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Insight

신기술 두려워 말고 공존할 방법 찾아야

266호 (2019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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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제조 공장에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로봇기술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첨단기술의 확대로 사람의 역할이 대폭 축소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과대학 제조업연구소(Institute for Manufacturing)는 일련의 실증실험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했다. VR, AR 등의 기술은 인간이 더 편리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게 해주는 보완재이지 인간의 일을 완전히 빼앗는 대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기술들은 사람들이 보다 빠르게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활용이 가능하다. 결국 제조업의 미래는 어떻게 인간과 기술을 ‘조화’시킬지 고민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첨단기술로 인한 제조업 환경 변화
최근 로봇을 활용한 효율적 작업 환경, 스마트 팩토리로 대표되는 공정 자동화 등 첨단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제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화와 로봇의 도입으로 무인 제조 환경이 구축되면 사람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될까. 여러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과 기계의 관계가 꼭 대체관계에 있지는 않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공장 자동화에 대한 강한 의욕을 가지고 전례 없는 수준의 무인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로봇의 잦은 에러로 테슬라의 대표 모델인 ‘모델3(Model 3)’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사람이 해야 할 일까지도 자동화를 고집한 탓에 오히려 비효율적인 구조가 된 것이다. 최근 우주항공기업 보잉(Boeing)의 공정·기술 디렉터인 레오 크리스토도로(Leo Christodoulou)는 “보잉은 완전 자동화를 구축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사람과 기계의 역할이 구분되기 때문에 사람과 기계의 새로운 공존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와 보잉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과 기계의 역할은 대체적이 아니라 보완적일 가능성이 크다. 생산 현장에서 사람과 기계의 역할이 어느 정도 중복되는 상황도 있을 수는 있지만 첨단기술을 통해 사람의 역할이 재조정되고 사람의 작업 효율성이 배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 환경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첨단기술 중 하나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꼽을 수 있다. 팀 민샬(Tim Minshall) 석좌교수가 이끌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과대학 제조업연구소(Institute for Manufacturing)는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 중 제조업 현장에서 VR/AR을 사용한 인적역량 개발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토마스 보네(Thomas Bohné) 박사를 2018년 9월17일과 12월11일 두 차례 만나 그간의 연구 내용과 제조업의 미래를 논의했는데 2018년 9월17일에는 VR과 AR, 햅틱 글러브를 활용한 그의 실험에 직접 참여해 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언제부터 VR과 AR 관련 연구를 시작했으며 동기가 무엇인가?
처음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2년 전이었다. 초기에는 VR과 AR, 외골격 로봇(Exo-skeleton) 1 등이 제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작업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증 연구는 전혀 돼 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첨단기술은 인력의 대체가 아닌 보완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실제 VR과 AR 같은 기술이 작업자의 역량 개발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해보고 싶었다. 많은 기업이 현장에서 VR과 AR, 외장골격 같은 첨단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도 연구 계기가 됐다. VR과 AR 같은 기술이 작업 효율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보기로 했다.

첨단기술이 제조 현장에서 인력을 대체할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현재 많은 공장이 인간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완전 자동화는 쉽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제조업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생산 현장에서 매니저가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 기존 인력을 재배치할 것인지, 어떻게 첨단기술을 활용해 숙련노동자를 (재)교육할 것인지가 돼야 할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의 경우 기계가 사람을 일방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계가 사람이 하는 일을 보완하고 더 효율적으로 도와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사이버-휴먼 시스템(cyber-human system)의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제조업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난 2107년 5월부터 18개월 동안 총 5번의 실험을 실시했다. 대부분 VR과 AR, 햅틱 글러브와 모션캡처 관련 기기들을 사용해 웨어러블 장치들을 구성한 후 이를 사용했을 때 작업자의 능률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을지를 실증하는 실험들이었다.

예를 들어, 2018년 9월에는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EEF기술훈련센터(EEF Technology Training Centre)에서 140명의 연수생과 1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트랙터의 클러치 부품을 조립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여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A 그룹은 종이로 인쇄된 작업 매뉴얼을 숙지하도록 했다. B 그룹에는 VR상에서 컨트롤러를 가지고 클러치 부품 조립을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C 그룹에는 VR에서 진동 피드백을 제공하는 햅틱 글러브를 사용해 클러치 부품 조립을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각각 연습 후 실제 클러치 부품을 조립하도록 했는데 조립에 소요된 시간, 사용자의 실수 횟수, 사용자 만족도 측면에서 B, C 그룹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종이 매뉴얼 사용 그룹이 약 4분 내외에 걸려 소요된 작업을 B, C 그룹은 약 3분30초대에 끝마쳐 총 작업 시간을 약 30여 초 단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VR과 AR, 햅틱 글러브 등으로 사람이 하는 작업의 품질도 향상됐나?
그렇다. 케임브리지대 학생들과 직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앞 유리창을 수리하는 작업을 실험했다. 이번에는 두 가지 방식으로 실험했는데 한 그룹에는 작업 내용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을, 다른 그룹에는 여러 가지 센서 기능이 탑재된 웨어러블 스마트 안경을 제공한 후 작업 성과를 비교했다. 이 실험에서는 스마트 안경 사용자 그룹이 작업 속도는 물론 최종 작업 품질 측면에서도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스마트 안경 사용자 그룹은 평균 34.9분이 걸린 반면 스마트폰 앱 사용자 그룹은 작업에 평균 40.1분이 소요됐다. 작업 품질은 전문가가 ▲최종 작업물의 합성 접착제 마감 처리 ▲표면 광택 정도 등 총 4개 항목에 대해 각각 5점 만점(총점 20점)으로 평가했는데 스마트 안경 착용자 그룹은 19.18점, 스마트폰 앱 사용자는 16.55점을 각각 기록해 첨단기술이 작업의 양과 질 모두에서 작업자의 학습과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VR, AR, 햅틱 글러브, 모션캡처 같은 장치들이 생산 현장에서 종업원의 교육에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우리가 실시해 온 일련의 실험 결과는 이러한 첨단기술이 생산 현장 인력의 교육 훈련에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공정 자동화 등을 통해 가까운 미래 제조환경이 바뀌었을 때, 작업 인력을 빠르게 재배치하고 재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기존의 종이 매뉴얼이나 동영상 클립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현장 교육 수단이 필요하다. VR, AR, 햅틱 글러브, 모션캡처 같은 첨단기술들은 체험 기반으로 작업자에게 새롭고 복잡한 지식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반기술(enabling technology)들로 인해 미래 생산 현장에서 사람들은 쉽게 재배치되고 이로 인해 유연한 인력 운용이 가능해 질 것이다.

현장에 적용한 사례가 있는가?
아직은 도입 초기라고 할 수 있지만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VR을 통해 점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신규로 고용된 점원은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고객이 붐비고 복잡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월마트는 복잡하고 붐비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고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고, 제품 배치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VR을 통해 연습하도록 하고 있다. 에어버스도 고객이 주문하는 비행기가 어떤 모습이 될지 파악할 수 있도록 맞춤형 VR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포드의 경우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 전신이나 허리, 팔 등 신체 부위에 장착돼 근력을 높여주는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인 엑소바이오닉스와 함께 조끼처럼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엑소베스트(Ekso Vest)’를 개발, 제조 현장에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엑소베스트는 자동차 조립공정 특성상 대부분 위를 보고 일하는 작업자의 힘을 보조해 주고 허리와 어깨, 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줘 근로자의 작업 피로도를 줄이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가?
응용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정유회사 BP는 해저 시추나 해저에서의 송유관 파손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VR/AR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평소 작업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이러한 상황을 연습하도록 하고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VR/AR을 활용해 원격으로 사고 처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VR/AR이 위험한 작업에 대한 대안적 교육 훈련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위험관리(risk management) 분야에서의 응용이 특히 기대되고 있다. VR, AR, 모션캡처가 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기술과 결합될 수도 있다. 가령, 작업자의 작업 환경 관련 데이터를 센서로 수집하고,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작업 프로세스나 공간을 최적화하고 종업원 간 네트워크에 따라 사무 환경을 재조정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제조업연구소에서 수행해온 실증 실험들이 궁극적으로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요약해달라.
VR, AR, 햅틱 글러브, 모션캡처 등의 신기술이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현재 제조 공정상 사람이 하고 있는 역할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람의 역할은 고차원적으로 재조정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 연구 그룹이 실시해 온 일련의 실험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첨단기술이 사람의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 경영자들은 첨단기술의 활용이 자칫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막연히 걱정하기보다 사람과 첨단기술이 공존할 때 작업의 효율성과 질이 제고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어떻게 인간과 기술을 조화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필자소개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ahn.joonmo@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학사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기술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소기업청,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했다. 개방형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조업(high value manufacturing)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혁신 활동, 기술 창업과 사업화, 기술 혁신 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참고문헌
1. Gürerk, Özgür and Bohné, Thomas Marc and Alvarez Alonso, Guillermo, Productivity and Learning Effects of Head-Mounted AR Displays on Human-Centered Work (October 10, 2018).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3264118
2. The Manufacturer, “Can wearable technology help us learn new skills?”, posted on 28th Nov. 2018,(https://www.themanufacturer.com/articles/can-wearable-technology-help-us-learn-new-skills/)
동아비즈니스리뷰 271호 HR Analytics 2019년 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