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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경험으로부터 배운 교훈’으로 성장한 ‘SK바이오팜’

“실패해도 문책 없다” 투자 되레 더 늘려
미충족 수요 시장 찾아 압도적 경쟁력 발휘

김윤진 | 307호 (2020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SK바이오팜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도움 없이 임상을 수행하고, 미국 시장에 혁신 신약을 출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회사의 성공 배경에는 경험의 ‘축적’이 있다. 첫째, 핵심 프로젝트의 실패를 겪으면서도 오너와 경영진이 책임자를 문책하거나 신약 개발 R&D 투자 규모 및 조직을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했다. 업계 선두주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배운 교훈(lessons-learned)을 독자 개발 프로젝트에 이식했다. 둘째, 한정된 가용 자원을 분산하지 않고 미충족 수요가 있는 특정 제품군 개발과 미국 현지 상업화에 집중함으로써 세부 영역에서 압도적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셋째, 빅데이터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대한 화합물 라이브러리와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구축해 다른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



SK바이오팜을 빼놓고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논할 수 있을까. 공모주 일반 청약에 약 31조 원이 몰린 데 이어 상장 직후 주가가 사흘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회사는 줄곧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의 ‘로또 당첨’급 대박과 차익을 챙기기 위한 퇴사 소식도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화려한 증시 데뷔에 지나치 게 많은 이목이 쏠린 나머지 정작 1993년부터 끈질기게 이어 온 이 회사의 신약 개발 여정을 향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국내 제약 산업 사상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주가 거품에 대한 염려에 묻혀버린 것이다.

이처럼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한국의 산업 생태계엔 득보다 실일 수 있다. SK바이오팜이 장기적인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 제약사 가운데 독자 개발한 100% ‘토종 신약’을 세계 시장에 내놓은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지난 20여 년간 포기하지 않고 후보 물질 탐색과 발굴, 전임상, 임상 1∼3상, 미국 NDA(허가 신청), FDA(식품의약국) 승인, 영업, 마케팅에 이르는 신약 개발의 A to Z를 직접 수행해 왔다. SK바이오팜의 성장 과정이 업종을 불문하고 오랜 연구개발(R&D)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 성과주의가 지배하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축적의 힘’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속도와 애자일 경영을 강조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비교할 때 제약•바이오 분야의 발전이 뒤처진 것도 이 같은 ‘인내 DNA’의 부족에서 일부 기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 제약사에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경험은 쉽게 모방하기 힘든 SK바이오팜의 자산이다.

물론 회사가 이렇게 한 우물을 진득이 팔 수 있었던 것은 재벌 그룹 계열사로서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과 안정적 재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SK그룹 차원에서도 ‘처음 가보는 길’이긴 매한가지였다.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력 계열사의 몸집을 불리고 시장점유율을 키워 왔던 그룹으로서도 이렇게 맨땅에서 창업해 신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도전이었다. 특히 1990∼2000년대 초반에는 제약•바이오가 지금보다 더 생소하고 이질적인 산업이었던 만큼 SK바이오팜으로서도 혁신 신약을 개발해 FDA 승인을 받고 글로벌 탑티어와 경쟁하겠다는 발상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이처럼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던 SK바이오팜은 어떻게 신약 독자 개발에 성공하고 상장까지 이뤄낼 수 있었을까.

SK바이오팜이 그동안 어떤 실패와 극복의 과정을 겪으며 물밑에서 단단히 기반을 다져왔는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들여다봤다. “신약 개발에 있어 단기간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긴 호흡에서 왜 성공했는지, 왜 실패했는지와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lessons-learned)’만 기억하면 된다.”(황선관 SK바이오팜 R&D혁신실장•부사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에 성장의 비결이 숨겨져 있다.


DBR mini box I
SK바이오팜은

SK바이오팜은 1993년 SK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신약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1996년 미국 FDA로부터 신약 후보 물질 임상시험 승인(IND, Investigational New Drug,전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후보 물질을 가지고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 위한 허가 신청)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중추신경계 및 항암 분야 R&D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혁신 신약 2종(세노바메이트, 솔리암페톨)의 상업화 성과를 통해 신약 개발, 생산, 판매까지 모든 밸류체인(Value Chain)을 보유한 글로벌 종합 제약사(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 도약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한국, 미국, 중국 3개국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의 연구소에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미국 뉴저지의 현지 법인(SK라이프사이언스)에서는 글로벌 임상 개발과 마케팅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법인(SK바이오팜테크)은 현지 사업 기회 개발과 중국 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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