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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박선정 디앤서 본부장

“전문가를 원하는 기간-시간만큼 활용
긱 이코노미 시장 다양한 직종으로 확산”

신민기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긱 이코노미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과거 긱 이코노미는 우버와 같은 운송 서비스나 IT 개발 등 일부 영역 위주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업무 영역과 레벨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커리어케어가 선보이는 ‘디앤서’는 C 레벨 수준의 전문가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간만큼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긱 플랫폼이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각 분야 선도 기업 출신의 C 레벨 전문가들로 구성된 풀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 및 경력의 전문가를 찾아 매칭해 준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빠르게 전문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긱 워커로 일하는 전문가들 역시 유연한 근무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기업이 긱 워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일의 목적과 성과를 정교하게 짜는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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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전 세계에 전례 없는 파괴적 변화를 가져왔다. 팬데믹이 휩쓸고 간 이후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전에는 당연하던 것들이 더 이상은 그렇지 않게 됐다. 매일 아침 일어나 전쟁 같은 출근길을 거쳐 일터로 향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 지시와 회의로 하루를 보내던 직장인들은 전에는 하지 않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는 꼭 출근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는 없을까? 조금 적게 일하고 더 쉴 수는 없을까?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던 일하는 방식과 일자리의 개념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급격한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특히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넥스트 긱(Next Gig)’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긱 이코노미란 전통적인 정규직이나 장기 계약직보다 더 유연한 형태의 계약직 또는 프로젝트 기반의 일자리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경제를 말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음악이 유행하던 시기, 재즈 연주자들이 긱(gig)이라고 불리는 단기 계약을 통해 공연을 하던 것에서 비롯됐다. 우버 드라이버는 초창기 긱 이코노미의 대명사였다. 우버는 ‘교대근무 X, 상사 X, 제약 X’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며 긱 워커로 일할 드라이버를 모집했다. 우버를 비롯해 아마존의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나 영국의 음식 배달 앱 ‘딜리버루(Deliveroo)’처럼 초기 긱 이코노미는 대부분 플랫폼에 기반한 단순노동이나 드라이버와 같은 일자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긱 이코노미가 다양한 업무 영역과 레벨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육업체 휴넷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탤런트뱅크는 C 레벨 전문가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플랫폼에 각 전문가의 경력과 업무 활용 사례는 물론 프로젝트 수행 가격까지 안내해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려는 유통 기업이나 2세 승계를 위한 재무·세무 자문이 필요한 기업 등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인이 내놓은 긱 플랫폼 ‘사람인 긱’에는 약 13만 명의 전문가가 등록돼 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위주였던 전문가 풀은 최근 변호사, 변리사, 약사, 간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로 확대되고 있다.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는 지난해 4월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이안손앤컴퍼니’를 인수하고 리서치 서비스를 선보였다. 리멤버가 자체 보유한 인재풀을 기반으로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찾아 매칭하는 서비스다.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는 올해 C 레벨 수준의 전문가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간만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온디맨드 인재 서비스 플랫폼, ‘디앤서’를 출범했다. 단순한 플랫폼 노동에 그쳤던 긱 이코노미가 다양한 전문 분야와 직무 레벨로 확대되는 변화를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DBR이 박선정 디앤서 본부장으로부터 긱 이코노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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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도 성숙하는 단계로 나아가며 ‘넥스트 긱’이라 할 만큼 새로운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디앤서가 기존 긱 플랫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존의 긱 플랫폼은 온라인을 활용한 임시 채용의 일환으로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자리에 그치거나 정보기술(IT)이나 디자인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긱 워커 역시 실무 레벨의 프리랜서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깊이를 가진 전문가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긱 이코노미가 확대되고 있다.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순 업무나 대행 중심의 실무 레벨보다 경영 전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공지능(AI) 활용 전략 자문 등 고급 직무를 담당할 C 레벨 리더에 대한 수요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디앤서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C 레벨 역량과 인사이트를 보유한 전문가의 자문이나 비즈니스 코칭을 제공한다.

기업에는 언제나 유능한 CEO와 함께 비전과 경영 목표를 잘 이해하고 각 분야에서 실행할 수 있는 리더급 인재들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조직에 잘 융화돼 있는 내부 인력을 발탁할지,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조직에 잘 적응할지 부담인 외부 인력을 영입할지를 놓고 고민하게 마련이다. 어느 쪽이든 불안한 선택이긴 마찬가지인데 단기적으로 외부의 전문가를 영입해 자문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커리어케어는 사업 초기부터 기업에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해왔는데 기업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단순한 거수기 역할을 할 사외이사를 찾지 않는다. 실제로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을 점검하고 조언할 이사진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기업들로부터 C 레벨 임원급의 외부 전문가를 찾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디앤서라는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다.


해외에서는 대기업에서도 고급 인재를 긱으로 채용하는 등 전문가 온디맨드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것 같다.

해외의 긱 이코노미는 어떤 상황인가.

업워크(Upwork)나 톱털(Toptal), 카탤런트(Catalant) 등 다양한 전문가 긱 플랫폼이 활발하게 영역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업워크는 전 세계 클라이언트와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세계 최대 긱 플랫폼으로 2014년 설립됐다. 2019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연평균 매출이 20% 이상 꾸준히 증가하며 2020년 기준 매출액이 3억7300만 달러(약 502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마케팅,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풀로 갖추고 있는데 업워크의 긱 워커로 등록하기 위한 별도의 인증 과정은 없고, 대개 비숙련자도 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젝트들이 많다.

톱털은 2010년 설립된 회사로 대기업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한다. 특히 톱털에서 활동하는 긱 워커가 되려면 전문 자격 시험 등 까다로운 평가 과정을 거쳐야만 해 검증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톱털의 인재풀에 들어가려 지원하는데 이 중 3%가량만 승인을 받는다고 할 정도다.

카탤런트는 비즈니스 컨설턴트를 기업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경영 전략과 마케팅, 영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요구 사항과 전문가의 능력을 매칭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과 더불어 글로벌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긱 이코노미를 활용하고 있다. GE의 지니어스링크(GeniusLink™)가 대표적이다. 지니어스링크는 GE가 복잡한 문제나 특정 전문 지식이 필요한 문제를 외부의 전문가와 협력해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지니어스링크 내 네트워크에만 2100만 명의 전문가가 있는데 내부 자원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전문가를 활용해 프로젝트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 연결해준다. GE와 같은 큰 기업도 내부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긱 이코노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전문가 온디맨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가. 특히 어떤 분야에서 수요가 있나.

채용 시장에서 이미 신입 사원 공채 방식이 많이 줄었고 적시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온디맨드 방식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 이제 채용 시장은 인재를 뽑아서 키우고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잘 숙련된 인재를 ‘이용’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대기업에서조차 순혈주의에서 성과주의로 인재 등용의 공식이 바뀌었다. 경쟁사에서 임원을 영입해 올 정도로 조직에 순응하고 충성하는 DNA보다는 능력 자체가 인재 등용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최근 AI 등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것도 전문가 긱 워커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변화를 수용해 발 빠르게 비즈니스에 적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한정적인 내부 자원으로는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같이 규모가 작은 회사는 인재를 고용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새 프로젝트를 맡아 진두지휘할 전문가는 모자라는데 몸값이 높은 고급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한 프로젝트 단위의 일감이 늘어나는데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기기 위해 사람을 뽑는 것은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기업은 공급망과 영업 채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생겼다. 한 번도 진출해 보지 못한 해외시장을 발굴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기업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럴 때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본 경험이 있는 C 레벨 전문가를 임시 고용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융 관련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높다. 지금도 대부분 회사가 전문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회계 및 재무 분야 자문을 받고 있지만 그와 다르게 임시직이더라도 우리 조직의 일원이 돼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만약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어떤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할지, 조직 내부에서는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등 상장을 위한 노하우를 전수해 줄 전문가를 찾는 식이다.

전문가 긱 이코노미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전문가와 고객은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될 수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이 국내 전문가를 요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국내 업체가 해외에 있는 전문가를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다. 유연한 근무 방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긱 이코노미 시장의 확대를 촉진한다.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이 원격 근무와 프리랜서 고용에 익숙해지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능력 있는 전문가들도 이제 한 회사를 위해 올인하지 않는다. 이런 흐름 속에 긱 이코노미는 더욱 다양한 직종과 직무 레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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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디앤서의 전문가 온디맨드 서비스를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해달라.

헬스가전 분야에서 급속하게 성장 중인 A 기업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매출이 6000억 원을 넘기며 해외 70개국에 진출하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급속한 성장으로 회사의 매출과 규모가 커졌지만 이에 맞는 전략과 사업 체계에 대한 준비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CEO는 매출 1조 원 이상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싶다며 우리 회사에 서비스를 요청해왔다. 디앤서는 마케팅, 물류, 해외법인, 품질, 구매, 영업유통, 연구개발 등 7개 핵심 업무 분야에 걸쳐 C 레벨의 자문 위원을 꾸렸다. 자문단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을 비롯해 유관 산업 및 업무 분야의 선도 기업 임원 출신으로 구성됐다. 6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CEO 및 리더와의 미팅을 거치며 비즈니스 전략을 제언하고 성과를 점검해 나갔다. 이 기업은 이 경험을 통해 빠르게 조직을 혁신하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현재도 꾸준히 전문가 자문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에듀테크 분야에서 급성장 중인 B 기업이다. 이 기업은 기존에는 B2C 영업만 해왔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판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깨닫고 B2B 신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오랜 기간 성공적인 사업을 해왔음에도 조직 내부에는 B2B 사업을 잘 아는 전문가가 없어 막막하던 차였다. B 기업의 CEO는 전문가 온디맨드 서비스를 이용해 내부에서 새로 선임한 B2B 신규 사업 본부장에 대한 코칭을 받기로 했다. 글로벌 IT 기업의 영업 총괄 임원 출신의 전문가가 마치 과외 선생님처럼 붙어 기업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비롯해 사업 관리와 조직 운영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를 통해 B 기업은 시행착오 없이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었다.

금융 대기업인 C사는 차세대 IT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서비스를 활용했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스마트 뱅킹 외에 다른 서비스를 추가하려는데 내부 개발 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C사는 전문가 온디맨드 서비스를 통해 국내 선도 IT 기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했던 전문가를 소개받았다. 이 전문가는 목표로 했던 서비스 개발을 무사히 마치도록 자문한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한 내부 직원 교육도 책임졌다.


전문가 온디맨드 또는 긱 이코노미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때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반대로 전문가가 긱 워커로 일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특정 프로젝트나 임시 업무를 위해 전문가를 임시로 고용하면 정규직 직원을 고용했을 때에 비해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기업의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높여준다. 비즈니스 환경과 수요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행착오 없이 곧바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긱 이코노미가 기업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긱 이코노미는 개인에게도 큰 이점이 있다. 전문가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클라이언트를 경험할 수 있어 개인의 커리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오히려 긱 이코노미를 통해 더 큰 수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일의 양과 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긱 워커 종사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조사1 한 바에 따르면 국내 긱 워커의 88%는 앞으로도 긱 워커로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사를 드러냈는데 이는 세계 평균인 70%보다도 18%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특히 이들 중 60%는 정규직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긱 잡(job)을 꾸준히 하겠다고 답했다.

긱 이코노미는 여성이나 은퇴한 계층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임신이나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유연한 일자리를 통해 부담 없이 노동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디앤서 인력풀에 있는 C 레벨 긱 워커들도 주변에 자문 역할을 적극 추천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세대교체로 채용 포지션이 줄어들어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대폭 축소된 전문가에게는 새로운 일자리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풍부한 경험과 인사이트,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기업 성장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물론, 긱 잡의 특성상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긱 워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장치들이 도입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고용노동부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을 추진했다.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하는 것으로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소관위심사 단계에 있다.


긱 이코노미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팁이 있을까.

긱 이코노미는 기본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외부 인재를 쓰는 것에 대해 방어적이고 폐쇄적으로 반응해서는 긱 이코노미의 과실을 누릴 수 없다. 많은 기업은 기업의 기밀이나 비즈니스 전략이 누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밖에서 인재를 찾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CEO의 결단으로 인재를 데려왔다고 해도 내부 조직원들의 의심의 시선에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회사 밖에서 사람을 찾는 것에 대해 ‘우리 조직이 부족해서, 내가 못나서’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난다 긴다 하는 글로벌 회사들마저도 필요할 때는 밖에서 인재를 찾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개방형 혁신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긱 이코노미를 활용하는 사례다. 나사 산하에는 협력혁신우수센터(Center of Excellence for Collaborative Innovation, CoECI)라는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나사와 연방정부 전반에서 활동하며 경진대회와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혁신적인 문제해결법을 찾아내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나사와 연방정부에 얼마나 많은 기밀 정보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외부에 손을 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례로 나사는 태양 플레어 예측력을 늘리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크라우드소싱 챌린지를 활용했다. 태양 플레어는 우주비행사처럼 우주 공간에서 유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암을 일으키는 등 큰 위험 요소다. 나사는 발생 2시간 전에 플레어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CoECI는 기업과 과학자를 연결해 연구개발 과제를 해결해주는 인터넷 플랫폼인 이노센티브(Innocentive)에 “어떻게 하면 태양 플레어 예측 시간을 늘릴 수 있을까?”라는 크라우드소싱 챌린지를 게시했다. 챌린지에서 우승한 이는 은퇴한 휴대전화 엔지니어였는데 마침 학부에서 태양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그는 휴대전화 데이터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이즈에서 신호를 추출하던 방식을 적용해 태양 플레어를 최대 8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처럼 개방형 혁신이 밑받침돼야만 긱 이코노미 안에서 인재를 찾을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접근법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 역시 긱 이코노미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때다. 회사형 인간으로 사는 것의 장점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길이란 점이긴 하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일 수도 있다. 긱 이코노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모두가 바라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도 있다.


긱 이코노미로 인한 부작용이나 실패 사례가 있다면.
그리고 어떻게 이를 방지할 수 있을까.


기업들이 긱 워커를 고용하려 할 때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긱 워커와 내부 직원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갑작스러운 긱 워커의 등장에 기존 직원들은 위협을 느끼고 긱 워커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업체에서 C 레벨 자문을 받았는데 내부 직원이 긱 워커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이 심했다.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받는다고 느낀 것 같다. 그래서 긱 워커와의 회의를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으로 대했고, 긱 워커로서도 자문을 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진짜 필요한 곳에 긱 워커를 배치함으로써 내부 직원과 긱 워커 간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내부 구성원들이 긱 워커를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거나 불안감을 가지지 않도록 긱 워커를 어떤 부분에서 활용할 계획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야 한다.

긱 워커를 고용할 때 기업 기밀이나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단기간 일하고 떠나는 긱 워커를 통해 경쟁사로 민감한 정보가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 역시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기업 역시 이런 우려 사항을 인지하고 긱 워커와 계약할 때 비밀 유지 항목과 손해배상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긱 워커를 써봤는데 별 효과가 없더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긱 워커에게 맡기는 일의 범위와 목적이 분명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 긱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긱 워커가 이런 고충을 겪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중소 제조업체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진출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막막했던 기업이 해외 수출 전문가를 찾아 일을 맡았는데 정작 그 회사에서는 어떤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등 아무런 논의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관련한 보고서 작성조차 할 담당자가 없었는데 C 레벨의 전문가를 긱 워커로 불러 놓고도 뭘 물어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지조차 몰랐다. 결국 긱 워커도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CEO의 기침 소리에도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아는 내부 직원과 조직에 대한 사전 정보나 맥락을 잘 모르는 긱 워커는 다르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전문가라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일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 마련이다. 정교한 작업화를 통해 정확하게 업무 목표를 정해야만 긱 워커를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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