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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다

김현진 | 393호 (2024년 5월 Issue 2)
“빠르게 실패하고, 자주 실패해 봐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실패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 가운데 그 결이 반대인 것처럼 느껴지는 주장들입니다. 하지만 얼핏 정반대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듯한 연구들도 한 겹 더 들여다보면 성공과 실패가 ‘OX 문제’처럼 이분법적 속성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먼저 실패 자체가 좋은 경험이기에 많이 실패해 보는 게 정답일까요. ‘심리적 안전감’ 이론을 통해 실패를 용인하는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설파해온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이에 대해 “실패에도 종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즉, 실패 경험 자체를 무의미하게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갖고 사려 깊게 실험했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을 뜻하는 ‘지능적 실패’를 해야 성장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런던대 경영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몇 해 전 HBR을 통해 소개한 ‘실패수익률’이 좋은 실패를 가늠할 지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실패수익률은 분모를 ‘활동에 투자하는 자원’으로, 분자를 ‘경험에서 얻는 자산’으로 삼는데 여기서 분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즉, 고객과 시장, 영업활동에 관해 수집한 정보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 자산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면 ‘시장 통찰력’이라는 값진 결실을 얻은 것인 만큼 좋은 실패 경험을 한 셈입니다.

반대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공동 연구팀은 지나치게 높은 심리적 안전감이 오히려 일반적 직무 성과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기존의 통념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는 “실패는 학습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낸다”고 주장한 시카고대 연구진의 주장과도 맥락을 함께합니다.이들은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실패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피하려 하기에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한 겹 속살을 들춰보면 예외 단서가 있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우고 한 단계 성장하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특히 조직 차원에서 이런 실패를 제도적으로 고찰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패를 만회하는 성과까지 맛보게 된다면 실제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됐습니다.

시카고대 연구진의 또 다른 실험 결과를 보면 실패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실패에는 회피 성향을 보였던 사람들조차 타인의 실패에는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으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실패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학교와 구성원들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참여를 독려한 것 역시 같은 메커니즘을 활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동기부여된 학생들은 본인의 불안감에 다른 조직원들도 똑같이 겪는 보편성이 있음을 깨달았고 실패에 따른 수치심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패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성공과 실패는 정반대의 개념이 아님을 입증합니다. 양자물리학 이론의 권위자인 닐스 보어가 주장한 ‘상보성의 원리’를 살펴보면 과학적 진실을 다루는 물리학에서조차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백론, 상호배타성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보어는 이를 철학적 세계관으로 확대 발전시켰는데 이에 적용하면 성공과 실패 역시 하나의 세계로 연결돼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양립합니다. 성공이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선 알기 힘든 상대적 비교 대상이라는 것 자체가 이를 입증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실패학’은 곧 ‘성공학’이고, 실패와 성공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경영학과 물리학, 철학, 심리학이 공존하며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가 통찰의 깊이를 더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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