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 경험 없는 NBA감독이 성공하는 이유

232호 (2017년 9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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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겸


KBL(Korean Basketball League)에 프로농구 선수로 뛴 경험이 없는 현역 감독이 몇 명이나 될까? 한 명도 없다. 프로농구 감독으로 성공하기 위해 프로농구 선수 경험이 필수라는 농구계의 절대적인 믿음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선수 경험이 감독의 성공에 필수 요소일까? KBL만 분석해서는 이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없다. KBL에는 프로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이 아예 없어 경험이 있는 감독과 없는 감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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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국 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는 어떨까? NBA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이 있기는 할까? 있다면 몇 명이나 있으며, 감독직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현재 현역 감독 30명 중 NBA 선수로 뛴 경험이 전혀 없는 감독이 17명이나 된다. 선수 경험이 있는 감독은 13명뿐이다. 현역 최고 감독으로 꼽히는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의 그렉 포포비치(Gregg Popovich)도 NBA 선수 경험이 없다. NBA 역사상 최초로 20시즌 연속 정규시즌 6할 이상 승률과 18시즌 연속 정규시즌 50승 위업을 달성했으며 다섯 번 우승과 함께 올해의 감독상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올해로 22년째 스퍼스 한 팀에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 4대 스포츠를 통틀어서 한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임 중인 감독이다.

명문구단 보스턴 셀틱스(Boston Celtics)의 젊은 리더 브래드 스티븐스(Brad Stevens)도 NBA 선수 경험이 전혀 없다. 그는 대학 3부 리그 선수 출신이다. 졸업 후엔 제약회사에서 근무했다. 버틀러대(Butler University)에서 무보수 코치로 시작해서 팀을 2년 연속 전미대학농구 결승으로 이끈 후 2013년에 셀틱스 헤드코치가 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NBA 경험이 없는 그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중하위권에 머물던 셀틱스팀을 3년 만에 2016-2017 NBA 정규시즌 동부컨퍼런스 우승으로 이끌었다. 65%의 높은 승률이었다. 그것도 변변한 슈퍼스타 하나 없이 말이다.

포포비치와 스티븐스 이외에도 NBA 선수 경험 없이 성공한 현역 NBA 감독이 즐비하다. 4년 연속 NBA 결승에 진출하고 2번 우승을 차지한 마이애미 히트(Miami Heat)의 에릭 스폴스트라(Erik Spoelstra) 감독과 2015년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애틀란타 호크스(Atlanta Hawks)의 마이크 부덴홀저(Mike Budenholzer) 감독도 NBA 선수 경험이 전혀 없다. 일반적인 NBA 감독 계약기간은 3년인데, 3년 넘게 한 팀에서 감독직을 유지하고 있는 인정받은 현역 감독 9명 중 7명이 NBA 선수 경험이 없다. 이렇다 보니 최근 NBA에서 NBA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을 임명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사실 NBA에서도 NBA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통념이었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고 NBA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뛰어난 감독을 선발하고자 하는 KBL을 포함한 스포츠팀들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경영학적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NBA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들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경험과 공감(empathy)의 역설이다. 서양 격언에 “Before you criticize a man, walk a mile in his shoes”라는 말이 있다. 같은 경험을 해보게 되면 남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즉, 구성원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리더가 구성원들과 더욱 잘 공감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똑같은 어려움을 과거에 겪은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타인의 비슷한 어려움에 대해 함께 힘들어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NBA의 경우를 예로 들면 NBA 선수 경험이 있는 감독들이 NBA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들보다 선수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NBA 선수 경험 없이 성공한 NBA 감독들을 분석한 결과도 이러한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 포포비치, 스티븐스, 스폴스트라 모두 다른 어떤 감독들보다도 선수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이 뛰어나다. 즉 일반적인 상식과 반대되는, 역설적인 공감능력이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들의 성공 비결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경험의 공유가 오히려 공감의 걸림돌이 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공감 간극 효과(empathy gap)다. 인간은 과거에 겪은 일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거의 어려움이 실제보다 훨씬 견딜 만한 일이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공감 간극 효과 때문에 감독들이 자기 팀 선수가 현재 겪고 있는 스트레스, 슬럼프, 개인 문제 등을 “내 기억에 이런 일들은 별로 힘들진 않았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이다. 선수들이 느끼는 어려움의 강도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 이미 그 어려움을 극복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어려움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노력’만 한다면 능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슬럼프에 고통받고 있는 선수를 대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 감독은 오히려 “NBA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는 일인데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선수 탓으로 돌려버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NBA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술만을 가르치는 트레이너 자리가 아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 기술과 운동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활용해야 하는 리더 자리다. 이러한 리더에게 공감과 소통 능력이 필수인데 기존 상식과는 반대로 NBA 선수 경험이 없는 감독들이 오히려 뛰어난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경험과 공감의 역설은 NBA와 KBL팀들과 같은 스포츠 조직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느꼈는지에 비춰보는 것이 ‘구성원 입장’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과 공감의 역설은 리더가 똑같은 경험을 가지고 이를 떠올리는 것이 오히려 구성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구성원들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리더가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경험 있는 리더의 공감 결여는 조직 사기와 역량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그렇지 않은 리더의 공감 결여보다 더욱 클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들은 어떻게 이런 경험과 공감의 역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조직행위론 전문가들은 기본으로 돌아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주장했던 것처럼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세상을 판단하려는 개인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조차도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진정한 소통과 공감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과거 행적이나 경력을 리더나 인재를 선발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맹신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다. NBA의 예에서 보았듯이 과거 경험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리더의 경험은 공감과 소통에 결정적 장애요인이 될 수 있으며 조직의 사기와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어떠한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없다는 존 로크(John Loke)의 명언은 경험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한 지식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NBA 팀들은 최근 들어 이러한 경험과 공감의 역설을 이해하고 감독 선임 등 팀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스포츠팀, 일반 기업 모두 한번쯤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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