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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인간과 AI ‘부족한 부분의 협업’에 초점을

최병철 | 393호 (2024년 5월 Issue 2)


Based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changing sources of competitive advantage.” (2023) by Krakowski, S., Luger, J., & Raisch, S.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44(6), 1425-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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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영전략 분야 대표 이론인 자원기반이론(Resource-based view, RVB)에 따르면 기업은 독특한 자원의 조합과 활용을 기반으로 핵심 역량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창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인지능력은 기업에 중요한 자원 중 하나다. 구성원의 인지능력은 상황 분석 및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이러한 능력은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훈련과 경험으로 형성되기에 희소성도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인지능력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급격하게 발전된 AI 기술로 인해 인간의 인지능력이라는 자원을 바라보는 기업의 관점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고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AI의 도입과 인간의 인지능력에 기반한 역량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는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논점은 과연 AI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대체하는 자원인가 혹은 보완하는 자원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의 근본 원인은 AI라는 자원의 독특한 특성과 인지능력이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먼저 AI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대체한다는 관점을 살펴보자. 데이터의 분석에 기반한 AI가 더 빠른 분석값과 더 나은 예측값을 주는 것은 맞지만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목표 설정 능력, 정무적 판단, 맥락에 대한 이해, 데이터의 선택 등 다양한 인간 고유의 능력은 여전히 커다란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AI가 이러한 능력들을 모두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또한 흔히 어떤 자원이 대체된다면 새로운 자원은 기존 자원과 유사한 영역에 속해 있는, 더 우수한 자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AI는 이러한 전통적인 관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록 AI에 지능이라는 의미가 내포됐지만 AI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같은 종 혹은 존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보완한다는 관점에도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있다. 보편적으로 인간 능력의 보완이라고 하는 것은 의도적인 취사선택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AI는 독립적인 자기학습(self- learning)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보완재의 핵심인 목적성에 기반한 상호작용에 근본적인 의문점을 남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인간의 인지능력이 AI에 단순히 대체되거나 보완되는 것은 지나치게 상황을 단순하고 축소시켜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인간의 인지능력과 AI 간에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논문은 체스(chess)대회를 소재로 AI의 채택이 게임 성과 (승리/패배/무효)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유형의 선수군을 먼저 형성했다: 전통적 인간 체스(conventional chess) 선수, AI 기반의 엔진 체스(engine chess), 인간과 AI의 혼합인 센타우르1 체스(centaur chess). 이후 상호 경기를 통해 이들의 성과를 비교해 AI 채택이 인간의 기존 경쟁 능력을 대체하고, 의미 있는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먼저 대체재 효과의 경우 AI는 인간의 전통적인 경쟁 능력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음이 발견됐다. 특히 AI가 주도하는 체스 게임(엔진 체스)에서는 AI의 우수한 계산 능력이 인간의 전략적 사고가 가져다주는 효용을 압도해 인간의 기존 체스 능력을 무력화했다. 이는 AI가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완재 효과의 경우 센타우르 체스에서 인간과 AI의 협업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타우르 체스에선 인간이 엔진 체스와 협업해 수시로 전략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결과는 인간의 전략적 가이드와 AI의 전술적 정확성이 결합될 때 이들은 각각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더 큰 성과(더 우수한 게임 결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인간과 AI 간의 상호작용이 새로운 형태의 경쟁 우위를 생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논문의 저자들은 이를 ‘증강 역량(augmentation skill)’으로 지칭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인간-엔진 협업에서 비롯되는 역량은 통계적으로 인간의 전통적인 능력과는 관련이 없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매우 의미 깊다. 먼저 인간 고유 역량의 상당 부분은 결국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지만 AI를 능가하는 경쟁력의 원천 역시 인간의 고유 역량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AI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해 경쟁 우위를 얻고자 하는 기업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는 전통적으로 생각해온 인간의 역량과 경쟁력에 대한 재평가다. AI 도입으로 인해 기존에 중요하게 여겨졌던 인간의 능력이 대체되는 부분이 많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AI가 인간 기능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선제적으로 연구해 해당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는 증강 역량의 강화다. 본 연구의 핵심 시사점 중 하나는 AI와 인간의 협업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음을 통계적 분석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즉, 인간의 창의성과 전략적 사고가 AI의 데이터 처리 능력과 결합될 때, 이들이 각자 단독으로 작업할 때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본 논문의 저자들이 지적했듯 체스 게임은 결과에 대한 경우의 수가 한정된 상황(승리/패배/무효)이기에 다양한 결괏값이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떠한 조합과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의 숙제로 남아 있다. 기업은 인간과 AI 간의 보완적 관계를 최적화해 이러한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는, 지속적인 학습과 혁신의 중요성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가 유연해야 하며,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증강 역량이 전통적 의미의 역량과 음(-)의 상관관계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AI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개발하지 않는 한 전통적 의미에서의 인간 역량은 새로운 증가 역량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이 AI 기반의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능력을 넘어 새로운 기술과 자원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함을 강조한다.
  • 최병철 | 한국외대 경영대학 경영전략 교수

    필자는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주립대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를, 뉴욕주 런슬레어공과대학에서 기술혁신전략을 졸업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창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벤처링(corporate venturing)과 기술경영(technology management)이다.
    bcho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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