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Accounting

일률적 회계 기준, 기업 비교 어렵게 할 수도

김진욱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Based on “The Effect of Financial Statement Incomparability on Investment Decisions” (2023) by Spencer B. Anderson in The Accounting Review, 98(3), 1-20.



GettyImages-1393612579_[변환됨]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회계기준 제정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1 와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2 는 비교가능성(comparability)을 재무보고의 중요한 특성으로 보고 있다. 재무보고 이용자들은 비교 가능성을 기반으로 기업 간, 기간 간 경제적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고 이해하기에 비교불능성(incomparability)은 재무보고 이용자들에게 문제점으로 간주된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는 정보가 비교 가능하려면 ‘같은 것은 같아 보여야 하고, 다른 것은 달라 보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교불능성은 첫째, 서로 다른 것을 같게 보이게 하거나, 둘째, 같은 것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미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이런 두 가지 유형의 비교불능성이 투자자들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예컨대, 회계기준이 일률적인 회계 처리를 요구하면 서로 다른 경제적 상태가 마치 유사한 것처럼 보고(‘다름을 같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한편, 기업들이 더 많은 재량권을 갖게 되면 유사한 경제적 상태가 다르게 보고(‘같음을 다르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양쪽 중 어떤 유형이 투자자들을 더 심각하게 오도할까? 이는 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기구가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다름을 같게’ 보이게 만드는 재무보고가 ‘같음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재무보고보다 투자자들에게 더 해롭다는 가설을 세웠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두 가지 내용을 비교할 때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다름을 같게 보고받은 투자자들은 판단 오류를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될 추가 정보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같음을 다르게 보고하는 경우 투자자들은 추가 정보를 참고해 판단 오류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을 연구했나?

연구진은 미국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표 1) 두 개의 석유회사를 평가해 다음 회계기간의 매출성장률이 더 높은 기업에 자본을 할당하도록 지시했다. 여기서 연구진은 두 기업의 석유 탐사 노력의 성공 여부를 두고 재무보고로 탐사 비용을 동일하게 자본화 처리했는지, 비용으로 처리했는지 여부를 비교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재무제표의 비교불능성(Case 2와 3)으로 인한 오판을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제 석유 탐사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추가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투자 의사결정의 품질은 참가자의 실제 자본 배분과 최적 자본 배분3 간의 차이로 측정했다.

20240226_111753


실험 결과, ‘다름을 같게(Case 2)’ 상황의 참가자들이 ‘같음을 다르게(Case 3)’ 상황의 참가자들보다 더욱 나쁜 투자 결정을 내렸다. ‘다름을 같게(Case 2)’ 상황의 자본 배분 편의4 는 ‘다름을 다르게(Case 1)’ 상황보다 유의하게 큰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는 연구진의 가설처럼 ‘다름을 같게(Case 2)’ 보고하는 재무정보를 받은 투자자들에게 추가 정보를 무시하는 한편 ‘같음을 다르게(Case 3)’ 보고하는 재무정보를 받은 투자자들은 추가 정보를 통해 판단 오류를 수정하기 때문일까?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총 실험 시간 대비 추가 정보에 할애한 시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예상과 일치했다. ‘다름을 같게(Case 2)’ 상황에 처한 참가자들은 14.08%의 시간을 추가 정보에 할애한 반면 ‘같음을 다르게(Case 3)’의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18.55%의 시간 동안 추가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회계기준 제정자들은 비교불능성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의 크기가 유형별로 상대적으로 다르다는 본 연구의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회계기준이 경제적 상태가 다른 기업들에 일률적인 재무보고를 요구하는 경우, 재량권을 부여하는 경우보다 기업 간 비교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참고해 회계기준을 제정할 때 일률적 재무보고를 요구했을 때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다름을 같게’ 보고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하는 위험과 결과를 인지하고 회계 정보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