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DBR 명예 기자 3인
“실무형 경영지식 전파에 힘보태 영광”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창간 16주년을 맞아 최근 적극적인 기고와 자문으로 콘텐츠 제작에 기여해 주신 필자 세 분을 DBR 명예 기자로 선정하고 위촉패를 수여했습니다. 특히 기꺼이 취재 현장에 동행하거나 직접 발굴한 케이스 등을 먼저 기고 제안해주시는 등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해주신 ‘소장파’ 필자들을 올해의 명예 기자로 모셨습니다. DBR의 든든한 파트너로 열정적으로 활동해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리며 DBR에 기고하게 된 계기와 의미, 앞으로 바라는 점 등을 들어봤습니다. (가나다순) 이 세 분 외에도 많은 비즈니스 리더 및 학자께서 반짝이는 최신 경영 지식으로 DBR을 살아 있는 콘텐츠의 보고로 이끌고 계십니다. 모든 필진께 큰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DBR 경쟁력은 “아하” 무릎을 치는 콘텐츠
첫 기고는 DBR 213호(2016년 11월 2호) 저널워치 코너에 개방형 혁신에 관한 논문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1 박사 학위를 갓 받고 논문 작성에 몰두하면서 최신 논문을 다독하던 시기였다. 어차피 논문을 읽고 정리해야 하는데 일반인을 위한 기사로 작성하면 어떻겠냐는 DBR 기자의 권유 덕에 용기를 내게 됐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서 힘들게 학위를 받았던 터라 ‘실무형 연구자’를 지향했다. 또한 당시 학계에서 경영 이론과 실무 간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던 터라 이론이 실무에 유용함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DBR에 기고하면서 매체로서 DBR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대단함을 느꼈다. 그래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독자가 제한적인 학술 논문과 달리 DBR은 독자층이 매우 넓다. 가끔 외부 회의에서 내가 쓴 글을 읽고 도움이 됐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두려운 마음도 커지곤 했다. 혹시 내가 잘못 분석한 것은 아닌지, 사실에 의거한 것인지, 표현은 정확한지 등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탈고 이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심리적, 시간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DBR을 놓을 수 없는 것은 교육, 연구, 보직 등의 모든 교수 업무를 수행하는 데 DBR 기사 작성이 실제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교육과 관련해 저널워치 기사를 준비하는 것은 대학원 수업에서 다룰 논문을 선정하고, 영어 논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 자료로 배포할 때 도움이 된다. 학부와 MBA 수업에서는 케이스 스터디 기사를 활용한다. DBR 케이스 스터디가 다룬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학생들이 경영 현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기사 작성은 연구에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을 이론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이론 자체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는 데 요긴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특히 케이스 스터디 기사를 작성하면서 스타트업 대표의 실질적인 고민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2021년부터 맡고 있는 창업지원단 보직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DBR 239호(2017년 12월 2호)에 작성한 LG전자 전장 사업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2 다. LG전자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는데 머릿속으로는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퇴사 이후 진행된 사항들은 추가로 지인들을 인터뷰하거나 신문 기사와 공시 자료를 뒤져가며 작성해야 했기에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10여 년 전의 현업 근무를 되돌아보며 정리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두 번째는 직접 취재해서 작성한 2021년 1월 마이리얼트립 케이스 스터디 기사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창업 초기부터 눈여겨보던 회사였는데 빠른 성장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개인적으로 공부가 많이 됐다.
DBR의 강점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과 비슷하게 이론과 실무 모두를 아우르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는 점이다. 이론의 본질은 과거에 바탕을 두고 현재 상황에 적용해 미래를 조망하는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중에 수많은 경영 서적이 넘쳐나지만 깊은 울림과 통찰력을 주는 책은 많지 않다. 수많은 연구자의 노력을 집대성한 학술 이론을 배제한 체 저자의 제한적인 실무 경험에 바탕을 둔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다른 한편, 학계는 실무에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 복잡하게 설명하지만 실무에서는 의외로 간단한 사안인 것도 있다. 실제 경영자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실무에 도움이 되는 학술 연구를 하려면 연구자가 경영 현장에 직접 참여하거나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DBR이 학계와 실무 간의 괴리를 좁히는 데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DBR은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낼 것으로 생각한다. 밖에서 볼 때는 한 번의 의사결정으로 회사가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점진적인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경영자가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논의를 했으며, 어떤 대안을 놓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간접적으로 배우기 위해 사람들이 DBR을 구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DBR도 2008년 창간 이래로 많은 변화를 겪어 왔을 것이다. 활자 매체를 멀리하는 세대를 위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 교육 시장 확대를 위한 교육 콘텐츠 강화 및 교육 서비스 확대 등 DBR 내에서 무수히 많은 고민과 시도가 있었고 앞으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사람들로 하여금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콘텐츠 자체가 DBR의 핵심 경쟁력인 점은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DBR이 이러한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길 바란다.
기업-시장의 이면, 숨은 인사이트를 잘 보여줘
국책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산업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시장 연구(market study)에 갈증을 느끼던 2012년경, DBR을 처음으로 정독할 기회가 생겼다. DBR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티클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지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DBR은 산업을 연구하는 내게 세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창이 됐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DBR ‘덕후’가 됐다.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집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욕심만큼 능력도 없었거니와 DBR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설명할 기회를 갖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찾은 첫 번째 통로가 ‘독자패널’이었다. 14기 ‘독자패널’로 시작했지만 막 쌍둥이 자녀가 태어나는 바람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17기 ‘독자패널’에 다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DBR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필자로서 어떤 부문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었다. 독자패널로 쓴 피드백 칼럼3 이 DBR에 실리자 꿈을 이룬 듯 기뻤던 기억이 난다. 신이 나서 다른 독자패널이 펑크 낸 글을 대신 쓰기도 했다. DBR에 내 이름이 실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신나는 경험이었다.
마침내 꿈은 이뤄졌다. 그동안 ‘한국형 혁신’에 관해 고민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파괴 없는 혁신’이라는 코너의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혁신은 점진적이다’ ‘혁신은 발명이 아니다’ ‘혁신은 재조합이다’ 등 혁신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많이 해봤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 공감한 DBR은 파괴 없는 혁신이 어떻게 구현되고, 어떻게 파괴적인 결과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연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DBR 기고는 개인적뿐 아니라 연구적으로도 크게 성장하는 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DBR 기자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은 소재와 주장이라도 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배치해야 근거로서 더 선명해지는지도 배웠다. 초안을 넘기고 나서 피드백을 받아보면 분명 내가 쓴 글인데 너무 좋아 보이는 형태로 바뀌어져 있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미용 의료 분야의 플랫폼 ‘강남언니’의 전략을 분석했던 케이스 스터디 원고4 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이 언급되던 시기였는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한 사례와 전략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보람이 컸다. 그뿐만 아니라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연구자의 이론에 DBR의 시각이 결합되면서 글이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한편 연구적으로는 DBR 기고 과정을 통해 주로 산업적 시각을 다루는 국책연구소의 정책 설계의 초점을 이용자 중심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기고를 위해 직접 인터뷰하고, 사례를 모으고, 이를 경제학 이론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설계를 고민할 수 있었다. 독자를 위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동시에 정책 수요자를 위한 정책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느끼면서 DBR 원고를 쓰는 시간은 내게 연구를 더 잘하기 위한 투자의 시간임을 느꼈다. 게다가 DBR 필자라는 사실 자체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는 시그널로 작동하면서 대외적으로도 더 큰 인정을 받았다.
DBR의 강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인사이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어떤 콘텐츠를 살펴봐도 대중을 대상으로 비즈니스의 심층을 파고드는 매체는 없다. 하지만 DBR은 처음부터 현상 이면의 전략과 고민을 파고들고 이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언어로 표현해왔다. 아마도 창간호부터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노력을 어렵게, 오랜 기간 기울여 온 지금은 다르다. 많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축적한 핵심 경쟁력이 계속해서 새로운 이슈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는 좋은 구성원 없이는 불가능한 과정이다. DBR에 기고도 하고,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강의도 하면서 DBR의 구성원들이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매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자주 느낀다. 좋은 구성원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좋은 콘텐츠는 다시 좋은 구성원을 만들어 내는, 매체와 구성원 간의 선순환이 있었기에 지금의 DBR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더 좋은 필진이 DBR과 함께하고 싶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 좋은 필진은 좋은 콘텐츠를, 좋은 콘텐츠는 또 다른 좋은 필진을 끌어들임으로써 계속해서 발전할 수밖에 없는 매체가 되고 있다. 혁신은 밀어붙일 때보다 끌어당길 때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DBR은 계속해서 혁신할 수 있는 매체라는 믿음이 생긴다.
지금처럼 DBR이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 기업의 성과는 보이는 영역이고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소재이다. 하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를 가능케 만든 전략을 왜 고민할 수 있었는지 등은 파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내용이다. DBR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의 지향점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글을 중심으로 영상과 강의, 교육 과정, 연수 등 다양한 수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학회와 비영리단체 등 지향점이 같은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한다면 DBR다운 콘텐츠를 더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경영 사례를 폭넓게 담은 교육 자료
DBR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초, 쿠팡의 상장 소식을 듣고 투자자로서의 분석과 소회를 담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 글을 본 DBR 기자가 직접 연락을 줬다. 그렇게 DBR 324호(2021년 7월 1호) 스페셜 리포트 ‘Exit Strategy’5 에 처음 참여하게 됐다. 솔직히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기고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가 직업이 아닌 필드에서 매일 실무에 부딪히는 현업 종사자로서 글을 전개하다 보면 현상만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을지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첫 글을 계기로 기고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DBR과 ‘결’을 맞추면서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현재의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글이 생명력 있는 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글을 기고할 때마다 어려운 개념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복잡한 내용을 그대로 어렵게 전달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DBR에 기고하며 전문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DBR 기고는 실무를 하며 피상적으로 접했던 내용, 또는 개념만 접했던 내용들을 되짚어보며 이론적 토대를 정리하고 현상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내가 가진 관점과 지론을 다시 검증해 볼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다.
개인적으로 모든 기고 글이 소중하지만 특히 DBR 361호(2023년 1월 2호) 스페셜 리포트 ‘The Recession Playbook’에 기고한 글6 이 기억에 남는다. 투자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목격하며 실감했던 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한 글의 메시지가 큰 공감을 얻으며 DBR을 통해 강의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DBR의 가장 큰 강점은 열독률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매주 챙겨보고 관련 기사를 정독하는 독자들이 많은 매거진이 DBR이다. 그러면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독자층을 보유한 비즈니스 매거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 온라인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잡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주제를 선별하는 노력과 함께 다양한 전문 분야의 필진이 제공하는 깊이 있는 분석이 결합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통찰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필진 입장에서 필진 간의 보이지 않는 팀워크와 이를 잘 조율하는 에디터들의 능력을 경험하면서 이것이 바로 실무와 이론을 넘나드는 내용 전개의 핵심 원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해외 경영대학원에서 비즈니스 케이스를 활용하는 주된 목적은 몰입형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학생들이 심도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비즈니스 사례만큼 효과적인 교재는 없다. DBR은 ‘한국형 비즈니스 사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의 보고다. 이런 기고들이 단순히 텍스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강의와 교육 자료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
DBR 경쟁력은 “아하” 무릎을 치는 콘텐츠
첫 기고는 DBR 213호(2016년 11월 2호) 저널워치 코너에 개방형 혁신에 관한 논문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1 박사 학위를 갓 받고 논문 작성에 몰두하면서 최신 논문을 다독하던 시기였다. 어차피 논문을 읽고 정리해야 하는데 일반인을 위한 기사로 작성하면 어떻겠냐는 DBR 기자의 권유 덕에 용기를 내게 됐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서 힘들게 학위를 받았던 터라 ‘실무형 연구자’를 지향했다. 또한 당시 학계에서 경영 이론과 실무 간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던 터라 이론이 실무에 유용함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닫기DBR에 기고하면서 매체로서 DBR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대단함을 느꼈다. 그래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독자가 제한적인 학술 논문과 달리 DBR은 독자층이 매우 넓다. 가끔 외부 회의에서 내가 쓴 글을 읽고 도움이 됐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두려운 마음도 커지곤 했다. 혹시 내가 잘못 분석한 것은 아닌지, 사실에 의거한 것인지, 표현은 정확한지 등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탈고 이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심리적, 시간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DBR을 놓을 수 없는 것은 교육, 연구, 보직 등의 모든 교수 업무를 수행하는 데 DBR 기사 작성이 실제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교육과 관련해 저널워치 기사를 준비하는 것은 대학원 수업에서 다룰 논문을 선정하고, 영어 논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 자료로 배포할 때 도움이 된다. 학부와 MBA 수업에서는 케이스 스터디 기사를 활용한다. DBR 케이스 스터디가 다룬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학생들이 경영 현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기사 작성은 연구에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을 이론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이론 자체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는 데 요긴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특히 케이스 스터디 기사를 작성하면서 스타트업 대표의 실질적인 고민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2021년부터 맡고 있는 창업지원단 보직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DBR 239호(2017년 12월 2호)에 작성한 LG전자 전장 사업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2 다. LG전자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는데 머릿속으로는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퇴사 이후 진행된 사항들은 추가로 지인들을 인터뷰하거나 신문 기사와 공시 자료를 뒤져가며 작성해야 했기에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10여 년 전의 현업 근무를 되돌아보며 정리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두 번째는 직접 취재해서 작성한 2021년 1월 마이리얼트립 케이스 스터디 기사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창업 초기부터 눈여겨보던 회사였는데 빠른 성장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개인적으로 공부가 많이 됐다.
DBR의 강점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과 비슷하게 이론과 실무 모두를 아우르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는 점이다. 이론의 본질은 과거에 바탕을 두고 현재 상황에 적용해 미래를 조망하는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중에 수많은 경영 서적이 넘쳐나지만 깊은 울림과 통찰력을 주는 책은 많지 않다. 수많은 연구자의 노력을 집대성한 학술 이론을 배제한 체 저자의 제한적인 실무 경험에 바탕을 둔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다른 한편, 학계는 실무에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 복잡하게 설명하지만 실무에서는 의외로 간단한 사안인 것도 있다. 실제 경영자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실무에 도움이 되는 학술 연구를 하려면 연구자가 경영 현장에 직접 참여하거나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DBR이 학계와 실무 간의 괴리를 좁히는 데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DBR은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낼 것으로 생각한다. 밖에서 볼 때는 한 번의 의사결정으로 회사가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점진적인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경영자가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논의를 했으며, 어떤 대안을 놓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간접적으로 배우기 위해 사람들이 DBR을 구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DBR도 2008년 창간 이래로 많은 변화를 겪어 왔을 것이다. 활자 매체를 멀리하는 세대를 위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 교육 시장 확대를 위한 교육 콘텐츠 강화 및 교육 서비스 확대 등 DBR 내에서 무수히 많은 고민과 시도가 있었고 앞으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사람들로 하여금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콘텐츠 자체가 DBR의 핵심 경쟁력인 점은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DBR이 이러한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길 바란다.
기업-시장의 이면, 숨은 인사이트를 잘 보여줘
국책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산업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시장 연구(market study)에 갈증을 느끼던 2012년경, DBR을 처음으로 정독할 기회가 생겼다. DBR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티클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지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DBR은 산업을 연구하는 내게 세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창이 됐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DBR ‘덕후’가 됐다.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집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욕심만큼 능력도 없었거니와 DBR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설명할 기회를 갖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찾은 첫 번째 통로가 ‘독자패널’이었다. 14기 ‘독자패널’로 시작했지만 막 쌍둥이 자녀가 태어나는 바람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17기 ‘독자패널’에 다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DBR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필자로서 어떤 부문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었다. 독자패널로 쓴 피드백 칼럼3 이 DBR에 실리자 꿈을 이룬 듯 기뻤던 기억이 난다. 신이 나서 다른 독자패널이 펑크 낸 글을 대신 쓰기도 했다. DBR에 내 이름이 실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신나는 경험이었다.
마침내 꿈은 이뤄졌다. 그동안 ‘한국형 혁신’에 관해 고민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파괴 없는 혁신’이라는 코너의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혁신은 점진적이다’ ‘혁신은 발명이 아니다’ ‘혁신은 재조합이다’ 등 혁신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많이 해봤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 공감한 DBR은 파괴 없는 혁신이 어떻게 구현되고, 어떻게 파괴적인 결과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연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DBR 기고는 개인적뿐 아니라 연구적으로도 크게 성장하는 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DBR 기자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은 소재와 주장이라도 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배치해야 근거로서 더 선명해지는지도 배웠다. 초안을 넘기고 나서 피드백을 받아보면 분명 내가 쓴 글인데 너무 좋아 보이는 형태로 바뀌어져 있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미용 의료 분야의 플랫폼 ‘강남언니’의 전략을 분석했던 케이스 스터디 원고4 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이 언급되던 시기였는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한 사례와 전략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보람이 컸다. 그뿐만 아니라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연구자의 이론에 DBR의 시각이 결합되면서 글이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한편 연구적으로는 DBR 기고 과정을 통해 주로 산업적 시각을 다루는 국책연구소의 정책 설계의 초점을 이용자 중심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기고를 위해 직접 인터뷰하고, 사례를 모으고, 이를 경제학 이론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설계를 고민할 수 있었다. 독자를 위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동시에 정책 수요자를 위한 정책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느끼면서 DBR 원고를 쓰는 시간은 내게 연구를 더 잘하기 위한 투자의 시간임을 느꼈다. 게다가 DBR 필자라는 사실 자체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는 시그널로 작동하면서 대외적으로도 더 큰 인정을 받았다.
DBR의 강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인사이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어떤 콘텐츠를 살펴봐도 대중을 대상으로 비즈니스의 심층을 파고드는 매체는 없다. 하지만 DBR은 처음부터 현상 이면의 전략과 고민을 파고들고 이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언어로 표현해왔다. 아마도 창간호부터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노력을 어렵게, 오랜 기간 기울여 온 지금은 다르다. 많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축적한 핵심 경쟁력이 계속해서 새로운 이슈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는 좋은 구성원 없이는 불가능한 과정이다. DBR에 기고도 하고,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강의도 하면서 DBR의 구성원들이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매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자주 느낀다. 좋은 구성원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좋은 콘텐츠는 다시 좋은 구성원을 만들어 내는, 매체와 구성원 간의 선순환이 있었기에 지금의 DBR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더 좋은 필진이 DBR과 함께하고 싶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 좋은 필진은 좋은 콘텐츠를, 좋은 콘텐츠는 또 다른 좋은 필진을 끌어들임으로써 계속해서 발전할 수밖에 없는 매체가 되고 있다. 혁신은 밀어붙일 때보다 끌어당길 때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DBR은 계속해서 혁신할 수 있는 매체라는 믿음이 생긴다.
지금처럼 DBR이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 기업의 성과는 보이는 영역이고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소재이다. 하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를 가능케 만든 전략을 왜 고민할 수 있었는지 등은 파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내용이다. DBR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의 지향점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글을 중심으로 영상과 강의, 교육 과정, 연수 등 다양한 수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학회와 비영리단체 등 지향점이 같은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한다면 DBR다운 콘텐츠를 더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경영 사례를 폭넓게 담은 교육 자료
DBR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초, 쿠팡의 상장 소식을 듣고 투자자로서의 분석과 소회를 담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 글을 본 DBR 기자가 직접 연락을 줬다. 그렇게 DBR 324호(2021년 7월 1호) 스페셜 리포트 ‘Exit Strategy’5 에 처음 참여하게 됐다. 솔직히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기고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가 직업이 아닌 필드에서 매일 실무에 부딪히는 현업 종사자로서 글을 전개하다 보면 현상만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을지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첫 글을 계기로 기고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DBR과 ‘결’을 맞추면서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현재의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글이 생명력 있는 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글을 기고할 때마다 어려운 개념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복잡한 내용을 그대로 어렵게 전달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DBR에 기고하며 전문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DBR 기고는 실무를 하며 피상적으로 접했던 내용, 또는 개념만 접했던 내용들을 되짚어보며 이론적 토대를 정리하고 현상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내가 가진 관점과 지론을 다시 검증해 볼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다.
개인적으로 모든 기고 글이 소중하지만 특히 DBR 361호(2023년 1월 2호) 스페셜 리포트 ‘The Recession Playbook’에 기고한 글6 이 기억에 남는다. 투자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목격하며 실감했던 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한 글의 메시지가 큰 공감을 얻으며 DBR을 통해 강의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DBR의 가장 큰 강점은 열독률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매주 챙겨보고 관련 기사를 정독하는 독자들이 많은 매거진이 DBR이다. 그러면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독자층을 보유한 비즈니스 매거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 온라인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잡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주제를 선별하는 노력과 함께 다양한 전문 분야의 필진이 제공하는 깊이 있는 분석이 결합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통찰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필진 입장에서 필진 간의 보이지 않는 팀워크와 이를 잘 조율하는 에디터들의 능력을 경험하면서 이것이 바로 실무와 이론을 넘나드는 내용 전개의 핵심 원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해외 경영대학원에서 비즈니스 케이스를 활용하는 주된 목적은 몰입형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학생들이 심도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비즈니스 사례만큼 효과적인 교재는 없다. DBR은 ‘한국형 비즈니스 사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의 보고다. 이런 기고들이 단순히 텍스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강의와 교육 자료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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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 동아일보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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