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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탐욕에 눈 감아야 진정한 행복이 보여

곽승욱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Based on “Behavioral Economics and Monetary Wisdom: A Cross-Level Analysis of Monetary Aspiration, Pay (Dis)Satisfaction, Risk Perception, and Corruption in 32 Nations,” (2023) by T. Tang et al. in Business Ethics, Env & Resp, DOI: 10.1111/beer.12505.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부패 스캔들을 목격해 왔다. 부패는 돈과 탐욕,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의사결정과 관련이 깊다. 1995~2000년 포천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엔론(Enron)의 경영진은 회계와 주가를 조작하고 직원들의 연금을 강탈해 탐욕적·금전적 보상을 챙겼다. 엔론은 결국 부패로 인해 파산했고 경영진은 수감됐으며 전 세계 11만 명의 엔론 직원이 실업자 신세가 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 교수와 그의 동료인 고(故) 트버스키 교수가 주창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이익·손실 영역과 고·저 확률이 교차할 때 나타나는 두 가지 정반대의 현상인 확실성 효과와 가능성 효과로 요약할 수 있다.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는 이익과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경우 이익의 영역에서는 위험 회피, 손실의 영역에서는 위험 추구 성향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이익과 손실의 발생 확률이 낮은 경우엔 이익 영역에서 위험 추구, 손실 영역에서 위험 회피 성향이 나타나는데 이를 가능성 효과(Possibility Effect)라 한다. 두 효과는 경제학의 일반적 가정과 달리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태도가 확률과 손익에 따라 변덕스럽게 바뀌는 불편한 현실을 극명히 비춰준다.

미국 미들테네시주립대 교수진 외 38개 글로벌 대학 연합 연구진은 개인 특성과 문화가 돈에 대한 탐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32개국 문화권에서 돈에 대한 탐욕이 부정직(Dishonesty, 개인 차원의 부패)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 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를 통해 확실성 및 가능성 효과를 재조명하고 국가와 개인 차원의 부패를 만드는 근본 원인이 ‘탐욕’임을 밝혀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를 32개국의 국가 차원 부패와 위험 회피 성향1 을 측정하는 통계치로 사용했다.2 CPI가 50 이상인 국가는 문화·경제·법률·정치·사회 인프라가 탄탄하고, 법치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편이다. 따라서 CPI가 높을수록 국가 차원의 부패 수준과 투자 위험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줄어든다.

32개 국가는 CPI 크기에 따라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룹 1은 CPI 점수가 50 이상인 12개 국가로 낮은 부패 수준과 약한 위험 회피 성향이 특징이다. 그룹 2는 CPI 점수가 40~49인 10개 개발도상국(보통 부패와 보통 위험 회피 성향)을 포함한다. 그룹 3은 CPI 점수가 39 이하인 10개 국가로 높은 부패 수준과 강한 위험 회피 성향을 대표한다.

연구진은 또한 32개국 6500명의 펀드매니저를 설문 조사해 돈에 대한 탐욕, 부정직(개인 차원의 부패), 급여 만족도, 사회인구학적 변인(나이, 교육, 성별, 수입, 결혼, 거주지, 직종이 속한 산업 등) 자료를 수집했다. 돈에 대한 탐욕은 돈을 향한 애정, 열망, 의지, 믿음을 5단계 리커트 척도로 측정했다.3 부정직은 사적 이익을 위해 공직을 남용하는 행위로 규정해 5단계 리커트 척도로 측정했다.4 매우 불만족(1)부터 매우 만족(5)의 5단계 척도로 가늠된 급여 만족도는 돈에 대한 탐욕과 부정직 사이를 조절하는 변인으로 사용됐다.

자료 분석 결과, 참가 국가의 3분의 2가 CPI 지수 중간 점수(50)를 밑돌아 전반적으로 높은 글로벌 부패 수준을 보였다. 예상대로 부정직 행위는 그룹 1이 가장 미미했고, 그룹 3이 가장 심각했다.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서 개인의 부정직한 행위가 판을 치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돈에 대한 탐욕과 부정직 사이 양(+)의 관계도 확인됐다. 돈에 대한 탐욕이 강한 개인은 재무 위험에 대한 내성이 높아 위험을 감수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부정직한 행위를 할 개연성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탐욕과 정직은 공존하기 어려운 특성임이 분명하다.

CPI, 탐욕, 급여 만족도가 동시에 커지면 부정직은 줄어드는 경향도 드러났다. 청렴도가 높은 그룹 1 국가에서는 돈에 대한 탐욕과 급여 만족도가 동시에 높아지면 부정직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급여 만족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탐욕스러운 정의를 추구하는 부정직한 행위(Avaricious Justice-Seeking Dishonesty, AJD)가 급격히 늘었다. AJD는 청렴도가 높은 국가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열악한 급여를 보상하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직 행위는 정의로운 것으로 간주해 탐욕과 부정직을 모두 정당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돈에 대한 탐욕과 급여 불만족이 최고 수준일 때 그룹 1에서 최대의 부정직 수준이 관찰됐다. 이는 그룹 1과 같이 부정직 행위가 발각될 확률(손실 확률)이 높은 환경하에 손실 영역(높은 급여 불만족)에서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과감한 부정직 행위)인 확실성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룹 1과 반대로 청렴도가 낮은 그룹 3 국가에서는 돈에 대한 탐욕과 급여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기회주의적 부정직 행위(Avaricious Opportunity-Seizing Dishonesty, AOD)가 늘어났다. AOD는 급여가 만족스러운 수준임에도 돈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부정직 행위를 해서라도 고수익을 챙기려는 욕망을 대변한다. 탐욕과 급여 만족도가 최고일 때 AOD는 AJD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부정직을 유발했다. 부패가 심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낮은 이익 확률)과 이익 영역(높은 급여 만족도)에서 위험을 추구(부정직 행위 추구)하는 전형적인 가능성 효과다. 높은 급여 만족도가 부정직 행위를 억제한다는 다수의 선행 연구를 고려할 때 AOD는 돈에 대한 탐욕이 일으키는 악영향을 실감케 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확실성 효과와 가능성 효과는 국가 차원의 부패를 줄여 개인의 부정직 행위를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변화무쌍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돈에 대한 탐욕 차단,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 부정직 행위에 대한 단호한 처벌로 비합리적 위험 추구 행위 방지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강력한 암시다. 돈에 대한 탐욕이 낮고 급여 만족도가 높으면 국가 차원의 부패 수준과 상관없이 부정직 수준은 낮았고 행복도는 높았다는 연구진의 또 다른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돈에 대한 탐욕은 돈이 부여하는 권력(금권력)에 대한 욕심을 향한다. 금권력의 특징은 나눔과 배려가 아니라 남용, 절대성, 부패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은 허언이나 과언이 아니다. 돈에 대한 탐욕은 결국 부패로 변이되고 개인, 조직, 산업 또는 국가를 바이러스와 같이 감염시켜 사회와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부패의 뿌리는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마음이 아닐까.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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