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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진실 효과’를 방지하려면

거짓 정보도 반복 노출 땐 진실로 착각
다양한 의견으로 ‘인식 버블’ 벗어나라

조나스 드 키얼스매커(Jonas De keersmaecker),카타리나 슈미트(Katharina Schmid),나디아 브래셔(Nadia Brashier),크리스티앙 운켈바흐(Christian Unkelbach)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반복한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될 수는 없지만 진실의 환상은 만들어낼 수 있다. 반복된 정보를 진실로 믿는 심리적 경향인 ‘환상의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결코 일시적이지도, 피상적이지도 않으며 정보를 접한 후 한참이 지난 뒤에도, 혹은 정보를 들은 기억마저 사라진 뒤에도 인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관리자가 이로 인한 의사결정의 편향을 막기 위해서는 1) 편향의 맹점을 경계하면서 본인도 예외가 아님을 인정해야 하고 2) 인식 버블에 갇히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에 노출돼야 하며 3) 정확성 기반의 사고방식과 조직 안팎의 팩트 체크를 토대로 사실과 가정을 구분하고 4) 진실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너지(nudge)해야 한다. 이 4가지 전략은 조직을 유사 진실, 유사 과학으로부터 보호해 줄 방패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2년 가을 호에 실린 ‘The Cognitive Shortcut That Clouds Decision-Making’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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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회의는 대면 회의 못지않게 효과적이다. 주 4일제 근무는 직원 생산성을 높여준다. 고객 불만이 거의 없다는 것은 고객들이 행복하다는 의미다. 혁신에는 파괴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리더들은 이런 식의 주장을 일상적으로 접하곤 한다. 그런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말을 믿게 만드는 걸까? 그리고 과연 이런 주장이 전략적 결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언제, 어디에나 있는 정보에 전례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 후기,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더라도 그런 정보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이 많은 정보를 일일이 처리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모든 정보가 정확한 것도 아니며, 아예 대놓고 잘못된 것도 섞여 있다는 점이다. 더 걱정스러운 사실은 이렇게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진실의 환상(illusion of truth)’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이 진실이 아닌 정보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것을 뜻한다.

고의가 있는 정보든(disinformation) 고의가 없는 정보든(misinformation) 잘못된 정보가 조직에 있어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잘못된 정보는 조직이 존재한 이래 늘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돼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리자들은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들과 싸워야 한다. 게다가 메타(구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거대 IT 기업의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허위 정보는 사회적으로 폭넓은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다룬 유튜브 콘텐츠 중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을 살펴봤더니 69개 중 19개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담고 있었고, 이들 영상은 총 6200만 회 이상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1

기업의 의사결정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들의 범람은 여러 방식으로 조직에 상처를 남긴다. 왜곡된 홍보(spin), 가짜 후기, 직원들의 ‘헛소리(bullshit)’, 현재 직원들과 미래 직원들 사이의 루머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영진은 어느 순간 자신이 잘못된 데이터, 사실, 수치 등 중대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기에는 결함이 많은 정보를 떠안게 될 수 있다. 실수로 전해졌든 누군가 악의로 공유했든 잘못된 정보는 좋은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최고경영자부터 일선 직원까지 모든 조직원은 어떤 정보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가려야 하는 도전에 끊임없이 부딪친다. 하지만 이 과업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아주 평범하지만 강력한 편향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인간의 마음에는 작은 결함 하나가 존재한다. 어떤 정보가 진실이든 아니든 처음 접하는 정보보다 반복적으로 접한 정보를 더 신빙성 있게 여기는 경향을 말한다. 어떤 발언의 진위에 대한 판단은 그 정보에 담긴 실제 내용뿐 아니라 반복되는 정보를 새로운 정보보다 더 믿으려 하는 경향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왜 잘못된 정보가 반복되면 진실로 착각할까?

미국의 전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1939년 “반복한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될 수는 없다”는 유명한 경고를 남겼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수십 년 동안 이뤄진 연구들은 잘못된 정보가 반복되면 적어도 진실의 환상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반복에 기반한 진실 효과, 즉 환상의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부른다.2 어떤 정보를 되풀이해서 들으면 그 정보는 ‘고착성’을 얻고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 이때 그 효과는 일시적이지도, 피상적이지도 않다. 환상의 진실 효과는 사실 상당히 견고하고 정치적 연설에서부터 제품 홍보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그 힘을 입증해 왔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사실은 사람들이 정보의 원형이 그들의 기억 속에 아직 생생히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정보에 노출되고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환상의 진실 효과에 걸려든다는 점이다. 게다가 어떤 정보가 자꾸 반복되면 자신이 실제로 그 정보를 접한 기억이 아예 없을 때마저 진실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복되는 정보는 우리가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더라도 설득력을 발휘한다. 잘못된 주장이 익히 잘 알려진 사실과 모순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출처에서 나온 경우조차 설득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직원 하나가 조직 내 소문 제조기로 악명이 높다는 사실을 관리자가 뻔히 알고 있어도 그 직원이 퍼뜨린 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콘텐츠(소문)가 시간이 지나면서 종종 그 출처(신뢰할 수 없는 직원)로부터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전에 어떤 정보를 분명히 듣거나 읽었는데 그 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 기분을 익숙하게 느껴봤을 것이다. 필자들이 수행한 연구를 보면 환상의 진실 효과는 정확한 판단에 대해 금전적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경우, 가령 직원에게 포상이 제공되는 경우에도 지속됐다.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믿을 만한 전문가를 모시는 것 또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정보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아무리 신뢰할 만한 출처가 그 정보가 잘못됐다고 반박해도 그 정보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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