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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 DBR 독자들에게 묻는다

위기의 ESG, 당신이 CEO라면?
“투자 늘리겠다” 82%로 압도적

배미정 | 371호 (2023년 0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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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회의론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DBR 2023년 5월 1호(368호)에 ESG를 둘러싼 최근 국제 정치경제적 흐름과 더불어 각종 논란과 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의 글 ‘ESG투자, 계속해야 할까요?’가 실렸는데요, 이를 계기로 DBR이 ‘위기의 ESG, 당신이 CEO라면 투자를 줄이시겠습니까, 반대로 늘리시겠습니까?’를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독자분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총 2392명이 참여해 주신 설문 조사 결과, 내가 CEO라면 ESG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견이 82.3%, ESG 투자를 줄이겠다는 의견이 17.7%였습니다. (그림 1) ESG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견이 줄이겠다는 의견보다 4배 이상 많았는데요. 그 이유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에’ 등의 답변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ESG를 줄이겠다는 의견의 이유로는 ‘재무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다’ ‘비용 상승으로 긴축 경영이 필요하다’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ESG 투자를 늘리거나 줄이겠다는 의견에 대한 주관식 답변을 빈도수에 따라 분석한 결과(다빈도 상위 20개 기준 공통 단어 10개 제외), ESG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견의 이유에 많이 등장한 상위 5개 단어는 ‘미래’ ‘지속’ ‘이미지’ ‘책임’ ‘소비자’였으며, ESG 투자를 줄이겠다는 의견의 이유에 많이 등장한 상위 5개 단어는 ‘상황’ ‘우선’ ‘경제’ ‘현재’ ‘상승’이었습니다. (그림 2)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드리며 보내주신 의견 중 일부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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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CEO라면 ESG 투자를 늘리겠다.

김*지 현재 다소 주춤하다 하더라도 ESG가 시사하는 기업 경영의 중장기 방향성은 명확하다. 기업이 영구 존속/발전하기 위해서는 ESG 투자를 외부 요구에 따른 간헐적인 조치가 아니라 명확한 비전/목표를 갖고 중장기 플랜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ESG 내에서도 각 세부 요소가 제시하는 장기적 트렌드를 내 비즈니스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그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진화/발전시키는 것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업의 존속과 미래 기업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운턴일수록 놓치지 않아야 호황기에 남들보다 더 도약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다코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 시장의 월평균 가격 추이만 살펴봐도 ESG에 입각한 경영으로의 대전환이 지닌 중대함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 철강 등의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입장에선 눈앞의 수익률만을 좇아가서는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마저 우습게 능가해 버리는 미국의 IRA법 시행, 까도 까도 부담스러운 세부 내용은 ESG 경영이 단지 경영 철학의 일종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동의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세계 각지의 이와 같은 비관세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해법이 바로 ESG 경영이다. ESG 전문 인력의 양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수출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보다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 심지어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ESG 전문 인력을 모시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원활한 인력 수급이 되지 않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사태 해결의 시급성을 가늠할 수 있다. 기업의 명운, 나아가선 국가의 명운이 걸린 ESG라는 무역 장벽의 파고를 거뜬히 넘을 수 있게끔 정부가 세분화된 지원을 펼쳐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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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특히 E(환경)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비롯해 유럽과 타 선진국에서 ESG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또 환경 문제가 예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고 사람들의 삶에 여유가 커지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이 개선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CEO라면 ESG 경영을 도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등과 여러 주무 부처에서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비용 문제로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통합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그린워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문화나 정책이 생겨야 한다.

그레이 이해관계자들의 ESG 요구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소비자는 물론 조직 구성원들조차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MZ세대는 기후변화, 환경 문제, 불평등에 있어 이전 세대와는 다른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공정함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재를 영입해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ESG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지 ESG 투자에 대해 비재무적인 것을 모두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비용 증대라는 결괏값이 나올 수밖에 없다. ESG 투자가 기존 사회책임투자와 다른 것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인 요소들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ESG 요소를 관리하는 것이 아닌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찾고 이에 대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중대성(Materiality) 개념이다. 기업에서는 중대성 평가를 통해 ESG를 어느 정도까지 개선해야 비용 대비 기업 가치를 얼마나 증대시킬 수 있는지 파악한 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사회책임투자와 다르게 ESG 투자와 기업 가치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ESG 투자를 늘리거나 줄이기에 앞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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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CEO라면 ESG 투자를 줄이겠다.

한*성 원자재 가격 등 생산 비용이 너무 급증해서 기업의 이익에 큰 부담이 되므로 단기적으로는 ESG 투자를 줄이되 원자재 가격 등 비용 문제가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ESG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 및 환경친화적인 투자는 결국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이것은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대의 환경에 맞춰 ESG 투자도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우상향돼야 할 것이다.

박*철 장기적으로 ESG 경영을 지향해야 하는 건 맞으나 세계 경기 위축에 따른 당장의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ESG 투자에서도 우선순위가 낮은 분야에 있어선 투자를 줄이고 당장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령, 공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기업의 경우 오염 배출 물질 항목에 있어서 비용 대비 효과가 큰 부분은 투자를 그대로 집행하되 작은 부분은 후순위로 미뤄두고 경영 환경이 개선되면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고객들의 관심이 덜한 사회(S)나 지배구조(G) 부문은 투자를 미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핵심은 ESG에 대한 투자를 하지 말자가 아니라 고객들의 관심이 크거나 시급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큰 분야만 우선 집행하고 차후 경영 환경이 개선된 뒤에 나머지 분야에 투자를 하는 계단식 투자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무턱대고 ESG 전반에 대한 투자를 늘리다 경영 위기가 찾아올 경우 차후에 충분한 ESG 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오히려 퇴보할 가능성도 크다.

김*곤 ESG 경영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이 되는 대기업이 감당 가능한 것들이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 ESG 경영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건 현실성 없는 모험수로 보인다.

박*경 ESG라는 것이 제도화되거나 인증화된 것도 아니며, 관리하는 국내외 기관이 없다. 또 국내에서는 E와 S, 특히 각종 광고나 캠페인 등을 통해 E 쪽에 중점을 많이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많은 기업이 G 쪽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데 뚜렷한 기준이 없다 보니 G 쪽의 좋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ESG 투자의 득과 실을 제대로 따져봐야 할 때이다.

송*유 ESG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경영하는 회사들이 많은 것 같다. 단순히 일회용품을 줄이고 텀블러 등 재활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ESG가 아니다. 실제로 일회용품 줄이기 등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제대로 검토한 후 진행하고 있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좀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ESG를 기업의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ESG 투자라고 생각하고, 보여지기 식 투자는 좀 줄었으면 좋겠다.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향과 ESG가 결합하는 모습으로 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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