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의 역할은 ‘수다꾼’ 아닌 효율성. 알고리즘보다 데이터 품질 높여야

228호 (2017년 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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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페이스북 메신저에 활동 중인 기업용, 개인용 챗봇이 10만 개를 돌파했다. 미국 기업의 31%가 챗봇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챗봇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고려해야 할 점.

1. 도입 목적을 확실히 정하고 용도는 되도록 좁게 설정하라
2. 질문/대답 데이터 확보부터 시작하라
3. 텍스트 대화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준비하라
4. 용도에 맞게 인앱(in-app) 방식과 메신저 플랫폼 중에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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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최근 임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1 현재까지 기업의 4%만이 챗봇을 배포했지만 31%가 챗봇을 테스트 중이거나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챗봇을 도입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많다. 또 페이스북에 따르면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운영되는 기업과 개인의 챗봇은 현재 약 10만 개이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글에선 챗봇이 무엇이길래 다들 만들려고 하는지, 남들도 다 준비하고 있다는데 왜 내가 쓰고 있는 챗봇이 없는지, 챗봇의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또 그래도 챗봇을 만들겠다면 어떤 챗봇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를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방법론을 소개한다.



챗봇은 무엇인가

챗봇(chat bot)은 대화형 인터페이스상에서 규칙 또는 인공지능(AI)으로 유저와 인터랙션하는 서비스, 쉽게 말하면 대화를 하는 로봇이다. 전화로 하는 ARS 자동응답시스템이 인터넷 메신저 환경 안으로 들여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폰의 시리는 목소리 봇(Voice bot)이고, 시리가 메신저 안으로 들어와 목소리가 아닌 문자로 나와 대화하는 것이 챗봇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한 번쯤은 다 써봤을 ‘심심이’나 카카오 옐로아이디도 챗봇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들이 대중화되면서 챗봇에 대한 기대도 무르익었다. 한국인의 카카오톡 이용률은 92%에 달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봐도 그렇다. 페이스북 메신저(2017년 4월 기준) 왓츠앱(2017년 1월 기준) 사용자 수는 각각 12억 명을 넘었다. 중국의 위챗은 9억 명이 쓴다. 모바일 메신저의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활용범위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택배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물품을 배송할 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한다. 몇 시쯤 택배가 도착할 예정이니 받아달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소비자가 “저 오늘 집에 없는데 내일 와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말한다고 해보자. 메신저 플랫폼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직원이 채팅창에서 1대1로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아예 불가능할 때도 있다. 이런 채팅 인터페이스에서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챗봇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챗봇을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챗봇의 장점

1. 반응이 즉각적이다.

소비자가 쇼핑몰에 무언가를 문의하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전화를 하거나 e메일, 게시판 등에 글을 남겨야 한다. 이런 응답에 바로 대답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챗봇은 자동화된 기계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대답한다. 기다릴 필요가 없다.

2. 내가 원하는 시간에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질문을 보낼 수 있고, 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답을 확인할 수 있다. 질문을 던져놓고 회의에 다녀와서 확인해도 괜찮다. 이 부분에서 챗봇이 보이스봇들에 비해서도 우위를 가진다. 보이스봇은 시간의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 개인화된 대화가 가능하다.

챗봇은 대화를 기억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기억된 내용을 토대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좀 더 개인화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내가 주문한 신발의 사이즈가 240이라고 한 번 알려주면 다음부터는 그것을 반복해 이야기해 줄 필요가 없다.

4.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다.

봇은 인터넷 메신저 등에서 빠르게 실행(loading)된다. 소비자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자신이 이미 사용하는 메신저에서 상대를 찾아 바로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이는 소비자에게 전용 앱을 깔게 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덜 번거롭다.

5. 쉽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버튼, 영상, 이미지 등을 눌러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개별 브랜드마다 다른 형식으로 디자인/설계돼 있어 각각의 앱/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브랜드마다, 사이트마다 검색메뉴나 사이트맵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늘 반복된다. 반면 ‘대화’는 사람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다. 쇼핑몰이라면 ‘메뉴 보여줘’라든지, ‘잘 팔리는 옷들 보여줘’라는 식으로 대화를 통해 상품을 탐색할 수 있다.



챗봇의 한계

물론 챗봇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장점만 가득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챗봇에게도 아직 말 못 할 속사정이 있다. 그 한계점들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가 없다.

챗봇에 쓰이는 인공지능 기술은 기본적으로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화가 가능한 챗봇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생성모델과 검색모델의 2가지가 있다. 엄청난 양의 대화 데이터를 넣어 이를 바탕으로 기계가 말을 생성하게 하는 방법이 생성모델이다. 검색모델은 예상되는 질문과 대답의 쌍을 미리 만들어 놓고 상대방의 질문 의도가 파악되면 거기에 맞는 답을 검색해 출력해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챗봇을 만들려는 기업들에 역설적으로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임기응변식으로 고객센터 상담원이나 매장의 세일즈매니저들의 개인적 역량에 의존해 고객에게 대응해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에 챗봇들의 대화 능력은 대부분 기업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데이터를 만들자니 어떻게 만들지 모르겠고, 언제 다 만드나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기업들이 많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모두가 시작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2. 챗봇이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컴퓨터가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를 처리하게 하는 것은 아직 너무 어렵다. 알면 알수록 더욱더 큰 좌절감을 느끼는 분야가 자연어 처리다. 특히 기업용 챗봇의 경우 비즈니스 로직처럼 사람이 설계해야 하고 개입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3.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그래픽 인터페이스보다 비효율적일 수 있다.

영화 티켓을 예약한다고 생각해보자. 3명이 어느 도시의 어느 극장, 어느 영화, 어느 시간대, 어떤 자리에 앉고 싶다. 이런 정보들을 만족시키는 티켓 예약을 문자 기반의 챗봇으로 하려면 정말로 긴 타래의 대화가 필요하다. 반면 웹/앱의 예약기능을 활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림을 보면서 영화관과 회차, 좌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화형 UX가 어디에서나 최고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런 한계점들 때문에 챗봇은 아직 사람들의 기대에 조금 못 미치거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챗봇을 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또 인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화형 인터랙션이 앞으로 IT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분야별 챗봇 사용 사례

이제 분야별로 사용되고 있는 챗봇을 살펴보며 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포인트를 알아보자.



1. 커머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 전체 매출 중에 모바일앱으로 주문과 결제까지 이뤄지는 부분이 현재 7%에 달한다. 이 수치는 지난해 3%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친절하고 상냥한 바리스타에게 주문하는 것도 좋지만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지 않고 빨리 내 폰으로 주문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계속 많아지는 추세다. 모바일 주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시애틀 본사에서는 모바일 주문만을 위한 스토어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가? 챗봇을 도입하면 고객의 주문 히스토리, 대화를 통해 개인화된 주문을 신속하게 도와줄 수 있다. 고객의 구매 경험도 개선할 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게 기획한 챗봇이 ‘마이 스타벅스 바리스타(My Starbucks Barista)’다. 커피 주문을 도와주는 이 챗봇은 스타벅스 앱 안에서 동작하는 인앱(in-app) 형태로, 아마존의 알렉사 엔진을 쓰고 있다. 2017년 여름에 정식 서비스가 예정돼 있으며 회사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초록색과 무채색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는 UI를 갖고 있다. 음성 대화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 스타벅스 매장의 바리스타를 연상시키는 젊고 경쾌한 목소리가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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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숙박 예약앱인 ‘여기어때’가 선도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회사가 만든 AI챗봇 ‘알프레도’는 숙소의 위치, 투숙 인원 등 간단한 문의부터 예약 변경과 숙소 추천까지 가능하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숙소 예약까지 이어진 경우는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2000건이었고, 단순 이용자는 4만 명이었다. 알프레도의 기능 중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숙소 추천 기능이다. 이는 챗봇이 기존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측면에서 활용될 때 특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마다 원하는 상품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웹사이트나 앱에서 사용자에게 맞는 추천을 해주기는 쉽지 않은데 챗봇이 그런 니즈를 채워주는 것이다.



2. 금융 - 은행봇

핀테크 챗봇과 함께 AI 뱅킹 시대가 열렸다. 사람들의 행동패턴이 ‘대면’보다는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됨에 따라 고객의 모바일 경험성을 높이는 일은 모든 기업의 당면과제가 됐다. 영업지점을 나날이 줄여가는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점을 줄이면서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챗봇이다.

금융권의 챗봇 열풍은 이미 시작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소비자의 행동양식 변화에 맞춰간다는 차원뿐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챗봇을 만들고 있다. 2017년 여름에 인공지능 금융비서인 에리카(Erica)를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 이름 ‘America’의 마지막 여섯 글자를 딴 것이다. 에리카는 ‘마이 스타벅스 바리스타’처럼 뱅크오브아메리카 전용 모바일앱에 포함된 인앱(In-app) 챗봇으로 음성과 텍스트를 모두 지원한다. 잔고 확인과 같은 기본적 업무뿐 아니라 인공지능 예측분석 기술을 사용해 고객의 신용카드 대금 납부, 잔액 확인 및 대출상환 등을 돕고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교육용 비디오 및 기타 자료를 확인하는 것을 도와주도록 기획됐다.

에리카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가상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에리카가 고객의 휴대폰으로 “박서준 님, 부채를 줄이면서 3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찾았습니다”와 같은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면 고객은 앱을 실행해 더 자세한 조언을 볼 수 있다. “평균 월별 지출 경향으로 볼 때 이번 달에는 15만 원을 더 쓸 것으로 보입니다. ABC카드 리펀드 프로그램으로 납부하면 연 최대 30만 원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두 번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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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금융업계의 챗봇은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개별 금융사가 챗봇을 만들 수도 있지만 타 기업들이 자사의 챗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API 형태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스터카드는 챗봇 API를 외부 온라인 쇼핑몰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하고 있다. 쇼핑몰 고객들이 다른 카드가 아니라 마스터카드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챗봇의 활용도를 확장하는 사례다.

3. 생활 유틸리티

쇼핑을 도와주거나 금융 서비스를 대체하는 엄청난 미션 말고도 소소한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챗봇들이 많다. 일기예보, 스케줄 관리, 알람, 지하철 노선도 등이다. 젠틀파이가 만든 날씨 챗봇 ‘날보’는 가장 간단한 형태인 일기예보 챗봇으로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사용한다. “내일 서울 날씨 어때?”라고 물어보면 날씨를 알려주고 아주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다. 날보의 특징은 정보 전달 외에도 날씨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늘 긍정적인 성격으로 행복하게 날씨를 들려주는 ‘감성’ 요소에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다. 대화에 따라 날보의 말투나 그림 등이 적절히 바뀌며 실제 나무늘보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 한다. 날씨는 어디서건 확인할 수 있지만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장점을 살려 사용자와의 감성적 인터랙션을 고려했다. 챗봇의 기능이 아주 간단하더라도 대화 환경의 접근성과 감성적 만족도를 높인다면 다양한 사업적 활용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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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객지원

고객지원 챗봇은 많은 브랜드들의 꿈이다. ‘지금 콜센터 직원이 100명인데 챗봇으로 0명으로 만들겠어’라는 목표를 갖기도 한다. 아쉽지만 그런 일이 2017년에는 이뤄질 수 없다. 고객의 요구사항이 매우 다양하고,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예측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객센터의 챗봇은 여전히 FAQ(자주 묻는 질문)성의 문제만을 해결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소용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의류쇼핑몰의 경우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질문은 ‘내 옷 언제 도착하느냐?’다. 이런 문제만이라도 챗봇이 해결해준다면 상당한 인력을 줄일 수 있다. 모든 고객지원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업무’를 챗봇화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뿐 아니라 공기관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최근 만난 한 정부부처 담당자는 각 부처에서 챗봇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전했다. 관공서에 들어오는 민원 질문들은 너무나 비슷하다. 관공서에서도 담당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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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 웹사이트(http://www.fedex.com/us)에 들어가 보자. 오른쪽 하단에 보면 ‘Ask FedEx’라는 탭이 있다. 이것을 클릭해 열면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지점 정보를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웹사이트의 지점 찾기 메뉴를 링크로 연결해준다. ‘LA에서 서울까지 오는 택배용품 받는 시간이 얼마나 걸려?’라고 물어보면 또 웹사이트의 해당 메뉴로 연결해주며 ‘어떤 단계를 밟으면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해준다. 이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1+1은 2야’라는 방식이 아니라 ‘1+1의 답은 우리 사이트의 여기에 나와 있어. 여기로 가봐’라는 방식이다. 페덱스 챗봇은 인공지능으로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기술이라도 고객이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보다 나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 ‘채팅’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라면 어디든지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보여주고 있다.

5. 기업 내 업무환경 개선

내부 커뮤니케이션 효율화를 위해 회사 내부에서도 챗봇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내부 지원부서의 경우 타 부서로부터 들어오는 요청 사항은 늘 비슷하다. 인사팀이나 IT지원팀이라면 더 깊이 공감할 만한 문제다. ‘그거 인트라넷 게시판을 어디 어디를 검색해보면 나와 있습니다, 사내 게시판 검색을 생활화해주세요’라고 말해줘 봐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타 부서 직원들은 번거롭게 인트라넷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담당자에게 전화 한 통 걸어 질문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팀에 자주 들어오는 질문과 답변을 모아서 챗봇을 구성해볼 수 있다. 엄청나게 자세한 답변을 해주지 않아도 좋다. 페덱스 챗봇의 경우처럼 해당 인트라넷 페이지로 연결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챗봇 구성에 쓰이는 데이터베이스는 차근차근 업데이트를 해도 된다. 준비하는 기간은 고생스럽겠지만 챗봇을 이용해 직원들이 기계적 상담 업무에서 벗어나 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면 모두가 좀 더 편리해질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들은 조직 내 효율적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슬랙에도 간단하게 챗봇을 만들어 붙일 수 있다. 어떤 스타트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A라는 제품군을 리브랜딩하면서 공식 명칭을 B로 바꿨는데, 내부에서 제대로 인지되지 않고 습관적으로 A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이전 버전 이름을 쓸 때마다 ‘A의 새 이름은 B입니다’라고 자동 알림을 해주는 챗봇을 슬랙 메신저에 적용했다. 이 챗봇은 기업 내 모든 사람들이 새 브랜드명을 충분히 인지할 때까지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챗봇이 단순히 물음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될 뿐 아니라 업무환경 개선과 생산성 향상에도 다각도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6. 프로모션

단발성 마케팅 프로모션에도 챗봇을 쓰는 사례들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물 부족 문제를 돕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채리티워터(Chairy: Water)와 사회적기업 로카이(Lokai)가 함께 만든 예시(Yeshi)라는 챗봇이 있다. 예시는 에티오피아에 사는 어린 여자아이로, 매일 하루 2시간 반을 걸어 깨끗한 물을 길어온다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사용자는 페이스북 메신저상에서 예시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척박한 삶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예시가 사용자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에티오피아 현지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와 오디오를 보내주기도 한다. 개발자들은 참여자가 최대한 몰입해 기부금을 낼 수 있는 감성적인 경험을 위해 위치 공유, 콘텐츠 교환, 퍼스널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7. 교육

교육용 챗봇은 가장 비즈니스 가능성 있는 분야다. 한국의 기초 영어교육 시장은 15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고 챗봇 업계에서도 큰 줄기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챗봇이 사람에 비해 탁월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봇은 인간을 평가하지 않는다. 문제를 틀렸다고 바보라고 놀리거나 무시하지 않고, ‘이것도 못 알아듣냐’고 욕하지도 않는다. 여러 번 똑같은 것을 물어봐도 늘 똑같이 대답해준다. 반복적인 수업은 단연코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 질문하는 사람에게나, 답변하는 로봇에게나 서로 윈윈인 분야다. 특히 단순한 문제풀이와 반복적인 체크가 요구되는 언어 교육은 챗봇에 의해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나이 든 세대들은 영어 공부한다고 외국에 펜팔 편지를 보내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대화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어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 애플 시리나 마이크로소프트 Zo처럼 어떤 대화라도 받아주는 챗봇과 얘기하다 보면 대화를 어떻게든 이어나가기 위해 영어 문장을 만들어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8. 헬스케어

챗봇은 진단이나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스탠퍼드대가 만든 페이스북 챗봇 Woebot은 매일 건강을 체크해주고 기분에 따라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거나 자료를 보내주면서 우울한 기분을 감소시켜주는 데 도움을 준다. 오늘 아침 기분은 어떻지? 약은 먹었니? 등의 질문을 던져 주기적으로 체크하면서 사용자의 건강을 관리해주고 사용자가 쓰는 단어와 문맥을 읽어 상황을 판단하기도 한다. 사용자의 대답에 따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바로 의료진을 보내줄 수도 있고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2016년 베타버전이 나와 임상 데이터를 수집한 후 올해 정식 맞춤형 챗봇을 출시해 39달러에 판매 중이다.



챗봇 도입 3단계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챗봇들을 살펴봤다. 그럼 이제 나의 회사 혹은 나의 업무에서 챗봇을 어떻게 도입/적용할 것인지 알아보자.

1. 문제점과 목표 확인

현재 처한 문제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챗봇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e메일, 전화, 문자,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인트라넷, 애플리케이션 등 기존 채널보다 챗봇이 더 활용 우위에 있는지 고려한다. 그다음 전체 전략에 맞는 봇 목표를 설정하고 챗봇의 특정 요구사항에 맞는 개발사/파트너/에이전시를 선택한다. 이벤트, 대화, 위치 파악, 결제, 인터랙션, 게이밍 등 챗봇에서 가능한 어떤 요소들을 구현할지 확인하고 대화의 플로차트를 그리는 작업에는 개발 파트너도 함께 참여한다.

2. 질문/답변 데이터 구축

챗봇이 수행하게 될 Q&A의 골격을 기업이 직접 정의하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질문과 답변, 자연어 처리 등은 개발 파트너사가 진행한다. 이때 질문은 포괄적인 질문과 세부적인 질문, 일반적인 질문과 전문적인 질문 전체를 아우르며 입체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기계가 잘 알아듣는 형태가 아닌 ‘일반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생각의 범위에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답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답변하는 것처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돼야 하며 때로는 단계적으로, 필요할 땐 보조자료도 준비돼야 한다. 즉, 답변은 소비자의 언어로 만들어져야 한다.

3. 테스팅과 수정

시스템 구축이 완성되면 프로토타입을 테스팅하고 수정을 하게 되는데 챗봇은 다른 IT 서비스보다 테스팅에 들어가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개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시스템 구축 후에도 꽤 많은 공수가 들어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 챗봇을 론칭하자마자 기업이 예상했던 질문과 고객이 하는 질문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유 질문, 자유 답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기술의 불완전성이 남기는 구멍은 인간의 치밀한 노동으로 메워야 한다. 인공지능 업계의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쓸 챗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케팅 이해도가 높은 챗봇 전문가가 필요하고, 사업구조 자체를 챗봇으로 바꾸고 싶다면 컨설팅사, SI 개발사와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챗봇들은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얼마나 새롭고 어려운 기술을 썼느냐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콘셉트와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를 잘 해결했느냐다.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정의하고 거기에 맞는 적정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복잡한 기술을 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챗봇 제작 시 고려할 점

위의 3단계에 따라 챗봇을 제작할 때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을 크게 세 가지 들 수 있다.

1. 인앱 챗봇이냐, 상용메신저 챗봇이냐

누구나 사고 싶어 할 기가 막힌 제품을 하나 만들었다. 어디에 매장을 낼 것인가?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에 플래그십 매장을 낼지, 구매력 높은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에 내야 할지, 입소문이 먼저인 대학가부터 공략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와 비슷한 고민이 챗봇에도 존재한다. 과연 어디에 챗봇을 만들 것인가?

우선 자사의 모바일 앱에 인앱 메신저 형태로 개발한다면(혹은 이미 제작돼 있는 자사 전용 메신저에 챗봇 기능을 추가한다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고객 개인정보와 연동시키기 쉽고 보안이 용이하다. 또 ‘거래의 완결’이 쉽다. 계좌번호나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한 금융거래의 경우 카카오톡 메신저나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실행시키기엔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 부담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금융 챗봇이라도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 만들어진 N농협의 챗봇이 단순한 상품 소개에 머무르는 반면 대신증권이 자사 앱 내부에 설치한 챗봇은 잔고 조회와 금융거래까지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서비스의 범위와 완결성 측면을 보면 자사의 전용 앱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챗봇이 기존 고객을 위한 용도만은 아니며 앱을 설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도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상용 메신저 플랫폼의 사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에 챗봇을 설치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유저 접근성이다. 즉 잠재고객에게 도달하기가 쉽다. ‘카카오톡에서 ○○쇼핑몰을 찾아 말을 거세요’와 ‘○○쇼핑몰 앱을 설치하고, 그 앱에서 메신저를 찾아 말을 거세요’라는 문구를 비교해도 쉽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접근성이 중요한 브랜드에는 상용 메신저 플랫폼을 쓰는 게 낫다. 결과적으로, 인앱 챗봇과 상용 플랫폼용 챗봇 사용의 기준은 ‘서비스 범위 vs. 접근성’에서 어떤 것을 우위에 두느냐로 결정할 수 있겠다.



2. 인간 vs. AI agent

인공지능 챗봇은 완벽하지 않다. 챗봇이 일을 처리하지 못할 때는 당연히 인간 상담사에게 위임하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답변을 주지 못하고 인간 상담사에게 연결해주지도 못한 채 방치되는 챗봇은 스스로의 사용성을 낮출 뿐 아니라 기업 자체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도 떨어뜨린다. 챗봇 기술이 충분히 발달할 때까지는 챗봇과 사람을 더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유지해야 한다.

3. 제작 시간

챗봇은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앞서 언급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챗봇은 만들고 있다고 발표한 지 1년이 넘게 걸리도록 론칭을 못하고 있다. 단순히 고객의 요구사항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요구사항을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과 부드럽게 결합해야 한다. 하다못해 고객의 데이터와 추천상품을 연결해야 하고, 그것을 어떤 주기로, 어떤 상황에서 이야기할 것인가 등에 대한 다양한 비즈니스 로직이 준비돼야 한다. 말을 잘하는 것만으로 따지면 ‘심심이’가 전 세계를 점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리도 말은 충분히 잘한다. 하지만 기업에 필요한 챗봇은 말을 잘 이해하는 것 이상이다.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로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챗봇으로 배송조회만 하려고 해도, 고객 개인정보와 구매 정보, 배송 정보 등이 챗봇 시스템과 연결돼야 한다. 이런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무리 단순한 챗봇이라도 기획에서 배포까지 최소 3개월, 기존 DB와 연동한다면 최소 6개월은 걸린다. 만일 챗봇에 기존 비즈니스 전체를 연결하려면 소요기간 1년 이상을 고려해야 한다. 즉 엔터프라이즈 레벨로 챗봇을 만든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연내에 론칭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에 시작한다면 내후년에나 론칭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미래의 챗봇 트렌드

지금까지 챗봇의 사용 사례와 챗봇을 기업에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챗봇은 어떻게 진화할지 생각해보자.

1. 인공지능보다 효율성

해외에서는 2016년이 챗봇의 활용과 수익 창출 가능성 등을 평가받는 시기였다면 2017년은 본격적인 성장 시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2 하지만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챗봇에 도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외국에 비해 더 늦다. 한국어 챗봇이 늦게 발전하고 있는 이유는 메신저 플랫폼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어의 자연어 처리가 영어 자연어 처리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앤드루 응(Andrew Ng)에 의하면 영어의 자연어 처리 성공률도 아직 60%선에 머물고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한국어 자연어 처리 연구는 그것보다 훨씬 더 못하다. 챗봇의 가까운 미래는 어떤 말이든 문제없이 대답하는 ‘완벽한 말대꾸 로봇’이 아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일의 효율성과 경험성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이다. 즉 다양한 서비스에 챗봇이 도입되면서 커뮤니케이션 효율화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

2. 그래픽과의 결합

앞서 챗봇의 한계를 얘기하며 필자는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가 챗봇보다 우월한 분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목소리 인공지능 비서 ‘에코’에 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부착한 ‘에코 쇼(Echo Show)’를 발표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3 (그림 5) 대화형 커뮤니케이션 기기에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텍스트형 챗봇도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와 상당 부분 결합할 것이다. 앞으로 챗봇을 제작할 때 단순히 텍스트 대화만 고려해서는 안 되며 사용자와 시스템 간 오가는 정보의 어떤 부분을 그래픽으로 처리해서 효율성을 높일 것인지, 어떻게 하면 브랜드의 감성을 더 담을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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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oT(사물인터넷)와의 결합

챗봇은 IoT 기기와 결합이 용이하다. 한번 자연어 처리가 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어차피 기계들끼리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챗봇을 통해 집 밖에서 집 안의 기기들을 제어하는 등의 기능은 쉽게 구현될 것이다.

4. 메신저 포털에 들어간 챗봇

챗봇의 주 환경무대인 메신저 플랫폼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흔히 메신저의 미래는 위챗(WeChat)이라고 한다. 9억 명이 날이면 날마다 쓰는, 위챗은 또 하나의 ‘포털’이다. 위챗만 쓰면 다른 앱들은 전혀 쓸 필요가 없고 심지어 분식집 같은 오프라인 결제까지도 위챗으로 하는 세상이다. 또 서구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한국에선 카카오톡이 포털화를 꿈꾸고 있다. 지역마다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미디어 1개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위챗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는 중국인들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톡이 포털이 될 가능성, 그리고 네이버의 대응도 눈여겨볼 일이다. 이런 미디어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아무래도 기업들은 챗봇을 자체 앱이나 웹사이트에 올리기보다는 플랫폼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 플랫폼의 특성상 수많은 브랜드의 챗봇이 결국에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마치며 - 우리가 해야 할 것

마지막으로 2017년 7월 현재 챗봇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간단히 정리한다.

1. 챗봇이 꼭 필요한지 물어보라

무엇보다 먼저, 챗봇이 자기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지 물을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챗봇이라는 유행의 범람에 휩쓸려 많은 사람들이 목적 없이 떠돌고 있다. 챗봇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아직 매장전화 하나로도 문제없이 고객대응을 하고, 소셜미디어 계정 하나 없이도 고객과 문제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업들이 너무나 많다. 애플의 시리는 여전히 직접적인 수익을 내지 못한다. 많은 기업들이 내놓는 챗봇 대다수가 사업적으로는 가능성에 머물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챗봇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좁은 부분부터 시도해보는 것이다.

2. 선택과 집중

모든 분야에 사용 가능한 팔방미인이 아닌 아닌 특정 도메인에서 자동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챗봇을 만들어야 한다. 내부 고객이든, 외부 고객이든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작하되 아주 좁은 역할로 한정해서 시작한다. 애플 시리 같은 시스템을 만들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큰 그림을 그리되 가볍게 시작해야 한다.

물론 궁극적으로 자사의 비즈니스에서 챗봇이 어떤 역할을 하게 하고 싶은지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실행할 때는 기대수준을 낮추고 가벼운 버전을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주어진, 좁은 목적을 위해 고객과 어떤 인터랙션이 가능할지 플랫폼과 고객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가능성을 타진한다.

3.데이터를 모아두라

챗봇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대화형 데이터는 물론이고, 챗봇이 요청을 받았을 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비 오는 날 입을 셔츠를 추천해줘’라고 했을 때 어떤 것을 추천해줘야 할까? 딥러닝 인공지능을 사용하든, 아니면 인간이 기획하든지 간에 어떤 추천 알고리즘이 준비돼 있어야 챗봇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챗봇의 성능은 궁극적으로 데이터의 질에 좌우된다. 그런데 서두에서도 얘기했듯 대부분의 기업은 챗봇에 필요한 데이터가 없다. 설령 데이터가 있어도 챗봇에 활용되기 어려운 형태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챗봇을 만들어 돌리면서도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지만 챗봇 자체의 준비기간보다 데이터 획득과 정리에 드는 시간과 수고가 더 많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챗봇을 언젠가 도입할 계획을 가진 기업이라면 데이터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 jamie.park@gentlepie.com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리앤장, 오길비 등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한 후 미국 UC 버클리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이후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전략/캠페인과 소셜미디어 업무를 담당했다.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아 챗봇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 챗봇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던 중 챗봇 에이전시 젠틀파이를 창업해 다수의 기업용 챗봇을 제작하고 있다. 저서 <Start! 트위터와 미투데이>가 있다. 브런치(https://brunch.co.kr/@gentlepie)에도 챗봇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Unconventional Insights

1 챗봇으로 완벽한 정보, 완벽한 대답을 전달할 필요는 없다.
FedEx 웹사이트의 챗봇처럼 답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대기업이라면 인사팀, IT지원팀 같은 부서의 내부 지원용으로도 챗봇을 사용할 수 있다.
단순 반복적인 상담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2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이라는 말이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챗봇 앱은 그것을 기획하는 인간의 지식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허술한 부분은 인간의 노동으로 메워야 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품질보다는 기획과 데이터의 품질이 챗봇의 활용도를 좌우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53호 Beyond Time 2018년 7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