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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구독자 710만 ‘밀리의서재’의 성장 전략

“뭘 어떻게 읽을지, 독서 습관도 바꿔줘”
e북 넘어선 다양한 콘텐츠에 환호

강지남 | 391호 (202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독서인가”라는 발칙한 물음을 들고 등장한 스타트업 밀리의서재가 국내 최대 독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교보문고, 예스24 등 출판 시장 강호들을 물리치고 거둔 성과라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밀리의서재는 ‘책을 읽고는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메인 타깃으로 설정하고 흥미롭고, 가볍고, 짧은 독서 콘텐츠를 왕성하게 선보였다. 또 다양한 독서 콘텐츠를 상황별, 인기별 등으로 큐레이션하는, 기존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된 서비스에 주력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밀리의서재는 시간 가성비를 중시하며 자기 계발과 취향 소비를 추구하는 2030세대의 일상에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이 독주하는 구독형 독서 플랫폼 시장

구독 서비스가 생활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면서 무엇이든 구독 가능한 시대가 됐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외에도 쿠팡, 신세계 등 유통업체가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전통주와 꽃 등 취향 상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책을 구입할 필요 없이 아무 때나,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전자책(e북) 구독도 어느새 익숙한 일상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e북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1위 기업은 대형 서점이 아닌 ‘스타트업 출신’ 밀리의서재다. 사실 국내에서 처음으로 e북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곳이 2018년 7월의 밀리의서재였다. 이후 교보문고, 예스24, 리디북스가 e북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현격한 체급 우위에도 불구하고 신생 기업 밀리의서재를 따라잡지 못했다. (DBR mini box Ⅰ ‘e북 아닌 ‘도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 참조.)

구독형 독서 플랫폼 시장에서 밀리의서재 시장점유율은 62.9%로 압도적이다. ‘e북 구독 서비스’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도 단연 밀리의서재(43.2%)가 꼽힌다.1 2023년 누적 구독자 수 710만 명을 돌파했고 연 매출 566억 원과 영업이익 104억 원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림 1)

외형만 성장한 게 아니다. 각종 OTT와 SNS가 소비자의 24시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밀리의서재는 이용자의 일상에 깊게 침투하며 사용 시간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회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밀리의서재의 일간 평균 사용 시간은 48.3분으로 인스타그램(39분)과 페이스북(34.9분)을 앞선다.2 밀리의서재 재구독률은 80% 후반대로 평균 90% 수준으로 추정되는 OTT 및 음원 서비스의 재구독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밀리의서재 사용 후기를 찾아보면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게 됐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빠르게 찾아보기 좋다” “친구 소개로 밀리의서재를 사용하다가 전에 없던 독서 습관을 기르게 됐다” 등의 내용이 자주 보인다. 꿀 밀(蜜) 자에 마을 리(里) 자를 합해 ‘독서로 꿀이 흐르는 마을 생태계’라는 뜻을 가진 밀리의서재는 어떻게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이용자의 독서 습관까지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DBR이 밀리의서재 콘텐츠 기획 및 운영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서 콘텐츠 소비를 일상으로 만든 밀리의서재 성공 스토리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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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북이 읽히면 종이책도 팔린다”
출판업계와 상생 관계 구축

e북 플랫폼은 도서의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공급받는다. 그 때문에 출판사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은 e북 플랫폼 사업의 선결 조건이다. 현재 밀리의서재는 2000곳 이상의 출판사로부터 연간 3만 권의 신규 도서를 공급받고 있다. 2016년 작가정신을 시작으로 최근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창비까지, 이제는 국내 주요 출판사 중 밀리의서재와 제휴를 맺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출판사와의 제휴를 통해 밀리의서재가 확보한 e북은 16만 권에 달한다. 베스트셀러 확보율은 77%, 신간 확보율은 38% 수준으로 국내 e북 구독 서비스 중 가장 높다.3

하지만 출판사들과 이처럼 두터운 상생 관계를 구축하기까지는 험난했다. 웅진씽크빅 출신인 서영택 전 대표가 밀리의서재를 창업한 2016년 당시 e북 시장은 성장이 더뎠고 종이책 시장은 하락세였다. e북 소비가 늘면 종이책 매출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종이책이 e북을 견제하는 와중에 아예 e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게 하자는 밀리의서재의 제안은 위험한 발상으로 여겨졌다. 당시 출판시장에 ‘도서 구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출판사들의 이해를 얻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2016년 7월 밀리의서재를 창업하고 2017년 10월 첫 서비스를 개시하기까지 15개월은 출판사를 설득하는 시간이었다. 100군데가 넘는 출판사로부터 제휴 제안을 거절당했고 “사기꾼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밀리의서재는 e북 시장 활성화가 궁극적으로 도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출판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나갔다. e북 구독이 오히려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종이책 시장의 성장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3000권으로 첫 서비스를 시작해 1만 권으로 보유 e북을 늘리는 데 1년이 소요됐을 정도로 도서 소싱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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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와 출판사의 상생 관계가 공고해진 것은 밀리의서재의 상생 청사진이 2020년 이후 출판 시장에서 사실로 거듭 확인되면서부터다. 소설가 김영하의 7년 만의 장편소설 『작별인사』가 밀리의서재에 선(先)연재된 이후 종이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호연 소설 『불편한 편의점』 역시 밀리의서재에서 독점으로 선공개된 뒤 종이책이 발간돼 판매 부수 120만 부를 돌파했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밀리의서재가 무명작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키운 사례다. 이 작품은 밀리의서재가 먼저 e북으로 공개해 큰 화제를 모았고 이어 종이책으로 출간돼 25만 부 이상 판매됐다.

‘선(先) e북, 후(後) 종이책’ 출간이 베스트셀러로 이어지는 사례가 거듭되자 최근에는 출판사가 먼저 밀리의서재에 e북을 독점 선출간하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밀리의서재 독서당(전 콘텐츠사업본부) 이신형 무제한독서팀장은 “정성적 판단에 의존해 종이책 출간 여부를 결정해온 출판사가 밀리의서재 플랫폼을 통해 종이책 출간 전에 독자 반응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요즘 독자들은 e북으로 읽고 좋았던 콘텐츠를 종이책으로도 구매하고 또 주변에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e북 선출간이 종이책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서점에서는 책 띠지에 ‘밀리의서재 종합 베스트 1위’ ‘선연재 조회 1만 회’ 등 밀리의서재 인기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한 문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e북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수그러들고 밀리의서재와 출판사 간 상생 관계가 공고해졌음을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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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흥미롭고 쉽게 ‘새로운 독서 경험’에 올인

지금도 많은 사람이 밀리의서재에 대한 첫 기억으로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떠올린다. 2018년 10월 밀리의서재는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한창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두 배우를 TV CF 모델로 발탁했다. 댄디한 슈트 차림의 두 배우는 클래식하게 꾸며진 서재에서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라는 밀리의서재 슬로건을 앞세우며 월정액 독서 앱이라는 당시로서는 낯선 서비스를 소개했다.

스타트업치고는 이례적으로 규모가 컸던 이 광고 캠페인은 크게 화제가 됐고, 그 덕분에 밀리의서재는 신규 구독자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2021년 3월에는 배우 조정석을 TV 모델로 내세우며 또 한 번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스타 마케팅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밀리의서재는 대규모 광고 마케팅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 가입자 수는 꾸준하게 증가해 2023년 말 710만 명을 넘어섰다. 2021년 9월 밀리의서재가 KT그룹 지니뮤직에 인수된 이후 통신사 번들링 요금제를 출시하고 기업 및 공공기관 고객 유치에 나서며 신규 가입자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도 신규 구독자 중 일반 소비자 비중이 60%로 여전히 높다.4 그만큼 소비자에게 밀리의서재 서비스가 독자적으로 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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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광고 마케팅 없이도 꾸준하게 신규 가입자를 늘리고 높은 재구독률을 유지하는 것은 밀리의서재가 핵심 타깃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이들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 공급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리의서재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보다는 ‘책을 읽고는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을 자신의 주 고객층이라고 판단했다. 모두가 새해 목표 중 하나로 ‘독서’를 꼽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종이책 2.7권에 불과할 정도로 독서량은 매우 낮다.5 밀리의서재는 1년에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 95%의 사람을 잠재 고객으로 간주했다. 이들을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고객으로 붙잡으려면 쉽고 재미있게 독서하는 경험을 줘야 했다. 책보다 재미있고 가볍고 짧은 콘텐츠로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독서 경험을 만들어내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두껍고 어려운 책을 몇백 분에 걸쳐 완독한 오디오북은 그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애써 만들어놓고는 폐기하기도 했다.

① 요약형 오디오북의 탄생

이 같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온 독서 콘텐츠 중 하나가 요약형 오디오북이다. 요약형 오디오북은 화제의 책을 읽고는 싶지만 다 읽거나 듣기는 부담되는 사람들을 위해 30분 안팎의 분량으로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주고 해설을 들려주는 콘텐츠다. 첫 번째 요약형 오디오북은 배우 이병헌이 읽어주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였다. 이 콘텐츠는 일주일 만에 1만5000명이 다운로드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요약형 오디오북은 현재 밀리의서재의 대표 독서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최근 베스트셀러 중에서 꼽자면 『세이노의 가르침』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신경 끄기 연습』 등을 밀리의서재에서는 30분에서 60분 길이의 요약본으로 들을 수 있다. 소설 등 몰입이 필요한 장르는 완독형 오디오북을, 자기계발서나 인문서는 핵심만 취할 수 있는 요약형 오디오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② 빠르고 민감하게 트렌드에 대처

밀리의서재 주요 회원은 20, 30대 여성이다. 전체 회원 중 20, 30대가 60%에 가깝고 여성 비중 또한 60%에 육박한다.(DBR mini box Ⅱ ‘잠들기 전 독서로 마음챙김 하는 30.5세 여성’ 참조.)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취향이 확실한 이들이 주 고객층인 것이다. 이들을 공략하려면 트렌드에 빠르고 밀도 있게 대응해야 한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밀리의서재는 2030세대가 관심을 갖는 인물을 자신의 플랫폼에 영입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밀리 오리지널의 첫 작품으로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공들여 확보한 것도 당시 김영하가 TV 예능 ‘알쓸신잡’에 출연하며 2030세대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대호 MBC 아나운서는 밀리의서재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에서 포토에세이 ‘김대호의 사진 일기’를 절찬리에 연재하고 있는데 밀리의서재는 그가 TV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첫 출연했을 때 대박을 예감하고 바로 필자 섭외에 착수했다고 한다. 64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충북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도 이달부터 밀리로드 필진으로 합류했다. 출간사업본부 출간기획팀 정선재 매니저는 “김선태 주무관 섭외를 시작한 것도 그가 화제에 오르기 시작한 2023년 가을”이라며 “직접 충주시로 찾아가 김 주무관과 협의해 ‘홍보맨 김선태의 일 에세이’를 직장인답게 평일 주 5회, 아침 9시에 업로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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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는 책을 읽을 시간은 없지만 도서 트렌드는 알고 싶어 하는 2030세대의 니즈를 반영해 최근의 도서 트렌드를 전하는 블로그형 코너 ‘이것만 읽어도 책책박사’와 영상 콘텐츠 코너 ‘요즘 책 뭐 봄’을 운영한다. 이들 코너는 최근 화제가 되거나 인기가 있는 책들을 소개하는데 특히 영상 콘텐츠에서는 배우나 유명 인플루언서가 출연해 주목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요즘 책 뭐 봄’은 잘파세대를 겨냥해 예능형 영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인기 방송인 주우재를 패널로 초대해 ‘믿고 걸러야 할 최악의 애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영상 끝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권한다. 영화 ‘듄: 파트2’ 개봉을 앞두고는 인기 과학 유튜버 궤도가 출연해 ‘듄에 숨겨진 과학 썰’을 풀어주는 영상을 선보였다.

밀리의서재 회원 중에는 이러한 도서 트렌드 관련 콘텐츠만 소비하는 회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3. 도슨트북, 챗북, 오브제북 등 다양한 2차 콘텐츠 소비 왕성

밀리의서재 전체 직원은 160여 명으로 이 중 독서 콘텐츠를 기획 및 생산하는 ‘기획 파트’ 인력이 60여 명이다. 기획 파트가 항상 품고 있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할까?”다. 단순히 e북과 오디오북을 서비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독서 콘텐츠를 갖춘 ‘독서 콘텐츠 플랫폼’이 돼야 밀리의서재가 경쟁 우위를 갖고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밀리의서재만의 2차 콘텐츠가 최근 1∼2년 새 강화되면서 신규 구독자를 늘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밀리의서재는 e북과 오디오북을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를 2차 콘텐츠로 구분하는데 전체 콘텐츠 중 2차 콘텐츠의 소비 비중이 20%에 달한다."6 " e북과 오디오북보다는 2차 콘텐츠 위주로 밀리의서재 콘텐츠를 소비하는 회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밀리의서재 앱을 둘러보면 e북 외에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정말 많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강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2차 콘텐츠를 꼽자면 전문가가 책을 해설해주는 도슨트북, 채팅방 대화 형식으로 독서하는 챗북, 아티스트의 창작 작품과 함께 도서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즐기는 오브제북 등이 있다.

밀리의서재 전체 도서의 평균 완독률이 60%인데 도슨트북의 완독률은 80%에 달할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챗북은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를 소비하고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기 원하는 2030세대의 니즈에 맞물려 기획된 콘텐츠인데 인상 깊게 본 책을 챗북으로 다시 읽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오브제북은 2023년 4월 출시 일주일 만에 약 7000명이 시청하고 두 달간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20, 30대 여성 이용자가 오브제북을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경쟁 서비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밀리의서재의 다양한 2차 콘텐츠는 숱한 실패와 꾸준한 도전의 결과다. 저조한 성적으로 중단된 2차 콘텐츠로는 ‘밀리TV’ ‘밀리툰’ ‘내가 만든 오디오북’(이하 내만오) 등이 있다. 밀리TV는 라이브 커머스처럼 실시간 방송으로 도서를 소개하는 코너였고, 밀리툰은 유명 웹툰 작가가 그린 웹툰과 도서 내용을 결합한 콘텐츠였다. 내만오는 회원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책을 낭독해 오디오북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밀리의서재는 이들 콘텐츠가 실패한 요인을 회원들, 그리고 독서라는 행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사람들은 긴 시간에 걸쳐 많은 독자가 반복적으로 추천하는 책을 느긋하게 고른다. 그 때문에 실시간 방송은 도서 추천과 성격이 맞지 않았다. 책에서 지식과 힐링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는 웹툰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내만오는 밀리의서재가 개발한 녹음용 프로그램이 편리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책 낭독을 녹음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다는 점이 실패 요인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밀리의서재는 실패 사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밀리TV를 주우재, 궤도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인물이 출연하는 예능형 영상 콘텐츠로 발전시켰고, 밀리툰은 오브제북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내만오는 접었지만 오디오 라이브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와의 협업으로 오디오북 콘텐츠 다양화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밀리의서재와 스푼라디오가 함께 진행하는 ‘위로의 목소리를 찾습니다’ 이벤트가 그것으로 청취자에게 밀리의서재 인기 도서를 읽어주는 목소리 좋은 리더(reader)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밀리의서재 창업 멤버이기도 한 이성호 독서당 본부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며 많은 실패를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밀리의서재가 빠르게 성장한 주요 비결 중 하나는 다양한 시도에서 성공 포인트를 찾아내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왔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밀리의서재는 2차 콘텐츠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고 2차 콘텐츠만 골라보는 이용자가 존재하는 것을 트렌드와 자기 계발에 민감한 2030세대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코리아 2024』는 올해 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로 ‘분초사회’를 제시했다. 경험 경제 시대에 시간이 돈만큼 중요한 자원이 되면서 ‘시간의 가성비’를 극도로 중시하는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시간의 가성비를 따져가며 하는 행위에 독서 역시 열외가 아니다.

실제로 밀리의서재 이용자들은 ‘책 읽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데 밀리의서재 덕분에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채우게 됐다’ ‘주로 외출하는 시간에 밀리의서재를 이용한다.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이신형 팀장은 “2차 콘텐츠의 원작이 되는 도서에 비용을 정산하기 때문에 2차 콘텐츠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4. 큐레이션에 진심인 앱 서비스

온오프라인 서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밀리의서재 앱을 열고 당황할 수 있다. 밀리의서재 앱이 ‘서점 문법’과 한참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밀리의서재는 앱 메인 화면에서 e북을 소설/인문/경제경영/자기계발 등으로 분야별 구분을 하지 않는다. 주력 콘텐츠나 이벤트를 소개하는 메인 배너 아래로 이용자의 관심과 취향, 현재 시점에 맞는 독서 콘텐츠를 큐레이션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베스트셀러와 주요 신간을 노출하지만 여기에 더해 개인별 데이터를 반영해 이용자가 최근 완독한 책과 비슷한 책을 추천하고, 이용자와 같은 연령 및 성별에서 인기 있는 도서를 제시한다. 오디오북은 ‘정신 번쩍 들게 해주는 자기계발서 모음’ 등 주제별 큐레이션으로 제안하고 아침/점심/저녁/밤/새벽 등 시간대에 따라 듣기 좋은 콘텐츠를 쉽게 모아볼 수 있게 했다. 검색 탭에서도 분야별 도서를 나열하기에 앞서 도슨트북, 오브제북, 챗북 등을 한데 모아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오디오북은 누가 읽어주느냐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성우 낭독 오디오북’, ‘셀럽 낭독 오디오북’ 등으로 구분해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 역시 독서는 하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핵심 타깃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MZ세대가 오프라인 서점보다는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하다는 점과 회원들의 실제 앱 이용 행태를 면밀하게 분석해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례로 오디오북은 출퇴근할 때나 밤에 휴식을 취할 때 주로 소비되는데 아침에는 자기계발서, 밤에는 힐링 도서를 듣는 경향이 강하다. 구다원 매니저는 “배우 한예리가 낭독한 명상 오디오북 『음악의 숲; 당신, 편안함에 이르렀나요?』의 경우 밤 12시 이후 이용률이 압도적”이라며 “온라인 서점의 방식에서 벗어나 취향과 관심사, 필요에 따라 골라보도록 하는 서비스 방식이 밀리의서재 회원들에게 더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밀리의서재는 이용자의 도서 선택을 돕기 위해 완독지수를 제공한다. 완독지수는 실제 이용자의 독서 통계로 산출한 평균 예측치로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으로 구성된다.7 완독지수는 모든 책에 대해 제공되진 않는다. 해당 책을 실제 읽은 사람들의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인 이후에야 완독지수가 공개된다.

완독지수에 따라 책은 4개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완독할 확률이 높고 완독 예상 시간이 낮으면 ‘홀릭’, 완독할 확률이 낮고 완독 예상 시간이 낮으면 ‘히든’, 완독할 확률이 높고 완독 예상 시간이 높으면 ‘밀리 픽’, 완독할 확률이 낮고 완독 예상 시간이 높으면 ‘마니아’다.

이용자의 실제 독서 데이터로 책을 구분하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도 매년 거듭해 발견되고 있다. 서점가 베스트셀러는 마니아 카테고리에 포진하는 비율이 높다. 즉, 실제로는 잘 읽지 않는 책인 셈이다. 한편 밀리의서재 인기 도서는 ‘밀리 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들이 서점에서는 ‘있어 보이는’ 책을 사고 밀리의서재에서는 진짜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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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가 좋은 독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앱 내 어디에도 광고 영역이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메인 배너 등 앱 상단에 소개되는 책은 출판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노출하는 책이 아니다. 전부 밀리의서재 기획 파트 구성원들이 직접 읽고 정말 좋아서 권하고자 하는 책들로 구성된다. 심지어 밀리 오리지널 콘텐츠도 앱 메인 화면의 상단에 고정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자사 콘텐츠 밀어주기’를 과하게 한다면 서비스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밀리의서재는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앱 서비스를 꾸준하게 개선 및 개편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잦은 요청을 반영해 오디오북을 듣는 동시에 앱을 탐색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앞으로는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일상생활에서 독서를 끊이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앱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김영주 독서당 서비스기획 팀장은 “e북을 읽다가 중단하고 외출할 때 중단한 부분부터는 이동하면서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심리스(seamless)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기능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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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작가 등용문으로 등극한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

밀리의서재는 2020년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시작으로 밀리의서재가 단독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밀리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여왔다. 그런데 이러한 밀리 오리지널은 밀리의서재가 해당 콘텐츠의 지식재산(Content Intellectual Property, IP)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가 종이책을 출간하기 전 e북으로 먼저 공개하는 독점적 권리를 갖는 형태였다.

밀리의서재는 최근 밀리 오리지널을 IP까지 확보하는 형태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경쟁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밀리의서재 역시 독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차별화와 우위를 다져나가기 위해서다. 첫 사례는 2023년 8월 출간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허규형의 심리 에세이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다. 이 콘텐츠는 밀리의서재에서 인기리에 연재를 마친 뒤 e북으로 출간됐고, e북 공개 한 달 만에 1000개가 넘는 리뷰가 생성됐을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자 밀리의서재가 직접 종이책으로 출간했다."8 "

밀리의서재는 2023년 5월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밀리로드는 밀리의서재 회원 누구나 자신의 글을 연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밀리의서재는 여기서 큰 반향을 일으킨 콘텐츠를 e북과 종이책으로 만들고, KT그룹사들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 등의 멀티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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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로드는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매우 좋다. 나영웅 출간사업본부 출간사업팀 매니저는 “서비스를 오픈하자마자 많은 사람이 밀리로드에 자신의 글을 올려 내부적으로 당황할 정도였다. 올 상반기 밀리로드 작가 규모가 작년 하반기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밀리의서재 이용자 10명 중 1명이 밀리로드 콘텐츠를 읽는 것으로 파악되는 등 밀리로드 독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좋은 반응에 힘입어 밀리로드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1호 종이책을 출간했다. 김혜정 작가의 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가 밀리로드에서 9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뒤 올 1월 동명의 제목으로 밀리 오리지널 e북이 공개됐다. 이 e북은 ‘내 서재 담은 수’를 약 2만 개 기록하는 등 밀리의서재 종합 베스트 1위에 오르며 더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이에 2월 종이책으로도 출간돼 서점가에서도 선전하고 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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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로드는 신예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채널로도 기능하고 있다. 허미미 변호사의 『당신의 삶에 불운이 닥칠 때』, 영글음 작가의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 등은 밀리의서재의 기획 및 섭외 없이 필자가 자발적으로 밀리로드에 업로드한 콘텐츠로, 회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어 밀리 오리지널 e북으로 발행된 사례다.

현재 밀리로드에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년 여성, 시아버지를 오래 모시고 있는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필자가 자신의 경험과 생활에 바탕을 둔 창작물을 활발하게 연재하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좋아하는 작가나 콘텐츠를 디깅(digging)하는 요즘 추세와 맞물려 밀리로드에서부터 자신이 애정한 콘텐츠가 e북, 종이책, 그리고 멀티 콘텐츠로 확장될 때 팬심을 발휘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밀리 오리지널 e북에 ‘밀리로드 연재 때부터 즐겨 읽었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도 있다. 밀리로드는 올해 창작 플랫폼으로서 보다 편리한 기능을 탑재해 정식 서비스로 출시될 예정이다.


“밀리가 발굴하고 육성해 영화, 드라마 제작까지 가겠다”

책을 종이책이 아닌 e북으로, 또 사지 않고 구독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10 에 따르면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40.7%로 직전 조사인 2019년 대비 11.4%포인트 감소한 반면 e북 독서율은 19%로 2.5%포인트 증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20, 30대에서 e북 및 오디오북 독서율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림 3) 한편 OTT와 음원 스트리밍이 구독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월정액을 내고 콘텐츠를 구독하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 되고 있다. 밀리의서재가 최근 실시한 ‘구독 서비스 이용 의향 조사’에 따르면 OTT 및 음원 스트리밍의 시장 침투율은 약 70%인 데 반해 구독형 독서 플랫폼 시장의 시장 침투율은 약 7% 수준에 그쳤다.11 OTT 및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반면 독서 구독 시장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앞으로 한창 더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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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는 MZ세대의 독서 콘텐츠 소비 특성에 맞춤한 2차 콘텐츠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이들 세대의 일상 앱으로 입지를 넓혀나가겠다는 각오다. 또한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IP 발굴을 통해 KT그룹사와 협력해 멀티 콘텐츠 제작을 꾀할 계획이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오디오북, 챗북, 톡후감… ‘읽을 讀’을 재정의하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트렌드 코리아』 공저자 snucjh@snu.ac.kr



성인의 절반 이상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그리 놀라운 통계는 아니다. 책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조차도 업무와 관련 없이 순수하게 독서를 즐긴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흐리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리의서재는 2023년 역대 최대의 경영 성과를 달성했다.

성장하는 시장이라면 경영 지표가 좋은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대형 서가는 카페나 리테일의 인테리어 요소일 뿐이고 책 사는 사람은 있어도 읽는 사람은 없는 시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리의서재가 만들어낸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밀리의서재는 어떻게 플러스 지표를 만들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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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함의 시대, 독서를 재정의하다

8초. 인간이 한 사물에 집중하는 평균 시간으로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MS) 캐나다가 발표하면서 유명해진 수치다. 밀리의서재는 독서의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8초도 집중하기 어려운 산만함의 시대를 돌파했다. ‘책 표지만 봐도 독서’라는 정의는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온 정신이다. 밀리의서재에 따르면 읽어야만 독서가 아니다. 듣고, 구경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독서가 될 수 있다. 밀리의서재 앱에서 책 관련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독서에 포함된다. 사실상 도서를 매개로 한 모든 액티비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독서다.

그러니까 밀리의서재는 책을 주제로 한 일종의 테마파크다. 이용자가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독서 취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요약형 오디오북이다. 이는 30분만 들어도 ‘읽은 척’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또 하나의 사례는 ‘가장 가벼운 독서’라는 가치를 내건 챗북이다. 챗북은 인문, 역사, 경제 등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부터 취미, 실용 분야 도서를 15∼20분 분량의 대화 형식으로 제공한다. 비슷한 사례로 ‘톡(Talk)후감’도 흥미롭다. 톡후감은 책을 놓고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 독서 모임의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담아낸 콘텐츠다.

챗북이나 톡후감은 1차적으로 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2차 콘텐츠 역할을 담당하지만 2차적으로 해당 책을 인상 깊게 본 독자들이 N차 독서를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깊이 몰입하는 디깅 소비자들은 챗북과 톡후감으로 ‘읽기’의 영역을 확장한다.


콘텐츠 중독자, 2030세대를 사로잡다


밀리의서재의 특징 중 하나는 2030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밀리의서재는 평균 연령 30.5세의 회원들을 ‘끊임없이 성장하고 배우고자 하는 갓생러’로 정의한다. 밀리의서재 앱 내 개인별 독서 지수인 ‘밀리’는 이러한 갓생러들의 성장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밀리의서재에는 유난히 챌린지가 많다. ‘나만의 챌린지 만들기’ ‘도전10일! 독서 습관 만들기’ 등의 서비스는 틈새 시간을 활용해 나를 성장시키고 독서를 습관화하고 싶어 하는 2030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앱에 광고가 없다는 것도 2030에게 유효했다. 2030세대는 광고의 본질을 잘 알고 있는 자본주의 키즈다. 광고가 있으면 양질의 큐레이션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플랫폼이 진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선정하기보다는 광고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앱 메인 화면의 첫 코너 ‘오늘 읽어야 할 단 한 권’은 밀리의서재가 진정성을 담은 큐레이션으로 자부할 만하다.

쉬지 않고 ‘밀리스러움’을 고민하는 점도 2030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일례로 밀리의서재 카테고리는 기존 인터넷 서점과 다른 신선한 구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검색란에 들어가면 도슨트북, 오브제북, 밀리의서재만의 콘텐츠, 알려야 하는 콘텐츠(독립 출간물) 등이 상단에, 그 아래에 소설, 경영, 자기계발서 등의 카테고리가 위치한다. 서비스 초기에는 보유한 콘텐츠가 적어 적용한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밀리의서재를 차별화하는 중요 포인트가 되고 있다.


도파밍의 시대, 지루하지 않은 서비스를 만들다

밀리의서재는 유료 구독 서비스다. 구독 모델을 소비자학 관점에서 묘사하자면 ‘연애’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팔고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밀리의서재는 책을 과감하게 가공하고 해석함으로써 구독자의 니즈를 빠르게 반영하고 ‘지금’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책에 시각적·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몰입을 극대화하고 경험을 확장한 오브제북, 영화 스틸컷이 포함된 대본집에 실제 배우 목소리가 싱크되고 영화 속 음악과 음향이 재현된 시네마북 등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이쯤 되면 밀리의서재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 책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인 셈이다.

책과 예능을 결합한 영상 콘텐츠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회사에 이런 선배 있으면 퇴사하세요’ 영상에서 박소연 작가의 『재능의 불시착』을 소개하는 식의 콘텐츠는 결국 책을 읽자는 메시지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예능 형식을 차용해서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주우재가 생각하는 믿고 걸러야 할 최악의 애인은?’ 콘텐츠는 밀리의서재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지 2주 만에 일 년 치 팔로워를 늘렸을 정도로 반향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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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콘텐츠’로 진화 기대

밀리의서재는 자신의 메인 타깃이 책을 많이 읽는 헤비 유저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간이 날 때 영화, 음악, 책 중 무엇을 보거나 들을까 고민하는 사람, 잠깐 짬이 날 때 밀리의서재 앱을 켤까, 틱톡 앱을 누를까 갈등하는 다수의 소비자가 밀리의서재의 진짜 타깃이다. 즉, 밀리의서재는 단순히 책을 구독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뜻이다. 밀리의서재는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기를 원하는 콘텐츠 회사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의 조사에 따르면 밀리의서재 앱 체류시간(48.3분)은 인스타그램(39분), 심지어 디즈니플러스(37.7분)보다도 길다.

밀리의서재도 업의 본질이 콘텐츠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최근 행보를 보면 이러한 방향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참여형 출간 플랫폼 ‘밀리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밀리로드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공개된 작품은 밀리의서재 모든 구독자에게 노출된다. 또한 작가와 독자가 상호 소통하기 때문에 독자 반응을 작품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베타 버전인 현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밀리로드에 연재된 콘텐츠는 ‘밀리 오리지널’로 연계된다. 2023년 8월에는 밀리 오리지널 첫 종이책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가 출간됐는데, 이렇게 IP를 확보함으로써 영화, 드라마까지 멀티 콘텐츠 제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 가능한 이유는 밀리의서재가 KT그룹의 일원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밀리의서재는 2025년까지 KT그룹과 협업을 통해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로 전체 도서의 20% 이상을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흔히 밀리의서재는 ‘e북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린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살펴본 결과 밀리의서재가 꾸는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 업계의 IP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밀리의서재는 서재를 넘어 ‘밀리의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을까. 16만 권의 도서로 토대를 탄탄히 쌓은 밀리의서재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지혜 연구위원은 서울대에서 소비자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2』 『더현대서울 인사이트』 『트렌드코리아 2014∼2024』 시리즈의 공저자다. 서울대에서 소비트렌드분석론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삼성·LG·아모레퍼시픽·SK·코웨이·CJ 등 다수의 기업과 소비자 트렌드 발굴 및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인천시 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한국경제신문에 ‘최지혜의 트렌드 인사이트’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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