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6. 데이비드 티스 UC버클리 교수의 ‘동태적 역량’

자산 중심으로 전략 짜던 시대 지나
유연하고 빠르게 핵심 역량 재편해야

264호 (2019년 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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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극도로 혼란하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경영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전처럼 산업구조 분석이나 자신의 핵심 자원과 자산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것만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을 모색하기도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동태적 역량’이다. 이는 환경 변화에 맞춰 내·외부 자원을 통합하고 육성하며 재편하는, 유연성과 민첩성이 강조되는 역량으로 효율화와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일반적 역량/일상적 역량과는 다르다. 동태적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세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첫째 ‘감지와 이해(sensing)’, 둘째는 ‘기회 포착과 창출(seizing), 셋째는 ’자원과 핵심 역량의 빠른 재편과 실행(Transforming)’이다.


VUCA의 시대, 그리고 기업의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많은 기업이 과거와는 아주 다른 경영 환경에 처해 있다. 세상이 예전에도 빠르게 변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경영대학원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경영이론은 이제 아주 일부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론과 프레임워크도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략경영의 진화’와 관련한 그림을 한번 보자. (그림 1) 처음에 마이클 포터에 의해 개발된 산업구조 분석 기법 ‘5 forces’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의 가장 큰 약점은 ‘혁신’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혁신 자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다. 아주 협소하고 특정한 영역의 혁신에 관해서만 다룰 수 있는 이론이다. 물론 1950∼1960년대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미국 기업에는 꽤나 적용이 잘되는 이론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50∼6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하기 어려운 얘기임은 분명하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 그다음에 나온 전략경영의 이론적 프레임워크는 ‘자원기반 관점’이었다.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복제하기 어려운, 가치 있고 중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맞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자원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결국 이런 핵심 자산을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확보하며, 또 경쟁 상대로부터 그 확보한 자산과 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내가 ‘동태적 역량’이라는 컨셉을 만들었고, 하나의 프레임워크이자 이론으로 제시했다. (DBR minibox: ‘동태적 역량이란?’을 참고.)




DBR mini box: 동태적 역량이란? i

티스 등은 최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로 동태적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고 역설한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의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산업이었다. 유망한 산업에 들어가서 경쟁하면 좋은 성과가 났고 쇠락하는 곳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돈을 벌지 못했다. 경영학자들은 이런 현상으로부터 ‘산업 효과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기업의 전략은 산업을 분석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일본 기업이 미국에서 득세하면서 같은 업종에서도 기업의 명암이 갈라졌다. 티스와 동료 경영학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동태적 역량이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동태적 역량은 환경 변화에 맞춰 내·외부 자원을 통합하고 육성하며 재편하는 역량이다. 이제는 동태적인 관점에서 핵심 역량을 수정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는 기존 전략이론이 시장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기업의 내부 역량만을 강조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단점이 있다고 보고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태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과거의 5 forces 모델은 물론 자원기반관점(RBV)의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기업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 접근법이라고 설명한다.


이 ‘동태적 역량’ 프레임워크를 통해 기업들은 혁신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생존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이 이론은 혁신을 통해, 그리고 뛰어난 전략을 기반으로 생존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우리 앞에 존재하는 환경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생태계를 재형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업가정신’을 포함시킬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동태적 역량은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한 조직이나 그 경영진이 대내외 역량을 통합하고 구축하는 한편 재구성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위계조직의 질서를 통해 내부 관리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외적인 역량도 구축하며 조직을 장기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동태적 역량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강력한 리더십’과 ‘대담한 실행’이다. 대담성이 없다면 강력한 동태적 역량을 보유할 수 없다.

다시 지금 시대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이 시대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회 환경, 즉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다. 내가 알기로 이건 미국 군대에서 나온 컨셉인데 최근의 전투 현장이 가진 특징이 바로 VUCA라는 것이다. 비단 전쟁의 현장만이겠는가.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살고 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환경을 잘 말해주는 단어가 아니겠는가. 만약 여러분이 지금 안전하고 평온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동태적 역량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우리 모두가 현재 치열한 국제 경쟁하의 VUCA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리스크와 불확실성, 일반 역량과 동태적 역량
[그림 2]에서 좌측을 보자. 왼쪽은 확실성의 환경이고 오른쪽은 불확실성의 환경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경영학 이론, 전략 경영의 프레임워크는 대부분 왼쪽의 ‘확실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순현재가치, 선형적 성장에 관한 이론 등을 통해 우리는 리스크를 계산할 수 있었고, 실제로 해왔다. KPI라는 기존 지표도 다 왼쪽의 세계에서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그림 오른쪽, 즉 ‘불확실성 환경’에서는 KPI조차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요즘 한 대기업에서 회장 혹은 CEO가 CFO에게 ‘우리가 수십억 투자한 대상의 수익률을 알고 싶다’고 물어본다면 수치야 어떻게든 나오겠지만 정말 그게 의미가 있고 지속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것은 훌륭한 판단력과 지혜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했던, 한때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이론과 툴, 프레임워크를 서랍 속에 넣어야 할 때가 됐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환경, 그림의 오른편에 나오는 바로 그런 환경과 시대에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대해 조금만 더 말씀드리겠다. [그림 2]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어떻게 다른지 잘 보여준다. 흔히 사람들은 두 개념이 비슷한 것이라고 여기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리스크는 특정한 사건에 대해 확률을 적용할 수 있는 위험을 의미한다. 즉, 쓰나미가 발생한다면 언제, 어떤 규모로 발생할 수 있을지 그 확률을 계산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경영 과정에서 보이는, 예측되는 리스크에는 ‘헤징(hedging)’을 할 수가 있다. 많은 경영진, 특히 은행권/금융권에서는 이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것은 ‘확실성 환경하에서의 리스크’인데 마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림 3]을 보면 왼쪽의 리스크 도표는 각각의 확률로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갈지 계산해볼 수 있다. 그런데 오른쪽 불확실성하의 미래(F)는 각각이 어떤 확률로 나타나지도, 인과의 흐름을 갖고 있지도 않다. 어떤 모습일지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어디에서 ‘블랙 스완’이 포착될지 알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바로 이런 세계에 살고 있고, 기업들은 예전의 리스크 관리 시대, 확실성의 시대에 필수적이었던 ‘일반 역량’은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만 ‘동태적 역량’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물론 동태적 역량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역량은 기본적으로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 효율성을 개선할수록 동태적 역량을 발휘해 혁신을 하는 건 어려워진다. 혁신 활동 자체가 여러 가지를 어지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한 기업의 일반 역량이 강하다면, 예를 들어 기술적 역량이 강하다면 계속 ‘Best Practice’를 강조하고 거기에 집중하게 된다. 심지어 Best Practice가 많은 걸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오히려 Best Practice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그걸 복제하려고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Best Practice에 대한 연구와 활용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Best Practice를 넘어설 수 있는, 유연하게 적용하며 능가할 수 있는 동태적 역량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동태적 역량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 정도로 삼는 게 좋다. Best Practice에 너무 매몰되면 동태적 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일반 역량에 스스로를 묶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동태적 역량 확보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능력
동태적 역량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사실 이 개념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기원전 5세기 『손자병법』을 쓴 손무는 군사 수의 우위만으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말이나 창검이 아무리 많아도 어떤 전략을 쓰고, 어떤 동태적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전투나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손무 역시 ‘민첩성’을 강조했는데 민첩하다는 것은 단순히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루이스 캐럴의 작품 『거울나라의 앨리스』에는 ‘붉은 여왕의 경주’가 나오는데 움직이는 공간에서 다 같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봤자 결국 제자리에 있고, 제자리에 있기 위해 계속 뛰어야 하는 비극에 대해 말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서 그저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은 ‘일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남들도 다 따라 할 수 있는 역량이어서 이를 통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없다. 심지어 교과서로부터도 배울 수 있고, 컨설턴트한테도 배울 수 있다. 최근 MBA를 졸업한 학생한테서도 배울 수 있다.

KPI 만들어서 거기에 맞춰 일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계량화하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 같지만 사실 주의하지 않으면 ‘숫자놀음’에 매몰되기 쉬운 속성이 있다. 이건 사실 헨리 포드도 알고 있었다. 모델T로 대박을 낸 이후 시장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차를 개발해야 했을 때 그전에 만들어 둔 모든 ‘효율화된 공정’과 ‘시스템’은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였다. 모델A를 개발하기 위해 2년 동안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몇몇 연구자는 “계량화가 가능한 효율성과 변동성을 줄이려는 활동은 역설적으로 다양성을 증대하려는 활동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이럴 경우 핵심 역량이 저해되고, 정해진 궤도를 과감히 이탈하고 탈피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핵심 역량이 핵심 경직성이 된다는 얘기다. 끊임없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의 철장’에 갇혀 혁신을 간과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급변하는 현재의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다시 『손자병법』 얘기로 돌아가 보면 저자인 손무가 강조했던 게 바로 ‘동태적 역량’과 유사한 개념이었다. 손무는 병력 운영과 전략, 전술을 크게 두 가지, 즉 ‘정(正)’과 ‘기(奇)’로 구분했다. 정규전 수행을 위한 정석적인 방법, 정형화된 전략으로서의 ‘정’만 갖고서는 전투 혹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의 바탕 위에 후방을 기습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등의 각종 기만전술 등을 포함하는 ‘기’가 존재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로 유연한 전략, 순간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전략과 전술을 일반적인 군사 수, 훈련 정도, 무기의 질과 양 등 ‘정’의 전략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오히려 승리를 위해 반드시 ‘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내가 20여 년 전부터 강조해오고 있는 ‘동태적 역량’과 거의 일치하는 주장이다.



그럼 이러한 동태적 역량 확보를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기업인, 현장의 경영자들은 자신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어떤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 ‘감지와 이해(Sensing)’, 둘째, ‘기회 포착과 창출(Seizing)’, 셋째, ‘자원과 핵심 역량의 빠른 재편과 실행(Transforming)’이다.

우선 ‘감지와 이해’부터 살펴보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기회와 위협을 제대로 감지하고 파악하며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록스는 많은 자본과 우수한 과학자들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 심지어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소도 기업 중에서는 거의 최초로 설립했지만 그것으로 어떤 기회를 감지하고 시장의 시그널을 읽어내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 제록스는 결국 동태적 역량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감지와 이해’ 능력 확보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펩시의 전 CEO인 인드라 누이는 조금 달랐다. 그는 신속하게 비용을 줄이고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일에 매진하는, 즉 일반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공이 가능하도록 제품과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급변하는 시장’에 맞게 바꾸고자 했고,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이해해 ‘디자인싱킹’을 강조하며 여러 대담한 선택을 했다. 그런 게 바로 동태적 역량 확보에 도움이 됐다.

이제 ‘기회 포착과 창출’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IBM의 과거로 한번 돌아가 보자. 1950년대에 미국에는 GE, 웨스팅하우스, 유니시스와 같은 5∼6개의 컴퓨터 회사가 존재했다. IBM은 그중 하나였다. IBM의 창립자 톰 왓슨은 ‘컴퓨터가 미래의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IBM 360이라는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IBM이 컴퓨터 산업의 후발주자였음에도 가장 오래가는 회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또 그 당시 다른 기업들이 생각지 못하던 변화를 감지하고 이해한 뒤 재빠르게 기회를 포착해 카드리더기, 프린터 등도 개발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예 제품 중심 기업에서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지금 IBM은 컴퓨터 제조회사가 아니다.

기회 포착과 창출 측면에서는 애플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 시절에도, 팀 쿡이 이끌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역시 애플은 동태적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잘하고 있다. 팀 쿡은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영역 모두에서 혁신을 이뤄내고 마법을 창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법’이라는 게 내가 볼 땐 동태적 역량과 같은 개념이다. 팀 쿡은 또 “이것(마법)은 돈을 엄청나게 투자하는 것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Best Practice를 도입하고 최신 경영 이론을 배우기 위해서는 돈을 쓰고 컨설턴트를 고용하면 된다”며 “하지만 동태적 역량은 수표를 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놔야 하는 역량”이라고 말했다. 나는 한국 기업들에 동태적 역량 확보를 당장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잘 갖춰나가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 보인다. 이 동태적 역량은 ‘구매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구축해나가길 제언한다. 그리고 이 역량 확보를 위해서 앞서 언급한 ‘감지와 이해’ 능력, 방금 말한 ‘기회 포착과 창출’ 능력을 갖춰나가길 바란다.

이제 동태적 역량 확보를 위해 세 번째로 필요한 능력, 바로 ‘자원과 핵심 역량의 빠른 재편과 실행’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빠르게 변화하고 성공적으로 변화하는 것, 이게 동태적 역량에 속하는 핵심 능력 중 하나다. 중국의 가전회사 하이얼은 40년 전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끝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자원과 핵심 역량을 재편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실행하면서 지속 성장했다. 이제는 계속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작은 기업들로 다 쪼갰다. 한국 가전기업들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동태적 역량에서 ‘빠른 실행능력’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긴급성, 민첩성을 갖고 제대로 된 타이밍을 잡는 것과 관련해 가장 좋은 사례는 일본 기업 혼다와 야마하의 ‘오토바이 전쟁’이다. 혼다는 1970년대 오토바이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이해한 뒤 기회를 포착해 자원을 재편했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113개의 새로운 모델을 1970년대 내내 쏟아냈고, 야마하는 다소 느린 움직임으로 37개의 신모델만을 출시했다. 혼다는 아예 새로운 모델을 쏟아내며 새로운 시장 자체를 만들어갔다. 굉장히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고 있었는데 이건 동태적 역량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전략에 관하여
동태적 역량의 개념과 구성요소에 대한 얘기를 거의 다 했다. 이제 전략 얘기로 넘어가고자 한다. 전략은 여전히 중요하다. 전략의 실패는 기업에 거의 재난 상황을 안겨준다. 동태적 역량은 근본적인 ‘민첩성’을 필요로 하는데 민첩하고 부드럽게 자산을 재배치하고, 이를 스마트하고 전략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즉,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서 실행하는 과정 자체에 동태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세 가지 ‘능력’과 연결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를 생각해보자. 몇몇 연구자는 삼성에는 내부에 협력형 경쟁(co-opetition)이 존재하고 이게 ‘감지와 이해’ 능력을 향상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룹 내부에서 생산·공급하는 부품도 가능하면 외부 업체로부터 동시에 구매하는 듀얼 소싱(dual sourcing)을 통해 외부 업체와 소통하며 시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지했다. 그리고 삼성이 가진 수직적 통합의 힘을 활용해 기회를 포착·창출하고 자원을 재배치해 빠르게 비즈니스를 전환했다. 물론 삼성은 일반적, 일상적 역량이 튼튼한 기업이었고, 이에 멈추지 않고 동태적 역량을 확보해 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상적 역량이 튼튼한 기업이 동태적 역량을 갖췄을 때 얼마나 전략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함에 있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다시 VUCA로 상징되는 대혼란기의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자. VUCA의 모든 특징이 다 나타나고 있는 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다. 밥 루츠 전 GM 부회장은 그의 저서 『빈카운터스』나 여러 공식 발언을 통해 오직 수치만을 관리하는 사람들, 그 수치로 효율성만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요직을 다 차지함으로써 오히려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하고 있는 시기에, 열심히 효율성 지표를 관리하는 것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 역량은 이미 한국과 중국 자동차 회사들도 다 따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만의 동태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전처럼 수치와 효율성을 관리하고 열심히 노력만 하는 것으로는 지금의 자동차 시장에서는 도저히 성장하거나 생존할 수 없다. [그림 4]를 보자. X축에 기술 발전의 양상을 배치했다. 점진적 발전에서 급속한 변화까지 나타난다. Y축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변화하는지, 점진적인 변화부터 급속한 변화까지 볼 수 있도록 설정했다. 이 그림에서 보면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바뀌는 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큰 변화이지만 단순히 동력이 바뀌는 것만 생각하면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커넥티드 카’로 바뀌고, 서비스형 모빌리티 산업과 만나고, 그것이 심지어 자동화되는 과정은 때로는 급격한 비즈니스 모델 변화, 그리고 극심한 기술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 모든 것은 현재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100년이 된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이처럼 패러다임 전환이 동시에 진행된 적은 없었다. 자동차 산업의 핵심 역량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짜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세계 최고의 컨설턴트들을 고용하고, 미래학자를 고용해서 미래의 자동차에 대해 예측해보면 될까? 당연히 아니다. ‘감지와 이해’를 제대로 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급성장하는 시장을 살펴보고, 빨리 기술을 도입하고, 혁신 모델을 만들고 여러 파트너십을 구성하며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것, 그렇게 동태적 역량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 회사가 익숙하지 않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빠르게 기회를 포착하고 창출하며,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처해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힘을 써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동태적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동태적 역량을 확보하고 제대로 된 전략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기업가정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기업 내부에서의 연구개발과 외부에서의 연구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파트너십이 이뤄지도록 하고 내부에서 반발이 있더라도 그런 유연성과 민첩성이 중요하다고 내부 임직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주주자본주의하에서는 주주들이 동태적 역량 확보에 들어가는 투자비용과 상당한 시간을 못 견딜 수 있는데 고객 만족을 좀 더 큰 가치로 두고 주주들을 설득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고 지속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68호 통제에서 자율로 2019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