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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쿠팡은 왜 와우멤버스 가격을 올렸을까

전호겸 | 393호 (2024년 5월 Issue 2)
‘산 넘어 산’이란 속담이 요즘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이 어디일까?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 31조8298억 원, 영업이익 6174억 원을 기록하며 오랜 적자를 벗어났다.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여겨졌던 이마트와 롯데쇼핑마저 제쳤다. 이제 꽃길만 걸으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이른바 C커머스(중국 쇼핑 플랫폼)다. 초저가로 무장한 중국발 직구 플랫폼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놨고, 쿠팡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알리는 통합물류센터 구축,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지원 등에 약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쿠팡도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당일·익일배송인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으로 맞불을 놨다.

새로운 도전을 맞은 쿠팡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구독 멤버십’이다. 쿠팡의 성장 비결은 이른바 ‘계획된 적자’로 불리는 공격적인 경영과 빠른 배송, 편리한 결제에 있는데 여기에 마지막 방점을 찍은 게 바로 이 멤버십이다. 쿠팡은 아마존의 구독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을 벤치마킹해 쿠팡 ‘와우 멤버십’을 만들었다. 2004년 시작한 아마존프라임을 앞세워 아마존은 단순한 전자서점에서 글로벌 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상품 판매가 아닌 구독료로 얻는 연 이익만 약 1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아마존의 구독 모델이 매력적인 건 가입자에게 구독료를 뛰어넘는 편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JP모건의 분석 결과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가 119달러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의 혜택을 받는다.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아마존에는 어떤 이익이 될까?

마법은 구독자들이 ‘추가로 쓰는 돈’에서 나온다.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비회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돈을 쓰면서 아마존의 매출 증가를 견인한다. 가입자의 40%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다. 더욱이 한번 발을 들인 구독자는 플랫폼에 록인(lock-in)돼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어렵다. 크로스셀링(cross selling, 고객이 사려는 것과 관련된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게 만드는 교차판매)이나 업셀링(up selling, 구매를 앞둔 고객에게 보다 상위의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 판매 방법) 등의 전략을 펼치기도 용이하다.

지난해 말 와우 멤버십 구독자는 1400만 명에 달했다. 쿠팡은 4월12일 와우멤버십 월 구독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60%(58%) 가까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인상된 구독료로 쿠팡은 연 1조3000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벌게 된다. 구독 멤버십을 통한 록인 효과, 크로스셀링, 업셀링 등을 계산하면 수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로켓배송 서비스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1400만 명이 넘는 와우 멤버십 회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구독료 수익을 끌어올려 C커머스에 대항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는 한번 유입된 와우 회원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초저가를 내세운 C커머스와 구독 멤버십을 강조하는 쿠팡의 전략은 겹치지 않는다. 비교우위를 가져가기 힘든 가격 영역을 비껴가면서 자신들이 보유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총동원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와우 멤버십은 앞으로 약 3년간은 C커머스의 영토 확장을 막아주는 구원투수 내지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C커머스가 이 기간 적극적인 투자와 타 서비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유사한 구독 멤버십 생태계를 만들어 낼 경우 쿠팡 역시 왕좌에서 내려가야 할 수 있다. 결국 쿠팡과 C커머스 대전의 관건은 저가 경쟁이 아니다. 승패는 구독경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 전호겸 전호겸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연구교수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의 저자이자 경제칼럼니스트로 비즈니스 트렌드, 비즈니스 모델 혁신, 구독경제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KBS1, TBS라디오에서 ‘경제책사 전호겸 교수의 경제 인사이트’ ‘역발상경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kokids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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