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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k Management

‘후회 가치’ 최소화가 최선의 선택 기준

박세영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Based on “On Modeling and Interpreting the Economics of Catastrophic Climate Change?”(2009) by Martin L. Weitzman in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91(1): 1-19.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해군에서 복무하던 시절, 하이먼 리코버 제독과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카터는 해군사관학교를 몇 등으로 졸업했냐는 리코버 제독의 질문에 820명 중 59등으로 졸업했다고 대답했고, 리코버 제독은 최선을 다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카터는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는데, 리코버 제독은 “Why Not the Best?(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라고 또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카터 대통령의 평생 좌우명이 됐다.

수많은 위험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인생은 크게 달라진다. 현명한 선택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좋은 수단이다. 때때로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선택을 통해 큰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지미 카터의 일화처럼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최선의 선택’을 내렸는지 질문할 수 있다. 수많은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선택을 내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버드대 경제학과 연구진은 이 질문의 선결 조건인 불확실성을 규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것들(Unknown Unknowns)에 대한 체계적인 모델링과 경제적 해석이 있어야 불확실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위험 관리 연구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의사결정 방향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Maximax(최대 이득의 최대화), Maximin(최소 이득의 최대화), Minimax regret(기회 손실 극대치 최소화)다.

먼저 Maximax는 각각의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들에 대해서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결과들 중에서도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는 선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낙관적인 경제 상황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위험 투자를 선택하는 상황을 Maximax 의사결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Maximin은 각각의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들에 대해서 자신의 선택이 야기할 최악의 결과들 중에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 선택을 의미한다. 가령 비관적인 경제 상황에서 어떤 투자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 이 중에서 가장 적은 손해를 보게 되는 투자를 선택하는 것을 Maximin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Minimax regret은 선택이 수반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에 기반한 선택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와 Maximax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와의 차이를 비교해 후회 가치(Regret Value)를 계산하고, 후회 가치를 최소로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저축을 하면 5%의 예금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저축 대신에 투자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 10%의 수익률을 상상해본다면 여기서 수익률의 후회 가치는 5%가 된다. 후회 가치가 가장 작은 선택이 바로 Minimax regret 의사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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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특히 Maximin과 Minimax regret의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가져올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보통의 위험 관리 연구와는 크게 차별되는 이론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통계학,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에서는 어떤 변수가 무작위로 가질 수 있는 특정 값에 관한 시나리오를 기술할 때 수학의 확률분포(Probability Distribution)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통해 어떤 사건이 얼마나 자주(How Likely) 발생하는지, 어떻게 크게(How Large)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미지의 것들은 말 그대로 우리가 모르고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해 평균, 분산 등의 기본 통계량(Basic Statistics)을 산출할 수가 없다. 죽음을 예로 들면 마치 어떤 특정 사람이 평균적으로 언제 어떻게 죽을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과 마찬가지이다.

평균을 중심으로 종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정규분포에서, 본 연구는 미지의 것들 대부분이 평균 근처가 아니라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어 무시돼 왔던 꼬리(Tail) 영역의 사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진은 미지의 것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극단적 가치 이론(Extreme Value Theory)1 에 기반해 확률 분포가 두꺼운 꼬리(Fat Tail)2 를 갖도록 할 수 있는 정교한 모델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두꺼운 꼬리 모델링에 기반한 암담한(Dismal) 이론을 통해 미지의 것들을 경제적으로 해석한다. Dismal 이론은 쉽게 표현하면 “우리가 모르는 대부분의 모든 것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무한대의 파괴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발생 확률이 극히 작은 극단적 사건들(Extreme Events)의 파괴적 파급 효과를 상쇄하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된다. 보험 전략의 기대 비용-수익 분석(Expected Cost-Benefit Analysis)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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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불확실성에 최선의 대처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기후변화 위기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수자원학회 보고서는 폭우와 폭염, 가뭄 등 전 지구적인 이상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관측되는 가운데 기후 리스크를 줄이거나 억제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향후 50년 후 돌이킬 수 없는 자연재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Climate Change)라는 미지의 것에 본 연구의 Dismal 이론을 적용하면 미래의 기후 재난들(Climate Catastrophes)은 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했을 때 무한대의 극단적 파괴와 더불어 천문학적인 금전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위험과 불확실성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극단적 재난 사건에 대비할 수 있을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인 일회용품 규제를 본 연구의 이론으로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원 재활용법을 통해 일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해왔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은 2022년 11월부터 확대 적용돼 식품접객업소 매장(편의점, 카페, 음식점 등)에서도 종이컵, 빨대, 플라스틱 포장 용기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8일 정부는 갑작스레 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비닐봉투 사용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플라스틱 빨대는 단속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종이컵은 아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제외했다.

고물가와 인력난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일회용품 사용과 다회용기 사용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의 후회 가치를 계산해보면 사뭇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편의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일회용품 사용은 분명히 최고의 선택이지만 이는 낙관적인 환경 상황을 가정한 Maximax 선택이다. 작금의 비관적인 환경 상황에서는 우리의 선택이 가져올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Dismal 이론을 적용하면 일회용품 사용이 야기할 미래의 극단적 기후변화는 무한대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의 후회 가치 또한 무한대의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다회용기 사용이 기후 리스크의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후회 가치를 최소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는 의미다.
  • 박세영 |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seyoung.park@nottingham.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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