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Marketing

팬덤과 카리스마 넘치는 브랜드 리더의 비결

이승윤 | 390호 (2024년 4월 Issue 1)
Based on “Charismatic Entertainment: How Brand Leaders and Consumers Co-Create Charismatic Authority in the Marketplace” (2021) by Verena E. Wieser, Marius K Luedicke & Andrea Hemetsberger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48, pp. 731–751.



GettyImages-1491357011


무엇을 연구했나?

미국의 60번째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2024년, 현재 가장 화제의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귀환할지에 세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2024년 3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연이어 승리하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로 만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 등과 관련한 내란 선동 혐의, 기밀문서 유출 등 다양한 혐의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형사 기소된 상태이며 여러 건의 민사재판도 진행 중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런 심각한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배경에는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말에 가까운 거친 입담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로 수많은 강성 팬덤을 가진 대표적인 대중 정치인이다.

이런 강한 카리스마로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진 리더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브랜드 팬덤을 공고히 하는 기업 리더 역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모두가 놀랄 만한 담대한 비전을 선포하고, 때론 자신을 포함한 조직 전체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는 머스크는 카리스마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된 수많은 ‘테슬람1 ’이 만들어졌으며 이들은 초기에 테슬라가 시장에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명 ‘셀럽’이라 불리는 유명 인사들이 카리스마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 대중을 열광시키기도 한다. 패션잡지 보그(Vogue) 편집장으로 ‘패션계의 교황’이란 별명을 가진 안나 윈투어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강력한 카리스마에 기반한 리더십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휘어잡으며 패션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의 이런 카리스마를 추종하는 수많은 팬덤이 생겨났으며 그녀를 모티브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하는 깐깐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미란다 프리슬리 같은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GettyImages-1366111360


미국 잡지 와이어드(Wired) 편집장이었던 케빈 켈리가 ‘1000 True Fans’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1000명의 골수팬만 있다면 누구나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고 이야기했듯 바야흐로 팬덤의 시대가 도래했다. 경쟁이 과열되는 디지털 시대, 기업을 진정으로 믿고 따르는 진성 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의 얼굴인 최고경영자(CEO) 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스타 구성원들은 브랜드의 팬덤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일종의 ‘프런트 맨’이다. 일례로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와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너선 아이브와 같은 구성원은 애플의 팬덤을 두텁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때는 카리스마 리더십이 시대 흐름에서 벗어난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주요 덕목으로는 자신의 권한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눠주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태도가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머스크, 윈투어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내며 두터운 팬덤을 형성해 기업과 조직에 성공을 가져다주는 리더들이 주목받으면서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카리스마를 활용하면서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영국 런던대의 공동 연구진은 잡스, 머스크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기업 리더들이 어떤 방식으로 카리스마를 그들의 성공에 이용하는지에 관한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과거 카리스마와 관련한 연구들이 특정 브랜드 리더2 들이 카리스마를 만들어낸 주요 요소들에 집중했다면 이 연구는 리더 개인의 관점이 아닌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얻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팬덤을 형성했는지에 집중했다.

연구진은 질적 연구방법론을 선택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브랜딩 콘셉트 아래 신발을 주력해 판매하는 회사인 ‘Waldviertler’의 하인리히 스타우딩거(Heinrich Staudinger) CEO에 관한 실제 사례를 분석했다. 스타우딩거 CEO는 오스트리아에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 익히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2012~2017년 스타우딩거 CEO가 어떤 방식으로 카리스마를 활용하고 대중과 소통해왔는지를 브랜드 웹사이트, 신문,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에서 얻은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GettyImages-1491355650


무엇을 발견했나?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진은 브랜드 리더들이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면서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얻는지를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메커니즘인 ‘카리스마적 여흥(Charismatic Entertainment)’ 모델을 구축했다. 카리스마적 여흥 모델은 ‘무대 서기(Staging)’ ‘입증하기(Validating)’ ‘저항하기(Challenging)’라는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브랜드 리더들이 그들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구축하는지를 설명한다.

먼저 무대 서기 단계에서 브랜드 리더들은 스스로를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 포장해 대중에 소개한다. 이 단계에서 리더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졌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현존하는 문제들과 자신이 가진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끊임없이 비교하도록 대중을 자극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브랜드 리더가 자신이 가진 미래 비전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리스크를 감내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머스크는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곳에서 벗어나 인류를 다중행성종(Multiplanetary Species)으로 확장한다는 미래 비전을 강조하면서 2002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한다. 그러나 2006년 첫 발사 당시 로켓이 날아오르자마자 화염에 휩싸여 불타버리고, 야심 차게 준비한 2~3차 발사도 실패에 그치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 머스크는 흔들리지 않고 모든 책임을 졌고, 결국 2008년 기적적으로 로켓 발사 시험을 성공시킨다. 머스크를 세계적인 부자로 만든 기업은 테슬라지만 그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가진 존재로 각인시키는 데는 스페이스X의 도전이 큰 역할을 했다.

무대 서기가 브랜드 리더가 주도하는 단계라면 입증하기 단계에서 브랜드 리더는 일반 대중 소비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카리스마를 강화한다. 입증하기 단계는 크게 ‘자기화(Appropriating)’와 ‘권장(Encouraging)’ 과정으로 구성된다. 자기화 과정에서 브랜드 리더들의 과감한 도전을 지켜본 일반 소비자들은 그들의 도전 의식에 매료된 후 브랜드 리더들이 가진 철학, 신념, 세계관을 자신에게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내적인 자기화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소비자들은 브랜드 리더들과 자신을 동질화하기 시작하고, 브랜드 리더들과 함께 공유하는 신념, 철학, 세계관을 더 적극적으로 외부로 발산한다. 이 단계에서 소비자들은 브랜드 리더들의 추앙자로 변모하고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브랜드 리더가 가진 비전에 동참하도록 권장한다. 소비자가 소셜미디어에 브랜드와 관련한 다양한 긍정적인 바이럴 콘텐츠를 남기는 것이 대표적인 권장 행위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저항하기 단계에서는 브랜드 리더들의 행동에 반기를 드는 일종의 비판가들이 주요 역할을 한다. 과거 연구들은 이런 비판가들의 역할에 대해 깊이 다루지 않았지만 본 연구는 브랜드 리더들이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얻게 되는 데 비판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다. 브랜드 리더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존재로 각인되려면 시련을 겪고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악역이 필요하며 비판가들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본 연구는 비판가들의 존재가 강할수록 브랜드 리더들과 그들을 추앙하는 팬들의 관계가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비판가들의 이야기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브랜드 리더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소비자 개인을 넘어 팬덤의 시대가 열렸다. 뚜렷한 취향을 가진 개개인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도록 만들고,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팬덤을 구축해야 하는 시대다. 애플이 시가총액 3조 달러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아이폰을 시작으로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일상에 사용되는 모든 디지털 기기를 애플 제품으로 구매하고 사용하는 ‘애플 팬보이(Apple Fanboy)’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 공연하거나 방문하는 곳마다 쇼핑몰과 식당, 호텔 등의 매출이 늘어나 두둑한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며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 된 미국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도 ‘스위프티(Swifties)’라 불리는 강력한 팬덤이 있다.

문제는 이런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연구 결과는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데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의 존재가 중요하며 이런 리더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팬덤을 구축하는지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과거 연구들이 리더들의 카리스마를 개인의 역량 관점에서 분석했다면 본 연구는 다양한 브랜드의 리더들이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고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는 데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팬덤으로서 소속감을 갖기 위해서는 브랜드 리더의 주요 철학, 신념 등을 내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동일한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소속감이 자연스레 생겨날 것이다. 이후 소비자는 내재화한 신념, 철학 등을 외부에 더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브랜드 추종자가 된다. 이런 일련의 메커니즘을 브랜드 리더가 이해한다면 카리스마를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강력한 리더십을 펼치는 브랜드 리더를 보며 불편함을 느끼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외부 반대자의 존재는 오히려 브랜드 리더와 추앙자들이 결속력을 더 강하게 다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난관을 잘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리더들이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영국의 유명 저술가 토머스 브라운이 “종교적 박해는 종교를 심는 서투르고 옳지 못한 방법이다(Persecution is a bad and indirect way to plant Religion)”라는 명언을 남겼듯 외부의 박해는 오히려 내부의 강한 결속력을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자연스레 등장할 수 있다. 잘 다룰 수만 있다면 의도적으로 외부 비판가들을 활용하는 것도 리더가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얻는 데 유용한 전략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당시 의도적인 막말로 다양한 비판가의 공격을 받았지만 이슈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의 이미지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로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 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