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고객제표의 의미와 도입 취지

고객 누구인지 모르는 ‘고객 문맹’ 심각
제품·결과 중심의 재무제표 한계 넘어서야

김형수 | 390호 (202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활동의 결과를 재무적인 관점으로 보여주는 재무제표는 ‘제품 중심’의 규모의 경제보다 ‘고객 중심’의 범위의 경제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점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무제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기업 경영에 있어 오랫동안 사람들이 외쳐 온 ‘고객’이란 주제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객이란 키워드를 생략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영 전략과 최종적인 재무 성과 사이의 논리적 단절을 낳고 기업이 자사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고객 문맹(Customer illiteracy)’ 현상을 초래한다.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영 성과를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 고객제표가 필요하다.



GettyImages-1467945850


무엇이 다른가?


유사한 품목의 소비재 제조업 회사 두 곳이 있다. 두 회사는 동일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판매하지만 제품 라인이 겹치지는 않아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 2018년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두 회사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C사는 연 매출 2200억 원, 영업이익률 6.5%를 기록했고, F사는 연 매출 2500억 원과 영업이익률 5.8%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이나 유보율 등 다른 재무지표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1

그러나 2023년 결산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두 회사의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C사는 연 매출 4000억 원과 영업이익률 8.1%를 달성해 매출과 영업이익률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F사는 연 매출이 2800억 원으로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3%로 오히려 악화됐다. 이렇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재무제표를 보면 두 회사 간 격차가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모두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면서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의 등락을 겪었고 2023년에는 다른 대부분의 소비재 부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YoY)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부침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4년간 변동폭 관점에서 보면 C사의 경우 변동폭이 10% 내외에서 유지되고 큰 그림에서는 꾸준히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던 반면 F사의 경우 변동폭이 20%를 넘나들며 더 크게 휘청였다. 2020년과 2021년 팬데믹으로 인한 역성장의 한파가 C기업에는 가벼운 재채기 수준으로 지나갔다면 F기업에는 독감 수준으로 혹독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공식적으로 발표된 재무제표상으로는 결과만 알 수 있을 뿐 이렇게 차이가 발생한 어떤 근거나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관련 문헌이나 공시 자료 등에서도 단서가 될 만한 특별한 이슈는 발견할 수 없다. 다행히 두 회사 모두 필자가 몇 년 전, 그리고 최근까지 프로젝트와 자문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연구에 필요한 몇 가지 주요 고객 분석 지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지표들을 들여다봤더니 의외로 단순한 지표 하나에서 두 회사 간 차이가 났다. 그것은 바로 ‘식별고객(identified customer)’의 매출 비율이었다.

C사는 2018년 이미 전체 매출액 중 식별고객에 의한 매출 비율이 40%를 약간 웃돌았던 반면 F사는 2018년 기준 20%도 채 안 됐다. 식별고객이란 식별할 수 있는, 즉 구매 시 본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구매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고객을 의미한다. 우리가 매장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 시 개인정보를 제공했거나 멤버십 정보 제공을 대가로 포인트를 적립했다면 우리는 그 회사의 식별고객에 해당한다. 반대로 기업이 고객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거나 멤버십을 운영하더라도 구매 포인트를 적립하지 않은 채 결제만 하고 나간다면 식별되지 않은, 이른바 비식별고객(unidentified customer)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식별고객 비율은 왜 달랐을까? 식별고객화를 위한 고객 전략을 두 회사가 어떻게 전개했느냐가 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다. 가령 C사는 2016년부터 자사 몰 운영을 통해 부지런히 소비자들을 자사 고객으로 전환했고, F사는 여전히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의존하는 이른바 납품 위주의 영업을 고수했다. 실제로 최근 필자가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도 C사는 이미 식별고객의 매출 비율을 관리하고 있어서 고객 분석 지표를 확보하기가 용이했던 데 반해 F사는 그렇지 않아 여러 차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해당 지표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CRM이나 멤버십 같은 고객 전략이 아니다. 식별고객의 중요성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률같이 재무제표상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외적 성과지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회사의 성과 결정 요인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요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표들을 재무제표와 함께 활용했다면 F사는 위험 시그널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징후를 파악했다면 ‘조금 더 빨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하지 않으면 어떤 노력도 기울일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매출액이라도 식별고객의 매출 비율이 월등히 높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차이를 알 수 있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재무제표의 한계: 
결과 중심, 제품 중심의 사고에 기반

기업의 경영 성과평가 도구인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s)는 회계기간 동안 경영활동의 결과를 재무적인 관점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성과평가 시스템이다. 그러나 재무제표는 대량생산 기반의 제품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성과평가 도구로서 성과에 이르는 과정과 질적인 수준을 무시한 채 경영활동의 최종 결과적인 측면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과 업종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제품 중심의 규모의 경제보다는 고객 중심의 범위의 경제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렇게 최종 재무적인 관점만 평가하는 재무제표는 점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특히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경영 전략 관점에서는 재무제표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경영학적 관점에서 재무제표의 한계와 문제점은 오랫동안 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240325_105905


재무제표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너무나 많은 데이터를 종합(aggregation)한다는 데 있다.2 종합된 결과는 간결하게 요약돼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첫째, 종합된 결과만 보면 그 안의 세부 구성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 즉 어느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콕 집어 진단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C사와 F사의 사례는 근본적으로 식별고객 비중을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에서 1차적으로 차이가 발생했고, 이는 곧 식별고객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이어졌다.

둘째, 요약된 종합 정보는 읽는 이로 하여금 평균의 함정에 빠지게 한다. 위 사례에서 F사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23년 기준 4.3%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사실은 식별고객에 대한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었으나 비식별고객에 의한 영업이익률은 -3.5%였다는 점이다. 즉, F사의 비식별고객에 대한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이 전체 영업이익률 4.3%라는 평균으로 포장돼 있다.

셋째, 종합된 결과는 주요 원천 요인의 흐름과 변동을 보여주지 않는다. 즉, 고객이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지, 증가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유입되고 있는지, 현재 매출이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에서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는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부서가 아니고서는 경영진이나 기타 이해관계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GettyImages-1394402868_[변환됨]


또 다른 현대 재무제표의 중요한 한계점은 기업 경영에 있어서 오랫동안 모든 사람이 외쳐왔던 바로 그 ‘고객’이라는 주제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 경영은 ‘전략→고객 반응→성과’라는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설명이 된다. 그런데 재무제표는 이 고객이라는 키워드를 생략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영 전략과 최종적인 재무 성과 사이의 논리적 연결의 단절을 낳는다. 이런 경영 전략과 최종 결과 사이의 논리적 단절은 결국 기업을 자사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거나, 알 필요가 없게 만드는 이른바 ‘고객 문맹(Customer illiteracy)’ 현상에 빠지게 한다. 고객 문맹 수준이 높을수록 타깃 마케팅은 요원해지고, 값비싼 매체 광고에 더 의존하게 되며, 이탈 고객이 많아지는 줄도 모른 채 신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영업이 늘어난다. 연말로 갈수록 재무제표의 양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밀어내기식 영업에 익숙해지고, 유통업체와 같은 파트너와의 협상력이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점차 독자적인 영업 전략은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의욕적으로 개발한 신상품이나 신규 서비스의 성공 확률도 더 낮아지기 쉽다. 이처럼 고객 문맹 상황에 놓여 있는 기업은 의외로 많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이 외치는 ‘고객 중심 경영’은 단지 공허한 캐치프레이즈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가고, 빅데이터가 쏟아지고, 인공지능이 비효율적 요소를 하나하나 대체해 나가는 이 시점에서 자기 회사의 고객을 잘 모른다는 것은 이제 핑계이자 관성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경영 전략을 당장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자사의 경영 성과를 고객이라는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은 변화를 위한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앞서 기술한 재무제표의 한계를 보완하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 경영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경영 성과 평가 시스템인 ‘고객제표(Customer Statements)’를 제안하고자 한다. 고객제표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기에 적합한 도구지만 재무제표와 함께 사용하면 재무제표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고객제표의 출현:
과정 중심, 고객 중심 사고의 시작

고객제표는 이름에서도 쉽게 유추할 수 있듯 고객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기업의 경영 성과를 측정하는 새로운 개념의 경영 성과평가 시스템이다.

재무제표 = 재무 관점의 경영 성과평가 제표
고객제표 = 고객 관점의 경영 성과평가 제표

고객제표는 사실 이름뿐만 아니라 성과평가의 구조적인 틀도 재무제표와 유사하다. 그렇게 시스템을 고안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 역시 ‘돈’과 마찬가지로 기업에 중요한 자산(asset)이므로 대외적으로 검증된 자산가치 평가 체계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현재 기업에 고객이란 돈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자산으로 관리돼야 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결국 고객을 통해 창출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고객을 얻는 것=돈을 버는 것’이고, ‘고객을 잃는 것=결국 돈을 잃는 것’이라는 게 명확해진다. 따라서 자산의 가치평가는 기본적으로 자산의 구성을 파악하고 (재무상태표), 수입과 지출의 현황을 이해하며 (손익계산서), 자산의 흐름과 변동 상황을 추적하는 (현금흐름표 및 자본변동표) 기능을 요구한다.

고객제표가 재무제표와 유사한 구조적인 틀을 갖는 두 번째 이유는 단순하다. 재무제표에 익숙한 경영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어렵지 않게 고객제표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재무제표의 4가지 하위 제표의 역할과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고객제표의 4가지 하위 제표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무제표와 고객제표의 구성 요소별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240325_105932


20240325_105944




20240325_105957



1. 고객상태표, 기업의 재무 상태를
고객의 구성 형태로 파악한다.

고객상태표는 기업의 경영 성과를 기업이 보유한 고객의 구성 상태로 평가해 보는 고객 중심의 대차대조표다. 재무제표의 재무상태표에서 기업의 경영 상태를 차변의 자산과 대변의 자본 및 부채로 평가하는 것처럼 고객상태표는 기업의 경영 상태를 차변의 총고객(자산고객)과 대변의 식별고객(자본고객)과 비식별고객(부채고객)으로 평가한다. 즉, 기업의 전체 고객의 구성 현황을 자산고객, 부채고객, 자본고객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자산고객 = 자본고객 + 부채고객)

20240325_110017


자본고객은 당사에서 식별이 가능한 고객(식별고객)을 의미하며 부채고객은 식별이 불가능한 고객(비식별고객)을 의미한다. 비식별고객을 부채고객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재무에서의 부채와 마찬가지로 비식별고객은 언제든지 타사로 이동해 떠날 수 있는 임시 고객이기 때문이다. 즉, 비식별고객은 타사에서 빌려온 고객이므로 아직 당사의 진정한 고객이라고 볼 수 없다는 철학이 이 개념 자체에 깔려 있다. 고객상태표의 각 영역에는 고객 유형별 총매출액과 매출비율, 고객 수와 고객 수의 비율을 보여줌으로써 재무상태표가 보여주는 최종 매출액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근거를 제시해줄 수 있다.


2. 고객손익계산서,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의 손익구조를 보여주다.

고객손익계산서는 기업의 매출이 모두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하에 기업의 경영 성과를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에 의한 손익 구조로 평가하는 고객제표다. 고객제표의 고객손익계산서는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와 유사한 수익 평가 방식을 적용해 기업의 손익을 식별/비식별 고객에 의한 수익과 비용으로 재해석한다. 즉,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에 대한 각각의 매출액에서 각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차감함으로써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의 고객 영업이익과 고객 영업이익률을 최종 평가지표로 산출한다.

이렇게 손익구조를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고객당 평균 구매액뿐만 아니라 고객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마케팅 및 영업관리 비용이 두 그룹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식별고객의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기업이 점차적으로 식별고객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전략적 시사점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한편 고객손익계산서가 보여주는 데이터는 재무제표 손익계산서상의 정보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본변동표의 정보를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참조의 역할도 제공한다.


3. 고객흐름표, 고객의 순환과 흐름을 보여준다.

기업의 현금이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활동으로 창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고객 역시 다양한 영업 방식과 영업 채널을 통해 창출된다. 현금흐름표가 현금이라는 자산의 흐름을 관리하는 것처럼 고객흐름표 역시 고객이라는 자산의 흐름을 관리한다. 이런 고객흐름표는 영업 방식이나 영업 채널의 유형별로 고객의 유입과 유출 현황을 통해 식별고객의 흐름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고객의 흐름은 고객을 창출하는 영업 방식에 의해 일반영업, 특별영업, 그리고 기업 간의 제휴나 파트너십 등으로 구분된다. 그렇기에 고객흐름표는 영업 방식별 고객의 유입 및 유출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가령 특별영업은 특별한 할인/행사/이벤트 등 단기적인 반짝 매출 증대나 신규 고객 확보 목적으로 진행하는 영업 방식을 의미한다. 아울러 제휴나 파트너십은 전략적 제휴, 멤버십 제휴를 통해 타사의 고객을 자사의 신규 고객으로 영입하는 영업 방식을 의미한다. 보통 일반영업에 비해 특별영업이나 제휴/파트너십에 의한 고객 유입은 비교적 쉽게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손쉬운 방법으로 얻은 고객은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이렇게 단기적이고 일회성 짙은 특별영업과 제휴/파트너십보다는 보편적인 영업 방식을 뜻하는 일반영업으로 확보한 고객이 더 오래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영업에 의한 고객 유입은 고객의 순수한 구매 니즈에 의한 자발적 구매 활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영업을 통한 고객 흐름, 즉 고객의 자발적 의사로 발생한 구매 활동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고객흐름표상의 정보는 식별고객 증감의 원천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고객상태표나 고객손익계산서상의 식별고객에 대한 평가지표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고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나 현금흐름표 정보의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 위에서 설명한 영업 방식에 의한 고객흐름을 알려면 고객 마스터 정보에 ‘유입방식에 의한 식별 코드’가 부여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서 이런 전제가 충족되지는 않을 것이다. CRM이나 디지털 마케팅 기반이 우수한 기업의 경우 고객 유입 식별 코드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업 방식 대신 영업 채널(직영매장, 대리점, 온라인 자사 몰, 온라인 종합 쇼핑몰 등)이나 영업 지역(서울경기, 충청도, 강원도 등) 등의 유형으로 고객흐름표를 작성해야 한다.


20240326_152308


4. 고객변동표, 그룹별 고객의 변동 현황을 파악한다.

재무제표의 자본변동표가 자기자본의 변동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고객제표의 고객변동표는 자본고객(식별고객)에 대한 변동 현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얼핏 앞서 다룬 고객흐름표의 역할과 유사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흐름표가 총체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고객이 얼마나 유입되고 유출됐는지에 대한 흐름 자체에 집중한다면 고객변동표는 식별고객을 몇 개의 고객그룹 또는 고객등급으로 구분하고, 각 그룹의 유입과 유출을 비롯해 등급의 상승과 하락, 유지 등과 같은 세부적인 그룹 간 변동 상황을 모두 평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때 그룹 또는 등급은 상호 배타적이고 전체 포괄적인(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기준에 따라 나뉘어야 한다.

20240325_110041


고객변동표에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고객 그룹은 고객 구매액 기준으로 5분위로 구분한 다섯 개의 고객 등급이다. 하지만 이는 권장 사항일 뿐 자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멤버십 프로그램의 고객 등급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5분위 고객 등급을 적용할 경우 각 등급별 신규, 유지, 상승, 하락, 이탈 변동 현황까지 총 23개의 변동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최상위 5분위의 상승 이동과 최하위 1분위의 하락 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변동표는 동일한 식별고객 수나 매출 비율을 갖더라도 고객충성도 수준에 따라 경영 성과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단순한 신규 고객 영입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의 유지와 충성도 강화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전략적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재무제표의 자본변동표가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와의 연동이 가능하듯 고객변동표 역시 고객제표의 고객상태표와 고객손익계산서상의 정보의 근거로 활용되고, 고객흐름표의 고객흐름 정보를 5분위 그룹이라는 계층적 관점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보조적인 역할도 제공한다.3

마지막으로 고객제표를 전략적인 경영 평가 도구로 활용함에 있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재무제표도 그렇듯이 고객제표가 포함하고 있는 평가지표들의 값들을 절대적인 수준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앞서 논의했던 식별고객의 매출비율은 B2B 업종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매우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B2C 소비재 업종이나 매장 중심의 오프라인 영업 중심의 기업에는 상당히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객제표는 동종 업계의 평균 수준과 함께 비교해보는 상대적 평가가 수반됐을 때 더욱 효과적이다.


GettyImages-1447088882_[변환됨]


둘째, 업종이나 기업별로 상대적인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 내부적인 관점으로 고객제표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각 제표 간 혹은 평가지표 간 가중치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B2B 업종이나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앞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고객상태표보다 고객손익계산서나 고객흐름표의 정보가 훨씬 중요할 수 있다.

셋째, 다른 평가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고객제표 역시 일회성 평가보다는 주기적인 측정과 모니터링을 통해 시계열적 변화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더 큰 전략적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특히 고객흐름표에서 일반 영업을 통한 식별고객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고객변동표에서 특정 고객 그룹의 이탈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시그널이 포착된다면 그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

고객제표는 지난 10여 년간 많은 기업의 고객 전략 프로젝트와 연구개발을 거쳐 개발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야 표준화된 프레임워크를 갖추게 됐고 일부 기업에만 비공개적으로 테스트와 검증을 수행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제야 비로소 고객제표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공감해주는 몇몇 기관과 공동으로 공식적인 시범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제표의 측정 타당성과 유효성이 검증돼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재무제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객 전략 관점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고객제표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에 더 중요한 고객제표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추후 고객제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기가 함께 마련되길 바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고객제표가 재무제표와 함께 활용됨으로써 ‘고객 문맹’ 기업이 없는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4
  • 김형수 김형수 | 한성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필자는 ㈔한국CRM·디지털마케팅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다. 20년 이상 다양한 업종의 CRM과 고객 전략 관련 컨설팅과 자문을 수행해오고 있으며 수십 편의 저명 국내외 학술지 연구 논문과 전문 서적을 집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고객 데이터분석, CRM, 멤버십프로그램 등이다. 고객제표 전문위원단장을 맡고 있다.
    hskim8035@gmail.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