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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저자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노력하면 성공한다고요?

배미정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리는 왜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과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개인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노력 또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더 잘한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노력 신봉 공화국’은 노력을 강조하면서 성패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재능과 환경은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노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깨져야 재능의 힘을 인정하고 이를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책임을 논의할 수 있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토트넘 구단의 ‘캡틴’으로 세계적인 축구 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선수. 그가 오늘날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타고난 재능,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그가 어려서부터 고된 훈련을 견디며 피땀 흘린 노력을 쏟아부은 스토리에 큰 박수를 보낸다. 손 선수도 자전적 에세이에서 “삶에서 공짜로 얻은 건 하나도 없다. 전부 죽어라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고 썼다. 그렇다면 손흥민 선수가 세계가 열광하는 축구 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말대로 ‘죽도록’ 노력한 덕분일까?

손 선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유명인들의 성공 스토리에서 그들의 타고난 ‘재능’이나 ‘환경’보다 ‘노력’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한 당사자들도 본인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노력하며 버텼는지를 강조할 때가 많다. 이처럼 영웅들의 ‘노력’을 강조하는 스토리는 대중들에게 누구나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감동을 준다.

하지만 문화심리학자로 10년 이상 대학에서 ‘노력의 배신’을 주제로 강의해온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책 『노력의 배신』에서 이런 대중들의 희망을 무참히 깨뜨려 버린다. 그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허구이자 환상일 뿐”이라며 “손흥민 선수가 성공한 비결도 노력이 아닌 타고난 재능 덕분”이라고 일축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노력이 곧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강하다. 기자 또한 어려서부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쓴 책의 제목 『노력의 배신』을 보고 대번 화부터 났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그동안 내가 들인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인가? 타고난 재능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재능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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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차츰 김 교수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김 교수가 진정 비판하고 싶었던 대상은 노력하는 개인이 아니라 노력을 빌미로 성패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가혹한 사회, 이른바 ‘노력 신봉 공화국’이었다. 그는 노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해체돼야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노력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지 의문이 남았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적인 끈기를 의미하는 그릿(grit)이란 용어도 있지 않은가? 이런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김영훈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정말 노력은 성과를 내는 데 효과가 없는 건가?

노력과 재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서는 심리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2014년 잭 햄브릭 교수는 노력이 성과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밝힌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노력은 게임 분야에서 26%, 음악에서 21%, 스포츠에선 18%만 성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학업의 경우 노력과 성공의 관련성이 4%에 불과했다.

물론 노력이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노력 또한 타고난 재능과 연관성이 깊다.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은 바꿀 수 없지만 노력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노력하고, 재능을 가진 사람이 노력했을 때의 효과가 재능이 없는 사람이 노력했을 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이 재능과 독립적으로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겉으로 보면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공부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더 열심히 한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과 같은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기가 더욱 어렵다. 모든 사람이 노력을 강조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과 시간의 한계가 분명한 가운데 노력을 강조할수록 노력보다 재능이 빛을 발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열정적인 끈기를 의미하는 그릿이 재능과 환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않나.

앤젤라 더크워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쓴 책 『그릿』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학계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앤젤라 교수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 열정과 끈기를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결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또 그릿의 항목은 성실성과 거의 비슷한데 그 항목 중 성실성과 관련이 없는 것들은 성적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성적에 영향을 미친 것은 성실성이지 그릿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성실성은 개인의 타고난 성격적 특성이라서 훈련이나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릿을 훈련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사람들의 믿음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릿이 한국에서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상은 한국 사회가 그만큼 노력을 신봉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말콤 글래드웰이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강조한 『아웃라이어』 역시 한국에서 50만 부 이상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가 강조한 ‘1만 시간의 법칙’은 한국 독자들 사이에 누구든지 무언가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많은 이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하지만 글래드웰이 실제로 책에서 강조한 것은 개인의 노력보다 1만 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의 노력이 가능하게 만든 ‘환경’과 ‘기회의 힘’이었다.


노력도 타고난 재능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노력은 큰 틀에서의 자기조절능력으로 성실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노력을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노력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되는 것은 자녀가 공부를 하기 싫어서라기보다 집중하는 게 어렵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노력을 신봉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더 노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실패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기 쉽다. 실패의 이유에는 재능,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노력, 즉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이다.


노력을 신봉하는 문화가 왜 문제인가?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실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티를 안 낼 뿐 많은 사람이 문제의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만난 한 학생의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이 학생은 중고등학교 때 다른 과목은 다 점수가 잘 나오는 데 수학만 안 나와서 하루 7시간씩 일주일에 50시간 가까이를 수학에 투자했다고 한다. 대치동 유명 강사의 피드백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공부했지만 이 학생의 최종 수학 성적은 내신과 수능 모두 3등급에 그쳤다. 이 학생은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자책했다. 자신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문제를 푼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단지 수학적 재능이 부족했을 뿐인데 다른 재능을 발휘해 소위 명문대에 입학한 훌륭한 학생인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또 개인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노력 신봉 공화국은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둔감할 가능성이 크다. OECD가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정부보다 개인의 노력과 집안의 경제적 능력에서 찾았다. 특히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86%에 달했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의 실패와 가난의 원인을 두고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일의 성패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력보다 재능, 그리고 그런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 환경이 훨씬 더 주요한 요인이며, 이는 개인이 결코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운’이 나쁘면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이 나쁜 사람도 잘살 수 있도록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개인이 노력을 안 했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을 위험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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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능이 없으면 노력을 해서라도 따라잡아야 하지 않을까.
수학에 소질이 없어도 좋은 대학에 가려면 수학 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이 처한 현실이다.


개인에게 노력을 하지 말라,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다만,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재능과 그렇지 않는 재능이 있을 뿐이다. 노력 신봉 공화국은 이런 다양한 재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 예컨대 요즘은 수학으로 줄 세우기하며 노력을 부추긴다. 개인 입장에서는 다른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다’고 암시하며 노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회가 다양한 재능을 인정하고 개인들이 이런 재능들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특정 분야에서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재능이 있는 사람과 경쟁해서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 앞서 얘기했듯이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이 있기에 훨씬 더 많이 노력하고,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재능이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능이 없는 분야에서 무리하게 경쟁하는 것보다 재능이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재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야라면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이다.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재능이 있는 분야에서 노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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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이다. 대학 시절 공부는 안 했지만 사업적 기질, 요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아르바이트 등 일찍이 요식업 현장에 뛰어들어 요식 사업가로 성공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알려져 있다. 백종원 씨가 단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한 요리사가 수두룩하다. 백종원 씨는 그들보다 요리와 사업에 재능이 있었고, 그 분야에서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백종원 씨가 남들 따라 공부만 열심히 했다면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나한테 어떤 타고난 재능이 있는지 알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판단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뿐이지 본인이 공부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수학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조금만 해 보면 알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보면 수업 시간에 자고, 학교 끝나면 축구하고, 그러면서도 맨날 1등 하는 친구들이 꼭 있지 않나. 쉬는 시간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안 나오는 학생 입장에서 억울하지만 내가 저 친구보다 열심히 해도 이기지 못할 것임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등 하는 친구가 내가 못 보는 곳에서 밤새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위안하며 더 노력하는 게 맞을까? 눈치가 빠른 사람은 시도하지 않고도 포기할 줄 안다. 물론, 일단 노력을 해 봐야 내가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했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낫다. 그리고 당신이 실패한 원인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재능이나 환경, 즉 당신이 결정할 수 없는 우연적인 요인 때문이기에 패배감을 느낄 필요조차 없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더 이상 노력이란 명분으로 자기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가 특히 노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동양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교 사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교 사상에서는 인간이 노력을 통해 이상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에도 나 자신을 바꿀 때 비로소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기질과 성격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즉, 동양 사람들은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반면 서양 사람들은 노력한다고 해도 다 잘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밌는 실험 결과가 있다. 스티븐 하이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동양인과 서양인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피드백에 대한 반응을 실험했는데 서양인은 ‘잘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후속 과제를 더 열심히 한 반면 동양인은 ‘못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후속 과제를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인은 내가 잘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 반면 동양인은 내가 못하는 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못하는 일을 노력해서 잘해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보다 고치는 것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한다. 부부싸움이 반복되는 이유도 상대방을 좀 더 멋있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타고난 기질을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교수님도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된 것이 다 운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다. 우선 어린 시절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가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공부를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대학원에서 훌륭한 지도교수를 만난 운의 영향이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공부 재능을 가진 동료들 중에서 지도교수를 잘못 만나 자리를 못 잡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그런 면에서 나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교수님의 시각을 기업의 조직 관리 측면에서는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같은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못하는 사람도 생긴다. 보통 리더들은 잘하는 직원에게 뒤떨어지는 직원을 가르치라고 시키거나 뒤떨어지는 직원에게 잘하는 직원을 보고 배우라고 주문한다. 물론 애초에 학습이 부족했던 환경이 원인이라면 이런 지시가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저성과자의 경우 배우는 노력을 통해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 노력을 안해서가 아니라 그 업무가 맞지 않아서, 즉 노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서 성과를 못 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직원은 현재 업무보다는 본인의 재능에 맞는 다른 업무를 찾아서 배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리더 자리도 마찬가지다. 연공서열에 따른 줄 세우기가 당연한 한국 기업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높은 사람, 즉 전문 분야에서 성과를 잘 냈던 사람을 관리직으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본인의 전문 분야에서는 탁월했던 직원이 팀장 등 관리자가 돼서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성과를 관리하고 팀을 육성하는 관리자이자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실무 전문가에게 필요한 자질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무에서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관리자로서 리더십이 탁월한 사람을 리더 자리에 앉히는 것이 조직 전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노력 신봉의 문화가 과연 바뀔 수 있을까?

사회의 리더들,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부터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본인이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의 실패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남들의 실패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함부로 비난하고, 그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없다고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앞서 계속 강조했듯이 성공은 노력이 아니라 재능과 환경으로부터 더 주요한 영향을 받으며, 이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주어진 요인이다. 같은 맥락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책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운’을 강조한다. 미국의 유명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공정한가? 샌델 교수는 제임스 선수가 천부적인 운동 재능을 갖고 태어났으며 농구 실력을 가치 있게 여겨 보상해주는 사회에 살게 된 것은 순전히 ‘운’이며 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즉, 그가 130년 전, 농구란 스포츠가 없었던 때 태어났다면 오늘날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본인의 성공이 재능과 사회적, 가정적 환경 등 좋은 ‘운’ 덕분임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이런 성공으로 자신이 누린 혜택을 ‘안타깝게도 운이 나쁜 사람들’과 나누는 데 앞장서야 한다.


2024년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며 새출발을 다짐하는 DBR 독자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해달라.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많은 사람이 신년에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은 작심삼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의 원인을 노력의 부재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노력을 할 수 없다’가 진짜 이유일 수 있다. 그 분야에 필요한 재능과 사회적/가정적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력의 효율을 보기도 어렵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을 잘할 수 있는 부분에 계획과 결심을 세워야 한다. 재능과 흥미가 있는 곳에 계획과 결심을 세워야 열심히 노력할 수 있고 더 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본인들이 부족한 곳과 약한 분야에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계속 실패하는 것이다. ‘잡초를 뽑지 말고 꽃을 심으라’는 말이 있다. 2024년 새해에는 재능과 흥미가 있는 곳에 목표를 세워 자연스럽게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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