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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CEO 정신 건강 관리법

창업자 건강이 투자 유치보다 중요
업무 이관 등 통해 중압감 덜어내야

김영인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 CEO들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의 한계 속에서 빠른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특히 기술 기반 창업자들은 투자 유치, 채용, 재무 등 경영 관련 시행착오를 겪으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EO는 건강이 기업의 중요한 자산임을 인정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른 CEO와의 교류를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또한 중간관리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이관하고 창업자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작업을 통해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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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원 연구 분야를 바탕으로 창업한 A 씨(29)는 창업 4년 차로 올해 들어 손 떨림과 불안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수면 시간은 7시간으로 적은 편은 아니지만 낮에 피곤함을 자주 느낀다. 소화도 잘되지 않아 식사 후 더부룩한 느낌이 들고 설사도 잦은 편이다.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초조한 감정을 느꼈고 업무를 할 의욕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괜히 회사에 대한 약점으로 여겨질까 두려워 회사 구성원들과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하지 못했다.

#2. 40대 초반의 8년 차 스타트업 CEO B 씨는 최근 들어 예전에 비해 머리가 맑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잠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새벽녘에야 잠드는 편이다.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다소 저하되고 집중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운동하는 시간도 사치라고 생각하며 지난 8년간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최근 또래의 지인이 갑자기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겪으면서 내 건강은 괜찮은지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일은 여전히 바쁘고 나의 건강을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오는 상황이다.

위 두 스타트업 CEO는 실제 필자의 환자들이었다. 필자 또한 스타트업을 창업한 입장에서 이들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과거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눔(Noom)에서 다년간 한국과 일본 법인의 대표로 일했던 필자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로 창업 현장에 뛰어들게 됐다. 창업 기업의 대표로서 겪는 스트레스는 그전에 비해 강도가 훨씬 컸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 경험했던 대표이사의 역할에 비해 아무것도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무게감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도 이전까지는 전혀 없던 수면 문제를 겪기 시작했고,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을 경험했다. 정신적으로도 이전보다 더 예민해지거나 날카로워지는 것을 체감했다.

2022년 7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발간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불안, 우울과 수면 문제를 2배가량 더 많이 호소했다. 특히 설문 참여자 271명 중 약 21%가 자살위험성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이에 스타트업 CEO를 위한 멘탈 케어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지만 증상의 뒤늦은 발견으로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권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CEO들이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정신 건강을 돌아보고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다.


스타트업 경영의 구조적 어려움 인식

필자를 포함해 스타트업 CEO들이 겪는 증상의 원인은 스타트업 경영의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스타트업 CEO는 다른 CEO들보다 좀 더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데 이런 구조적인 환경을 객관화해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기술 기반 창업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해당 기술 분야의 전공자인 창업자들이 CEO 역할을 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투자 유치, 채용, 인사, 재무, 영업, 전략 수립 등 기업을 경영하고 키워 나가는 역량에 대한 학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창업에 뛰어들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또한 스타트업 특성상 제한된 시간과 자원의 한계 속에서 매우 빠른 성장을 이끌어 내야 하는 측면도 스트레스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빠르게 성장해야 하다 보니 CEO가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개발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해당 기술이 너무 좋아서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막상 창업 이후에는 기술 개발에 쏟을 시간이 많지 않고 회사를 지탱하기 위한 온갖 서류 작업과 사람 문제를 처리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군다나 스타트업은 시간과 자원이 충분한 경우가 거의 없기에 CEO 스스로 장시간의 노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부족한 자원을 구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유치하거나 정부 사업에 지원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하다. 또한 부족한 자원 탓에 구성원들의 입사와 퇴사 주기가 빨라 연일 채용과 인사 문제로 씨름하다 보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스타트업 CEO들이 본인이 겪는 문제를 쉽사리 외부에 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엔젤 및 시드 투자 단계에서는 창업자만 보고 투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 CEO는 곧 스타트업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 관점에서 내가 투자하려는 스타트업 CEO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해당 기업의 위험 요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렇다 보니 많은 스타트업 CEO가 정신 건강 문제 자체를 부인하거나 숨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질이나 성향에 따라 개인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CEO는 정신 건강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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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정신 건강 문제의 형태와 영향

그렇다면 스타트업 CEO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정신 건강 문제를 겪으며, 이는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단계 : 스트레스

다수의 스타트업 CEO가 우선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호소한다.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후군, 수면 문제, 두통, 다발성 통증 등 다양한 스트레스 관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 중 ‘수면 문제’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들과 심적인 부담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자다가 중간에 깨면 다시 잠이 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면이 부족하면 피로감이 쌓이고 칼로리 섭취 등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살이 찌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CEO들은 개인적인 업무 효율 저하를 느낄 수 있는데 아직까지 기업의 경영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단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서두의 사례에 등장하는 40대 CEO B 씨가 1단계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피로감을 호소하며 내원한 B 씨에게 의학적인 검사들을 시행해 살펴보니 갑상샘 기능, 부신 기능, 기타 만성질환 등의 별다른 위험 요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생활 패턴을 면밀히 물어보는 과정에서 부족한 수면 시간과 낮은 수면의 질이 현재 느끼는 증상의 원인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B 씨는 스타트업 CEO라면 당연히 잠을 아껴 조금이라도 더 사업에 시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잠은 당연히 항상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2단계 : 번아웃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다 보면 번아웃증후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번아웃증후군이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서 번아웃증후군을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의하며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했다. 1단계 스트레스 상태는 부신이라는 장기가 코르티솔 호르몬을 과다 분비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면 번아웃 단계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고갈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때는 급성 스트레스 시기와 달리 특징적으로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게 된다. 외부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응할 역량을 소실한 상태이다 보니 기업 경영에도 구체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창업자이자 CEO임에도 출근을 하기가 너무 싫어진다든지, 출근 후에도 일이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아 힘들어 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사례에 등장하는 20대 CEO A 씨가 필자를 찾아왔을 때는 2단계인 번아웃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창업 1~3년 차에는 젊은 열정과 패기로 버텨냈는데 4년 차에 돌입하면서 몸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소진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의학적인 검사를 통해 혈액 중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해보니 정상 범위보다 한참 낮은 수치가 나왔다. 2단계의 특징인 무력감을 강하게 호소했으며 경영 활동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단계 : 우울 및 불안

사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매우 구체적인 형태의 불안이나 우울감으로 발전해 대인 관계 및 회사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단계다. 정신과에서 정신질환으로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전문적인 상담이나 단기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정신질환과의 차이점은 증상에 대한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단계에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불안이나 우울로 인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판단을 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 자체를 미뤄버리는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필자를 찾아온 한 스타트업 CEO는 회사의 현금 잔고가 3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당장 다음 달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비현실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 CEO는 반복되는 투자 거절에 우울감에 빠져 있어 대인 기피증이 생겼다는 고민을 안고 찾아왔다. 단순히 투자자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내부 직원들을 만나는 것조차도 두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 경우 모두 누구나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불안이나 우울의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단, 현금흐름의 불안정, 투자 거절의 경험 등 증상의 원인이 비교적 명확한 상황으로 일시적인 약물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4단계 : 우울증 및 불안 장애 진단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 정신과 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약물 복용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우며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힘든 경우가 많다.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가정과 일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심한 우울감이나 불안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기업을 대신 경영할 대체자를 찾거나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멘탈 관리를 위한 조언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CEO는 앞서 살펴본 여러 단계 중 가급적 2단계 이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경영 환경이나 투자자들의 시각 등 외부적인 요인도 개선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 스타트업 CEO 스스로가 자신의 취약점을 미리 파악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선제적으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1. CEO 건강이 곧 기업의 자산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CEO는 기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로서 기업의 경영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CEO 스스로 지속가능한 건강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많은 대표가 필자에게 내원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 건강 챙길 시간이 어디 있어요, 당장 사업하기에도 바쁜걸요.” CEO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절대 사치가 아니며 기업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1단계에 해당하던 B 씨는 자신의 건강이 곧 기업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간을 더욱 많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 8년간 사업하느라 바빠서 하지 못했던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보통 밤에 생각이 많아 잠을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자기 전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낮 시간에 운동도 꾸준히 하고 일기를 쓰면서 복잡한 생각도 정리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메모하고 침대에 누우니 이전보다 잠드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2개월 후 다시 방문한 B 씨는 수면 시간과 질 모두 개선돼 있었고 훨씬 더 활기차게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2. 도움 요청을 두려워 말아야

스타트업 CEO는 기업을 대표해 항상 완벽하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나의 약함이 기업의 약점으로 비춰질까 두려워 선뜻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주주로서 경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공동 창업자, 경영진, 투자자들에게는 솔직하게 상황을 공개하고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3~4단계로 정신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 도움을 청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1~2단계의 증상을 경험하는 단계에서 이를 당연히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2단계에 해당하던 A 씨는 낮은 코르티솔 수치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진료실에서 눈물을 흘렸다. 단순히 경험이 부족해서, 기질이 내성적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이 못 견딜 정도의 상태였음을 확인하고 나니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이날 이후로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동 창업자에게 자신의 상태를 상세히 알리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 구조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투자자들에게도 번아웃 상태임을 알리고 회사의 건강한 성장 속도와 방법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는 오히려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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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른 스타트업 CEO들과 교류하기

스타트업 CEO들의 말 못할 고민들은 결국 다른 스타트업 CEO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경영, 인사, 전략, 투자, 건강관리 방법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해 비슷한 상황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다른 CEO들과 교류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나만 겪는 상황이 아닌 다른 CEO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동종 업계가 아닌 다른 업계 스타트업 CEO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한 색다른 해법을 찾기도 한다. 예를 들어, 커머스 분야에서 창업을 한 CEO가 커뮤니티 플랫폼을 창업한 CEO로부터 사용자의 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있다. 금융이나 헬스케어와 같이 규제 산업에서는 서로가 어떻게 규제를 완화하거나 회피하며 사업을 전개했는지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투자자가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팅 공간에 입주해 다른 분야 스타트업 CEO들과 주기적으로 고민을 공유하고 나누는 시간으로부터 위로와 해법을 동시에 얻을 때가 많았다. “초기에 사업 아이템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때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다음 아이템을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어느 선배 CEO의 조언은 초기에 시도한 아이템들이 실패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던 상황에서 매우 큰 격려와 위안이 됐다.

4. 생활 습관 관리하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단의 경우 아침을 가급적 챙겨 먹어서 근육 손실을 막고, 평소 식단 구성에서 단백질을 늘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운동의 경우 무리한 근력 운동보다는 달리기와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 경우에 따라서 필라테스와 같은 코어 근육을 키우는 운동, 요가와 같이 이완 효과와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운동도 추천할 만하다.

5. 경영 환경 개선

아무리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경영 환경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개선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CEO가 상당히 많은 실무를 담당하게 되고 창업자로 누구보다 그 역할을 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CEO가 중간관리자들에게 점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이관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고 이를 실무자들에게 잘 배분하며 필요한 인적, 재무적 자원을 잘 확보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대외적인 소통 역량이 좋은 셰릴 샌드버그를 COO로 영입했고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내부 조직 관리에 능한 팀 쿡에게 COO 역할을 부여한 바 있다. 이처럼 창업자의 역량이나 성향에 맞게 적절한 경영진을 확보하고 업무를 이관하는 것이 기업의 건강한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6. 창업자의 역할 재정의

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창업자는 CEO 자리에서 한발 물러서 전문 경영인을 통해 기업을 더 크게 성장시켜야 하는 시점에 이를 수 있다. 특히 기술 기반 창업의 경우 창업자들이 해당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영 전략 수립, 인사, 투자 유치 등의 경영 활동에서 필요한 역량을 학습하기 어렵다면 이를 보유한 인재를 후임 대표이사로서 영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국내 사례로 의료 AI 기업인 루닛의 창업자인 백승욱 의장은 전문의로서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낼 수 있는 서범석 최고의료경영자(CMO)를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이룬 바 있다.

지난 수년간 유동성 증가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CEO들의 정신 건강은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됐다. 스타트업 CEO의 정신 건강 문제를 잘 다루는 것은 산업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더 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최근 위축된 투자 환경 속에서 CEO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정신 건강을 잘 관리해 투자 혹한기에도 굳건히 생존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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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벤처투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후원하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아산나눔재단,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최해 창업가들의 멘탈케어와 웰니스를 돕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웰니스 자가 진단, 전문가 심리 상담, 멘탈 헬스케어 앱 추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창업가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 김영인 | 가지랩 대표·의사

    필자는 주식회사 가지랩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이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거쳐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눔에서 메디컬 디렉터 및 눔코리아/눔재팬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youngin@gazilab.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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