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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지칠 줄 모르는 사수의 조언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요

배미정,김현정,함규정 | 373호 (2023년 0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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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입사 2년 차인데 답답해서 정신병이라도 걸릴 것 같아요. 신입 교육을 마치고 팀에 배치돼 업무를 시작하면서 A 대리를 사수로 모시며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팀장이 모든 업무는 A 대리에게서 먼저 컨펌을 받은 다음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자연스럽게 A 대리와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났죠. 처음에는 A 대리가 이것저것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업무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자기 시간을 쪼개서 직장 생활에 대한 조언까지 해주는 A 대리가 고마웠고 존경하는 마음까지 품게 됐죠.

그런데 제가 업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로 A 대리의 조언이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안을 만드는 데 제가 보기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디자인을 들먹이며 수차례 ‘다시 하라’고 수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직 작업 중인 내용을 자꾸만 물어보면서 이런저런 점을 조심하라고 지적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아직 많이 실력이 부족하니 도움이 되기 위한 조언이겠거니 생각해서 참고 견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수정을 거치느라 업무가 지연되고 지적 사항이 좀처럼 줄지 않아 답답합니다.

최근에는 A 대리가 수차례 지적해 수정한 내용을 팀장에게 들고 갔더니 왜 이렇게 고쳤냐고 질책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A 대리의 지시로 수정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한 걸 A 대리가 알면 기분이 상할까 봐 걱정이 되고, 또 앞으로 회사 생활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팀장이 내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원래도 남의 평가를 신경 쓰고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데 A 대리의 요구 사항을 다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너무 힘들고,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팀장한테 직접 가서 이런 고충을 얘기하려니 아직 신입 사원인데 그렇게까지 해도 될지, 괜히 건방지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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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 

예전에는 많은 도움을 받았던 사수의 지도가 이제는 직장 생활 자체에 부정적인 느낌이 들 만큼 정 사원님을 어렵게 만들고 있군요.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이런 경우가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들, 특히 일을 잘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한적인 정보로 상황을 예단하거나 솔루션을 드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인관계는 보통 A 대리의 문제이거나, 나의 문제이거나, 서로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A 대리가 문제라고 가정해 보도록 할게요. A 대리는 사실 주어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추가로 에너지를 써서 정 사원님을 도와주고, 팀의 일을 잘 해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일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정 사원님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일을 성의 없게 해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잘하고 있고, 성장을 다 했는데,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사수의 역할을 해 내려다 보니 본인도 어려워졌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상사들은 부족한 것을 지적하는 것을 피드백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업무에 피드백을 주려니 없는 트집을 잡거나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될 것을 요구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그저 계속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은 정 사원님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해서 상사의 도움이나 피드백을 자율성 침해로 받아들이게 됐을 수 있죠. 이제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그와 관련해 어떤 변화나 조언 정도의 조정을 요청하지 않고 예전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어요. 아마 요청할 타이밍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 사람의 불편한 마음들이 드러나지 않아서 둘 사이에 미묘한 인간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일의 옳고 그름보다는 서로의 감정에 더욱 휘둘리게 됩니다. 따라서 정 사원님뿐만 아니라 사수인 A 대리님 역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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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이 됐든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소통을 하는 것입니다. 사수와 둘이서 이야기를 하거나 팀장님과 진솔하게 이야기해서 조정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의도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잘못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먼저 사수와 면담이나 가벼운 티타임을 통해 소통을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사수의 노고에 충분히 감사를 표하시고 사수의 도움으로 인해 성장하게 된 것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시작하세요. 평소에 사소하게 표현을 하긴 하셨겠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 감사를 표하고 최근에 “제가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다고 느끼시는지”를 물어보세요. 사수는 별문제 없다고 말할 수도 있고, 지금 정 사원님이 정신병 걸릴 것같이 괴로운 것처럼 그분도 괴로워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그분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들어보세요.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 정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른 시각에서 현재 사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담담하게 본인의 감정을 ‘I-메시지’(나를 주어로 하는 표현)로 표현하시면 좋겠습니다. “대리님이 주시는 피드백이 제가 완전 초보일 때와 지금 저에게 다른 결과를 내는 것 같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이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이 당황스러움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것, 특히 특정 예시를 들면서 상대가 비난받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직 생활 전체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지금의 불편한 피드백과 그로 인해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멈추는 것이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나 상사로부터 잘못의 인정이나 사과를 듣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상사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감사하다고 하시고 “저는 조금 답답함을 느껴서 약간의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표현해 조정을 요청하시거나 팀장님께 직접 조정을 요청드리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사실 사수 입장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거나 사수 노릇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 이미 큰 의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생각보다 아주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면담 같은 공식적인 소통보다는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대화 가운데서 쉽게 풀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이제는 제가 혼자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부드럽고 공손한 접근이 먹히지 않는다면 그다음은 팀장님과 직접 소통해 보시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사수의 지도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요. 적당한 이유와 업무 분장을 통해서 조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혹은 사수의 지도와 상관없는 곳에서 굉장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사수가 포함되지 않은 TF에 참여를 요청한다거나 작은 일이라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한다거나 말이지요. 2년 차 정도면 회사 일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됐고, 그런 일들을 만들거나 참여하겠다고 말할 정도가 되는 연차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 제 경험담을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20여 년 전 사수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까지 말하게 만든 골치 아픈 신입이었거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정확했고 그것을 제 방식대로 풀어가고 싶어 해서 그 과정에서 사수와 많이 부딪혔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데 타임 테이블을 먼저 칠판에 그리는 사수에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적을 먼저 정의하고 타임 테이블을 그리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으니까요. 사수는 저를 괴로워했지만 결국 제 방식대로 혹은 서로 타협해서 일을 풀어냈고, 매번 예상 밖의 성공을 이뤄냈습니다. 그렇다고 사수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로는 아웅다웅하는 일이 잦았지만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으며 계속 사이는 좋았습니다. 저의 성장이 사수의 성취이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그 사수를 모든 조직 생활을 가르쳐준 인생의 멘토로 지금까지 모시고 있습니다.

조직에 들어오면 상사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 생활의 본질인 ‘일을 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을 잘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기회를 더 잘 잡을 수 있고, 내가 티 나게 일을 잘하거나 태도가 좋거나, 상사들에게 두루 잘하면 단 한 사람의 지휘에 휘둘릴 일이 없습니다. 먼저 일이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제안해 좋은 성과를 내거나 사내에서 평판이 좋아지면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율성도 커집니다.

오랫동안 대기업 임원들을 코칭하면서 느낀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주관이나 방식이 뚜렷하다는 것이고, 특히 일과 관련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인간적인 부분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오더라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드릴 수 없는 어떤 면을 가진 분들이셨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는 부드럽고, 관용적이고 큰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업무에 있어서는 “그것만은 잘 해내야 해”라는 인상을 주시는 분들이었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내가 일을 잘해서 조직 내에서 두루두루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세요. 사수의 지도를 벗어나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을 만드시고요. 그리고 사수에게 감사의 표현과 함께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그것이 안 되면 팀장님께 직접 업무 조정 등을 요청해 보세요. 어떤 상황에서든 사수를 비난하거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태도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이제는 사수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일을 척척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받고, 더 많은 성취를 주도해 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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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I 

정 사원님의 역량을 직접 눈으로 보고 파악한 건 아니지만 정 사원님은 업무 적응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A 대리의 상세한 설명과 조언이 도움이 되고 고맙게 느껴졌지만 2년 차가 된 지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 센스와 역량은 경험과 연차와는 별개니까요. 다만 정 사원님이 아직 신입이라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은 정 사원님이 처한 상황을 하나씩 저와 함께 짚어보시죠.

우선, 팀장이 정 사원님에게 A 대리를 사수로 두고 업무를 배우라고 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A 대리가 해당 업무들을 처리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를 통해 새로운 업무를 파악하고 그 방식을 보고 배우라는 뜻이지요. 정황상으로 볼 때, A 대리가 팀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업무는 A 대리의 컨펌을 받고 보고하라”고 이야기한 부분에서 더더욱 그렇게 판단됩니다. 아마도 A 대리는 그동안 팀장이 원하는 방식대로 업무를 무리 없이 잘 진행해왔을 거예요. 그래서 팀장은 A 대리가 내는 결과물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는 거지요.

A 대리가 자신의 시간까지 추가로 할애하며 직장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들을 해줬다는 걸 보면 정 사원님에 대한 기본적 호감과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선배라고 모두가 다 후배를 아끼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개인 성격, 가치관 등에 따라 최소한만 개입하고 더 이상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선배나 사수들도 있으니까요.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볼 때 A 대리는 인성적으로나 역량 면에서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A 대리가 기획안 등에 대해 다시 작업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계속 수정 사항들을 지적한다고 하셨는데요. 어쩌면 정 사원님 눈에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을 지적하는 건 정 사원님이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A 대리가 중요하지 않은 디자인을 지적하며 수정하라고 했다면 그건 해당 자료를 볼 팀장이나 임원이 디자인을 매우 중시하는 스타일일 수 있는 거지요. 또한 아직 작업 중이라 마무리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자꾸 물어보는 건 잘못된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도록 수시로 체크하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를 끝까지 작성하고 나서 그제야 A 대리가 결과물을 확인한 후 “이 방향은 틀렸다”라고 피드백하면 이후 정 사원님의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게 되지요. 따라서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 중간에도 계속 진행 과정을 확인하는 듯합니다. 사실 조직에서는 ‘수시 보고가 가장 좋은 보고다’라는 덕목도 있으니까요.

다만, 이 과정에서 “내 능력을 못 믿어서 자꾸 물어보는 건가?” “아직 작업 중인데 자꾸 물어보니 집중이 안 된다”는 등의 느낌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이때는 차라리 진행되는 내용을 주제별/흐름별로 대략 소분하고 각각의 소주제별로 업무 내용이 끝날 때마다 확인받겠다고 A 대리에게 먼저 이야기해 두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A 대리 입장에서는 본인의 중간 컨펌 없이 그대로 결론까지 완성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최근 정 사원님이 A 대리의 수정 사항을 반영해 팀장에게 보고했을 때 팀장에게 안 좋은 피드백을 받고 기분이 상하는 일이 발생하셨지요. 내가 한 일이 아닌 부분에 대해 꾸지람을 듣는 건 누구라도 기분 안 좋은 일입니다. 당연히 정 사원님 입장에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정 사원님의 능력에 대해 팀장이 오해할까 봐 불안한 마음도 들고 말이지요.

이때 “해당 자료는 저의 생각이 아니라 A 대리의 지시대로 수정한 겁니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신 건 정말 잘한 행동입니다. 팀장 입장에서 볼 때 A 대리는 정 사원님의 선배이자 상사입니다. 그런데 A 대리가 없는 자리에서 자칫 A 대리에 대한 뒷담화 또는 고자질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말을 하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조직에는 엄연한 직급 체계가 있지요. 팀장의 성향에 따라 선배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간주하고 정 사원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확률도 높습니다. A 대리는 정 사원님보다는 더 오랜 시간 동안 팀장과 직장 생활을 함께 해왔습니다. 인간적인 정도 그만큼 더 많이 쌓였을 테지요.

게다가 정 사원님이 팀장에게 A 대리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한 사실을 A 대리가 알게 될 경우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A 대리는 정 사원님의 사수지요. 사수와의 관계가 불편해진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사람은 바로 정 사원님 본인입니다. A 대리가 정 사원님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나 괘씸한 생각이 들 경우 직장 생활이 미묘하게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정 사원님이 A 대리에 대해 느끼는 답답함, 짜증, 불편함 등이 A 대리 본인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각별히 마음관리를 하셔야 합니다. 사실 사람의 마음은 티 내지 않으려 해도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들키게 되지요. A 대리가 갖고 있는 좋은 역량과 강점들을 기억하면서 그 부분들을 본받고 본인 것으로 흡수하기 위해 노력해주세요. 또한 A 대리와 인간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굳이 애써’ 노력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편으론 곰곰이 생각해보면 팀장이 A 대리의 업무 스타일 및 장점/단점을 모를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어떤 부분에서 강점이 있고, 어떤 부분은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따라서 정 사원님이 팀장님께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팀장님은 대략 알고 계실 거예요. 게다가 모든 내용은 A 대리의 컨펌을 받으라고 했으니 당연히 A 대리의 수정 방향대로 작성됐을 거라는 걸 짐작할 겁니다. 이런 이유로 팀장에게 찾아가 A 대리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는 건 잠시 보류하고 좀 더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직장 2년 차면 업무는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졌을 시기입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더 알아가고, 서로 간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며 풀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회사에 일을 하기 위해 모였지만 그 일이 제대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업무와 관련된 노하우와 스킬들을 꾸준히 습득하면서 A 대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데 좀 더 집중하면 좋을 듯합니다.
  • 배미정 배미정 | 동아일보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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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 aSSIST 글로벌 리더십 센터장

    필자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미네소타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INSEAD 글로벌리더십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심리학과 경영학, 성인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연구하며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다.
    hyun89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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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규정 | 씨앤에이엑스퍼트 대표

    비즈니스 교육·훈련 기관 씨앤에이엑스퍼트(C&A EXPERT)의 대표이자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다. 감정 코칭 전문가로서 직장 내 감정 관리 및 소통 기술에 대해 CEO와 임원, 팀장 및 팀원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한다. 저서로는 「감정 관리도 실력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 「서른살 감정공부」 등이 있다.
    hahm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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