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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내기 사다리 타기에도 통계의 마법이…

157호 (2014년 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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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혁신

‘현대 통계학의 아버지로널드 A. 피셔는 1920년대 말 지인들과 차를 마시다 한 부인이홍차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우유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를 맛으로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임의화(무작위) 비교실험을 고안했다. 임의화 비교실험은 어떤 순서로 실험해서 몇 회나 성공하면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실증된 것인지를 따지는 방법이다. 임의화 비교실험은 통계학에서 뼈대가 되는 실험 방법 중 하나다. 통계는 비즈니스에서도 유용하다. 미국 콘티넨털항공은 운행 지연과 대기예약 취소 등 고객에게 불편을 끼칠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해법을 찾기 위해 실험했다. 그 결과 고객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와 프리미엄클럽 이용권 지급 등의 방법이 콘티넨털항공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고객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었고 이런 방법을 통해 콘티넨털항공의 매출액도 늘었다.

 

 1903, H. G. 웰스는 읽기, 쓰기 능력과 마찬가지로 통계학적 사고 역시 장차 사회인이 갖춰야 할 기본교양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웰스(Hebert George Wells)는 누구인가? 1866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타임머신, 투명인간 등 공상과학 소재를 바탕으로 소설을 써서 유명해진 ‘SF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폭넓은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핵무기와 국제연맹, 심지어 오늘날 널리 쓰이는 위키피디아(Wikipedia) 같은 백과사전의 등장까지 예언했다. 선견지명이 매우 뛰어나다. 통계학과 관련된 웰스의 예측은 미국 하버드대 메디컬스쿨에서 사용되는 통계학 교과서 첫머리에 적혀 있는 문구다.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비전코리아, 2013)>의 저자 니시우치 히로무는 이 문구를 인용해서 빅데이터 시대에서 승자의 전략, 승리의 포인트로 통계적 사고를 제시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손자병법>이 쓰인 춘추전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전쟁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다스린다는 말을 현대에 맞게 통계학의 버전으로 바꾼다면통계학을 아는 자가 세계를 평정한다는 말이 된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 실생활에서 통계학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가장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사람을 정할 때 자주 사용하는사다리타기에서 이기는 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다리타기 참가자는 모두 4명으로 인원의 2배수인 8개의 세로선을 긋고 선을 두 번씩 타기로 했다. 별표를 선택한 사람이 당첨자로 책정되며 그는 편의점에 심부름을 다녀와야 한다.

 

당신은 사다리타기에서 몇 번을 찍고 싶은가? 어떤 조작도 하지 않았고 매우 공정하게 보인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도 공정할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직감에만 의존해서 번호를 찍는다면 내기에서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

 

사다리타기의 규칙에 따라 번호 찍기를 1000번 반복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당첨 확률이 가장 높은 번호는 별표가 그려진 바로 위의. ④ 1000번 중 210번이 걸리는데 당첨 확률이 21.0%에 달한다. 다음으로의 바로 오른쪽인 19.4%의 확률로 당첨되며 맨 오른쪽 끝의은 당첨 확률이 3.3%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은 사다리타기를 하면 양쪽 끝선을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다리타기는 모두가 공평하게 4분의 1, 25% 확률로 당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쪽 끝의 번호(① ⑧)를 선택한 사람이 편의점에 갈 확률은 11.4%밖에 되지 않는다. ④, ⑤를 자주 고르는 사람은 심부름꾼이 될 확률이 40.4%로 올라간다. 그가 사다리타기의 확률을 알지 못한다면요즘은 왠지 운이 따라주지 않네!’라고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심부름을 다녀올 것이다. 확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양쪽 끝의 숫자를 택하는 게 좋다. 통계를 알면 생활이 편해진다.

 

그림 1 사다리타기 그리기

 

 

그림 2 1000번 반복 시뮬레이션 한 후 당첨 횟수

 

 

 

밀크티에서 발견한 통계학

통계학의 발전은 실생활의 실험에서 비롯됐다. 1920년대 말 햇살이 매우 강한 어느 여름 오후, 영국에서 여러 명의 신사와 부인들이 정원 테이블에서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 부인이 밀크티를 마시면서홍차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우유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를 맛으로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신사들은 부인의 말을 웃고 넘겼다. 이들이 배운 과학적 지식에 근거할 때 홍차와 우유가 한 번 뒤섞이면 화학적 성질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작은 체구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남자만이 부인의 설명을 재미있게 여기고그렇다면 한 번 시험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남자가 바로현대 통계학의 아버지로널드 A. 피셔다.

 

그는 부인이 볼 수 없게 한 상태에서 여러 개의 찻잔에 서로 다른 방법으로 탄 밀크티를 준비했다. 이후 부인에게 임의로 차를 마시게 하고 답을 적도록 했다. 이것이 세계 최초로 이뤄진임의화 비교실험이다. 왜 이런 방법으로 부인의 주장을 검증했을까?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만약 임의화 비교실험을 하지 않고 이 부인의 주장을 확인했다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까. 예를 들면 부인이홍차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를 마시고 자신이 무엇을 마셨는지 정확하게 맞혔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부인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볼 수 없다. 부인은 아무렇게나 대답해도 정답 확률이 반반이었다. 우연하게 50%의 확률로 정답을 한 번에 맞힐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부인에게홍차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우유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를 모두 마시게 한 뒤 부인이 자신이 무엇을 마셨는지 모두 정확하게 맞혔다면 어떻게 될까? 단 한 번의실험으로 검증한 것보다는 신뢰도가 높다. 하지만 이런 방법 역시 그 부인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마신 홍차의 종류를 알아맞힌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실험에서 밀크티를 제시할 때종류를 바꾸고 제시한다는 법칙성이 존재했다면 (그리고 이런 사실을 그 부인이 알고 있거나 눈치를 챘다면) 첫 잔을 우연히 알아맞힌 시점에서 두 번째 답은 자동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다섯 잔을 연속으로홍차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를 마시고 이후우유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를 다섯 잔 이어서 마시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 역시 첫 잔을 우연하게 알아맞혔다면 몇 번째에서 홍차의 종류를 바꿀지 생각하며 어림짐작으로 맞힐 수도 있다. 게다가 먼저 마셨던홍차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보다 이후에 마셨던우유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가 아무래도 온기가 식었으므로 단순하게 미지근한 밀크티를우유를 먼저 넣고 만든 밀크티라고 판단해서 우연하게 맞힐 확률이 커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두 가지 방식의 밀크티를 임의로 마시게 하고 어느 정도나 밀크티의 구성을 맞힐 수 있는지 검증하면 된다. 이것이 임의화 비교실험의 기본적인 구성방식이다. 눈에서 보이지 않게 밀크티를 만들고 임의로 제시하면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누구도 순서를 예측할 수 없다. 피셔는 부인에게 실험방법을 설명하고 몇 잔의 밀크티로 테스트를 할 것인지 상세하게 검토한 뒤 부인의 대답 결과와 부인이 우연하게 정답을 맞힐 확률을 계산했다. 피셔 이전의 과학자들도 여러 차례 실험했지만 어떤 실험을 열 번 시도해서 열 번 모두 확실하게 발생할 가능성을 기술하는 정도밖에는 하지 않았다. 혹은 열 번을 시도해서 불과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현상이라도 성공한 한 번만을 제시해서 마치 실험이 성공한 듯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피셔 이전에는 어떤 순서로 실험해서 열 번 중 몇 번이나 성공하면 과학적으로 실증된 것인지를 따진 사람은 없었다. 피셔는과학적으로 실증하기 위한 순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임의(무작위)’의 개념이라고 봤다.

 

부인이 임의로 다섯 잔의 밀크티를 마셨다면 모두 우연히 맞힐 확률은 2 5제곱분의 1, 32분의 1( 3.1%)이다. 만약 열 잔을 다 맞혔다면 1024분의 1( 0.1%)의 확률이다. 이 정도의 확률을 보였다면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녀에게 밀크티를 식별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부인은 밀크티를 모두 정확하게 맞혔다. 여담이지만 부인이 어떻게 밀크티를 식별할 수 있었는지의 대답은 2003년 영국왕립화학협회가 발표한한 잔의 완벽한 홍차를 타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지 넘치는 보도자료에 수록돼 있다. 홍차를 넣기 전에 우유를 미리 따라놔야 한다. 우유 단백질은 섭씨 75도가 되면 변성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유를 뜨거운 홍차에 따르면 각각의 우유 알갱이는 우유 결정으로부터 벗어나 확실한 변성이 생기기까지 홍차의 고온에 둘러싸인다. 그러나 뜨거운 홍차를 차가운 우유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밀크티 한 잔 마시는데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을 보면 참으로 영국인답다. 피셔를 뺀 나머지 신사들이따르는 순서야 어떻든 화학적 성질에 차이는 없다고 단언한 것은 아무래도 잘못된 판단인 것 같다.

 

 

 

사과 편지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이렇게 실생활의 통계 사례는 비즈니스에서 자주 활용된다. 밀크티 실험에서 나온 임의화 비교실험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과 최소한의 위험부담으로 실수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전반에 걸쳐 답을 끌어내기 힘든 결정을 개인의 감각에 맡기기보다는 우선 임의화 비교실험을 진행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효율적이다. 미국 콘티넨털항공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운행이 지연되거나 대기예약에서 취소를 당해서 곤란을 겪은 고객에게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임의화 비교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운행지연이나 대기예약 취소 등의 상황을 겪은 고객을 3가지 그룹으로 나눠 대응해봤다.

 

· 공식적인 사과 편지를 보낸다.

· 사과 편지 외에 프리미엄클럽의 임시 무료 가입권을 준다.

·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비교를 위해 설정한 그룹)

 

조사 결과 콘티넨털항공으로부터 사과 편지를 받지 않은 고객은 몇 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자신이 곤란을 겪은 일에 대해 화를 내고 있었다. 사과 편지를 받은 그룹은 이듬해 콘티넨털항공에 지출한 돈이 8%나 늘었다. 좋지 않은 이미지를 받았으나 사과 편지를 받고 기분을 풀었고 급기야 콘티넨털항공을 더 좋아하게 됐다. 또 프리미엄클럽의 임시 무료 가입권을 받은 고객의 30%는 무료 이용기간이 끝난 뒤에도 돈을 내고 회원 자격을 유지해서 결과적으로 콘티넨털항공은 추가 수익을 얻었다. 콘티넨털항공은 이후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당 고객에게 재빠르게 사과 편지와 프리미엄클럽 무료 가입권을 보냈다. 그 결과 매출액이 15000만 달러 이상 늘었다. 위기가 기회로 바뀐 것이다. 정답을 찾지 못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 일단 이런 방식으로 실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을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이후 어떤 방법이 최선책이며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줬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다.

 

유용한 통계를 찾는 혜안 필요

빅데이터 시대에는 각종 데이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새로운 조사를 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여기에서 무슨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질문이 아니라 많은 데이터 중 무엇이 어떤 것으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를 찾는 것이다. 사내 데이터를 분석해서 경영에 활용하려면 우선 부서 간의 장벽을 허물고어떤 데이터가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또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다음으로 모든 정보를 통합해 어떻게 이익으로 연결하고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비교하고 어떤 차이를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할지 말끔하게 정리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이 접속하는 하드디스크에는 수십억 원이나 되는 이익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통계를 보는 것은 현실을 보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봐야 할 현실을 보는 것이다. 리더는 발을 현실에 딛고 눈은 미래를 봐야 한다. 통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통계를 이용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찾고 싶을 때 꼭통계의 힘을 읽어보기 바란다.

 

통계학이 최강의 학문이다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니시우치 히로무 지음, 신현호 옮김, 비전코리아, 2013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1호 HR Analytics 2019년 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