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의 성장전략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마케팅, 혁신
2011년 초 창업 후, 불과 4년 만에 세계 3대 광학박람회 중 하나인 SILMO에서 화제를 모은 브랜드이자 200억 원 매출을 올린 회사. ‘천송이 선글라스’로도 유명한 젠틀몬스터의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고객 스스로도 몰랐던 욕구를 파악해 ‘안경의 패션아이템화’에 성공했다. 2) 끝없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고객들을 표적으로 집중화 전략을 펼쳤다. 3)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감각적 제품’을 넘어 ‘상징적 제품’으로 만들었다. 4) 프로모션의 ‘빠른 변화’로 브랜드 개성을 완성했다. 5) ‘Pull 전략’으로 고객을 홍보대사로 만들었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완(경희대 경제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지난 9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3대 광학박람회 중 하나인 SILMO 2014(파리광학박람회)1 가 열렸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브랜드는 ‘린다 패로’ 같은 명품 선글라스 브랜드도, PRADA나 GUCCI 같은 전통의 명품도 아닌 국내 작은 기업의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2 였다.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 역을 맡은 배우 전지현 씨가 착용했던 일명 ‘천송이 선글라스(젠틀몬스터 선글라스 제품명 DiDiD)’로 유명해진 바로 그 회사, 그 브랜드다. 올해로 이 박람회 참가가 두 번째에 불과한 젠틀몬스터는 ‘The wind trace forgotten-바람이 잃어버린 것들을 추적하다’란 메인 테마를 갖고 과거, 죽음, 잃어버린 것들, 해적 등에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만든 2015년 S/S(봄/여름) 출시 제품을 미리 공개했다. 디스플레이 방식도 창의적이었다. 마치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듯 안경을 올려놓은 각각의 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 1) 디스플레이부터 디자인까지, 전 세계 디자이너와 안경·선글라스 업체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SILMO의 많은 방문객들은 가장 놀라운 부스,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젠틀몬스터 부스를 꼽을 정도였다.3 그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 FIAT의 회장 아들이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선글라스 브랜드 인디펜던트 대표가 직접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를 찾아와 “이번 박람회에서는 너희들이 주인공”이라며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1년 봄에 창업해 이제 만 4년도 되지 않은 회사의 브랜드로서는 놀라운 성공이다.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액과 수익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젠틀몬스터는 사업이 안착화된 2012년 이후 매년 매출이 2배씩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00억 원이었고 올해는 2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지난 SILMO에서 발표한 상품들의 구입 문의와 주문 등을 고려하면 매출액이 300억 원을 훌쩍 넘겨 거의 4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창업 4년 만에 ‘패션 피플’ 사이에서 ‘잇 아이템’4 이 된 안경과 선글라스를 만들었고 올해 9월 미국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이미 제시카 알바나 패리스 힐튼 같은 미국 연예계 명사들이 착용하고 다니는 게 포착될 정도가 된 브랜드. 업계의 작은 괴물(몬스터), 젠틀몬스터의 성공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경영은 시스템’이라 믿었다. 그러나…
2011년 11월, 김한국 젠틀몬스터 대표는 당시 5명밖에 안 되던 직원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표정은 어두웠다. 직원들도 이미 그가 무슨 얘기를 할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김 대표가 천천히 입을 뗐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다음 달에도 적자가 나면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는 게 좋겠다. 내가 이제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
긴 침묵이 흘렀다. 한 직원이 정적을 깼다.
“그래도 저희는 대표님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실수가 많았지만 이제는 우리도 뭔가 알았잖아요. 몇 달 돈 못 받아도 좋으니까 조금만 더 해봐요.”
창업한 지 7개월 만에 찾아온 폐업 위기. 혁신적인 유통방식과 3D 가상기술까지 도입하며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안경사업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좌초할 상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홈트라이(Home Try)-프레임파인더(Frame Finder)의 완벽한 시스템, 처절한 실패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자신감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서 사내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던 김한국 대표는 사내 웹진에 ‘성공한 경영스토리’를 연재하면서 ‘성공하는 경영자들의 특성과 그들이 활용한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8년께 북미지역에 ‘영어 캠프’를 운영하는 영어교육업체에 들어갔다. 월급은 그전 회사에서 받던 액수의 절반이었지만 작은 회사를 키울 꿈에 부풀어 있었다. 예전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지켜봤던 각 연령대 영어캠프의 장단점도 이미 파악돼 있었다. 그러나 교육사업은 ‘규제산업’이었다. 그리고 트렌드 변화가 너무나 빨랐다. 2008년 ‘영어몰입 교육’ 열풍이 사그라지고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해졌다. 각종 사고와 부작용으로 교육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도 심해졌다. 그는 정부에 휘둘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산업, 의류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다. 이미 자신도 쓰고 있는 ‘안경은 영원불멸의 산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식·라섹 등의 수술로 안경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람들은 계속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안경사업에 뛰어들었다. (‘젠틀몬스터의 창업과정’ 참조.)
국내 안경 업체 최초로 ‘홈트라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홈트라이 시스템이란 소비자가 젠틀몬스터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테 5개를 고르면 이를 박스에 담아 보내주고 직접 착용해본 뒤 하나를 고르고 나머지는 반송하는 시스템이다. 배송 비용은 모두 업체에서 부담한다. 2008년 영국의 한 회사가 도입했고, 2010년에는 미국의 또 다른 업체가 도입해 성과를 냈던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여기에 큰돈을 투자해 ‘프레임 파인더’라는 3D 가상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미리 이 안경 저 안경을 가상으로 써보는 것이다. 사진 한 장만 올리면 프로그램이 얼굴의 윤곽과 모양을 계산해 3D로 변환하고 여기에 안경을 올려 측면의 모습은 어떤지 등을 모두 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해서 5개를 골라 무료로 배송받고 진짜 사고 싶은 하나만 고르는 것이다. 홈트라이 시스템과 프레임파인더는 사실상 한 묶음의 혁신적 시스템이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직원 모두의 기대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미 해외에서 성공했던 아이디어에 최첨단 3D 가상체험 프로그램까지 도입했으니 조금만 알려지고 입소문만 타면 말 그대로 ‘대박’이 터질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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