 환영회를 열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일자리 페스티벌을, 서울시립과학관은 교육 및 문화 행사를 게더타운에서 개최했다.

이프랜드는 업무 및 교육에 특화된 제페토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행사를 진행하는 관리자 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에 제페토에서처럼 아무나 맵을 구축할 순 없다. 행사에 맞춰 미리 만들어진 공간에는 최대 131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 PDF나 영상 자료를 메타버스 공간에 띄울 수 있는 기능은 매우 큰 장점이다. 단점은 이 두 서비스 모두 일반인의 활용도가 적다는 데 있다.

이러한 서비스에서 여행지를 구축할 수는 없겠지만 이프랜드를 이용하면 ‘트래블버블’ 등 여행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에 답해주는 상담 코너나 여행 관련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행사는 물론 유튜브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를 쳐다보며 참석자들과 댓글로 소통하는 것과 아바타라고 해도 실제 상대방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은 전달과 참여 면에서 더 나은 느낌을 준다. 일대일 맞춤형 상담은 게더타운 같은 플랫폼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 속 안전한 여행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 맞춤형 여행에 대한 컨설팅이나 고객 개개인에 대한 관리를 하는 데도 적합한 플랫폼이다.

사전 체험 場으로서의 메타버스 여행

VR, 제페토 등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통한 여행은 진짜 여행을 대체할까?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일 수 있겠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고 다시 실제 여행을 즐기게 되면 다들 메타버스에 접속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명확한 한 가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 스마트폰 사용과 정보 습득, 가상 세계와의 연결에 더 많이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어딘가를 가고, 누군가를 만나는 게 더욱 소중한 인생의 순간이 된 만큼 한 번 여행을 가더라도 수많은 정보를 찾고 학습하면서 더욱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메타버스를 통한 여행은 이를 위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예비 여행자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선 여행지에 대한 사전 배경지식을 전달해주는 정보의 장이자 소통의 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일은 메타버스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홍보, 광고, 수익 증대 등 뭐든 좋다. 그다음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을 찾아 경험해보며 자신의 목적에 맞는 플랫폼을 찾도록 하자.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오늘, 지금이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eundang@gmail.com
필자는 2008년 아이팟 터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모바일 혁명이 가져다줄 변화에 매료됐다. 이후 IT 트렌드를 듣고, 보고, 경험하고, 생각하며 말하는 트렌드 워커로 활동하고 있다. 세컨드브레인 연구소를 통해 조직과 개인에게 필요한 IT 트렌드를 이야기하며 매일 아침 유튜브를 통해 ‘출근길 IT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2021)』 『돈이 되는 IT(2021)』 『IT 트렌드를 읽다(2017∼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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