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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시프트

기술만 혁신하면 소비자가 환호할까? 기술보다 혁신적 가치를 느끼게 해야

구오영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기술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혁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소비자의 가치를 외면한 기술혁신은 결국 실패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파이어폰(Fire Phone), 더멜트(The Melt),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스티치픽스(Stitch Fix) 사례 분석을 통해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제시하는 핵심 가치를 살펴봤다. 첫째, 가치 혁신은 기술의 독창성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혁신과 깊이 결부돼 있다. 둘째, 혁신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이 반드시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 기존 산업의 희생을 요하지 않는 비파괴적 시장 창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기술혁신만으론 소비자들의 지지를 결코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많은 기업이 이 점을 놓쳐 기업의 소중한 자원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다. 실제 2013년 업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출시된 구글 글라스는 비싼 가격(1500달러)에 비해 이렇다 할 효용을 제공하지 못한 채 불편한 착용감과 조작 방식,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소비자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TV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됐던 3D TV가 금세 자취를 감춘 것도, 가상현실(VR) 기술의 선두주자 오큘러스(Oculus)의 VR 헤드셋인 리프트(Rift)가 출시 전 폭발적인 관심과는 달리 지지부진한 판매 실적을 보인 것도 기술혁신의 덫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키거나 비약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혁신적인 기술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술혁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필자는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에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성공한 사례에는 블루오션 시프트적 관점을 적용해 이들의 성공 방정식을 세밀하게 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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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더멜트- ‘자기만족’에 빠진 기술혁신

2010년 아마존은 ‘타이토(Tyto)’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후 스마트폰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고 2010년 판매된 전체 모바일 기기 중 72%를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킨들’을 통해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등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 경험을 축적한 아마존은 스마트폰 개발을 통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타이토 팀에게 “소비자가 놀랄 만큼 특별하고 훌륭한 가치가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아이폰 대신 아마존의 스마트폰을 사도록 해라”라고 주문했다.

2014년 아마존은 ‘파이어폰(Fire Phone)’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을 야심 차게 공개했다. 하드웨어 측면을 보면 4.7인치의 고화질 터치스크린, 13메가픽셀 카메라 등 당시의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었다. 32기가바이트와 64기가바이트 두 모델로 AT&T와 2년 약정 시 고객이 초기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각각 199달러와 299달러였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갤럭시폰에 버금가는 가격이었다. 대신 파이어폰 구매자들은 99달러의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1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무료 배송, 비디오/뮤직 스트리밍, 킨들 전자책 대여, 클라우드와 사진 스토리지 서비스 등을 무제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 파이어폰이 자신 있게 내세운 것은 3D 효과를 극대화하는 ‘다이내믹 퍼스펙티브(Dynamic Perspective)’와 상품 검색과 구매를 손쉽게 해주는 파이어플라이(FireFly)다. 파이어폰에는 전방에 120도 카메라가 4개 달려 있는데 이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X, Y, Z 축으로 추적해 보는 위치(perspective)에 따라 스크린에 보이는 이미지의 각도가 달라 보이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이미지를 더 입체적이고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파이어플라이는 사용자가 카메라를 통해 비추는 이미지(영상, 사진, 텍스트 등)를 인식해 검색하고, 그 검색 대상을 아마존에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도록 연결해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핸드폰으로 시리얼 상자를 비추면 파이어플라이는 이미지를 시리얼 상자로 인식, 검색을 통해 상품을 알아낸 뒤 곧바로 아마존의 해당 시리얼 판매 링크로 연결해준다.

과연 이런 신기한 기능들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로 여겨졌을까? 사람들은 이 두 가지 기능이 허울만 좋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이들의 유일한 용도는 주위 사람들에게 쿨 한 기능을 자랑하고 싶을 때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다이내믹 퍼스펙티브에 참여한 개발자 역시 “우리는 상상을 초월한 돈을 퍼부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능이 고객들에게는 아무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파이어폰은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특성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파이어폰 유저들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찾기 힘들었다. 제품 출시 6주 만에 199달러에서 단돈 99센트로 가격을 떨어뜨렸지만 파이어폰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13개월 만에 파이어폰을 단종시켰다. 아마존은 2014년 3분기에 4억3700만 달러 손실이라는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엔 실리콘밸리에서 한때 주목받았던 루키 조너선 캐플런의 더멜트(The Melt)라는 그릴 치즈 샌드위치 체인점을 살펴보자. 그릴 치즈 샌드위치는 미국 가정에서 흔히 먹는 점심, 간식 메뉴로 아이들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요리가 가능하다. 캐플런은 2011년 문을 연 더멜트가 기술혁신을 통해 현존하는 그릴 치즈 샌드위치의 위상과 통념을 깨고 패스트 캐쥬얼 레스토랑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5년 내로 미국 전역에 500개의 체인점을 운영한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완벽하게 녹인 치즈’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작인 플립(Flip) 카메라를 시스코(Cisco)에 5억9000만 달러에 판매한 그의 명성답게 실리콘밸리와 레스토랑 업계의 큰손들이 참여했다. 첫 매장을 열기도 전에 2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며 미슐랭 스타 셰프와 애플의 전 임원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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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멜트는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와 합작해 획기적인 기술을 이용한 샌드위치 토스터를 개발했다. 샌드위치를 토스터에 넣고 양쪽에서 누르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토스터의 양면 팬에 빵을 넣으면 기계가 온도, 시간, 압력을 계산한 후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약 45초 만에 치즈를 알맞게 녹여 빵을 찌그러뜨리지 않고도 최상의 쫀득함을 가진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과정은 토스터의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므로 숙달된 주방장이 아니어도 레스토랑 퀄러티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단돈 5달러에 먹을 수 있다.

더멜트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험 또한 여느 레스토랑과는 달랐다. 고객들은 직원들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완벽한 상태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모바일 앱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고,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의 위치를 파악해 도착 시각에 맞춰 샌드위치가 완성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배달에도 혁신을 꾀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스마트박스라는 배달상자를 만들었는데, 오븐에 바퀴가 달린 형태의 이 상자가 습기, 온도, 공기의 순환을 조절함으로써 한 시간이 지나도 바삭한 빵의 겉면과 쫀득거리는 치즈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과연 캐플런의 ‘혁명적 기술로 만든’ 더멜트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는 기존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보다 혁명적으로 맛있었을까? 일렉트로룩스의 토스터는 말을 잘 안 듣기 일쑤였고 효율성과 스피드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의 맛과 질은 떨어진다는 평이 우세했다. 익명의 고객은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인지도로 떠들썩한 기대를 만든 더멜트였지만 정작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잊었다”고 평했다. 더멜트의 전 사원은 “기술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최대 약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멜트의 메뉴 또한 문제였다. 총 5가지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수프와 함께 판매하는 단출한 메뉴는 저녁식사로 인기를 끌지 못해 저녁시간 내내 이렇다 할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5년 내 미국 전역에 500개 매장을 낸다는 초기 계획과는 대조적으로 더멜트는 창업한 지 6년이 지난 2017년 현재 18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그쳤다.

아마존의 파이어폰과 더멜트의 실패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의 가치를 혁신하는 데 실패한 기술혁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파이어폰의 전례 없던 3D 효과와 더멜트의 마이크로파가 45초 만에 치즈를 알맞게 데워주는 기술은 잔재주에 불과했을 뿐 고객이 의미 있다고 여기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경영자가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기술혁신으로 경쟁적 우위를 점하는 데만 매달린다면 상업적 실패라는 큰 비용을 지불할 확률이 높다. 첨단 기술 자체에 얽매여 소비자가 의미 있다고 여길 만한 본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간과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는 기술혁신만이 의미가 있다. 기술혁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 고객 가치의 혁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비욘드미트와 스티치픽스 - 고객의 가려움 해소한 ‘기술혁신’, 새로운 시장을 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혁신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근래 들어 더욱 강조되는 창의성 개발 훈련이 그 열쇠일까? 기업가정신을 내세워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반복하면서 언젠가는 보상받을 앞날을 꿈꿔야 할까? 블루오션 시프트는 고객도 몰랐던 문제점을 발견하고 숨겨진 가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사고방식의 변화와 방법론을 제시한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면서 누구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신시장을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일깨워준다.

아래 소개할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전례 없던 고객가치를 성공적으로 창출한 예다. 이들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먼저 파악하고 이것을 구현해내는 데 최첨단 기술을 활용했다.

1) 비욘드미트(Beyond Meat),대체 고기 시장을 넘어서다

햄버거 고기가 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다. 빨갛던 고기가 육즙을 내뿜으며 소리로, 냄새로, 눈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인 햄버거. 만약 이 햄버거 패티가 사실은 고기가 아니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육류의 대용품을 만드는 대체 고기 시장은 육류의 여러 문제(건강에 해로운 점, 공장식 사육에서 오는 동물 학대 문제, 동물 사육에서 야기되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제 등)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부상해왔다. 미국 가정의 12% 정도가 소비하는 3억4000만 달러 규모의 대체 고기 시장은 연 3∼5%의 성장률로 확대되고 있다.

채식 전문 식품업체가 바이오제작(bio facturing) 기술에 투자하며 동물 세포 배양 기술이나 식물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 고기를 만들어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욘드미트(Beyond Meat)도 이 중 하나다. 2009년 회사를 설립한 이던 브라운(Ethan Brown)은 가족농장에서 주말을 보내던 어린 시절 농장의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고 이들의 복지에 대해 걱정하면서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소위 ‘가짜 고기’ 제품에 실망하면서 직접 회사를 차려 진짜 고기 같은 대체 고기를 만들고자 했다.

이전까지 대체 고기 시장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채식업의 한 카테고리로 인식됐다. 대체 고기(또는 채식성 고기, vegan meat)는 채식의 장점(건강한 식단과 친환경성)에 어필하며 현존하는 채식 시장의 수요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대체 고기는 영양상 육류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고기의 모양, 맛, 질감 등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존하는 채식 수요에 집중한 대체 고기 시장은 더 큰 수요의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영양적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고기의 겉모습, 맛과 질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가치 상충 관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고 대체 고기 식품의 종류를 늘려 채식주의자에게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데만 집중했다.

비욘드미트의 생각은 달랐다. 브라운은 육류 시장과 채식 시장의 뚜렷한 경계를 없애고 새로운 콘셉트의 식물 유래(plant-based) 고기를 만들고자 했다. 다시 말해 진짜 고기와 가짜 고기의 구분을 없애고 육식주의자도 기꺼이 먹고 싶을 만큼 맛있는 고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닭고기와 소고기의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브라운은 미주리대(University of Missouri)의 푸훙 시에(Fu-Hung Hsieh) 교수와 엔지니어인 해럴드 허프(Harold Huff)가 개발한 기술을 라이선싱했다.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곡물 가루를 배합해 최적의 수분 함량을 맞춘 후 기계로 압착해 고기와 같은 섬유 조직을 만드는 기술이다. 2012년 첫 작품인 닭고기 대용 고기(Chicken -Free Strips)가 출시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2013년 비욘드치킨을 맛보고는 “진짜 치킨과 차이를 모르겠다”며 비욘드미트에 투자를 결정했다. 2016년 출시한 비욘드버거(Beyond Burger)는 일반 햄버거 고기와 같은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지만 철분은 두 배로 늘었고 포화지방은 반으로 줄었으며 콜레스테롤 함량은 0이다. 전국적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Whole Foods)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기존 대체 고기는 채식 코너의 일부로 입점돼 있는 반면 비욘드버거의 생고기는 육류 코너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비욘드미트는 채식 산업의 기존 고객이 아닌 비고객으로 눈을 돌려 그들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고 했다. 현존하는 대체 고기를 사지 않는 비고객은 누구이며, 왜 대체 고기를 사지 않는지를 이해해 채식 산업 경계 너머에 있는 개척되지 않은 수요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잠재된 수요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도구로서 블루오션 시프트를 적용해볼 수 있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비고객의 3계층’을 제시한다. 우선 기존 채식산업 내의 대체 고기 시장에서 ‘곧 비고객이 될’ 사람들이 바로 첫 번째 비고객이다. 원해서가 아니라 대체 고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 마지못해 소비했던 채식주의자들이다. 그들은 현재의 가짜 고기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고기의 영양분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다. 만약 진짜 고기와 같은 모양과 맛, 질감을 가진 대체 고기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현재 시장을 떠날 수 있다. 대체 고기를 ‘거부하는’ 비고객인 두 번째 계층은 육식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인공적 느낌의 대체 고기를 거부하고 입맛에 익숙한 진짜 고기를 소비한다. 시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개척되지 않은’ 비고객인 세 번째 계층은 개인 소비자가 아닌 레스토랑 업계와 일반 음식 제조업체다. 이 B2B 시장은 채식 레스토랑이나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일반 레스토랑을 포함한다.

비욘드미트는 채식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육류시장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들은 육류 코너 한 편에 자리 잡은 비욘드미트의 생고기를 골라 햄버거 패티를 굽는다. 패티가 구워지면서 나는 소리, 기름이 배어 나오면서 빨간 고기가 익어가는 과정, 고기가 익는 냄새와 고기가 탄 자국까지 육류 햄버거를 굽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비슷하다.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먹으면 패티가 머금었던 비트 주스로 만든 육즙이 흘러나오고, 씹히는 육질과 맛도 고기로 만든 햄버거와 차이점이 없다고 소비자들은 말한다.

대체 고기가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방식도 바꿨다. 의사나 영양사를 전면에 내세워 육식 고기의 단점을 부각하면서 대체 고기의 영양적 가치를 강조하는 기존 채식 업체의 사고에서 벗어났다. ‘대체재’로서가 아닌 ‘맛있는’ 고기임을 부각하려 했다.

비욘드미트는 운동량이 많아 육식이 필수인 유명 운동선수를 내세워 식물 유래 단백질로 만든 고기도 동일한 영양적 가치가 있음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진짜 고기만큼 ‘맛있는’ 대체 고기임을 내세웠다.

비욘드미트는 현재 홀푸드와 세이프웨이를 비롯한 미국 내 슈퍼마켓 1만9000개 지점에 입점해 있으며 TGIF와 같은 레스토랑의 메뉴로 납품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대형 식품유통 업체인 시스코(Sysco)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앞으로 호텔, 레스토랑 체인, 학교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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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티치픽스(Stitch Fix), ‘퍼스널 스타일링’으로 개척한 온라인 패션 시장

스티치픽스(Stich Fix) 창업자 카트리나 레이크(Katrina Lake)는 검정 원피스를 사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보며 인터넷 의류 쇼핑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비대해진 온라인 의류 쇼핑 시장에서 원하는 패션 아이템을 검색하고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선택지의 폭이 지나치게 넓었다. 고객들은 이러한 고통스러운 쇼핑의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고 기존 온라인 의류 업체 또한 이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터넷 의류 쇼핑 업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다양하게, 더 싼 가격으로, 더 빨리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고르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쇼핑의 과정이다. 하지만 스티치픽스는 쇼핑의 개념과 방식을 통째로 바꿨다. 사용자가 자신의 키, 몸무게 등의 신체 정보와 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상세히 입력한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 계정을 제공하면 스티치픽스는 AI(인공지능)와 스타일리스트와의 협업으로 그 고객만의 특별한 의류 컬렉션을 만든다. 각 의류 아이템을 스타일링할 수 있는 팁을 담은 노트와 함께 고객에게 전달된다. 대부분 평균 55달러의 중저가 의류다.

스티치픽스를 통해 의류를 배송받는 고객들은 박스 안의 상품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자를 열어보는 즐거움도 있다. 고객은 의상을 입어 본 후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섯 가지 아이템 중에 본인이 선택할 옷은 구매를 하고, 원하지 않는 옷은 반송 이유를 적어 제공된 무료 반송용 봉투에 넣어 보낸다.

모든 아이템을 반송할 경우엔 20달러의 스타일링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하나라도 구매할 경우엔 스타일링 비용은 상쇄되고, 다섯 아이템 모두 구매를 할 경우엔 전체 가격의 25%를 할인해 준다.

기존 온라인 의류 쇼핑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의류 쇼핑의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며 성장했다. 따라서 오프라인 쇼핑의 단점(제한된 영업시간과 매장에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 등)을 부각하며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온라인 의류 쇼핑이 산업의 기본 가정과 경계를 자연스럽게 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 쇼핑 산업에 있는 기존 업체들도 이 조건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산업 내 존재하는 문제점들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된다.

블루오션 시프트의 ‘구매자 효용성 지도’는 기존 산업의 관행을 한눈에 파악하고 고객 효용을 가로막는 문제점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 의류 쇼핑의 구매자 효용성 지도를 그려보면 현존하는 온라인 의류 업체들은 구매자 경험 주기의 한두 단계, 몇 가지 효용성을 제공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의류 쇼핑 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옵션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들은 몇십 페이지가 넘어가는 물품 목록에서 관심 있는 물품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각 물품의 고객 리뷰를 읽어보며 때로는 상충되는 고객 구매 평가로 혼란스러워 하기도 하고 제품 이미지를 비롯한 자세한 물품 정보를 확인해 구매의 실패 확률을 줄이려 노력한다.

스티치픽스는 기존 업계의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구매자 효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구매자들은 상품 검색 시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상품 목록에 압도당하고, 원하는 아이템을 찾을 때까지 긴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둘째, 오프라인 의류 쇼핑 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매장 직원과 같은 인간적인 요소의 부족으로 조언을 해줄 전문가와의 상호작용이 없다. 셋째, 선택한 의류를 입을 때 다른 의류 아이템과 같이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스티치픽스는 기존 업계에서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발견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바꿨다. 개인의 체형과 취향에 맞을 법한 옷을 대신 골라 검색과 구매 과정의 감정적 소모, 비효율성을 없앤 새로운 쇼핑 방식인 큐레이팅 쇼핑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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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해 잘 아는 믿음직하고 능숙한 스타일리스트가 의류를 추천해 주는 것처럼 나의 취향과 내 몸에 잘 맞고 어울리는 옷을 골라서 제시하는 스티치픽스의 전례 없던 가치는 혁신적 기술로 실현됐다. 고객과 스타일리스트를 직접 연결하는 대신 그 사이에 AI를 도입함으로써 스타일리스트가 아이템을 고르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의류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전통적 의류 판매 회사이지만 기술 회사라고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티치픽스는 2012년 넷플릭스에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에릭 콜슨(Eric Colson)을 영입한 이후 대규모 데이터 과학자팀을 구축, 고객의 취향을 가장 정확히 간파해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좋아할 만한 의류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했다.

스티치픽스의 고객은 가입 시 60가지가 넘는 폭넓고 깊이 있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알고리즘은 수십만 개의 아이템 중에 가장 고객의 취향에 맞을 법한 물품을 찾아 필터링한다. 알고리즘 기술은 딥러닝을 통해 고객의 취향을 더 정확히 짚어낸다. 고객이 더 자주 이용할수록 정교한 추천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술과 데이터 과학이 전부는 아니다. 최종 결정은 숙련된 스타일리스트가 필터링된 아이템 중 다섯 가지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주문 시 특별 요청 사항을 명시할 수 있는데 스타일리스트들은 이 특별 요청을 반영하고 자신의 노하우와 예술적 감각을 사용해 고객을 위한 아이템을 고르는 감정적이고 ‘인간다운’ 과정을 거친다. 또한 스타일리스트는 고객에게 추천 품목에 대한 개인적 코멘트를 담은 노트를 보내기도 한다.

스티치픽스는 2011년 창업 이후 급성장했다. 초기 한 달에 100여 건이던 주문 건수는 2013년 2500여 건으로 증가했고 창업 3년 만에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 사업 분야도 점차 넓혀서 일반 여성 의류에서 프리미엄, 플러스 사이즈, 임부복 라인을 추가했고 남성들을 위한 스티치픽스 멘(Stitch Fix Men)도 시작했다. 2017년 연 매출 9억77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45%에 해당하는 4억3400만 달러에 달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효 회원 수는 220만 명까지 늘었다. 2017년 11월 나스닥에 상장돼 주가가 6주 만에 두 배로 상승(15달러 → 29달러)해 같은 해 12월 말 기준 스티치픽스의 가치는 약 28억 달러를 기록했다.

고객 데이터를 사용한 개인화(personaliza tion) 서비스는 온라인 의류 시장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기보다는 고객의 구매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스티치픽스는 시장의 경계와 기존 관행에 대해 고정관념을 없앰으로써 구매자가 온라인 의류 쇼핑을 하는 전체적인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포착해 맞춤형 온라인 의류 판매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스티치픽스는 시간이 없어 쇼핑을 하지 못했던 워킹맘, 직장 여성뿐만 아니라 패션에 관심이 없어 쇼핑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방식의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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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로 창출된 새로운 시장,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

보통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면 기존 시장을 뒤엎고 대체하는 파괴적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비욘드미트와 스티치픽스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장을 파괴하지 않았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그림 4]와 같이 시장 창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어떠한 전략적 접근을 하느냐에 따라 성장 모델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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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미트는 대체 고기 시장의 문제점을 재정의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대체 고기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스티치픽스의 경우엔 온라인 의류 시장의 문제점을 재정의해 소비자들조차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퍼스널 스타일링(personalized styling)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다. 스티치픽스가 현재 고용 중인 스타일리스트는 3500여명.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셈이다. 많은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고민한다. 위기감에 빠져 새로운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신기술에 바탕을 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위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고객과 비고객을 파악하지 않은 기술혁신은 결국 실패다. 비욘드미트는 잠재적 고객을 파악하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도입한 새로운 기술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스티치픽스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그것을 통해 혁신적인 소비자 가치를 창출해냈다. 이를 통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혁신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구오영 인사이드(INSEAD) 블루오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ohyoung.koo@insead.edu
필자는 인시아드 블루오션전략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으로 전 세계 블루오션 시프트와 블루오션 전략에 관한 연구와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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