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개미에게서 배우는 심플 워크

개미들의 단순 작업 방식에서
집단 생존의 최상 솔루션을 찾다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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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개미 한 마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나약하고 미미한 동물이지만 집단을 이룬 개미는 가장 창의적인 동물로 탈바꿈한다. 이들은 서로 약속된 단순한 행동을 지키면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개미는 자신들이 뿌린 페로몬을 찾아가는 단순한 규칙으로 최단 거리로 이동한다. 일정한 수의 개미가 한 개미의 등 위로 올라타면 맨 밑의 개미가 정지하는 단순한 원리를 통해 다리를 만들어 끊어진 길을 잇고, 뗏목을 만들어 물 위를 떠내려간다. 무엇보다 항상 ‘잉여인력’을 배치해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개미의 일하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집단이 생존할 수 있는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들어가는 글
사람의 뇌는 단순한 구성요소가 모여 복잡한 행동을 만들어 낸다. 사람의 놀라운 지성도 1.4㎏ 정도에 불과한, 두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뇌라는 생물학적 물질에서 비롯한다. 뇌과학 분야의 오랜 연구를 통해서 결국 뇌의 활동도 100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neuron)가 총 100조 개 정도의 시냅스 연결을 통해 서로 주고받는 단순한 전기신호에 기반한다는 것이 잘 알려졌다. 신경세포 하나는 평시에는 음의 전압을 유지하다가 연결된 다른 여러 신경세포로부터 들어오는 전기신호가 충분히 강해지면 짧은 순간 양의 전압을 가진 상태가 되는데 이때 신경세포가 발화(fire)했다고 한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발화하고 있거나, 발화하지 않고 휴지기에 있거나 딱 두 개의 상태만을 가진다. 0과 1이라는 두 상태로 모든 정보를 코드화한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닮았다.

이렇듯 다수의 단순한 요소가 복잡한 전체의 특성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을 영어 단어로는 emergence, 우리말로는 떠오름, 혹은 창발이라고 부른다. 구성요소들이 단순한 규칙과 행동을 따르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현상을 뜻한다.

개별 신경세포의 작동방식은 단순하지만 엄청난 수의 신경세포가 모여 정보를 병렬처리하게 되면 사람의 놀라운 정신 활동이 창발하는 것이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용하는 심층 인공 신경 회로망도 사람의 뇌의 작동방식을 모방했다. 단순하게 작동하는 여러 노드가 여러 층의 연결망으로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전체로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창발현상(emergent phenomena)이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은 아니다. 개미가 대표적인 예다. 개미는 작고 미약한 곤충이다. 개미의 지능은 사회적 동물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제한됐다. 그러나 개미가 군집을 이뤄 함께 보여주는 놀라운 행동은 개미 한 마리의 특성으로 환원해서 설명할 수는 없다.

개미와 사람. 현재 지구라 불리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두 생물종이다. 개미가 작다고 얕보지 말라. 지구에 사는 개미 전체의 무게는 지구에 사는 사람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다. 그만큼 성공적으로 적응한 생명체다. 필자는 개미가 보여주는 놀라운 집단행동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보다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개미가 보여주는 놀라운 집단행동
1. 페르마의 원리를 따르는 개미의 길 찾기


물리학에 페르마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빛이 진행하는 경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원리다. 빛은 두 지점을 잇는 경로 중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경로를 택해 이동한다는 얘기다. [그림 1]을 보자. 남쪽으로 바다가 멋지게 펼쳐진 해변의 A 지점에 구조요원이 있다. 정면에서 오른쪽 45도의 방향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위치 B)을 방금 발견했다. 이 사람을 빨리 구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는 속도가 헤엄치는 속도보다 빠르니 45도의 각도로 해변을 달려가서 이 각도로 일직선으로([그림 1]의 경로 C1을 따라) 헤엄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이보다는 헤엄을 쳐야 하는 바닷물 안 경로를 조금 줄이고 해변 모래밭 위를 달리는 경로는 조금 늘리면 오히려 조난자에게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헤엄을 쳐야 하는 바닷물 안 경로를 무조건 짧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달리는 속도와 헤엄치는 속도가 주어져 있으면 조난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짧게 걸리는 경로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공기와 물처럼 굴절률이 다른 두 매질을 빛이 진행할 때 빛의 경로가 꺾이는 각도도 구조요원이 조난자를 구하는 최적의 경로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결정된다. 빛은 두 지점을 잇는, 상상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한 경로 중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경로를 택해 그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물리학에서 이를 ‘페르마의 원리’라고 한다.

자, 그렇다면 개미는 어떨까. [그림 1]을 다시 보자. 개미집이 A에, 먹이가 B에 있다고 하자. 개미가 이동해야 하는 두 부분의 바닥의 거친 정도를 달리해서 회색 부분보다 푸른색 부분에서 개미가 이동하는 평균 속력을 더 느리게 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의 결과를 보면 개미는 일직선을 따른 직선 경로 C1을 따르지 않았다. 개미는 해변의 현명한 구조요원처럼, 그리고 빛처럼, 집에서 먹이를 잇는 가능한 경로 중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경로 C2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개미 집단은 어떻게 이처럼 시간이 덜 걸리는 효율적인 경로를 택할 수 있을까?

개미에게는 시계가 없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는 집에서 먹이를 들고 왕복하는 시간을 재지 않는다. 아마도 개미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무언지 모르는 개미가 여럿이 모이면 시간이 덜 걸리는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낸다. 단순하고 제한된 능력을 가진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여럿이 모이면 전체 집단은 놀라운 효율성을 창발한다.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내는 비밀은 바로 개미가 남긴 화학 물질인 페로몬에 있다. 개미는 자신보다 앞서 지나간 동료 개미가 남긴 페로몬을 따라 이동하면서 자신도 페로몬을 바닥에 남긴다.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로와 시간이 짧게 걸리는 경로를 비교해보자. 시간이 짧게 걸리는 경로 위에는 개미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바닥에 남긴 페로몬이 시간이 오래 걸린 경로 위보다 더 많아진다. 즉, 시간이 지나면 개미들은 시간이 짧게 걸리는 경로를 통해 주로 이동하게 된다. 페로몬의 적절한 휘발성, 페로몬을 따라가면서 자기도 페로몬을 남긴다는 것만으로도 최소 시간 경로를 개미 집단이 찾아내는 현상을 정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성원 모두가 ‘페로몬을 따라가라’는 단순한 행동 규칙만을 따라도 집단 전체는 이처럼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준다.

2. 서로 몸을 이어 다리를 만드는 개미의 행동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놀라운 행동은 더 있다. 개미 집단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때, 도중에 V자 모양의 골짜기를 만나면 자신의 몸을 서로 엮어 골짜기의 왼쪽 위 끝점과 오른쪽 위 끝점을 있는 다리를 만든다. 물론 골짜기가 깊지 않다면 다리를 만들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기도 한다. 골짜기의 깊이에 따라 자신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해 다리를 만들기도, 그냥 지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개미는 어떻게 다리를 만들어 전체 이동 경로의 길이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다리 만들기 현상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는 주제다.

먼저, 개미 한 마리의 단순한 행동으로 다리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설명해보자. 개미 한 마리가 ‘이곳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갔다 올라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이곳에 다리를 놓자’는 이성적 판단을 할 리가 없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다가 V자의 왼쪽 위 지점에 도착한 개미는 절벽에 막혀 이동 속도가 줄어든다. 이 개미 뒤에는 다른 동료 개미가 길이 막힌 줄도 모르고 계속 도달하고 있다. 앞에 가던 개미가 속도를 줄이니 뒤따르던 개미는 앞에 서 있는 개미의 등을 밟고 위로 올라서게 된다. 자, 자기 등 위에 개미가 일정한 수 이상 있으면 아래 개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정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과정이 계속 진행되다 보면 이제 등을 밟고 위에 차곡차곡 개미들이 몸을 엮어 쌓이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V자의 윗부분의 틈이 점점 개미로 메워지게 되고, 드디어 V자의 윗부분을 연결하는 수평 방향의 다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는 이제 뒤따라오는 개미들은 골짜기를 내려갔다 올라오는 비효율적인 경로가 아니라 동료 개미들이 몸을 엮어 만들어 놓은 다리 위를 따라 짧은 경로로 이동하게 된다. 이 현상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자기 등 위를 지나가는 개미가 일정 수 이하로 줄어들면 개미는 가만히 현재 위치에 얼어붙어 있는 행동을 그만두고 다시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된다. 이처럼 개미가 어떻게 다리를 만드는지, 그리고 안 쓰는 다리는 왜 없어지는지를 개미 한 마리의 단순한 행동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미는 자기 등 위를 지나가는 개미가 일정 수보다 많으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고, 일정 수보다 적으면 계속 움직인다는 가정만으로도 개미가 몸을 엮어 다리를 만들어 이동경로의 길이를 줄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개미가 만드는 다리에 대한 연구 결과는 더 있다. 개미는 어떨 때는 가장 짧은 경로가 되도록 다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다리를 놓지 않거나, 혹은 가장 짧은 경로가 아닌 다리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V자의 맨 위 두 지점을 연결하는 다리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절반의 높이에 수평 방향으로 다리를 만들기도 한다. 골짜기 맨 아래를 거쳐 가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경로지만 V자 맨 위를 직접 수평으로 연결하는 것보다는 비효율적인 다리다. 그럼에도 덜 효율적일 다리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다리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개미 집단이 전체로서는 일종의 비용-편익 계산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다리 자체의 길이가 늘어나면 먹이를 물어오는 데 투입되는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다리를 놓는 것 자체가 전체 집단에게는 비용을 초래한다. 한편 다리를 놓지 않고 먼 거리를 돌아가는 길을 만들면 다리를 놓기 위해 낭비되는 노동력은 없어 효율적이지만 경로의 길이가 길어져 시간당 집에 도착하는 먹이의 양은 또 줄어들게 된다. 개미집단은 이동 경로의 중간에 얼마나 긴 다리를 놓을지를 효율적으로 판단한다는 연구 결과다. 집단 전체의 효율성이 단순한 개미의 행동으로 창발한 것이다.



3. 몸을 엮어 뗏목을 만들어 집단 이주하는 개미
개미집이 홍수로 인해 침수되면 개미 집단 전체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개미들은 재빨리 물에 뜨는 뗏목을 만들어 이주한다. 물론 사람처럼 나무를 베어 엮어 뗏목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개미들은 동료 개미와 몸을 엮어 연결해 빈대떡처럼 얇은 판 모양의 뗏목을 만든다. 개미가 몸을 이어 만든 뗏목은 수십㎝의 크기에 이르고 뗏목을 구성하는 개미는 10만 마리가 넘기도 한다. 이렇게 집단 전체가 뗏목을 이뤄 물에 떠서 강물을 따라 흘러가게 된다. 적당한 곳에서 땅에 닿으면 집단 전체가 한 번에 새로운 이주지로 옮겨갈 수 있다. 개미로 만들어진 뗏목은 공기층을 품고 있어 가벼워 물에 뜰 뿐만 아니라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는 방수 기능도 있다. 뗏목 아래 물 쪽에 있는 개미도 익사하지 않고 중간 공기층을 통해 숨을 쉬며 살아남을 수 있다. 개미 뗏목은 정착하기 전까지 심지어 수주일 동안을 물 위에 떠 이동하기도 한다. 집단 전체가 홍수를 피해 새로운 이주지로 성공적으로 옮겨가기 위해 몸을 엮어 뗏목을 만드는 것도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놀라운 창발 현상이다.

개미는 어떻게 뗏목을 만들 수 있을까. 이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한 논문에서 개미가 뗏목을 만드는 현상을 자세히 연구했다. 먼저, 한 덩어리로 공 모양으로 뭉쳐 있는 개미 집단을 물 위에 놓아보자.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개미 두세 마리 정도가 겹쳐 있는 두께로 물 위에 넓게 퍼져 빈대떡 모양의 뗏목이 된다. 개미 뗏목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는 어떤 행동 규칙을 따라야 할까. 사실, 개미가 뗏목을 만들 때 이용하는 행동 규칙은 앞서 소개한 다리를 만들 때의 행동 규칙과 정확히 같다. 개미 한 마리는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뗏목의 가장자리에 도달하게 되면 물위를 걸어갈 수는 없으니 그 자리 근처에서 서성거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뒤를 이어 따라온 동료 개미가 뗏목 가장자리의 서성거리는 개미의 등 위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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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만들 때의 개미의 행동을 기억하는지. 앞서 등 위에 있는 개미가 일정 수를 넘게 되면 개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꼼짝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규칙을 소개한 바 있다. 뗏목 가장자리에서 동료 개미를 등 위에 태우고 있는 개미도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V자 모양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생기는 과정과 정확히 같은 방식을 따라서 물위의 개미집단은 사방팔방으로 퍼져 얇은 빈대떡 모양이 된다.

또한 개미가 만든 뗏목의 두께가 왜 개미 두세 마리 정도인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개미 한 마리의 두께라면 뗏목 가장자리의 개미는 자기 등 위에 올라타 있는 개미가 없으니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렇다고 뗏목을 탈출해 물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자신이 올라탈 수 있는 개미가 있는 뗏목의 중심을 향해 돌아오게 된다. 만약 뗏목이 너무 두껍다면 맨 위의 개미는 뗏목의 가장자리 쪽을 향해 이동하게 되므로 뗏목의 두께는 시간이 지나면서 얇아지고 뗏목의 면적이 커질 것은 또 당연하다. “내 등 위에 동료 개미가 일정 수 이상이면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이지 말고, 일정 수 이하면 움직인다”는 동일한 규칙을 따라 개미는 다리를 만들고 뗏목도 만드는 거다. 집단 전체가 효율적으로 이주하기 위해 뗏목을 만드는 놀라운 집단행동도 결국은 단순한 행동 규칙을 따르는 다수의 개미가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같은 개별적인 행동 규칙을 따르더라도 외부의 환경이 이동 중 맞닥뜨린 골짜기인지, 물 위인지에 따라 전체는 다리를 만들기도, 뗏목을 만들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집단행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흥미롭다.

4. 개미집 건축의 비밀
개미는 땅속에 굴을 파서 벽으로 구획된 여러 개의 방을 만들고 이를 복잡하게 연결해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을 만든다. 개미는 사람보다 훨씬 작다. 사람으로 치면 개미집은 고층 빌딩의 규모다. 개미집의 구조는 효율적이어서 내부의 온도를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할 뿐 아니라 적절한 환기의 기능도 있어 내부와 외부의 공기를 순환할 수 있다.

이처럼 신기한 개미집이 어떻게 개미 한 마리, 한 마리의 단순한 행동으로부터 만들어지는지 그 원인을 속속들이 밝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개미 한 마리가 단순한 몇 개의 행동규칙을 따르기만 해도 흥미롭고 복잡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실제 개미의 행동에 대한 관찰 결과를 적용해 단순한 컴퓨터 모형을 만들고, 모형에서 얻어지는 결과를 개미집의 복잡한 구조와 비교한 연구다. 이를 통해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개미가 복잡한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개미 한 마리가 하는 단순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1. 개미는 일정한 확률로 바닥에 있는 모래알을 물어 집는다. 2. 모래알을 물고 이리저리 이동하다가 바닥에 놓여 있는 모래알이 있으면 물고 있는 모래알을 그 근처에 내려놓는 경향이 있다. 3. 다른 개미가 이미 물었다 놓은 모래알 근처에 자기 모래알을 내려놓을 확률이 더 크다. 동료 개미가 물었던 모래알에 묻어 있는 페로몬을 인식하는 거다. 이 세 종류의 단순한 행동 규칙만을 적용한 컴퓨터 모형을 통해 만들어지는 구조는 실제의 개미집과 흡사했다. 위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없어진다. 연구에서는 페로몬의 휘발성 정도를 바꾸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가 함께 달라진다는 것도 보였다. 현실에서도 외부 조건이 달라지면 같은 종의 개미라도 다른 구조의 개미집을 만든다고 한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페로몬의 휘발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제안도 이 논문에 담겼다.

5. 게으른 개미도 필요하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모두 다 아는 이솝우화다.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르는 개미들을 보면 누구나 개미는 정말 부지런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섣부른 결론이다. 왜냐하면 아무 일도 안 하고 개미집 안에서 빈둥거리는 개미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개미 집단 전체의 모든 일개미가 과연 하나같이 모두 부지런할까.

최근 연구에서 얻어진 결론이 흥미롭다. 부지런한 개미가 물론 많지만 아무 일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개미도 그에 못지않게 정말 많다는 관찰 결과다. 평균 65마리 정도로 구성된 20개의 개미 집단에 대한 관찰을 통해, 각 집단에서 40% 정도의 개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졌다. 논문에서 시도된 실험이 재밌다. 부지런한 개미를 집단에서 덜어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거꾸로 게으른 개미를 집단에서 덜어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실험했다.

흥미롭게도 부지런한 개미 중 20%를 덜어내면, 그전에 게으름을 부렸던 개미 중 일부가 일주일 안에 일을 시작해 부지런해진다. 즉, 게으른 개미는 전체 개미 집단에서 일종의 예비 노동력(reserve labor force) 역할을 한다는 결론이다. 거꾸로 게으른 개미를 집단에서 덜어내면 어떤 일이 생길까. 게으른 개미가 줄어든다고 해서 부지런한 개미가 게을러지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개미 집단 전체를 위한 작업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결과다. 실제 노동에 투입될 개미의 개체 수를 개미 집단 전체는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론이다. 여유 노동력이 있다면 집단 전체가 수행할 작업의 양이 늘어나도 집단 전체는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비슷한 다른 연구도 있다. 30마리로 구성된 개미 집단에 대한 실험이다. 불개미 30마리 중 70%는 일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고, 부지런한 개미 5마리를 제거하면 게을렀던 개미가 부지런해져 굴 파기 작업에 투입된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앞 연구와 같은 결과다.

이 연구에서는 개미가 땅을 파는 행동도 함께 연구했다. 길게 굴을 파는 일에는 사실 너무 많은 개미가 투입되면 굴 파기의 효율이 떨어진다. 이동하는 중간에 다른 개미에 가로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정체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배분돼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재는 지표 중 지니계수가 있다. 만약 지니계수 G=0이면 모두에게 완전히 공평하게 분포돼 있다는 뜻이고, G=1이면 극도로 불공평한 편중이 있는 분포라는 뜻이다. 이를 굴을 파는 개미들에게 적용해 본 것이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 굴 파기에 시간을 보내는지를 가지고 개미 집단의 지니계수를 구해보니 0.75였다. 굴 파기 노동시간은 상당히 불공평하게 배분돼 있다는 뜻이다. 부지런한 개미를 제거해도 전체의 지니계수는 오래지 않아 원래의 값으로 복구된다는 결과도 논문에 담겼다. 논문에서는 또 30마리의 개미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모형도 연구했다. 결과는 실제 개미에게서 관찰된 것과 흡사했다.

컴퓨터 모형을 이용해 작업량의 불공평 분포가 어떻게 출현하게 되는지를 살펴보기도 했다. 지니계수 G를 0(완전공평)이나 1(완전불공평)로 시작한 후에 시뮬레이션에서 만들어지는 굴의 길이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개미의 비율을 조정해 가는 방법(유전 알고리즘이라 부르는 방법의 일종)을 적용한 거다. 지니계수의 처음 값과 무관하게 최종적으로는 개미 집단의 지니계수가 0.6 정도의 값으로 수렴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일의 불공평 분배가 집단 전체에게는 더 유리하므로 일정 비율의 게으른 개미의 출현이 진화의 과정에서 등장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도로 위의 차량 정체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가로축에 차의 밀도, 세로축에 통행한 차가 몇 대인지를 그려보고는 한다. 차의 밀도가 아주 작아 차가 몇 대 다니지 않으면 당연히 통행한 차량 수가 적고, 또 차의 밀도가 아주 커지면 차량 정체로 인해 통행한 차량 수는 또 줄어든다. 즉, 적절한 중간 정도의 차의 밀도일 때 통행량이 최대가 된다. 지금 소개하고 있는 개미 굴 파기에 대한 연구에서도 컴퓨터 모형을 통해 개미의 밀도와 개미의 통행량의 관계를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적절한 개미 밀도에서 개미의 통행량이 최대가 된다. 실제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얻은 이 최적의 개미 밀도가 바로 실제 같은 수의 개미 실험에서 얻어진 값과 비슷했다. 개미는 적절한 일의 배분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굴 파기 방식을 집단 전체가 택했다는 결론이다. 이 논문에서는 또 간단한 작업만을 수행하는 단순한 로봇 네 대를 이용한 군집로봇 실험도 했다. 결론은 같다. 넷 중 하나가 쉴 때 작업 효율이 올라간다는 결과다.

모든 구성원이 동시에 노력하는 것보다 일부가 노력할 때 더 효율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다른 연구도 있다. 사람들이 밀집한 공간 안에 화재가 발생해 모두가 빠른 시간 안에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연구다. 모든 이가 우왕좌왕 출구를 찾으려 동시에 헤매는 것보다 일부가 출구를 찾고 나머지는 이들을 따라가는 것이 전체 집단의 탈출 시간을 줄이는 데 효율적이라는 연구가 있다.

필자도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결과를 얻은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긴 복도의 양쪽에서 사람들이 마주 걸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예외 없이 우측통행이라는 보행 규칙을 따를 때보다 보행 규칙을 따르지 않는 소수가 있을 때 오히려 통행이 더 원활해진다는 결과를 간단한 모델을 통해 얻었다. 모두가 우측통행 규칙을 따르면 복도의 중앙 부근에서 보행자의 밀도가 높아져 정체가 생기기 때문이다. 게으른 개미의 존재가 굴을 파는 개미의 밀도를 낮춰 굴 파기의 효율을 높이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개미에게 배우는 심플 워크
위에서 전체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집단행동을 몇 종류 소개했다. 전체가 보여주는 복잡하고 효율적인 행동이 결국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따르는 단순한 규칙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주변의 정보만을 이용해 단순한 행동을 하는 여럿이 모이면 전체는 놀라운 행동을 할 수 있다. 자기 등 위에 올라선 개미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제자리에 정지하거나 움직일지를 결정하고, 동료가 남긴 페로몬이 많은 쪽으로 개미는 이동한다. 이 정도의 단순한 행동 규칙만으로도 개미는 시간이 덜 걸리는 효율적인 길을 찾고, 몸을 엮어 다리를 만들어 골짜기를 건너가고, 뗏목을 만들어 전체가 새로운 이주지를 찾아간다. 전체 집단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노동 현장에서의 비효율적인 북적임도 줄이기 위해 일부는 부지런히, 그리고 나머지는 게으르게 행동하는 식으로 작업량을 불공평하게 배분하기도 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로 집단 전체의 작업량이 늘어나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예비 노동력을 평시에 확보하는 효율적인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놀라운 효율성의 특징을 정리하고 개미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을 정리해 보자.

1. 탈중앙화와 자기조직화
개미 집단 전체는 중앙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존재 없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전형적인 탈중앙 복잡계(decentralized complex system)다. 중앙의 지시 없이도 전체 집단이 스스로를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도 보여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대부분 커다란 조직의 구성원으로 활동한다. 대부분의 사회 조직은 탈중앙의 성격이 아닌 중앙집중적(centralized)인 성격을 가진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전체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관리의 비용도 함께 커지게 된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정해 구성원의 노동 시간을 통제하려면 구성원 모두의 출퇴근 시간을 매일매일 점검하는 일로 월급을 받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만약, 개미 집단이 하듯이 탈중앙의 방식으로 구성원이 자기조직화해 전체의 효율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조직의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2. 단순한 작업의 유기적 연결
개미 집단 전체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행동의 기원은 결국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하는 극도로 단순한 작업의 유기적 연결이다. 전체가 보여주는 행동이 복잡하다고 해서 구성원 각자가 수행하는 작업이 복잡할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20세기 초의 놀라운 산업사회의 출현도 복잡한 작업을 단순한 여러 작업으로 분해하고, 이를 한 줄의 사슬로 연결한 분업식 공장 작업에 도움받은 바가 크다고 한다.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구성원의 유기적 연결은 작업의 효율성 이외의 다른 특징도 있다. 바로 과업 실패 시의 회복성이다. 위에서 설명하진 않았지만 개미가 집에서 먹이까지를 왕복하는 길을 만들 때 자세히 보면 개미가 만든 길 안에는 세 줄의 길이 있다고 한다. 세 줄에서 가운데 중앙의 길은 먹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개미들이, 양쪽의 갓길은 집에서 먹이를 향해 이동하는 개미들이 이용한다. 먹이를 물어 집으로 오는 개미가 실수로 먹이를 놓치더라도 먹이는 길 밖으로 유실되지 않는 방식이다. 개미 집단 안에서 한 구성원의 실수로 생긴 문제는 다른 구성원에 의해 신속히 해결된다.

개미 집단의 행동에서 배운 로봇공학의 새로운 시도가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가진 커다란 로봇 대신에 단순한 작업을 수행하는 여러 작은 로봇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군집로봇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재난 상황에 로봇을 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커다란 다기능 로봇을 한 대 이용하는 대신에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여러 로봇을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로봇 집단의 일부가 작동을 멈춰도 전체는 해야 할 일을 마칠 수 있다.

날개처럼 생긴 판이 두 개 양쪽에 붙어 있어 아주 단순하게 두 날개만 퍼덕이는 동작만 가능한 소형 로봇을 이용한 연구도 있다. 1 연구자들은 이 소형 로봇을 ‘스마티클(smarticle)’이라고 불렀다. 로봇 하나는 물리학의 입자(particle)처럼 아주 단순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영리한(smart) 행동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인 듯하다. 스마티클 로봇 하나는 제자리에서 날개만 퍼덕일 뿐 다른 행동은 전혀 할 수 없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스마티클 로봇과 적당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면 스마티클로 구성된 작은 군집은 여럿이 좁은 공간에 저절로 모일 수도 있고, 넓은 공간으로 저절로 퍼져 나갈 수도 있게 된다.

적절한 조건에서 전체 스마티클 집단이 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하나는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없지만 여럿이 모이면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집단행동이 창발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마티클 여럿의 집단 이동 현상은 연구자들이 우연히 발견했다. 다섯 대의 스마티클 중 하나가 배터리가 방전돼 멈춘 일이 생겼는데, 이때 스마티클 집단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관찰한 거다. 스마티클에 적절한 알고리즘을 탑재해서 군집 전체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3.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성
개미 집단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한 마리 개미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조차도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개미 한 마리는 주변의 정보를 이용해 다음의 행동을 결정하는 단순한 알고리즘이 탑재된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 수행해야 할 과업이 탑재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행동 규칙만이 탑재된 존재로서의 이점이 있다. 개미들이 개미집에서 나와 먹이를 물어 오려 나갈지, 집에 머물지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를 예로 들어 보자. 개미가 다른 개미를 만나면 먼저 더듬이를 이용해 접촉한다고 한다. 그런데 먹이를 물어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더듬이로 탐지하는 개미의 수가 많아지면 개미집에서 더 많은 개미가 먹이를 물어 오려 출발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일종의 늘어나는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이 일어난다. 목적지에 아직 먹이가 충분히 남아 있는 경우 더 많은 개미가 그곳에서 먹이를 물어오도록 하는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다. 먹이가 남아 있지 않아 더 이상 먹이를 물어오는 개미가 없게 되면 개미집에서 먹이를 향해 떠나는 개미도 줄어들게 되는 방식이다. 먹이를 가지러 나갈 가치가 있을 때만 나가고, 먹이가 없으면 쓸데없이 길에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먹이의 양이라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적응성(adaptability)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방식이 컴퓨터 통신에 이용되기도 한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을 충분한 대역폭이 확보될 때만 통신을 시작하도록 하는 방식과 유사한 원리다.


DBR mini box: 유전학으로 살펴보는 개미의 사회성
개미 집단이 지혜롭고 효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개미가 타 개미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회성’ 때문이다. 사실 개미는 사회성의 끝판왕이다. 개별 개미 한 마리는 전체를 위해서라면 초개와 같이 목숨도 버리는 이타성을 보여준다. 개미의 사회성을 진사회성(eusociality)이라 부르는 이유다. ‘희생’이라는 개념을 가질 리 없는 개미가 전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을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더 재밌는 것은 이 사회성이 개미의 유전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암컷인 일반 일개미는 스스로 불임을 택해 알을 낳지 않는 이타적인 행동도 유전적인 결과다. 예를 들어 여왕개미만 알을 낳는 개미 집단에서 한 일개미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우연히 알을 낳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 돌연변이를 가진 유전자는 엄청난 진화적 이점이 있다. 알을 낳으면 다른 이타적 일개미가 성심껏 돌봐 줄 테니 말이다. 육아의 부담 없이 알만 낳아도 일개미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수의 후손에게 성공적으로 물려줄 수 있다. 즉, 돌연변이로 일개미도 알을 낳는 유전자가 출현하면 이 유전자는 세대가 거듭되면서 집단 전체에 퍼지게 된다. 결국은 일개미도 모두 알을 낳는 개미 집단이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출현할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왜 개미 집단의 일개미는 스스로 불임을 택해 번식을 포기하고 전체를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할까. 일개미의 이타적인 희생이 어떻게 진화의 과정에서 출현했는지는 많은 과학자를 곤혹스럽게 했던 질문이다. 한 집단 안에 이기적인 개체와 이타적인 개체가 공존하면 항상 이기적인 개체가 더 성공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개미의 불임을 명쾌하게 설명한 과학자가 있다. 바로 영국의 이론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이다. 개미 얘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사람 얘기를 해보자. 사람 몸 안의 모든 체세포 안에는 염색체가 두 벌씩 짝을 지어 들어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남성의 생식 세포인 정자와 여성의 생식 세포인 난자는 분열의 과정에서 염색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감수분열로 만들어진다. 염색체가 한 벌씩만 들어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진 수정란에는 드디어 두 벌의 염색체가 들어 있고, 이후 복잡한 발생 과정을 거쳐 태아로 성장한다. 몸속 세포의 염색체 절반은 엄마, 나머지 절반은 아빠에게서 온 거다.

개미는 다르다. 여왕개미는 두벌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수컷 개미는 딱 한 벌의 염색체만 가지고 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일개미는 모두 암컷이며 두 벌 염색체를 가진다. 일개미의 두 벌 염색체 중 한 벌은 엄마인 여왕개미에게서, 다른 한 벌은 아빠인 수개미에서 온 것이다. 수개미는 그럼 어떻게 태어날까? 염색체 딱 한 벌만 가진 수개미는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여왕개미의 난자로부터 만들어진다. 모든 일개미에게는 아빠가 있지만 수개미는 아빠가 없다. 엄마만 있다. 사실 이렇게 보면 수개미는 그 자체가 정자다. 날개가 달려 멀리 날아다니는 정자 같은 존재가 수개미다.

두 벌 염색체 ‘AA’를 가진 여왕개미와 한 벌 염색체 B를 가진 수개미가 교미해 태어난 일개미를 생각해보자. 감수분열로 만들어진 여왕개미의 미수정 난자에는 한 벌 염색체가 들어 있다. A 또는 A'이다. 수정의 과정에서 일개미의 염색체가 정해진다. 일개미 중 절반은 염색체 AB를, 나머지 절반은 염색체 A'B를 가지게 된다. 염색체가 AB인 일개미 한 마리를 생각해보자. 같은 엄마와 아빠 개미에게서 태어난 다른 자매 중에는 염색체가 AB인 자매가 절반, A'B인 자매가 절반이다. 즉, 자기와 염색체가 100% 같은 자매와 50% 같은 자매가 같은 수가 있다. 평균 내면 75%. 즉, 개미집단을 구성하는 일개미는 다른 자매 일개미와 평균적으로 75%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자, 다음에는 위에서 생각한 염색체가 AB인 일개미가 어쩌다 여왕개미 엄마 몰래 수개미를 만나 딸 일개미를 낳았다고 해보자. 알을 낳은 일개미와 교미한 수개미의 염색체는 C라 하자. 이 일개미가 낳은 딸 일개미의 염색체는 AC 또는 BC이고, 각각은 엄마 일개미(AB)와 5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는지. 위의 논의를 이해한 독자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일개미는 자매 일개미와 75%의 유전자를 공유하는데, 자기가 엄마가 돼 딸 일개미를 낳으면 딸은 자기와 50%의 유전자만을 공유한다. 진화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유전자의 관점을 택하는 것은 이제 생물학에서 상식이다. 딸보다 자매가 유전적으로 더 가까우니 딸을 낳느니, 옆에 있는 자매를 돕는 것이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더 유리하다. 즉, 불임을 택하는 일개미 집단이 진화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위에서 소개한 해밀턴의 논의에서 수개미가 딱 한 벌의 염색체만을 가진다는 것이 일개미의 불임을 설명하기 위해 아주 중요했다. 벌도 마찬가지다 수벌도 딱 한 벌의 염색체를 가진다. 아니나 다를까, 벌도 역시 진사회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회적 곤충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개미 집단의 놀라운 사회성의 근원은 바로 유전자다. 한 개미 집단은 여왕개미에게서 태어난 자매들로만 구성된다. 자매 사이는 무려 75%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사람의 경우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의 50%를 공유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많은 것을 희생하는 우리 부모님들을 떠올리면 개미 집단의 일개미가 자매들을 위해 기꺼이 이타성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개미의 사회성이 유전적 유사성에 근거한다고 해서 이를 사람들로 구성된 인간사회로 곧바로 확장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혈연관계로 전혀 연결되지 않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도 이타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 보여주는 놀라운 이타성은 당연히 유전자의 친밀도로만 환원해 이해할 수 없다. 이타성의 출현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주제다.



맺는 글: 개미에게 배우는 심플 워크
지금까지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가능한 배제하고 과학자들의 연구로 객관적으로 밝혀진 내용을 위주로 글을 적어봤다.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기업에서의 심플 워크와 관련지어 개미의 집단행동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일부 서술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사실, 물리학자라는 집단에서는 명확한 근거를 댈 수 없는 의견을 글로 적는 것은 금기에 가깝다. 아래의 글은 개미의 집단행동에 대한 물리학자인 필자의 관심이 ‘비과학적’으로 확장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함을 먼저 밝힌다.

개미 집단을 기업 전체로 비유해보자. 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성과에 도달하는 길은 무척 복잡하다. 개미의 행동양식을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복잡한 과정을 단순한 업무의 연결 사슬로 치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의 복잡성에 대처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어쩌면 단순성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일차원의 직선을 따른 모양의 업무 연결사슬은 앞에서 이야기한 ‘회복성’을 해친다. 개미가 하듯이 구성원 하나의 실패가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결의 사슬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즉, 구성원, 혹은 업무의 연결사슬은 ‘실패’를 가정하고, 일부가 실패해도 전체는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게으른 개미가 일종의 예비 노동력으로 확보돼 있는 개미집단에서 배울 점도 있다. 업무가 실패했거나 새로운 업무가 발생할 때, 당장에라도 새로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려면 평상시 각자의 업무 부담이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또 사슬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자율성도 중요하다. 개미는 그때그때 딱 정해진 일을 하지 않는다. 주변의 정보를 취합해 그에 가장 적절한 행동을 할 뿐이다. 개미 집단은 주변 정보가 변했는데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구성원은 전체의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율성을 가진 구성원은 주변의 구성원으로부터의 정보에 기반해 자기조직화하며 일 처리를 할 수도 있다. 중앙의 과도한 개입은 관리 비용을 높이고, 자율성을 해쳐 전체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개미 집단 전체가 수행하는 작업을 한 개인이 하는 업무로 비유해보자. 이루고자 하는 커다란 목표가 있을 때 개미 집단처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단순한 목표의 연결사슬로 치환해볼 수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개미 집단이 보여주는 놀라운 적응성의 근거 중 하나는 바로 게으른 개미의 역할이다. 즉, 사슬을 구성하는 단순한 목표는 내가 가진 능력의 일부분만을 투입해도 성취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다. 외부 환경의 변화로 간단해 보였던 목표가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로 변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목표를 새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미는 늘 주변 동료 개미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내가 하는 일이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주변 동료와의 소통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내가 아는 정보의 양은 내 주변 10명 동료가 아는 정보의 양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미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단순성, 자율성, 적응성이다. 그리고 적당한 여유의 중요성도 함께.

필자소개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beomjun@skku.edu
김범준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이학 박사를 받았으며, 스웨덴 우메오대, 아주대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물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한국물리학회의 물리대중화 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한국복잡계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저서 『세상물정의 물리학』으로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현재 다양한 언론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물리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1호 감성 분석 2018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