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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기 기업 경영의 진화

한국형 ‘양손잡이 3.0’을 찾아서

김은환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국 경제는 ‘양손잡이’ 전략으로 압축 성장을 이뤘다. 대부분의 개도국과 달리 한국은 경제 개발 초기, 기존 시스템에 뿌리내린 농업이 아닌 서툰 왼손인 수출 제조업에 과감히 미래를 맡겨 빈곤의 함정을 극복하고 산업화의 궤도에 올랐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한국 기업은 양적 효율을 유지하면서 질적 개선도 추구하는 양손잡이식 접근, 즉 패러독스 경영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두 번의 양손잡이 체제를 통해 한국 경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이런 성공 경험은 현재의 디지털 전환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의 IT 기업 등 디지털 섹터는 패러다임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개념 설계’에, 전통 대기업 등 아날로그 섹터는 개념 구현의 솔루션을 창출하는 ‘문제 해결’에 집중해 양손이 각자의 경쟁력을 보다 예리하게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섹터 간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



양손잡이 전략의 등장과 진화

기존 사업으로 현재 강점과 경쟁 우위를 지켜가는 동시에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양손잡이’ 전략은 1990년대 로버트 던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찰스 오레일리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에 의해 제시됐다.1 꽤 오래전 일이지만 이때만 해도 이미 기술 변화의 가속화는 분명히 감지되고 있었다. 개인 컴퓨터에 의한 정보 혁명, 즉 3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인터넷과 모바일이 가세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부상하는 때였다. 혁신의 속도에 터보 엔진이 달리는 시기였다. 관리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기에 양손잡이는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주요 경영 전략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보 혁명의 주역으로 추앙받는 빌 게이츠조차도 인터넷의 잠재력을 뒤늦게 알아채는 바람에 기회를 놓칠 뻔했다. CPU(중앙 처리 장치) 혁명으로 컴퓨터 혁명의 심장을 지배했던 전설의 리더 앤디 그로브 인텔 전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시대에 길을 잃었다. 그로브의 사례를 정밀 분석한 로버트 버겔만 스탠퍼드대 교수는 그로브 전 CEO가 스탠드-얼론 컴퓨터2 시대의 성공에 안주해 네트워킹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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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환 | 경영 컨설턴트·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장

    필자는 경영과학과 조직이론을 전공한 후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25년간 근무했다. 근무 중 삼성그룹의 인사, 조직, 전략 분야의 획기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삼성 계열사 전체가 사용하고 있는 조직 문화 진단 툴을 설계하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 및 컨설턴트로서 저술 활동과 기업 및 공공 조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저서 『기업 진화의 비밀』로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격변기를 맞아 기업과 전략의 변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serike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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