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추신수의 불고기광고 이해 못했고, 중국인은 아우디의 심벌에 확 끌렸다

151호 (2014년 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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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실린 불고기 광고는 매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추신수 선수가 등장해 젓가락을 들고 불고기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일부는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지만 미국인 대다수는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혹평도 쏟아졌다. 이는한국인=한식=불고기로 쉽게 연결이 되는 동양적 사고로 광고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고기=음식’ ‘추신수=야구선수로 철저히 범주화해 분류하는 서양식 사고로는 해당 광고를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광고를 둘러싼 논쟁 역시동양적 사고혹은한국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구인을 무작정 탓하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 시장에 엄연히 존재하는 아시아 상품 혹은 브랜드 평가절하 현상, 이른바아시아 패널티는 분명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서구식 사고를 철저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인종, 문화, 종교, 정서, 안목 등이 각양각색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호감을 얻고 수익을 만들려면 인문학적 식견이 필요합니다. 현지의 문화를 이해한 상태에서 만들어내는 디자인, 상품명, 슬로건, 광고 등이 좋은 제품 생산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고객에게는 최고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이 다른 나라 고객에게는 혐오감을 주거나 엉뚱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미 지역과 유럽·동남아 문화에 정통한 언어 전문가이자문화 전략가인 조승연 작가가문화 DNA와 글로벌 전략을 연재합니다.

 

‘문화 DNA’가 만들어 낸 사건 - 중국에서 아우디는 왜 폭발적으로 성장했나?

<타임스> 2012 1116일에 아우디가 2011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313000대를 팔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현대 소나타의 국내 판매량이 약 104000대 정도임을 감안한다면럭셔리 카판매치고는 아주 놀라운 실적이다. 고위 공무원 층의 사치를 척결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준엄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 아우디 판매는 오히려 신장세를 더했다. 2012년에는 405800대가 팔렸다.1  단순한 판매대수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 이미지다. 1990년대 고위 관료들이 주로 타던 벤츠나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BMW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아우디의 놀라운 중국시장 점유율 상승과 이미지 향상에는 로고 모양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는 독일 본사 경영진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중국 인문학적 환경에서 아우디 로고가 중국인의 문화 DNA 코드와 맞아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우디의 로고는 4개의 원을 이어 놓았다. 세계 경제공황이 세상을 뒤덮었던 1930년대 초, 독일의 초대 자동차 회사 중 4사는 생존을 위해 합병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아우디 로고는 우리가 알다시피 4사의 평화로운 연합을 의미하는 동그라미 네 개의 연결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에게 아우디의 연속 동그라미 로고는 돈과 행운의 상징인 8자를 두 번 눕혀 놓은 것으로 해석됐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최고 부자들이 아우디를 많이 타는데다 로고가 8자를 두 개나 연결시킨 것으로 보이는 탓에 아우디가 자신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엉뚱한 믿음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중국어로 8()자의 발음은발전한다/필 발()’ 자와 거의 같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8자를 매주 중요시해 왔다. 베이징올림픽을 2008 88일 오후 888초에 개막했을 정도다. 중국에서는 거리에 운행되는 자동차 수가 너무 많아지자 이를 통제하려고 번호판을 경매로 팔기도 했는데 홍콩의 한 부자가 8자 많이 들어간 번호판을 구매하기 위해 64만 달러 (한화 8억 원 정도)를 지불해서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독일 자동차 아우디의 상상도 못했던 뜻밖의 행운은 아주 우연하게도 중국인들의 언어적 회로와 문화 DNA 코드를 맞춘 덕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문화 DNA의 위력이다. (‘문화 DNA란 무엇인가?’ 참조.) 문화 DNA의 위력을 직접 체험해 본 독일의 아우디 사는 2013년 신형 R8 스포츠카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때 중국에서 좋은 의미를 가진윗 상 ()’자를 구도로 하는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아우디 2013 차이나 에디션 내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윗 상()자를 형상화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양 기업들은 한중일 등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 진출에서 많은 실패를 해 왔다. 이유는 동아시아 지역과 서양의 문화 DNA 가 뿌리부터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고대 바빌론과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치며 형성된 서구인들의 인문학 배경은 중국 고대 은나라와 주나라 시대의 갑골문 문화에서 시작돼 한나라 문자인 한문을 거쳐 전파된 극동 아시아의 인문학 배경과 많이 다르다. 두 문화권은 중동, 인도 등의 문화권과는 교류가 있었지만 고대부터 최근까지 직접적 교류가 거의 없어 문화가 겹치는 부분이 매우 미미하다. 그래서 서양 CEO 중 동양의 문화 DNA를 이해하는 사람이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기업을 만들 듯 동양 CEO 중 서양의 문화 DNA를 이해하는 사람도 자사를 글로벌 규모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본다.

 

 

문화 DNA란 무엇인가?

 

아시아 페널티 (Asian Penalty)란 말이 있다. 동일 품질, 동일 디자인도 아시아에서 만든 제품은 선진국 시장에서 더 낮은 가격이 책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인은 대체로 아시아 기업들이 고가 상품 구매력을 가진 서구 선진국 소비자들의 구매 취향을 결정 짓는 문화 DNA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DBR 149호에 최초 연재 이후 필자는문화 DNA’의 개념을 구체화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계속되는 연재에 앞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번 간략한 개념 설명을 하려 한다.

 

인류 생존의 수천 년 생존법, 삶의 지혜, 속담, 어휘 개념, 스토리, 미술품, 역사관 등은 선조들이 말이나 글로 정리해서 다음 세대에 전파해 왔다. 이런 것을 통틀어서인문학이라고 한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듣고 보고 배운 인문학 지식의 내용과 총량에 따라 완전히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성향, 사고와 행동 방식, 소비 패턴, 미적 기준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인문학 지식은 대부분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대물림하기 때문에 일종의후천적 유전 요인이 되는데 이런 현상을 필자는 문화 DNA 라고 부른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상당히 비슷한 교육 환경을 공유하고 드라마나 유행 음악, 교육 수준이나 지역색에 관계 없이 공통적으로 향유한다. 그래서 한국인끼리는 상당히 비슷한 문화 DNA를 가져 대부분의 한국 CEO들은 문화 DNA가 국가별로 나뉘어져 있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가 않다. 필자는 DBR문화 DNA와 글로벌 전략시리즈를 통해 이미 사회학에서 많이 연구하고 정리해 놓은 초국가적 문화 DNA들을 비교 분석해서 해외 소비자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 이해하기

1. ‘연관적 사고의 동양, ‘분류적 사고의 서양

앞서 서술한 중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 특유의문화 DNA’ 이해가 서구 기업들에 중요한 만큼 한국 기업을 비롯한 동양권 기업의 서구 문화 DNA 이해도 더 없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동남 아시아와 경제력이 급부상한 BRICs 등 신흥국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혹자는 이제옛 선진국보다 신흥국, 서구보다 아시아에 비즈니스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한다.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필자가 보기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려면 여전히 자사 브랜드의 서구 선진국 시장 진출의 성공이 중요하다. 미국, 호주, 캐나다와 EU 27개국의 통합 경제 규모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더욱 중요하게는 구매력이 늘고 있는 신흥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서구 선진국 소비자들의 선호 브랜드를 따라가는 효과(Emulation Effect)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진출에 실패한 서구 CEO 못지않게 한국 CEO들도 서양의 문화 DNA를 고려하지 못해 해외 진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아쉽다. 최근에 서구에서 혹평받은 한식 광고를 보면 그런 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1) 추신수 선수 불고기 광고가 준 혼란

몇 주 전 <뉴욕타임스>지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추신수 씨를 모델로 한 불고기 홍보 광고가 실렸다. 현지인들의 빗발치는 혹평에 시달려 우리 대중들에게까지 소개되자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필자에게 묻는 분들이 많았다. 광고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로 미국의 텍사스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추신수 씨가 젓가락으로 불고기를 들고 있는 사진 위에 ‘Bulgogi?’라고 크게 쓴 형태였다. 그리고 관련 홈페이지 주소를 게재했다. 그런데 소개된 홈페이지에는 불고기를 비롯한 한식 홍보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러 문화, 독도와 위안부 문제까지 한국에서 해외에 알리고 싶은 수많은 내용들이 함께 수록돼 있었다. 현지인들은도대체 이 광고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 혹평을 쏟아냈다. 미국 공영라디오(NRP) 기자 루이스 클레멘스(Luis Clemens)이 광고를 볼 때 마치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베개가 발 밑에 가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그는 다시올해 (광고를 기획한) 서경덕 교수가 이집트 카이로와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활동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런 식의 불고기 광고가 아랍어나 카자흐어로는 더 잘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는 냉소적인 언급으로 결론을 지었다. 클레멘스 기자의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았다는 표현은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다. 학자들은 자기의 문화 DNA와 언어회로를 역류하는 정보 조합을 접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인지부조화의 불쾌감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유명 야구선수 추신수가 나와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드세요라는 메시지가 너무 뻔히 보이는데 왜 미국인들 눈에는 그런 것이 안 보이는 것일까? 아니, 왜 오히려 인지부조화의 불쾌감을 호소하는 것일까? 문화 DNA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놈 코드는 바로 우리의 언어 습관, 즉 어휘와 문법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추신수 불고기 광고

 

2) 불고기 광고 사건의 이해

미국 미시간대의 네스빗 박사는 문화와 언어의 관계를 실험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이 추신수 불고기 광고 사건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는 실험 대상자를 아시아 출신과 서양 출신 학생들로 구성하고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그중 하나가원숭이, 바나나, 호랑이 중 서로 연관성이 깊은 단어 두 개를 짝지으라는 것이었다.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바나나를, 서양 학생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짝지었다. 아시아 학생들은 그렇게 짝지은 이유를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기 때문이라고 했고, 서양 학생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는 모두 동물이고 바나나는 식물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 논리를 추신수 불고기 광고에 적용해 보면 미국인들이 광고에 혹평을 쏟은 이유가 극명해진다. 동양인인 우리의 문화 DNA로는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한식을 먹기 때문에 한국인인 추신수 선수와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는 불고기를 연관 지은 광고는 한식에 대한 호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동양인들의 기본 문화 DNA는 가까이 있거나 관계가 있는 사람과 물건의 관계성을 통해 세상을 보는연관적사고다. 서양인들의 기본 문화 DNA는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물과 생각들을카테고리별로 나눠 보는 분류적 사고가 기본축이다. 세상과 사물을 범주별로 나누어 보는 서양인 눈에 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야구라는 운동과 음식이라는 불고기, 두 개의 관련성 없는 카테고리가 뒤섞여 있어 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 동양권 사람들은 대개 카테고리, 즉 범주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서양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서양 인문학의카테고리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카테고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논리학에서 소개된 개념이다. 이는 이후에도 성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의 철학으로 이어지면서 서양의 어휘, 문법 등 언어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준 서양 문화 DNA의 척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양인들에게는 수천 년 동안 세상을 성질이 비슷한 것들끼리 나눠서 이해하는 인지구조가 형성됐다. 오늘날은과학으로 쓰이지만 고대에는지식이라는 뜻으로 쓰인 Science라는 단어의 어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영단어 Science Sci밀 베는 낫을 뜻하는 ‘Scythe’와 가위를 뜻하는 ‘Scissor’와 같은 어원으로자른다는 뜻이다.

 

다시 추신수 불고기 광고로 돌아가 보자. 미국 유명 스포츠 잡지가 발행하는 야구 전문지의 기사는 해당 광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아니 분석했다기보다는 혼란스러워했다는 게 맞는 기사다. 기사 일부를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국가적 영웅인 추신수 선수는 (중략) 미 전역의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브랜드라고 말할 정도의 인기인은 아니다. 그래서 추신수는 정통 미디어 노출을 통해 유명해지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게 아마 그가 <뉴욕타임스> 수요일 국제 섹션 깊은 곳에 파묻혀 있는 정말로 희한한(utterly strange) 광고, ‘(한국의 인기 음식) 불고기 광고에 나온 이유일 것이다. 아니면 추 선수가 그냥 소고기 광팬이라는 뜻이거나….”

 

세상과 사물을 범주별로 나누어 보는 서양인 눈에 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야구라는 운동과 음식이라는 불고기, 두 개의 관련성 없는 카테고리가 뒤섞여 있어 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는 야구선수가 왜 소고기 음식 광고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담고 있다.

 

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또 www.forthenextgeneration.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소개해 사람들을 유인했다. 그러나 이 웹사이트는 현지인들에게 더 큰 인지부조화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서양식 카테고리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여성 인권 관련 카테고리에 속한다. 독도 문제는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군사/외교 카테고리에 속한다. 앞서 인용한 미국 공영라디오 기자의 말을 더 들어보자.

 

 한국 음식과 음료를 홍보해 온 지금까지의 다른 광고의 배경 지식을 갖추고 나서야 이번 불고기 광고가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왜 관련 웹사이트에 음식 이야기 외에 위안부 여성이야기와 한국 사람들이 독도라고 부르고 일본인들은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조그마한 섬들의 국토분쟁 얘기가 들어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와 전혀 다른 사고 회로와 문화 DNA를 가진 미국인들에게 추신수 불고기 광고, 그 광고와 연동된 웹사이트 홍보는 정체성 없는 잡종 광고로 비쳐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크게 각광받았던 한식 홍보의 예를 소개해 보겠다. 바로김치 크로니클이다.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제작한 이 프로그램에는 벨기에 출신 유명 셰프인 쟝-쥬르지 봉게리흐튼이 한국에서 입양한 딸이 MC로 출연했다. -쥬르지의 딸 마리아는 한국 부모에게서 버림받아 벨기에의 봉게리흐튼 집안에 입양됐다. 그녀는 양아버지가 유명 요리사였지만 한국 요리를 맛보지 못하고 자랐다. 그녀는 자신이 한국인의 핏줄을 받고 태어났는데도엄마의 김치 맛을 모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엄마의 김치맛을 찾아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한국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정 문화와 손맛의 비밀을 발견하는 감동적인 TV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한국음식 문화 붐 조성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고 프로그램이 빅히트해 한식 세계화의 불을 지피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2. 상품의 관계도를 보는 동양, 상품의 성능과 재질을 보는 서양

추신수의 불고기 광고가 화제를 모으면서 한국인들도 우리나라가 서양 문화 DNA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미숙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옛날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은 서양인 블로거 등은 이에 대한고마운 쓴소리를 들려주는 활동을 꽤 오래 해왔다. 이미 2013년에 유명 배우 이영애 씨가 한복을 입고 비빔밥을 광고하는 모습을 본 스티브 밀러(블로거명 Qi Ranger)한국은 왜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데 형편없을까?’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피력했다.

 

“한국 음식이 먹기 좋은 이유는 한국 음식 특유의 색채와 열정, 그리고 만들면서 들인 정성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웹사이트나 유명한 한식 알리기 자원봉사 단체의 웹사이트를 뒤져봐도 한식 자체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한식 마케터들은 하나같이 음식 자체를 팔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팔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라는 따끔한 지적이었다.

 

그는 또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다. 그러니 한국에 놀러 오라는 식이다. 남의 언어보다 자기네 언어가 뛰어나다며 잘난 척 하는 나라에 진짜 진짜 가보고 싶을 것 같다고 꼬집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실제 한국에서 방송되는 광고를 보면 물건 자체를 광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건을 추천하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또는 물건이 사회에서 가진 의미를 홍보하기도 한다. 예전 현대차 그랜저 광고가 대표적이다. “요즘 어떠냐는 친구의 물음에 나는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식이다. 또 그 물건을 사용할 고객에 대한 기업의 주장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여자의 마음을 아는 기업과 같은 카피다. 그리고 한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거나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사회적 트렌드와 맞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우리는 1등 기업이다는 식의 우열 가리기 광고도 많다. 조선시대부터 확고하게 자리잡은 중앙 집권체제하에서 정1 2, 과거 시험의 장원 급제 같은 방식을 통해 사회적 직위를 정확한 우열로 갈라서 평가하던 문화 DNA 를 물려받은 탓일 가능성이 크다.

 

스티브 밀러의 블로그를 잘 읽어 보면 이런 주장이 서양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금세 알 수 있다. 한국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웹사이트는 지중해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을 다룬 후그런데 한국 음식이 지중해 음식보다도 더 좋은 건강식이라는 것을 아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스티븐 밀러는지중해 음식보다 더 좋은 음식이 있으니깐 꼭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내 것이 네 것보다 좋다라는 유치한 경쟁심리(one-upmanship)에 거부감이 생기고 심지어는 딱하다고 평했다.

 

물건 자체보다 물건과 인간의 관계, 서열 등을 중요시하는 동양인 문화 DNA는 언어습관에서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 미시간대의 문화와 지능(Culture and Cognition)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좋은 예다. 두 사람이 함께 차를 마시다가 상대편의 찻잔이 반쯤 비었다. 동양인은 대체로더 드실래요?”라고 묻고 서양인들은 “More Tea?”라고 묻는다. 동양인들은 마시고 싶다는 상대편의 기분에 초점을 맞추고, 서양인들은 컵 안에 들어 있는 차라는 물질의 양에 초점을 맞춰 대화한다. 즉 동양 사람은 물건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물건의 양과 종류, 물건 그 자체를 중요시한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서양 아기들은 처음 언어를 배울 때 사물을 지칭하는명사, 동양 아기들은 사물을 가지고 인간이 하는 행동인동사를 가장 먼저 배운다고 한다.

 

필자도 자동차 구입에 관심이 생긴 후 많은 지인들에게 현대자동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한국인 지인들은 대부분요즘 현대차도 잘 나와서 외제차 타던 사람들도 많이 바꿔 타라는 사회적 트렌드에 대해 말했고 미국인 지인들은지난 번에 렌터카로 현대차를 빌려 탔는데 급 코너링할 때 타이어가 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불안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i40을 리뷰한 한 영국인 비디오 블로거도 현대자동차의 트렁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느낌이 좀 뭐랄까재질감이 너무 가볍달까요?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라며 자동차 재질을 평가했다.

 

결론

‘서양 이해하기를 통해아시아 패널티극복하기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언어 습관을 비교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상반된 문화 DNA를 추적해 나가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기업들도 세계 시장 진출을 막는 크고 작은 장애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세계 시장에 엄연히 존재하는아시아 패널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DNA란 무엇인가?’참조.) 우리의 기업이 세계 시장 진출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오랫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우리들끼리만 사용하는 언어를 쓰고, 우리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끼리만 사업도 하고, 국가를 이루고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국경과 대륙 넘어 사람들과의 문화 차이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영국인들은 1700년대부터아시아 사회(The Asian Society)’를 만들어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하고 이란에서도 해독 못한 쐐기 문자를 해독하면서 페르시아 경전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 프랑스도 비슷한 시기에동양언어문화학교(INALCO)’를 설립해 베트남 언어의 표기법을 개발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구전들을 기록하고 관동어의 문법을 정리하는 등 동양 문화를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연구했다. ‘제국주의의 공격성과 침략성을 빼고 본다면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다.

 

물론 서양인들도 동양 문화 DNA에 대한 몰이해로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최근 가장 큰 자본이 움직이는 중국 시장 진출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우디 자동차가 문화 DNA를 모르고도 우연히 중국인들의 문화 DNA를 맞춰 성공한 것은 길가다가 로또 복권을 주웠는데 당첨된 것과 같은 희귀한 사례일 것이다. 서양의 기업들 중 준비 없이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했다가 문화 DNA 코드를 제대로 못 맞춰 철수한 사례가 많다. 2014 1, 맥도널드 뉴욕 퀸즈 매장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너무 오래 앉아 있는 한국인 노인들을 매장에서 쫓아내 주 고객인 주변 한인들의 불매운동 역풍을 맞기도 했다. 맥도널드 퀸즈 매장 책임자가장유유서()’의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조차 문화 DNA에 대한 무지로 인해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퀸즈의 한국계 뉴욕 경찰인 박희진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문화에서는 어른은 황금처럼 대한다. 노인이 오면 바로 자리를 내어 드리는 것이 존경심의 표시다. 이곳에서 일하려면 당연히 이쪽 공동체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 DNA 차이는 사실 국적보다는 초국가적 역사 환경에 의해서도 많이 만들어 진다. 따라서 문화적 DNA 차이를 단지 지리적 동서양 간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지낸 한국과 같이 식민지 상처를 안고 있는 나라 출신과 프랑스나 영국처럼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해서 식민지로 다스려본 경험이 있는 나라 출신 사이에도 큰 DNA 차이가 존재한다. 근본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는 이 같은 역사적 경험의 차이가 만든 문화 DNA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조승연 문화전략가scho@gurupartners.kr

고교 시절 미국전국라틴어경시대회에서 우수상(Magna Cum Laude)을 받았으며 미국 고등학생 문예지에 시와 단편소설이 실리기도 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NYU Stern School)을 졸업한 뒤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콜 드 루브르에서 2년간 수학했다. 영국계 컨설팅회사 UnfroZenMind에서 외부 상임이사를 지냈으며 한국무역협회 등 국제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현재 오리진보카 대표로 <피리부는 마케터> <이야기 인문학>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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