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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소비자행동 관점에서 본 힙스터

힙스터 따라만 다니면 유행 끝물 타는 것! 기업 안팎의 액셀러레이터로 키워가야

여준상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힙스터 행동에는 세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다. 첫 번째는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디펜던트’, 두 번째는 지속적 변화를 추구하는 ‘프로모티브’, 마지막으로 직접 행동에 나서는 ‘로코모티브’다.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탈출 욕구-힙스터 행동-범용화-재탈출 욕구’로 이어지는 힙스터 사이클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일상화, 고착된 틀, 사고의 매몰을 깨는 힙스터리즘은 미래 마케팅의 근간이다. 조직 차원에서 사내에 힙스터를 유입하고 힙스터리즘을 계속 주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힙스터를 추종하다 보면 평균과 일상이 되고 만다. 유행 끝물을 타는 것이다. 인디펜던트, 프로모티브, 로코모티브 성격을 가진 힙스터를 기업 내외부의 액셀러레이터로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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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힙스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힙스터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누구이며,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놓고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물론 힙스터에 대한 관점은 다양할 수 있으며 그 관점들은 나름 다 의미를 가진다. 이 글에서는 무엇이 옳고 틀린가에 대한 논의보다는 힙스터에 대한 소비심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힙스터를 소비심리 및 행동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행동의 메커니즘을 찾으며,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 등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논하겠다는 뜻이다.

모든 행위에는 선행적 이유와 후행적 결과가 존재한다. 힙스터 행위도 왜 발현되는지 원인이 있으며 힙스터 행위로 인한 파급효과가 있다. 힙스터의 행위를 가운데 놓고 원인과 결과를 좌우에 배치해보자.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인간의 행동을 직선론적 관점에서 보는 우를 범한다. 원인, 행동, 결과를 직선적으로 배치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순환고리 형태를 띤다. 행동이 만들어낸 파급효과가 또 원인을 일으켜 그 행동의 반복을 가져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너얼 카너먼은 ‘시스템 1’이라는 용어를 통해 인간행동의 무의식적 반복성을 언급했다. 인간의 많은 행동은 기질적 특성과 만성화된 외부 영향에 의해 직관적으로 빠른 속도로 나타나며 이런 휴리스틱(heuristic)은 우리가 의식하기도 전에 고질적으로 반복된다. 힙스터의 행동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어느 한 사람의 일시적·단편적 행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메커니즘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어느 한 시점의 단면만 보고 저것이 힙스터인지, 아닌지를 찾는 횡단적 접근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의 순환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힙스터 소비행동을 보다 총체적, 입체적으로 보고자 한다.

힙스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힙스터의 개념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언제 최초로 사용됐는지,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해 흑인 재즈, 히피, 펑크, 힙합, 인디 등 특정 역사적 문화 키워드와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힙스터 행동에 대한 공통적 키워드가 나타난다. 남과 다름, 자신만의 것, 자유, 평범의 거부, 반유행, 비주류 등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들은 앞서 열거한 특정 시대, 특정 문화에 꼭 국한된다고 보기 힘들다. 어떤 사회든, 어떤 시대든 늘 발현될 수 있는 인간 행동 특성의 하나다. 힙스터라는 용어만 없었을 뿐이지 고대, 중세시대에도 존재했을 개념이다. 힙스터를 정의 내릴 때 흔히 굿즈(goods)라는 표현과 함께 특정 아이템을 결부시키기도 한다. 수염, 뿔테안경, 픽시 자전거, 구제의류, 인디음악 등이 있는데, 이처럼 특정 아이템에 고착될 필요는 없다. 자유분방함의 표현이라면 그 어떤 것도 힙스터의 굿즈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힙스터 얘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특정 장소다. 서울의 경우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한남동, 연남동, 성수동, 문래동 등이 흔히 얘기된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세간의 관심 집중으로 임차료가 올라가 초기 힙스터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늘 새로운 장소가 힙스터 성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힙스터와 관련해 특정 연령, 아이템, 장소 등에 너무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2030이 나이 들어서도 힙스터 특성을 버리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이며 사회 진화와 함께 제2, 제3의 새로운 힙스터 아이템과 의식행위(ritual), 장소가 나타날 수 있다. 힙스터를 이해하기 위해서 당장 드러난 가시적, 물리적 표상에 한정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이제 힙스터에 대한 이해도 심리적, 정신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으로 접근할 때다.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욕구 발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좋아하는 아이템이 무엇이고, 즐겨 가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놓고서 힙스터 판단을 하는 평면적, 유추적 해석은 표제적 접근에 불과하다. 이 글에서는 힙스터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위해 심층적 소비자행동 접근을 하려 한다. 힙스터 관련 정신적 표상이 무엇이며 왜 그런 표상화가 일어나는지, 힙스터 행동의 파급효과 및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힙스터의 세 가지 정신적 표상

힙스터와 관련된 정신적 표상은 무엇일까?

먼저 힙스터의 어원을 보면 새롭다, 앞서간다는 의미를 지닌 ‘hip’이 근간에 있다. 좀 더 풀어 쓰자면 남들과 다른 새로움을 꿈꾸는 사람이라 표현할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힙스터를 관찰하고 그들 행동을 분석한 문헌들은 다양한 힙스터 키워드를 제시해왔다. 이러한 자료들에 대해 사회심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메타 분석을 해보면 힙스터의 정신적 표상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즉 힙스터 행동에는 세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다. ‘남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라 표현할 수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심리다. 사회가 혹은 대중이 나와 나의 행동을 어떻게 보는지 관심 두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것이다. 남을 통해, 남과의 비교를 통해 만족을 얻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통해 만족하는 특성이다. 두 번째는 프로모티브(promotive)다. 기득, 기성의 안정을 지키기보다는 지속적 변화를 취하는 심리다. 보편적, 평균적 규범이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벗어나고자 하는데 탈규제, 탈권위, 탈체제적 성격이라 할 수 있다. 틀을 깨는 위험을 감수하는 특성도 있다. 세 번째는 로코모티브(locomotive)다. 생각보다는 행동을 먼저 앞세우는 특성인데, 구호만 요란한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심리다. 머물러 있지 않고 치고 나가는 기관차를 떠올리면 된다. 무의미한 생각의 반복보다는 행동에 더 방점을 찍는 특성을 지닌다.

참고로 힙스터의 정신적 표상은 다른 말로 힙스터 마인드, 힙스터리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힙스터의 심리적 특성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니 역발상이라는 단어가 매칭된다. 역발상은 사회의 보편적 대중에게 형성된 상식, 편견, 고정관념, 선입견을 깨고 비록 거꾸로일지라도 자기 본위대로 용기 있게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힙스터를 역발상가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힙스터 사이클

힙스터의 정신적 표상화는 단발로 끝나지 않는다. 힙스터 행동의 동인, 즉 심리적 메커니즘은 개인적 기질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반복되는 순환적 사이클 모습을 만들어낸다. [그림 1]은 힙스터 행동이 왜 일어나는지, 힙스터 행동 이후의 파급효과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힙스터 행동에 따른 여파가 또 다른 힙스터 행동의 동인을 유발해 순환되는 사이클 패턴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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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탈출 욕구(need for escape)가 힙스터 행동을 이끈다. 힙스터 행동(Hipster behavior)이 주목을 받으며 범용화(commoditization)가 일어나면 대중의 시선, 사회규범적 틀, 수많은 논쟁으로 인한 신경성으로 다시 탈출 욕구(need for re-escape)가 발현되면서 제2의 힙스터 행동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 순환시스템의 가동 정도는 개인적 요인, 상황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탈출 욕구’를 살펴보자. 여기에서 탈출이란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이 욕구는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도 발현 정도가 차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회 환경을 보면 많은 사람이 이 욕구의 발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로 개인의 삶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밖에 나가면 외부의 감시, 통제적 시선의 반복에 내몰린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커질수록 점점 규제와 법규가 개인의 삶을 틀 속에 가두면서 규범의 반복이 옥죈다. 사회적 관계 속에 다양한 논쟁에 휘말리면서 사고의 덫에 갇혀 신경증의 반복을 불러온다. 이러한 지루한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은 남의 시선에서 탈출해 자기중심적 행동으로, 천편일률적 틀에서 벗어나 전에 없던 특별한 행동으로, 생각의 반복에서 벗어나 실제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힙스터 행동을 불러온다. 어떤 면에선 현대인은 잠재적 힙스터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면 행동의 동인은 무엇인가? 결핍, 문제, 불균형, 상처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이를 이겨내기 위한 보상, 해결, 균형, 치유의 발로로 행동이 일어난다. 인간의 마음은 몸과 같다.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고 일체로 볼 필요가 있다. 물리의 법칙이 인간의 마음, 정신세계에도 그대로 일어나고 적용된다. 몸을 다쳐서 상처가 나면 새살이 돋아나며 재생, 회복되듯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우리 마음은 본능적으로 회복, 재생시키려 하며 이때 보상이라는 개념이 나타난다. 힙스터 행동도 그 근원에 들어가 보면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인간행동의 근본적 동인에서 찾을 수 있으며 결국 일상탈출적, 보상적 행동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이러한 탈출 욕구로 인해 일어나는 ‘힙스터 행동’을 살펴보자. 일상과의 단절적 행위들이 해당될 것이다. 예술에 비유한다면 기존 예술 틀이나 규범을 부정하고 기성 예술의 속박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멀리하고 사상적 해석의 매달림에서 벗어나는 아방가르드(avant-garde)적 예술이 힙스터 행동과 유사하다. 영국에서는 아방가르드 시도를 장려하기 위해 영국이 낳은 화가 윌리엄 터너를 기리는 터너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한다. 터너는 기존에 사실적 풍경화 일변도로 흐르던 예술계에 상상과 낭만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입히는 혁명적 시도를 했다. 2015년도에 수상한 어셈블이라는 건축가팀은 재생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버려진 것을 살리는 혁신적 시도를 했다. 폐공장을 카페로, 폐주유소와 다리 밑을 영화관으로, 폐제재소를 수제맥주 양조장으로 재탄생시켜 세계에 다양한 혁신적 반향을 일으켰다. 힙스터 건축가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힙스터 네이밍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삶 속 모든 대상이 힙스터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모든 직업에 힙스터리즘을 적용할 수 있다. 개인도 될 수 있으며, 집단도 될 수 있다.

인간 사회는 매 순간 일상의 반복이 있지만 그 속에 아방가르드적 힙스터리즘이 상존한다. 평균, 정형화된 제도적 규범적 주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느 세대에든 존재한다. 우리 주변에도 평범을 거부한 ‘비범한 별종’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남 시선을 무시하고 틀을 깨고 행동부터 먼저 앞세운다. 표식, 징표 남기기도 좋아하는데 자기 인생에 족적을 남기면서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려 한다. 쉽고 흔하게 널려 있는 것보다는 어렵고 희소한 것들을 찾아 자기 취향과 소신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 가려 한다.

탈출적 행위 종류도 다양하다. 굿즈, 상징물과 연관된 수집(collecting), 애완(nurturing), 표현(drawing)에서부터 자기 몸에 생채기 내기(타투), 몸을 혹사시키거나 신체적 고통과 연관된 익스트림 행위들도 해당된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두 편의 소비자행동연구는 이 행동들의 의미를 일상 탈출적 개념에서 보게 한다. 의인화(anthropomorphism)효과 연구를 보면 아무리 무생물일지라도 그것이 사람처럼 느껴지면 그로 인해 일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탈출 효과가 생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신체적 고통이 일상 탈출을 위한 좋은 마케팅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사회적 상처로 인해 생각의 덫에 걸려 있을 때 적당한 신체적 고통이 덫으로부터의 탈출을 도와준다.

세 번째 단계는 힙스터 행동의 ‘범용과 일상화’를 의미한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 힙스터 행동은 탈출적 의미가 퇴색된다. 많은 사람이 찾고 행위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수많은 소모적 논쟁이 오고 가는 사이에 또 다른 무의미한 재미없는 반복적 일상이 시작된다. 평소 태생적 탈출 욕구가 강한 사람이거나 일상 반복이 매우 깊어지는 상황에 놓인 경우에는 재탈출의 욕구로 인해 또 다른 힙스터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발생한다. 최근 SNS에 사진 올리는 것을 금지하면서 스스로 핫플레이스임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대중화, 범용화가 자신들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보는 것인데 범용화 탈출에 따른 제2의 힙스터 행동이 가동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힙스터와 밀접한 개인적 성향 및 사회적 환경, 그리고 힙스터가 되기 쉬운 개인 성향

앞서 힙스터의 정신적 표상으로 인디펜던트, 프로모티브, 로코모티브를 언급했다. 이런 세 가지 정신적 표상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잘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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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행동이론에 따르면 특정한 정신적 표상 또는 심리적 특성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발생한다. 첫 번째는 개인적 요인이다. 기질적 성향 때문에 특정 표상화가 잘 일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성향에 의한 것이거나 자라면서 오랫동안 내재화된 만성적 성향에 따른 것이다. 두 번째는 환경적 요인이다. 특정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그와 관련된 특정 표상화가 쉽게 나타난다. 어른이 돼서도 특정 사회 환경에 꾸준히 노출되면 개인의 정신적 표상은 특정 방향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동안 사회심리학에는 인간의 개인적 성향을 구분하는 요인들을 많이 제시했는데 힙스터와 관련된 성향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첫 번째, 독특성 추구욕(need for uniqueness)이 있는데 이 욕구가 평소 강한 사람은 남과 다른 걸 좋아하기에 힙스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이념(political ideology)인데 평소 진보주의적(liberal) 성향을 띤 사람이 틀을 깨고 탈규제, 탈권위적 모습으로 힙스터 행동을 보일 개연성이 크다. 세 번째는 개인의 암묵적 이론(self implicit theory) 성향인데 평소에 변화론자(incremental theorist) 성격이 강한 사람일수록 바꾸고 개혁하려는 의지로 인해 힙스터적 모습을 보일 것이다.

독특성 추구욕, 정치적 이념, 암묵적 이론 성향은 지표 측정을 위한 문항이 잘 개발돼 있기에 몇 가지 질문에 간단히 답해봄으로써 힙스터 성향이나 기질이 강한지 알 수 있다. 특정 시장이나 목표 고객의 힙스터 성향을 미리 파악해 대응할 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힙스터를 촉진하는 사회 상황

최근 사회를 표현할 때 흔히 초연결(hyper connected) 사회라고 한다. 인터넷, 모바일 환경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으로 확대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연결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스마트화, 자동화를 통한 편의성을 증대시키지만 지나친 연결이 오히려 연결피로에 따른 단절 욕구를 일으키는 역설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 2]는 초연결 사회환경이 만들어내는 단절 욕구와 이후에 나타나는 후속적 보상행위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6단계에 걸쳐 순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초연결 환경에 따른 피로는 단절이라는 보상적 욕구를 발현시키고 힙스터와 같은 자기지향 단절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후 나타나는 외로움은 보상적 차원의 사회적 연결 욕구를 발현시키고 타인지향적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작은 연결이 확산돼 초연결로 커지게 되면 다시 단절 보상 욕구 발현이라는 순환적 시스템을 가동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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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의 사회가 만들어내는 역설은 이미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순수했던 작은 연결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불확실성에 따른 여러 가지 불편과 부담이 생긴다. 연결에 따른 예상치 못한 상처도 겪고 주객이 전도되면서 원래의 본질가치가 훼손되는 경험도 한다. 여전히 사회적 연결 활동이 많지만 최근 의도적 사회적 단절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전례 없는 초연결 경험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신없다. 신경이 예민해졌다’ 등의 연결에 따른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서 ‘쉬고 싶다. 끊고 싶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라는 단절 트렌드가 주된 소비로 부상하고 있다. 혼밥, 혼술, 혼행 등 혼자 하는 소비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귀인하는 것은 지나치게 인구통계적 외형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혼자 소비의 증가도 초연결 피로에 따른 의도적 단절 차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간관계 정리, 사회적 연결의 슬림화를 도와주는 책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만큼 사람들의 사회적 단절 욕구가 강해짐을 보여준다.

또한 나만의 제품, 상품, 서비스, 공간, 시간에 대한 소비 욕구도 강해지고 있다. 이른바 작은 소비(small consumption) 행위인데 스몰 럭셔리, 스몰 웨딩, 소도시 여행을 포함한 스몰 트립 등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몰, 소소함의 이면에는 나만의 시공간 향유라는 힙스터적 소비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림 2]처럼 평소 지나친 연결에 의한 피로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의 경우 단절 욕구 발현과 함께 자기지향적 단절 행동인 힙스터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단절하고 나면 나만의 시간, 휴식,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와 연결돼야만 살 수 있다. 아무리 모든 것을 가져 부족함이 없는 부자라도 혼자가 되면 외로움에 오래 살 수 없다. 단절 욕구에 따른 행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외로움을 유발하고 이러한 탈연결로 인한 사회적 결핍은 연결 욕구를 역설적으로 발생시킨다. 타인과의 연결, 공유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심적 안정감과 결핍된 사회적 본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을 보상하기 위한 연결 행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혼자 간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공유하는 식이다. 혼밥, 혼술 등의 혼자 소비를 오롯이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혼자 즐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로움이 찾아오면서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한다. 요즘엔 스마트폰 하나로 쉽게 연결된다. 오프라인의 단절 행위와 온라인의 연결 행위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역설적 반대 공존을 만들어내고 있다.

힙스터 행동은 개인과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힙스터 행동을 개인적 차원에 한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혼자 행동으로 끝나지 않고 주변 힙스터와 함께하는 집단적 힙스터 행동(인그룹 행동)으로 이어진다. (DBR minibox: 힙스터의 인그룹(in-group) 배타성 참고.) 특정 힙스터 관련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힙스터 행위에 따른 탈사회적 외로움을 달랜다.
DBR mini box I 
힙스터의 인그룹(in-group) 배타성

힙스터끼리 모이고 클럽이 만들어지면서 사회적 조류(wave)를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특권의식, 동지 의식과 같은 인그룹 지향의 집단적 배타성이 발생한다. 인그룹 집단적 배타성은 단절과 연결의 동시 추구라는 인간의 양면성을 잘 드러낸다. 대중들과 단절되는 탈사회 현상도 일어나지만 같은 성향을 띤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보상적 사회성이 나타난다. 힙스터들의 탈사회적 외로움은 인그룹 집단지향이라는 집단적 결속을 통해 보상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심리적 균형이 발현된다.

아울러 힙스터의 인그룹 배타성은 희소성의 시그널링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혼자의 행위로는 사회에 대한 시그널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특정 행위에 대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대중을 향해 자기지향적 탈규범적 행위지향성을 희소성 기반으로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인그룹 배타성은 커뮤니티를 매우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로움에 따른 보상적 연결이 작은 연결로 끝나지 않고 확산돼 초연결로 가게 되면 연결 피로가 발생한다. 초연결은 연결의 불확실성을 가져와 움츠러들게 한다. 모르는 누군가와 지나치게 연결됨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생기며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 과하게 연결됨에 따른 상처가 발생하고 다수 공유에 의한 본질가치 하락을 경험케 한다. 이는 다시 단절로 이어진다. 리사이클링이다. 작은 연결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의 연결 욕구를 잘 충족시키지만 최근의 초연결 사회 환경은 거대 연결로 이어지게 하고 이것에 따른 폐해로 최근 많은 사람이 단절 욕구 발현과 함께 또 다른 힙스터 행동, 혼자 소비, 작은 소소한 소비 등 자신만의 독특한 소비행동에 지속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힙스터를 기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 외부향 힙스터리즘 주입

기업들은 힙스터리즘에 대해 긍정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힙스터로부터 배우고 활용한다는 자세로 사내외에 힙스터 장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자사 브랜드나 제품 홍보를 위해 유명 힙스터를 데려와 바이럴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은 근시안이다. 힙스터는 세상의 보편적 평균에서 늘 벗어나 선도적 스탠스를 취한다. 따라서 이들은 아방가르드(척후병)처럼 세상 변화를 먼저 알려주기에 기업 스스로가 힙스터가 돼 항상 선행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상 밖의 세상을 살고 있는 그들과 같은 자세로 기업은 신수종을 찾고 새로운 먹거리와 미래 비즈니스 탈출구를 찾아 나서야 한다.

마케팅 방법도 진화해야 한다. 마케팅 진화는 결국 평균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예측되는 뻔한 상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마케팅의 궁극이다. 즉 늘 새로움과 비범함, 독특함을 보여주면서 주목과 함께 인지도를 올리고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 일상화, 고착된 틀, 사고의 매몰을 깨는 힙스터리즘은 미래 마케팅의 근간이다. 마케팅은 결국 시장, 소비자를 선도하는 것이며 앞으로 더욱더 이 역할이 중요하다. 대중에 맞춰 후행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대부분 기업의 마케팅은 후행적 대처와 보편적 매스시장에 대한 범용화 추격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직 차원에서는 사내에 힙스터를 유입하고 힙스터리즘을 계속 주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 전략’을 펼쳐야 한다. 기업 경영이 기존 사람과 틀, 생각에 갇혀 있는 고인 물이 되는 순간 그 기업은 세상 변화의 흐름에서 밀려나고 만다. 모든 것이 젊게, 빠르게, 가볍게, 다양하게 가는 ‘유효기간 단축시대’다. 힙스터 사이클처럼 범용화한 일상과 틀을 깨는 행동이 반복 순환되는 틀 속에서 미래 경영을 봐야 한다. 기업 경영이 고인 물이 되지 않고 흐르는 물이 되기 위해서는 계속 신규 유입되는 젊은 직원과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 당장의 돈 되는 캐시카우 직원, 고객만 바라보면 금방 유효기간이 끝나 아웃되고 만다. 좀 더 미래를 내다보면서 떠오르는 미래 잠재 직원과 고객에게 초점을 둬야 한다. 아직 어리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 속에서 기업은 진화한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크고 자라는지 봐야만 미리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힙스터를 발굴, 장려하고 그들과 함께 가는 것은 그 기업이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힙스터는 따분한 세상, 즉 이미 포화돼 유행 끝물에 가 있는 세상을 부정하고 먼저 미래에 가 있는 선도적 성격의 집단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양식에 투영된 정신적 표상이 힙스터리즘이다. 기업이 자사 운영 시스템에 힙스터 코드, 힙스터리즘을 넣는다는 것은 계속 새로움을 찾고 도전해간다는 의미다.

2. 힙스터에 대한 단순 추종은 유행 끝물 타기

초반에 언급했듯 힙스터리즘은 역발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힙스터를 쫓아가기만 하는 것은 역발상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힙스터들을 뒤늦게 쫓아가는 것은 곧 평균, 일상화하면서 유행 끝물을 타는 것이다. 힙스터 성지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것은 뒤늦게 힙스터의 역발상을 단순히 쫓아가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기업은 힙스터를 뒤늦게 쫓아가는 추종 전략을 펼쳐서는 안 된다. 스스로가 힙스터가 돼야 하며 힙스터 마인드를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역발상을 창출해가야 한다. 역발상은 일상, 평범, 기성, 평균, 획일, 유행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매번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고 난 뒤 일상화되기 전에 이미 또 다른 힙스터적 역발상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 매 순간 역발상 창출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하며 힙스터 마인드를 가지고 늘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힙스터로 주목받는 인물과 그 문화를 단순 차용하는 것은 전근대적 콘텐츠마케팅이다. (DBR minibox: 진성 힙스터 vs. 무늬만 힙스터) 힙스터를 단순 활용하는 방어적 마케팅보다는 힙스터 문화를 위한 촉진적 마케팅이 돼야 한다. 단순 편승, 활용하는 것은 스마트 사회에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등 사회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낙인만 얻을 뿐이다. 인디펜던트, 프로모티브, 로코모티브 성격을 가진 힙스터를 기업 내외부의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로 키우는 전략이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훌륭한 전략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아이템이 무엇이고, 즐겨 가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놓고서 힙스터 판단을 하는 평면적, 유추적 해석은 표제적 접근에 불과하다.
DBR mini box II 
진성 힙스터 vs. 무늬만 힙스터
진성 힙스터는 고착된 일상과 틀, 습관적 사고로부터 늘 지속적으로 단절, 탈출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초점을 두며 자기 목표 설정과 만족에 의미를 둔다. 지향점이 남에게 있지 않고 자신에게 있기에 계속 진화해간다.
하지만 무늬만 힙스터는 의도적, 상업적인 대중지향형 힙스터라고 할 수 있다. 힙스터의 본질에서 벗어나 이들에게는 ‘남에게 보여주기’가 궁극의 목표다.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며 힙스터리즘은 그저 주목을 끌기 위한 도구적 의미에 그친다.
기업이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다. 후자가 우선 눈에 띄고 상업성을 갖췄다고 후자에 초점 맞추면 그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 힙스터와 함께 조로하고 만다.
진성 힙스터 관점에서 힙스터 문화를 이해하고 그런 힙스터리즘을 사내 또는 고객향 전략에 투입하는 것은 힙스터에 대한 올바른 경영 활용법이라 할 수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in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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