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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지(地)-기(技)-자(資)정학 대응 전략

지리-기술-자원 얽혀 글로벌 경제 재편
시나리오 경영으로 리스크 상시 대비를

김경준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이념으로 대립하는 냉전기와 공산권 붕괴를 거치며 80년가량 지속된 국제질서가 기술과 자원이 주요 변수로 등장하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 지(地)정학적 요인에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력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기(技)정학, 최근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천연자원 보유국들이 블록화하는 자(資)정학적 변수가 교차하며 국제질서가 변화하는 것이다. 지리-기술-자원이 중첩하며 글로벌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시대, 글로벌 리스크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고 시나리오 경영을 통해 대비하는 등 격변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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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이 정세 좌우하는 기정학의 부상

르네상스 이후 17세기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지정학은 국가적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섬나라인 영국은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바다를 통해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전했고, 대서양에 인접한 프랑스는 영국과는 해외 식민지 패권, 신성로마제국과는 대륙의 패권을 두고 경쟁했다. 유럽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프로이센-독일은 서쪽의 프랑스, 동쪽의 러시아를 제압하는 패권국을 지향하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까지 벌였다.

20세기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도 지정학적 강점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대서양, 태평양이라는 넓은 바다로 인해 기존 세력권인 유럽, 아시아와 분리돼 위치해 있으며 광대하고 비옥한 땅을 갖고 있었다. 또한 국경을 접하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현격한 국력 차이로 인해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남부 해안과 중부 내륙을 연결하는 미시시피강을 비롯한 다수의 내륙 수로가 넓은 국토를 연결해 물류상 이점도 있었다. 이런 지리적 기반과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제도의 결합은 미국이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면방직, 증기기관, 철도, 철강, 자동차, 화학, 전자 등의 기술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당대를 주도한 국가들의 군사력, 경제력의 근간이 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강대국의 패권과 과학기술이 불가분의 관계가 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반도체 산업은 1960년대에 급성장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일본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일 반도체 부문 무역 수지 불균형이 심화됐고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다. 이런 와중에 1980년대 중반 소련 잠수함 사건이 터졌다. 미국 해군이 소련 잠수함의 소음이 급격히 줄어든 원인으로 일본 도시바가 1982년부터 소련에 수출한 정밀 가공 기기를 지목한 것이었다. 미국 여론이 악화되는 분위기에서 1985년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일본 반도체 기업 7곳을 미국 정부에 제소했고, 1986년 미국 정부는 일본을 견제하는 1차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했다.1 이는 곧 당시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 이외의 신규 공급국이 등장할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런 흐름을 주시하던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1983년 2월 반도체 산업 진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뒤 1983년 6월 64K D램 생산을 시작했고, 1993년에는 메모리 시장점유율 세계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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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준 | CEO스코어 대표

    필자는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딜로이트 경영연구원장 및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기업 데이터 연구소인 CEO스코어 대표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마흔이라면 군주론』 『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 『팀장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 『세상을 읽는 통찰의 순간들』 『디지털 인문학』 『AI피보팅』 등이 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kjun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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