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지상 중계: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한 DAC의 역할
“DAC는 게임 체인저… 창업 생태계 구축을”
Article at a Glance
직접탄소포집(DAC) 기술은 기존의 산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실증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로 인해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고 DAC 원천 기술 R&D 과제 지원을 시작하면서 DAC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DAC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그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대기 중 직접탄소포집(Direct Air Capture, DAC)’ 기술은 선진국에 10년이나 뒤처져 있다.”(박형건 캡처식스 부사장)
“DAC 원천 기술 연구자들이 ‘저스트 두 잇(Just do it)’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 시점이다.”(고동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한국이 기후 기술, 특히 DAC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에 10년 이상 크게 뒤처져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7월 2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한 DAC의 역할’ 세미나에서다. 이날 전문가들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DAC 기술을 고도화하고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업과 학계, 정부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과 학계, 정부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해 DAC 기술 육성 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DAC는 대기에 이미 배출돼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또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DAC를 활용해 7400만 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하지만 DAC는 혁신적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포집 이후 저장 및 활용처가 불분명한 등 경제성과 당장의 감축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1 로 국내에서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국내 일부 벤처투자 회사가 해외 DAC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올해 3월 과학기술부가 국내 최초로 DAC 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R&D 지원을 시작하면서 DAC 지원에 물꼬를 텄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DAC는 어려운 기술이지만 성공한다면 탄소중립과 녹색 성장에 활로를 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재단은 행사의 취지에 걸맞게 행사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DAC 투자를 통해 상쇄하겠다고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양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DAC 기술 스타트업인 캡처식스(Capture6)로부터 이산화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 CDR) 크레디트를 구매함으로써 행사를 통해 배출된 탄소배출량 약 5t을 상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행사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기 위해 주최 측은 행사장 방문자 개개인의 동선과 이동 수단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재단 사무국장은 “크레디트 구매량 자체는 미미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이날 행사의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본 세미나에서 공유된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민관 협력해 DAC 투자 늘리는 선진국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시설 같은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과 더불어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식도 있다. 후자를 이산화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CDR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조림과 재조림같이 자연 생태계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생태계 기반 접근법과 기술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 기반 접근법이 있으며 직접 대기탄소포집과 저장(DACCS, Direct Air Carbon Capture and Storage)은 후자에 속한다. DACCS는 산업 시설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탄소 포집과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과 달리 대기 중의 0.04%밖에 안 되는 극도로 낮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선별해 ‘포집’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DACCS의 포집 부문만을 구분해 DAC 기술이라고 부른다.2 빌 게이츠가 창립한 기후 기술 투자사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reakthrough Energy Catalyst)는 투자 우선순위가 높은 4대 핵심 기후 기술로 지속가능 항공 연료, 청정 수소, 장기 에너지 저장 장치와 더불어 DAC를 꼽았다.
DAC는 기존의 산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한편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실증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로 인해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탄소포집저장(CCS)으로 제거 시 이산화탄소 t당 85달러, DAC로 제거 시 t당 18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EU는 100억 유로 규모의 EU혁신기금을 운용하며 기후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탄소 제거 인증 프로그램(Carbon Removal Certification Program)을 운영하면서 양질의 탄소제거권을 배출권 거래제에 편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또한 2조 엔 규모의 녹색혁신기금을 운용하며 10개 이상의 DAC R&D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GettyImages-1304604906_[변환됨]](/upload_dir/source/375/GettyImages-1304604906_[변환됨].png)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발맞춰 민간에서도 특히 미국 테크 기업 중심으로 연합군을 만들어 DAC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타, 구글, 쇼피파이 등으로 구성된 연합인 프런티어(Frontier)는 2030년까지 10억 달러 규모의 탄소제거권을 구매할 예정이다. 퍼스트 무버 코얼리션(First Movers Coalition)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알파벳 구글의 연합군으로 2030년까지 5억 달러 규모의 탄소제거권 구매를 확정했다. BCG, 일본의 미쓰비시, 사우스폴 등이 연합한 넥스트젠 CDR 퍼실리티(NextGen CDR Facility)는 2025년까지 100만 t 이상의 탄소제거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t당 약 600~1000달러의 고가를 지불해 탄소제거권을 구매함으로써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3 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장기 사전 구매(offtake) 계약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켜 대규모 DAC 실증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DAC 기술 실증은 DAC 1세대 기업으로 꼽히는 캐나다의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미국의 글로벌서모스탯(Global Thermostat) 등 3개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현재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27개의 DAC 시설이 운영되고 있거나 건설 중이며 2030년에는 DAC를 통해 약 6900만 t의 탄소가 포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AC 기술 스타트업인 캡처식스의 박형건 부사장은 “1세대 기업이 창업한 지 10년 이상 지났음을 감안했을 때 이제 막 DAC 원천 기술 개발에 착수한 한국은 그만큼 크게 뒤처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AC 기술에 대한 국내 정책적 지원 동향
정부는 DAC를 포함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dioxide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 개발,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일명 CCUS 산업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법적으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폐기물로 분류가 됐으며 CCUS의 기술적 공정 관련 법안이 40여 개, 필요한 인허가도 60여 개에 달해 CCUS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CCUS 법은 올해 2월 국회에 발의됐으며 이르면 연내 통과될 전망이다. 권이균 K-CCUS 추진단장은 “CCUS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공청회를 통해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연구하는 공익법인 우리들의미래의 차상민 고문은 “기술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타트업도 다양한 방식의 공정과 실증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이균 단장은 CCUS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기술력 신장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게 안전 관리에 대한 규제도 엄격히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단장은 “국토 면적이 좁고 해양 변화에 민감한 한국의 특성상 CCUS 공정 단계별 안전 관리를 강화해 이산화탄소 유출, 지진 유발 같은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CCUS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 DAC가 CCUS 기술 대비 초저농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이유로 시급성 측면에서 장기 추진 과제로 분류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CCUS 기술은 한국이 다수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성과 효과성이 높아 DAC에 비해 단기적으로 감축 실적을 높이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CCUS가 배출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기술이라면 DAC는 대기 중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기술로 다른 유형의 기술”이라며 “CDR 중에서는 조림, 재조림 같은 다른 네거티브 배출 기술보다 DAC의 강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적으로 DAC에 우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AC 기반 이산화탄소 포집 방식은 액체를 사용하는 습식 포집과 고체 흡착제를 사용하는 건식 포집으로 구분하는데 현재 한국의 원천 기술 R&D 과제는 건식 포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0.04%의 희박한 농도의 이산화탄소 포집에 최적화된 흡착제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기술부의 DAC R&D 과제를 진행 중인 박영철 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단장은 “우선 하루에 약 10㎏ 정도를 제거하는 DAC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원천 기술 확보와 더불어 스케일업이 가능한 공정 기술 또한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R&D는 원천 기술 개발 단계를 지나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등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식 포집에 관한 원천기술 R&D를 진행하는 한편 습식 포집의 경우 해외 원천 기술의 라이선싱을 통해 기술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실질적인 감축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탄소 제거량을 측정·보고·검증(MRV, 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하는 방법론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 탄소배출 제거 실적은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의무적 탄소 시장에서 통용되는 공인된 MRV 방법론이 없어 DAC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오채운 책임연구원은 “DAC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궁극적으로 DAC를 활용한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에서도 배출권 거래제에서 이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노력
현재 DAC 기술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CCS 설비가 기존 시설에 부착돼 운영되는 것과 달리 DAC 설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구동·제어하는 데 전기에너지가 많이 소요돼 CCS 대비 포집 비용이 2배 이상 큰 편이다. DAC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수익원을 개발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2세대 DAC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캡처식스는 1세대 DAC 스타트업들이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것과 달리 기존의 검증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차별화된 공정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담수화나 수처리 시설에 DAC 공정을 접목해 초기 자본 비용을 낮추고 공정 과정에서 청정 수자원뿐 아니라 수소, 염산, 탄산칼슘 등의 산업 부산물을 추출해 판매하는 등 탄소제거권 판매 외의 수익 모델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t당 250∼600달러에 달하는 포집 비용을 t당 200달러 미만으로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캡처식스는 국내 대표 수처리 기업인 부강테크와 전략적 협력을 맺었으며 앞으로 한국에서 DAC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문진 부강테크 대표는 “이산화탄소를 습식으로 포집하는 데 물은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우리 회사가 보유한 우수한 수처리 기술을 캡처식스의 DAC 공정과 결합해 물 산업을 혁신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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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사업 전문 기업인 SK에코플랜트는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SAF는 최근 항공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2025년부터 SAF의 사용 비율을 2%로 의무화하고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SAF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SAF는 동물성 지방과 폐식용유, 폐기물에서 발생한 가스를 활용하거나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하는 방식 등으로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재 기술력과 가격의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표기준 SK에코플랜트 기술투자팀장은 “DAC를 대체 항공유 시장과 연계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외 기술 기업, 스타트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연구실에서도 DAC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동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사우디 아람코가 출자해 설립한 ‘CO2 매니지먼트 센터’의 지원으로 건식 방식의 흡착제를 개발해왔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1세대 스타트업들이 활용하는 열에너지 대신 전기에너지를 활용하는데 특히 100%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흡착 공정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고 교수는 “현재 하루에 5~10㎏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흡착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가동 중”이라며 “이를 대량 양산이 가능한 디바이스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DAC 관련 기술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 함께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엄격한 실사 과정을 거쳐 탄소 제거 크레디트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1년 150만 t, 2022년 500만 t 규모의 이산화탄소 제거 크레디트를 구매 계약했다. 신용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은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영위하려면 기후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고품질의 기술 솔루션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크레디트 검증을 지원하고 금융과 판매 시장을 확보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MS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탄소 포집 기술을 보유한 덴마크의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Orsted)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양 기반 탄소 제거 스타트업인 러닝타이드(Running Tide)와도 2년간 약 1만2000mt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러닝타이드는 해초와 해수면의 미세조류를 이용해 대기에서 탄소를 바다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탄소를 포집한다. MS는 탄소 포집뿐 아니라 운반과 저장 단계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를 통해 미국 텍사스 지역의 걸프 연안 지역이 탄소 저장에 적합한 장소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저스트 두 잇’ 지원하는 창업 생태계 구축해야
국내 벤처 투자 업계에서도 기후 테크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브릿지인베스트먼트와 소풍벤처스가 캡처식스에 투자했으며 어나더브레인은 에어마인(AirMyne)에 시드 투자했다. 이준혁 브릿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후 테크가 현재는 불확실성이 커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업 간 제휴와 연합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런 변화에 실용적인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팀을 선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윤민 소풍벤처스 파트너는 “많은 국가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기후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7년이 남은 지금이야말로 DAC 기업에 투자할 적기”라고 덧붙였다. 장민석 어나더브레인 대표는 “에어마인은 1세대 DAC 스타트업의 습식 포집 방식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와이컴비네이터에 선정되면서 미국 액셀러레이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이라며 “당장의 상업성보다는 기술적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국내에 DAC 산업이 발전하려면 창업가들이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상무는 “기후 테크는 경쟁력 있는 기술이 있으면 타깃 시장이 곧 글로벌 시장이 되는 엄청난 기회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은 미국 에너지부(DOE),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의 지원을 받아 매출과 이익의 압박 없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창업가들이 이 시장에서 ‘저스트 두 잇’해 글로벌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창업과 투자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탄소포집(DAC) 기술은 기존의 산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실증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로 인해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고 DAC 원천 기술 R&D 과제 지원을 시작하면서 DAC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DAC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그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대기 중 직접탄소포집(Direct Air Capture, DAC)’ 기술은 선진국에 10년이나 뒤처져 있다.”(박형건 캡처식스 부사장)
“DAC 원천 기술 연구자들이 ‘저스트 두 잇(Just do it)’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 시점이다.”(고동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한국이 기후 기술, 특히 DAC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에 10년 이상 크게 뒤처져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7월 2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한 DAC의 역할’ 세미나에서다. 이날 전문가들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DAC 기술을 고도화하고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업과 학계, 정부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과 학계, 정부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해 DAC 기술 육성 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DAC는 대기에 이미 배출돼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또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DAC를 활용해 7400만 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하지만 DAC는 혁신적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포집 이후 저장 및 활용처가 불분명한 등 경제성과 당장의 감축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1 로 국내에서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국내 일부 벤처투자 회사가 해외 DAC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올해 3월 과학기술부가 국내 최초로 DAC 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R&D 지원을 시작하면서 DAC 지원에 물꼬를 텄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DAC는 어려운 기술이지만 성공한다면 탄소중립과 녹색 성장에 활로를 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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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재단은 행사의 취지에 걸맞게 행사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DAC 투자를 통해 상쇄하겠다고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양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DAC 기술 스타트업인 캡처식스(Capture6)로부터 이산화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 CDR) 크레디트를 구매함으로써 행사를 통해 배출된 탄소배출량 약 5t을 상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행사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기 위해 주최 측은 행사장 방문자 개개인의 동선과 이동 수단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재단 사무국장은 “크레디트 구매량 자체는 미미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이날 행사의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본 세미나에서 공유된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민관 협력해 DAC 투자 늘리는 선진국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시설 같은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과 더불어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식도 있다. 후자를 이산화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CDR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조림과 재조림같이 자연 생태계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생태계 기반 접근법과 기술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 기반 접근법이 있으며 직접 대기탄소포집과 저장(DACCS, Direct Air Carbon Capture and Storage)은 후자에 속한다. DACCS는 산업 시설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탄소 포집과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과 달리 대기 중의 0.04%밖에 안 되는 극도로 낮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선별해 ‘포집’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DACCS의 포집 부문만을 구분해 DAC 기술이라고 부른다.2 빌 게이츠가 창립한 기후 기술 투자사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reakthrough Energy Catalyst)는 투자 우선순위가 높은 4대 핵심 기후 기술로 지속가능 항공 연료, 청정 수소, 장기 에너지 저장 장치와 더불어 DAC를 꼽았다.
DAC는 기존의 산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한편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실증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로 인해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탄소포집저장(CCS)으로 제거 시 이산화탄소 t당 85달러, DAC로 제거 시 t당 18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EU는 100억 유로 규모의 EU혁신기금을 운용하며 기후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탄소 제거 인증 프로그램(Carbon Removal Certification Program)을 운영하면서 양질의 탄소제거권을 배출권 거래제에 편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또한 2조 엔 규모의 녹색혁신기금을 운용하며 10개 이상의 DAC R&D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발맞춰 민간에서도 특히 미국 테크 기업 중심으로 연합군을 만들어 DAC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타, 구글, 쇼피파이 등으로 구성된 연합인 프런티어(Frontier)는 2030년까지 10억 달러 규모의 탄소제거권을 구매할 예정이다. 퍼스트 무버 코얼리션(First Movers Coalition)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알파벳 구글의 연합군으로 2030년까지 5억 달러 규모의 탄소제거권 구매를 확정했다. BCG, 일본의 미쓰비시, 사우스폴 등이 연합한 넥스트젠 CDR 퍼실리티(NextGen CDR Facility)는 2025년까지 100만 t 이상의 탄소제거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t당 약 600~1000달러의 고가를 지불해 탄소제거권을 구매함으로써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3 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장기 사전 구매(offtake) 계약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켜 대규모 DAC 실증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DAC 기술 실증은 DAC 1세대 기업으로 꼽히는 캐나다의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미국의 글로벌서모스탯(Global Thermostat) 등 3개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현재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27개의 DAC 시설이 운영되고 있거나 건설 중이며 2030년에는 DAC를 통해 약 6900만 t의 탄소가 포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AC 기술 스타트업인 캡처식스의 박형건 부사장은 “1세대 기업이 창업한 지 10년 이상 지났음을 감안했을 때 이제 막 DAC 원천 기술 개발에 착수한 한국은 그만큼 크게 뒤처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AC 기술에 대한 국내 정책적 지원 동향
정부는 DAC를 포함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dioxide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 개발,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일명 CCUS 산업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법적으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폐기물로 분류가 됐으며 CCUS의 기술적 공정 관련 법안이 40여 개, 필요한 인허가도 60여 개에 달해 CCUS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CCUS 법은 올해 2월 국회에 발의됐으며 이르면 연내 통과될 전망이다. 권이균 K-CCUS 추진단장은 “CCUS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공청회를 통해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연구하는 공익법인 우리들의미래의 차상민 고문은 “기술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타트업도 다양한 방식의 공정과 실증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이균 단장은 CCUS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기술력 신장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게 안전 관리에 대한 규제도 엄격히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단장은 “국토 면적이 좁고 해양 변화에 민감한 한국의 특성상 CCUS 공정 단계별 안전 관리를 강화해 이산화탄소 유출, 지진 유발 같은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CCUS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 DAC가 CCUS 기술 대비 초저농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이유로 시급성 측면에서 장기 추진 과제로 분류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CCUS 기술은 한국이 다수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성과 효과성이 높아 DAC에 비해 단기적으로 감축 실적을 높이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CCUS가 배출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기술이라면 DAC는 대기 중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기술로 다른 유형의 기술”이라며 “CDR 중에서는 조림, 재조림 같은 다른 네거티브 배출 기술보다 DAC의 강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적으로 DAC에 우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AC 기반 이산화탄소 포집 방식은 액체를 사용하는 습식 포집과 고체 흡착제를 사용하는 건식 포집으로 구분하는데 현재 한국의 원천 기술 R&D 과제는 건식 포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0.04%의 희박한 농도의 이산화탄소 포집에 최적화된 흡착제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기술부의 DAC R&D 과제를 진행 중인 박영철 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단장은 “우선 하루에 약 10㎏ 정도를 제거하는 DAC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원천 기술 확보와 더불어 스케일업이 가능한 공정 기술 또한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R&D는 원천 기술 개발 단계를 지나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등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식 포집에 관한 원천기술 R&D를 진행하는 한편 습식 포집의 경우 해외 원천 기술의 라이선싱을 통해 기술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실질적인 감축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탄소 제거량을 측정·보고·검증(MRV, 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하는 방법론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 탄소배출 제거 실적은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의무적 탄소 시장에서 통용되는 공인된 MRV 방법론이 없어 DAC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오채운 책임연구원은 “DAC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궁극적으로 DAC를 활용한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에서도 배출권 거래제에서 이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노력
현재 DAC 기술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CCS 설비가 기존 시설에 부착돼 운영되는 것과 달리 DAC 설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구동·제어하는 데 전기에너지가 많이 소요돼 CCS 대비 포집 비용이 2배 이상 큰 편이다. DAC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수익원을 개발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2세대 DAC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캡처식스는 1세대 DAC 스타트업들이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것과 달리 기존의 검증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차별화된 공정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담수화나 수처리 시설에 DAC 공정을 접목해 초기 자본 비용을 낮추고 공정 과정에서 청정 수자원뿐 아니라 수소, 염산, 탄산칼슘 등의 산업 부산물을 추출해 판매하는 등 탄소제거권 판매 외의 수익 모델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t당 250∼600달러에 달하는 포집 비용을 t당 200달러 미만으로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캡처식스는 국내 대표 수처리 기업인 부강테크와 전략적 협력을 맺었으며 앞으로 한국에서 DAC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문진 부강테크 대표는 “이산화탄소를 습식으로 포집하는 데 물은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우리 회사가 보유한 우수한 수처리 기술을 캡처식스의 DAC 공정과 결합해 물 산업을 혁신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사업 전문 기업인 SK에코플랜트는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SAF는 최근 항공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2025년부터 SAF의 사용 비율을 2%로 의무화하고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SAF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SAF는 동물성 지방과 폐식용유, 폐기물에서 발생한 가스를 활용하거나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하는 방식 등으로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재 기술력과 가격의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표기준 SK에코플랜트 기술투자팀장은 “DAC를 대체 항공유 시장과 연계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외 기술 기업, 스타트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연구실에서도 DAC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동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사우디 아람코가 출자해 설립한 ‘CO2 매니지먼트 센터’의 지원으로 건식 방식의 흡착제를 개발해왔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1세대 스타트업들이 활용하는 열에너지 대신 전기에너지를 활용하는데 특히 100%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흡착 공정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고 교수는 “현재 하루에 5~10㎏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흡착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가동 중”이라며 “이를 대량 양산이 가능한 디바이스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DAC 관련 기술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 함께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엄격한 실사 과정을 거쳐 탄소 제거 크레디트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1년 150만 t, 2022년 500만 t 규모의 이산화탄소 제거 크레디트를 구매 계약했다. 신용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은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영위하려면 기후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고품질의 기술 솔루션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크레디트 검증을 지원하고 금융과 판매 시장을 확보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MS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탄소 포집 기술을 보유한 덴마크의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Orsted)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양 기반 탄소 제거 스타트업인 러닝타이드(Running Tide)와도 2년간 약 1만2000mt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러닝타이드는 해초와 해수면의 미세조류를 이용해 대기에서 탄소를 바다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탄소를 포집한다. MS는 탄소 포집뿐 아니라 운반과 저장 단계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를 통해 미국 텍사스 지역의 걸프 연안 지역이 탄소 저장에 적합한 장소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저스트 두 잇’ 지원하는 창업 생태계 구축해야
국내 벤처 투자 업계에서도 기후 테크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브릿지인베스트먼트와 소풍벤처스가 캡처식스에 투자했으며 어나더브레인은 에어마인(AirMyne)에 시드 투자했다. 이준혁 브릿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후 테크가 현재는 불확실성이 커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업 간 제휴와 연합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런 변화에 실용적인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팀을 선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윤민 소풍벤처스 파트너는 “많은 국가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기후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7년이 남은 지금이야말로 DAC 기업에 투자할 적기”라고 덧붙였다. 장민석 어나더브레인 대표는 “에어마인은 1세대 DAC 스타트업의 습식 포집 방식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와이컴비네이터에 선정되면서 미국 액셀러레이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이라며 “당장의 상업성보다는 기술적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국내에 DAC 산업이 발전하려면 창업가들이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상무는 “기후 테크는 경쟁력 있는 기술이 있으면 타깃 시장이 곧 글로벌 시장이 되는 엄청난 기회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은 미국 에너지부(DOE),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의 지원을 받아 매출과 이익의 압박 없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창업가들이 이 시장에서 ‘저스트 두 잇’해 글로벌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창업과 투자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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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 동아일보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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