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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preneurship

창업 초기 재무 계획보다 중요한 것

이종균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Doing the right things at the right times: The role of temporal enactment in venture outcome attainment”(2024) by T. Lewis, D.M. Hechavarria, D.W. Williams, & M.S. Cardon in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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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창업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수행 과제가 있다. 그 과제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재무 계획을 세우는 계획 단계가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사업 경계 설정 단계이다. 사업자 등록을 받고 지적재산권을 등록하거나 제조설비 혹은 사무실을 준비하는 과제이다. 한편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및 판촉 활동을 하고, 사업 초기 신규 직원을 고용하거나, 고문을 구하는 등 벤처기업의 팀을 구성하는 일들을 이해관계자 관여 단계라 하며 이것이 세 번째 과제이다. 창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새로운 기업을 시작하기 전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는 창업가들을 ‘Nascent Entrepreneur(초기 창업자)’들이라고 정의한다.

글로벌 창업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취업 가능 인구 중 약 6% 정도인 100만 명 정도가 초기 창업자에 속한다. 하지만 초기 창업자들 중 상당수는 창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하지도 못하고 그만두지도 못한 채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창업의 준비 과정은 30~33개월 정도 걸리며 미국의 창업 패널 데이터에 따르면 3년 이후에도 50% 이상의 창업자가 초기 창업자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 준비 과정이 길어질 경우 사회적 기회비용이 국가적으로 증대된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는 어떤 초기 창업자들이 성공적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 연구해왔다. 이전의 연구들은 창업 준비의 각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 어떠한 과제를 언제 수행해야 하는지가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지는 데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창업 초기에 재무 계획 수립, 창업팀을 먼저 구성하는 것이 조금 더 빠른 창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밝혀졌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단편적인 과제들과 그 타이밍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전체적인 창업 준비 과정의 순서, 타이밍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진 않았다.


무엇을 발견했나?

버지니아공과대 연구진은 성공적으로 창업을 일궈낸 초기 창업자들의 창업 준비 과정의 순서 및 타이밍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미국과 호주의 초기 창업자들을 정기적 및 지속적으로 설문 조사해 구축한 패널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연구에 포함된 초기 창업자들은 총 1288명이다. 종속변수는 성공적인 창업, 창업 포기, 혹은 창업 준비 단계 지속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설정했다. 한편 1년 이내 창업, 2년 이내 창업, 3년 이내 창업이라는 ‘창업의 속도’를 이 연구의 첫 번째 독립변수로 설정했고, 두 번째 독립변수로는 패널 데이터에서 확보한 총 18가지 창업 과제를 1) 계획 단계(Planning) 2) 사업 경계 설정 단계(Boundary Condition Preparation) 3) 이해관계자 관여 단계(Stakeholder Engagement Preparation)로 구분해 파악했다. 창업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 창업팀 규모, 창업 경험, 창업자의 학위, 창업 아이디어의 질적 정도 등은 통제했다.

연구진이 연구하고 발견한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창업 준비 과정의 속도가 성공적 창업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1년이라는 기간 안에 창업 준비 과정을 서둘렀을 경우 창업의 속도가 성공적 창업에 영향을 주는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2년 이내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 창업 준비 단계 지속의 경우보다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질 확률이 약 40% 높게 나타났고 3년을 준비할 경우에는 약 25% 정도 이상 높았다. 둘째, 창업 준비 단계에서 과제 수행에 대한 순서가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지는 확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봤다. 기존의 연구들은 창업 준비 과정은 계획, 사업 경계 설정, 이해관계자 관여 단계의 순서로 이어진다고 파악하고 있었는데 이 연구는 상식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1년 안에 성공적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창업 준비 단계 순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안에 성공적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에서는 이해관계자 관여 단계가 우선되고, 그 이후에 계획 및 사업 경계 설정의 순서로 이뤄진 경우가 전통적인 순서를 따르는 것보다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질 확률이 약 2배 이상 높았다. 더불어 3년 안에 성공적 창업의 경우에는 기존에 알려진 준비 순서와 이해관계자 관여 단계가 우선이 될 때 모두 높은 성공 확률을 보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결과인 창업 자체가 모두 불확실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초기 창업자들은 대부분 계획, 사업 경계 설정 등 내부적인 준비 과정들을 우선시하게 된다. 한편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창업 준비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자원이 더욱 많이 소요된다. 이 과정이 창업 혹은 중단 등의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기회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떠한 창업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의 결과물로 이어질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창업을 준비할 때 대부분은 사업계획서나 재무 계획 수립 등 내부 준비에 만반의 준비를 거치고자 한다. 그래야 외부의 전문가들로부터 가치 있는 조언을 받을 수 있고 고객들에게도 사업을 홍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내부적인 준비 과정보다는 이해관계자 관여 단계, 즉 외부적인 준비 과정 순서가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잠재적 내부 관계자 및 외부 관계자를 먼저 접촉하고 산업 및 고객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가는 과제를 우선하는 게 성공적인 창업의 지름길이다.
  • 이종균 | 제임스메디슨대 경영학과 부교수

    필자는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MBA를,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박사(창업학)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한국, 미국, 몽골, 키르키스스탄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 및 여러 국가의 창업 진흥을 위한 정책 수립 자문을 수행했다. 한편 북한 탈주민 대상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창업 정책 및 환경, 사회적 기업형 창업 및 상호 참여형 창업이다.
    lee3ck@j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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